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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

2500년 전 서양사상의 정수(精髓)

  • 김학순 │고려대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2500년 전 서양사상의 정수(精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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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재 세계로 인도하는 수학

‘국가론’은 모든 청소년에게 기하학, 수학, 수사학, 철학 등을 가르치기에 앞서 시가(詩歌)와 체육을 기본으로 교육할 것을 주창한다. 체육은 신체를 강하게 만들어 용맹의 덕을 갖게 해주고 음악은 감정을 길들여 절제의 덕을 배우도록 해준다는 게 배경 설명이다. 플라톤은 시가와 체육 수업에서도 어느 한쪽에 치우침이 없이 조화로운 수업을 하도록 권면한다. 편향된 지식과 감성이 가져올 위험성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생긴 공공교육기관이 김나시온이다. 훗날 체육관(Gymnasium)의 어원이 된 김나시온은 체육수업을 매우 중요시하는 서양의 교육제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플라톤 자신이 레슬링 선수였다. 올림픽과 더불어 그리스 4대 제전이었던 이스트미아 경기대회에 출전해 두 차례나 우승했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이름을 따 본명이 아리스토클레스였던 그가 ‘떡 벌어진 어깨’를 뜻하는 플라톤으로 바뀐 것도 이 때문이다.

플라톤은 이상적인 국가의 조건으로 통치자와 그를 돕는 수호자 집단의 사유재산 금지를 주장했다. 아내와 자녀까지 공동소유 대상에 포함시킬 만큼 극단적인 생각이었다. 탐욕의 원천인 사유재산과 사적 인연이 국가를 타락시킨다고 여겼다. 전 세계가 혁명의 열병을 앓게 만든 공산주의도 사상적 기원은 ‘국가론’이라고 학자들은 말한다. 공유재산제를 바탕으로 정의로운 사회공동체를 꿈꾼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역시 플라톤의 ‘국가론’이 모델인 셈이다.

정치가를 꿈꾼 플라톤은 스승인 소크라테스가 직접 민주주의의 중우(衆愚)정치 때문에 독배를 받아 사형당하는 모습을 지켜본 뒤 현실 정치를 포기하고 철학 정립과 후학 양성의 뜻을 세웠다. 플라톤은 진정으로 훌륭한 정치가 뭔지 보여주겠다는 생각에서 ‘국가론’을 썼다. 이 책이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대화체 형식으로 구성된 것도 스승에 대한 존경심의 발로다. 유명한 대화체는 그가 선보인 독창적 저서 기법이다.



그가 세운 교육기관 ‘아카데미아’ 정문에는 ‘기하학을 모르는 자는 들어오지 말라’는 현판이 걸려 있었다. 플라톤은 지혜를 얻기 위해 필요한 지식은 허상이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허상의 세계를 실재 세계로 인도해주는 학문인 수학을 중시했다. 아카데미아는 인류의 지성사에 이름을 날리게 된다. 플라톤이 42세에 세운 아카데미아는 이후 1000년이나 지속되다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에 의해 서기 529년 문을 닫는다.

고상한 거짓말

‘국가론’은 이른바 ‘고상한 거짓말’을 필요악으로 거론했다. 국가를 통치하려면 ‘고상한 거짓말’로 국민을 교육해야 한다는 얘기다. 사회 조화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일종의 신화가 필요하다는 논지다. 여기에서 지혜, 용기, 절제, 정의라는 4가지 덕목이 규정되고 ‘선의 이데아’를 인식하는 철학적 방법론까지 전개된다.

플라톤은 세계를 이분법적 사고로 나눴다. ‘이데아’의 세계와 ‘현상’의 세계가 그것이다. 철인 정치나 이분법 때문에 플라톤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지금까지 숱한 학자에게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그가 던진 국가와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사유는 여전히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산맥으로 남아 있다.

‘국가론’은 한때 비극작가를 꿈꾸기도 했던 플라톤의 유려한 글솜씨를 엿볼 수 있는 저작이다.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 라블레는 ‘팡타그뤼엘’이라는 책에서 “그리스어에서는 플라톤을 모방하고, 라틴어에서는 키케로를 모방해 자기 문체를 만들어내기를 바란다”고 권장한다. 그만큼 플라톤은 글쓰기에서도 탁월했다.

‘국가론’은 여전히 동서를 막론하고 국가지도층의 규범이 돼야 할 보편적 원칙으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한국 국회도서관 대출목록 4위에 올라 있는 것만 봐도 알 만하다. 미국의 명문고는 플라톤의 ‘국가론’을 읽고 에세이를 쓰고, 사립학교 초등생들도 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쓸 정도다. 철학자 에머슨이 “도서관은 불타도 좋으나 플라톤의 ‘국가론’이 불타서는 안 된다”고 했던 말도 이 책의 위상을 웅변한다.

신동아 2013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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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순 │고려대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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