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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를 움직이는 사람들

매보다 날카로운 비둘기 ‘경제대통령’으로 날다

재닛 옐런 美 연준 신임 의장 지명자

  • 하정민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dew@donga.com

매보다 날카로운 비둘기 ‘경제대통령’으로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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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카리스마

옐런은 미국 경제가 금융위기를 맞아 허우적대던 2009년 6월 말 “내년 하반기쯤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시에는 대세와 동떨어진 주장으로 비쳤지만, 결국 그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미국 주류 언론은 그를 ‘매보다 날카로운 예측 능력을 지닌 비둘기’라고 호평했다.

옐런을 처음 본 사람들은 자그마한 키와 체구, 온화한 인상 때문에 그를 종종 동네 할머니로 착각한다. 연준이 매년 8월 와이오밍 주 잭슨홀에서 세계 중앙은행 관계자들을 불러모아 경제 전반 현안을 논의하는 ‘잭슨홀 회의’에서 옐런을 만나본 한 참가자는 그를 이렇게 기억했다.

“비행기 옆자리에 수수한 옷차림, 낡은 조깅화를 신은 할머니가 큰 가방을 메고 앉았다. 그는 가방에서 두꺼운 자료 꾸러미를 꺼내 열심히 읽더니 곧 잠이 들었다. 세계경제의 운명을 결정짓는 사람치고는 너무나 평범하고 서민적이어서 신기했다.”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옐런이 온화하고 조용한 카리스마와 남다른 명석함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한다. 학창시절 친구들은 옐런을 “정말 똑똑하지만 이를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옐런을 아는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건 그가 특이할 정도로 상냥하고 품위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라고 호평했다.



미국의 유명 이코노미스트인 케빈 해셋은 연준 의장 자리를 놓고 경합했던 서머스 전 장관과 옐런의 차이를 이렇게 비유했다.

“만약 당신이 서머스 앞에서 실수로 틀린 말을 했다 치자. 그는 십중팔구 ‘대학은 나왔느냐’ ‘경제학 공부는 해봤느냐’는 식으로 면박을 줄 것이다. 하지만 옐런은 ‘당신의 방법 대신 이 방법을 써보면 어떨까요’라고 돌려 말할 것이다. 옐런은 열린 의사소통을 선호하고 합의점을 찾아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옐런의 이런 캐릭터는 금융시장과 경제학계에 ‘친(親)옐런-반(反)서머스’ 여론이 형성되게 했다. 많은 사람이 ‘연준 의장 서머스’를 반대한 것은 그가 재무장관 시절 금융규제 완화를 주도해 금융위기를 방조한 데다, 하버드대 총장 사임 후 여러 회사에서 고문 등으로 재직하며 지나치게 많은 보수를 받는 등 처신에 문제가 많다는 평가 때문이다.

2001년 옐런의 남편 애커로프 교수와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서머스가 아니라 옐런이 연준을 이끌어야 하는 이유’라는 노골적인 제목의 글을 기고하며 옐런을 후원했다. 앨런 블라인더 전 연준 부의장, 크리스티나 로머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등 미국의 저명 경제학자 350명도 오바마 대통령에게 ‘옐런을 신임 연준 의장으로 지명해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연준 의장을 지명할 때 경제학자 여럿이 단체행동에 나선 것, 두 후보에 대한 호불호가 이토록 차이가 난 것도 모두 처음이다.

매보다 날카로운 비둘기 ‘경제대통령’으로 날다
최우선 과제는 출구전략 연착륙

각종 ‘최초’ 기록을 갈아치우며 연준 의장이 됐지만 옐런 앞에 놓인 과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큰 과제는 당연히 출구전략의 연착륙이다. 지난 몇 년간 저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에 길든 세계경제는 출구전략을 매우 두려워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 때문에 고수익을 찾아 신흥국으로 이동했던 유동자금이 버냉키 의장이 출구전략을 언급한 이후 신흥국을 빠져나오면서 터키, 인도네시아,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경제가 출렁이고 있다.

하지만 약한 달러로 인한 물가상승 등 지나친 저금리 정책의 폐해를 생각하면 언제까지 양적완화 정책을 계속할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출구전략을 서서히 집행하되 이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겨우 금융위기의 후폭풍을 벗어나려 하는 세계경제가 또다시 걷잡기 힘든 혼란과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이 어려운 과제가 옐런 앞에 높여있다.

매파와 비둘기파가 공존하는 연준 내부를 잘 조율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멤버는 연준 의장과 부의장을 포함한 연준 이사진 7명에다 미국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 중 매년 돌아가면서 5명이 참가해 총 12명으로 구성된다. 문제는 2014년 새로 위원회 투표권을 행사할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 중 물가 안정을 중시하는 매파가 많다는 점. ‘슈퍼 매파’로 불리는 강경파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준 총재,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준 총재 등이 대표적이다. 옐런이 이 강경 매파들을 잘 다독이지 못하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열릴 때마다 정책 집행을 두고 연준 내부에서 격론이 벌어져 순조로운 정책 집행이 힘들어질 수 있다.

공화당과 원만한 관계를 설정하는 과정도 험난하다.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의 유력한 공화당 후보인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 주)은 옐런의 인준을 보류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연준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법안 표결을 진행하지 않으면 옐런의 인준 절차를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물론 공화당이 실제 그의 인준을 거부할 확률은 낮다. 하지만 공화당에서 생성된 반대 기류가 4년 임기 내내 초짜 연준 의장 옐런과 그가 시도할 정책 집행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누구보다 많은 화제를 뿌리며 미국 중앙은행의 새 수장으로 뽑혔지만 누구보다 무겁고 힘든 과제를 맡은 차기 연준 의장. 옐런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세계경제의 향방이 좌우될 것이다. 과연 옐런은 성공한 ‘경제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신동아 2013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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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민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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