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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셋 중 하나가 공석 ‘무늬만 공모제’ 여전?!

‘어디 있나?’ 공공기관장 빈자리 지도

  • 강지남 기자|layra@donga.com

셋 중 하나가 공석 ‘무늬만 공모제’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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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연말까지 122곳 기관장 ‘물갈이’ 대상
    ● 공공기관장 수난사…잘리거나 구속되거나 눈치껏 물러나거나
    ● “내정됐다” 소문만 수개월째…청와대 결재에 목 타는 인사들
    ● 공모 진행 안 되는 이유? “아직 내정자 못 정해서…”
유례없는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국면으로 ‘인사동결’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공공기관 일자리가 어느 때보다 ‘풍년’인 요즘이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끝으로 문재인 정부 초대장관 인선이 마무리되자, 정관계에서는 “이제부터는 공공기관장 인선 랠리가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동아’가 353개 공공기관을 전수 조사한 결과, 122개 공공기관의 기관장 자리가 비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올 연말 기준). 무려 세 자리 중 한 자리가 ‘빈자리’인 셈이다. 

122개 기관 중 기관장 자리가 공석인 곳은 63개, 11월 30일 기준으로 임기가 만료된 곳은 49개다. 나머지 10개 기관의 기관장은 올해 12월에 임기가 끝난다. 내년 1분기에 임기가 만료되는 공공기관도 20곳에 달한다. 

공석이 63개로 전체 공공기관의 20%에 달하게 된 사연은 파란만장하다. 채용 비리에 연루돼 사임하거나, 성희롱 등 불미스러운 일로 해임되거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된 경우 등 다양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알아서’ 물러난 경우도 다수다. 




‘물갈이’ 조짐 나타나

특히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들이 그러한데, 지난 9월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공공기관 인사와 관련해 “국정철학을 공유하면서 같이 가실 수 있는 분들은 같이 갈 것”이라며 ‘물갈이’ 의사를 표명했다. 산업부는 굵직한 공공기관을 다수 산하기관으로 두고 있는 부처다. 한국전력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35개 공기업 중 16개가 산업부 산하에 있다. 

공공기관은 정부의 투자·출자 또는 정부의 재정 지원 등으로 설립·운영되는 기관으로 그 규모에 따라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으로 나뉜다. 공기업은 시장형과 준시장형으로, 준정부기관은 기금관리형과 위탁집행형으로 나뉜다. 

공공기관 중 규모가 가장 큰 유형인 ‘시장형 공기업’은 총 14개인데, 그중 딱 절반인 7개 회사 사장이 현재 공석(空席)이다.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 5곳(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과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가 이에 해당한다. 

한국동서발전은 김용진 전 사장이 기획재정부 2차관으로 옮겨가면서 공석이 됐고, 남동·남부·서부·중부발전 사장들은 9월 초 일괄 사표를 냈다. ‘친박 인사’ 이승훈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7월에 일찌감치 사의를 표했고, 김정래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감사원에 채용 관련 비위가 적발되고 직원을 상대로 한 막말 논란이 일자 10월 사표를 제출했다. 

총 21개인 준시장형 공기업도 절반이 조금 넘는 11개 회사가 기관장이 없는 상태다. 한국도로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감정원, 한국조폐공사, 대한석탄공사, (주)한국가스기술공사, 한전KDN, 한국전력기술주식회사, 해양환경관리공단, 울산항만공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로, 특히 한국조폐공사는 김화동 사장이 지난 4월 임기가 만료했음에도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반년 넘게 계속 직무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전력기술(주)도 지난해 10월 임기가 만료된 박구원 전 사장이 1년 가까이 ‘추가’ 직무를 수행하다 지난 9월 사임했다. 

한편 준정부기관과 기타공공기관은 각각 39%(92개 중 36개)와 30%(226개 중 68개)의 기관장 자리가 비어 있다. 

공공기관장 빈자리 현황을 지역별로 보면,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상당 부분 완료됐어도 여전히 ‘서울 일자리’가 36개로 가장 많다(353개 공공기관 중 서울에 소재한 기관은 121개로 34%의 비율을 보임). 그다음은 대전(15), 경기(11), 세종(8), 부산(7), 강원(7), 경남(6) 순이다. 


하마평에 빠지지 않는 ‘文’ 라인

122개 빈자리는 누구 몫이 될까. ‘주인 찾기’ 진행 속도는 기관마다 각기 다르다. 대통령의 ‘간택’만 남겨놓은 자리가 있는가 하면, 기관장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구성 계획조차 잡지 못한 곳들도 있다. 알리오시스템(www.alio.go.kr) 채용공고 게시판을 통해 파악된 바에 따르면, 122개 빈자리 중 67개 빈자리에 대해서는 채용 절차가 개시된 상태다(11월 14일 기준). 

채용 절차는 공공기관 유형별로 다소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공모를 통해 모집한 후보들을 외부 인사가 포함된 각 기관 위원회(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임추위, 기타공공기관은 상임이사추천위원회 등)가 심사하는 ‘객관성’을 갖췄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억대 연봉의 자리가 기본적으로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것이다. 

이렇게 서류 접수 및 면접이 예선이라면 본선은 ‘상급’ 조직에서 치러진다. 공기업의 장은 임추위가 3~5배수로 추천해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의 심의·의결을 거친 사람(2~3배수) 중에 주무부처 장 혹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준정부기관의 장은 임추위가 복수로 추천한 사람 중에서 주무기관의 장이 임명한다. 기타공공기관은 다양한데, 주식회사의 경우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자를 의결한다. 

현재 대통령의 선택만 남은 빈자리는 한국도로공사와 한국가스공사 사장으로 파악된다. 

도로공사의 경우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이강래 전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최봉환 전 도로공사 부사장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후보로 제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상익 전 도로공사 감사도 유력하게 부상하고 있다는 설이 들린다. 이 전 의원은 전북 남원 출신으로 정읍 출신 김 장관과 같은 당에서 오래 활동한 인연이 있다. 최 전 부사장은 도공맨이고, 이상익 전 감사는 2010년 김두관 경남도지사 선대본부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내정자 지켜라, 낙하산 막아라…

가스공사 사장은 임추위가 추천한 5명의 후보 중 정승일 전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장과 강대우 전 동아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로 압축된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실장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산업부 가스산업팀장, 에너지산업정책관, FTA정책관, 무역투자실장, 에너지자원실장 등을 두루 거친 인물로, 지난해 주형환 전 산업부 장관이 추진한 주택용 전기료 누진제 개편 과정에 대한 항의 표시로 사표를 내 유명세를 탄 바 있다. 강 전 교수는 문재인 캠프 출신. 지난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 부산선거대책공동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조폐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은 최근 기관장 모집 공모를 개시했으며, 강원랜드는 11월 12일 임기가 종료한 함승희 사장 후임 선발을 위한 상임이사추천위원회 구성을 최근 마쳤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기관장이 구속돼 공석이 된 국민연금공단 및 한국콘텐츠진흥원도 새 수장을 찾고 있다. 11월 7일 국민연금공단은 김성주 제16대 이사장을 맞이했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최근 원장 모집 공모에 응한 후보자 면접을 마쳤다. 김성주 이사장은 19대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전문위원 단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는 김용익 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유력하다는 하마평이 오르내린다. 김 전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 입안에 깊이 관여한 인물이다. 특히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설계한 당사자로 꼽힌다. 지난 대선 때는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을 지냈다. 

공공기관장 채용이 여기저기서 개시되면서 그 과정에 잡음이 나는 기관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국산 무기 개발을 견인하는 국방과학연구소는 예비역 공군 대령 출신인, 노무현 정부 실세의 친척을 소장으로 앉히기 위해 공모 일정을 두 차례 연기하고 응모 자격 기준을 장성급 이상에서 영관급 이상으로 낮췄다는 구설에 휩싸였다. 울산항만공사는 사장으로 내정된 해양수산부 1급 출신 인사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 통과에 실패해 사장 인선이 난항을 겪는다는 얘기가 나돈다. 


한국소비자원 노동조합은 김재중 부원장의 ‘셀프 추천’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공기업·준정부기관의인사운영에관한지침에 임추위에 참여한 임원은 공모에 참여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추위 당연직 이사인 현직 부원장이 원장 모집 공고에 지원한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김 부원장은 소비자원의 상급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으로, 박근혜 청와대의 CJ E&M 조사 압력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2016년 1월 소비자원으로 발령을 받았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한국소비자원지부 이선동 지부장은 “그간 소비자원 원장으로 공정위 출신이 온 적이 없다”며 “소비자원 원장을 자신들 몫으로 하려는 공정위발(發) 낙하산”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월 서종대 전 원장이 여직원 성희롱으로 해임된 한국감정원은 급작스러운 정권 교체로 인해 기관장 선출의 스텝이 꼬인 사례다. 2월 공모를 통해 후보자 5명을 추려냈으나 이후 진행이 정지돼 지난 9,10월에 5명의 후보자가 모두 사퇴했고, 지난 10월 재공모를 실시했다. 

한편 아예 임추위 구성 계획조차 하지 않은 공공기관이 숱하다. 한국철도공사는 전임 홍순만 사장이 지난 7월 사표를 냈음에도 아직까지 임추위 구성 계획을 마련하지 못했다. 한국석유공사, 한전 발전 자회사 다섯 곳도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공기관 임원은 “채용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는 것은 내정자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된 공공기관장 공모제는 그간 ‘무늬만 공모제’란 비판을 받아왔다. 내정자를 정해놓고 공모를 진행해, 나머지 지원자들을 들러리로 ‘악용’한다는 것이다. 

실제 사장 임기가 지난 4월에 만료됐음에도 최근에야 공모를 개시한 한국조폐공사는 내정자 물망에 오른 기획재정부 고위급 인사 두어 명이 조폐공사 사장 자리를 거절해 채용 절차가 지연됐다는 말이 나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기재부 고위공무원은 더 좋은 자리도 갈 수 있으니, 일 많고 골치 아픈 조폐공사로는 가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만간 18개 공기업에 대한 기관장 인선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빈자리 공기업’을 산하에 가장 많이 두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백운규 장관.[동아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조만간 18개 공기업에 대한 기관장 인선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빈자리 공기업’을 산하에 가장 많이 두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백운규 장관.[동아일보]

낙하산·보은 인사 유혹 떨쳐낼까

정부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11월 초부터 공석인 주요 공기업 기관장 자리에 대한 청와대의 내락 작업이 시작됐다. 연임되는 사례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 속도로 가면 연말까지 공공기관장 빈자리를 다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 10월 문재인 대통령은 “전체 공공기관을 전수조사해서라도 채용 비리를 철저하게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문재인 정부가 ‘낙하산’ ‘보은’ 인사의 유혹을 어떻게 떨쳐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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