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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현대차 이대론 망한다 노사의 易地思之 절실”

이상범 전 현대차 노조위원장의 쓴소리

  • 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현대차 이대론 망한다 노사의 易地思之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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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현대차 노조 결성 주도, 제2대 노조위원장
    ● “경영자 입장에선 ‘노조 없는’ 해외공장 매력적”
    ● 현대차 성장과 고임금 뒤엔 협력업체 고통 있었다
    ● “고과제 폐지는 자승자박…파견근로제 양면성”
    ● “전체 노동자 처우 개선 위해 대기업노조 양보 필요”
    ● “회사도 ‘소유와 경영 분리’ ‘투명 경영’ 실천해야”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회사 망해봐야 알겠나… 현대차 노조, 정신 차려라.’ 

10월 19일과 20일 대부분의 일간지, 경제지가 이런 유의 제목을 달아 이상범(60) 전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의 발언을 앞다퉈 기사화했다. 대표적 1세대 노동운동가의 ‘초강력 노조 비판’은 당연히 세간에 큰 화제를 모았다. 

이상범이 누구인가. 중퇴 출신의 현장노동자로 1987년 7월 현대차 노조 임시 집행부 위원장을 맡아 노조 결성을 주도한 현대차 노조의 상징적 인물이다. 현대차 노조 제2대(1990년 9월∼1991년 8월) 위원장과 현대그룹노동조합총연합(현총련) 공동의장도 지냈다. 노조위원장 시절 21일간의 파업을 주도했는가 하면, 1995년 5월 근로자 분신 사건과 관련해 7개월간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울산시의원(1998∼2000년), 울산 북구청장(2002~2006년)도 역임했다. 

기사가 나간 후 당연히 동료 노동자들로부터 “노동조합을 발판으로 누릴 것 다 누렸으면서 끝내는 배신하고 팔아먹었다” “결과적으로 회사 측을 이롭게 한 배신자”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며칠 뒤, 그는 진보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내 게시판과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수언론에서 왜곡해 보도했다”고 해명했다. 


최초의 정년퇴임 노조위원장

이상범 씨가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을 읽어보았다. 2015년 2월 독일 산별노조와 현대자동차의 체코, 러시아, 중국 현지 공장을 방문하고 느낀 소감을 뒤늦게 올린 글들 중에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이 들어 있었다. 그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노사 모두 변해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아무래도 노조에 대한 애정이 더 컸기 때문인지 노조의 반성과 변화를 제언하는 내용이 중심을 이뤘다. 



11월 7일 밤 현대호텔경주에서 그를 만났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현대차 퇴직지원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울산에서 출장을 와 있었다. 이씨는 현대차 울산공장 문화감성교육팀 기술주임으로 일하고 있다. 4년 전부터 퇴직을 앞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그 자신도 올해 12월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1979년 입사했으니 40여 년을 현대맨으로 산 셈이다. 

그에게 “이번 일로 후배들로부터 정년퇴임 축하를 제대로 받긴 힘들 것 같다”고 짓궂은 인사말을 건네자 “원래부터 별 기대는 안 했다”며 웃었다. 그래도 만감이 교차하는 모양이다. “지금까지 노조위원장 출신 퇴직자가 두 명이 있었지만, 명예롭게 퇴직한 경우는 한 명도 없다. 정년퇴임을 하는 건 내가 처음”이라며 허공을 응시했다. 


보이지 않는 손의 장난질

사내 게시판과 개인 블로그에 글을 올린 시점은 9월인데, 한참 뒤 어느 날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했다. 
“갑자기 몇몇 기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산전수전 다 겪은 터라 ‘어디선가 손을 썼구나’ 하는 직감이 들었다. 노조집행부가 출범하는 날 이런 기사가 나가는 게 잔칫날 재를 뿌리는 게 아니고 뭔가. 그래서 전화 온 기자들에게 기사를 며칠만 미뤄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나온 기사 제목도 내가 글을 쓴 취지와는 전혀 달랐다. 어떤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처음 글을 올렸을 때 조합원들 반응은 어땠나.
“전에는 내가 글을 올리면 평균 3000~4000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 정도면 많은 편이다. 그런데 이번 글들은 그보다 두 배 가까이 됐다. 건전한 토론을 유도하기 위해 실명으로만 댓글이 가능한 공유마당에 올렸기 때문인지 비난 댓글은 거의 없었다. 하긴, 올린 시점이 노조 선거 때라 모든 활동가가 다른 데 관심을 둘 여력이 없어 비판이 덜했을 수도 있다. 선거 뒤에는 바로 열흘간의 추석 휴가가 이어졌고.” 

글을 올릴 때 어느 정도 비난이 있을 것으로 예상은 했던 모양이다.
“당연하다. 하지만 그래도 노조를 사랑하기에 이런 말을 꼭 해야만 했다. 더 늦기 전에 노조가 갈 길을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다.” 

▼2015년 독일 산별노조 방문과 체코, 러시아, 중국 현지 공장 견학은 어떻게 가게 된 것인가.
“당시에도 전·현직 노조 간부들이 해외 견학을 가는 것 자체가 논란이 됐다. 그래서 원래 대상자가 10명이었는데 4명은 가지 않았다. 나는 생각이 달랐다. 프로그램이 좋으면 가야 한다는 주의였다. 1994년경 주간노동자신문과 경실련이 주관한 해외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정말 신선했고 많은 도움이 됐다. 그래서 함께 간 사람들에게 ‘우리가 가서 보고 느낀 그대로를 기록해 노조원들에게 공개하자. 이걸 통해 조합원들이 해외 견학의 유용성에 대해 판단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해외·국내 공장 극명한 대비

1991년 현대차 노조위원장 시절의 이상범 현대차 울산
공장 문화감성교육팀 주임.

1991년 현대차 노조위원장 시절의 이상범 현대차 울산 공장 문화감성교육팀 주임.

돌아와서 곧바로 발표하지 않은 이유는.
“나는 초고를 다 썼는데, 다른 분들이 차일피일 미뤘다. 부담스러운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놓고 말은 안 했지만 우리 노조가 지금처럼 이래서는 안 된다는 교감이 있었다. 더구나 당시 노사협상이 시작돼 민감한 부분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게 부담스러웠다. 노사협상이 가을까지 이어지고, 곧바로 노조선거가 시작되면서 결국 공개할 타이밍을 놓쳤다.” 

공개하기 민감한 부분이란 게 어떤 것인가.
“가려는 목적이 해외 공장이 국내 공장보다 경쟁력이 높다는 회사 측 주장이 사실인지 우리 눈으로 직접 확인하자는 거였다.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돌아보니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 러시아 공장이나 중국 공장 모두 국내 공장에 비해 뒤진다고 할 만한 지표가 사실상 하나도 없었다. 경영이란 관점에서만 살펴보았을 때 상대가 되지 못했다. 비교평가 대상이 10개라고 했을 때 적어도 3~4가지는 국내 공장의 경쟁력이 앞선다고 내세울 수 있어야 하는데, 어떤 것을 내세워야 할지 참으로 궁색했다.” 

러시아와 중국 현지 공장의 기술력 수준이 국내와 같다는 건가.
“적정 생산량을 편성률이라고 하는데, 국내 공장과 비교할 때 해외 공장이 월등히 높았다. 러시아 공장 적정 편성률이 연간 20만 대인데, 우리가 갔을 때 가동된 지 5년이 채 안 됐는데도 이미 100만 대를 넘어섰을 정도다. 품질지수도 해외 공장이 월등히 높았다. 이걸 조작한다는 건 어렵다. 또한 러시아 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는 러시아 소비자 평가에서 2014년까지 3년 연속 품질대상을 받았다. 작년까지 5년 연속 수상했다.” 

그는 개인 블로그에 올린 러시아 현지 공장 보고서에서 “신차 개발을 해서 설비를 다 지어놓고도 소위 ‘맨아워 협상’이라고 해서 노조(사업부 대의원회)의 동의를 못 받아 제때 투입하지 못하는 사례는 경영 측면에서는 치명적이다. 인원조정 필요시에 전환배치의 유연성, 한 라인에서 혼류생산에 대해 거부하거나 생산관리에 어려움이 없다는 점들도 경영자 입장에서는 해외 공장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적었다. 


2015년 이상범 씨와 현대차 노사 관계자들이 중국 현대차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2015년 이상범 씨와 현대차 노사 관계자들이 중국 현대차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대표적인 내부 적폐

‘맨아워 협상’이 뭔가.
“대표적인 내부 적폐라 할 수 있다. 과거, 노동자가 힘이 없었을 때는 사용자가 임금과 인권 등 모든 부분에서 착취하고 억압했다. 따라서 노동조합이 힘을 가지면서 내 몫을 찾고 회복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거기서 멈추지 않고 더 가지려고 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예를 들어 A공장은 일감이 많고 B공장은 일감이 없다면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는 게 정상이다. 일감을 B공장과 나누거나 B공장 직원을 A공장으로 보내면 해결된다. 그런데 지금 노조는 물량을 주는 것도, 사람을 보내는 것도 못하게 한다. 노조가 반대하면 회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골치 아픈 국내 공장

2015년 독일 산별노조와 체코, 러시아, 중국 현대차 공장을 견학할 때 이
상범 씨는 기록을 되도록 많이 남기기 위해 카메라와 수첩을 항상 지니고
다녔다고 한다.

2015년 독일 산별노조와 체코, 러시아, 중국 현대차 공장을 견학할 때 이 상범 씨는 기록을 되도록 많이 남기기 위해 카메라와 수첩을 항상 지니고 다녔다고 한다.

해외 공장은 어떤가.
“노조가 없는 러시아는 말할 것도 없고 중국도 노조라 할 수 있는 공회에서 어렵지 않게 전환배치를 협의해준다. 예를 들어 오전 11시에 라인설비가 고장 나 고치는 데 1시간 걸린다고 하자. 중국에선 설비를 고치는 동안 노동자들이 일찍 점심을 먹는 식으로 작업 로스 시간을 최소화한다. 그런데 국내 공장에서 관리자가 그렇게 지시했다간 노조에게 박살 난다. 설비를 고치느라 일을 못하는 건 회사 사정이고, 12시부터 점심휴식을 갖는 건 노동자의 권리라는 식이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나.
“외환위기(IMF) 겪고 구조조정하면서 동료들이 잘려나가는 걸 봤다. 그러면서 있을 때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배타적이 된 것이다. 위험한 거, 힘든 거 안 하려고 한다. 그래서 한 공정라인 안에서도 어려운 작업은 하청업체 직원이나 비정규직원이 하게 됐다. 더 기막힌 건 이들도 정규직이 되면 그 일을 안 하려 한다. 정규직인데 왜 내가 하느냐는 거다. 그렇다고 노동자만 비난하면 안 된다. 그렇게 길들인 회사에 원초적인 잘못이 있다. 노조의 과도한 요구에 맞선 중간간부를 문제 해결 능력이 없다고 회사가 바꿔버린다. 후임자는 회사가 자기들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걸 봤기 때문에 노조와 싸우려 하지 않는다. 무리한 요구도 다 들어준다. 그걸 보고 노조는 더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된다.” 

그는 개인 블로그에서 “‘무노조 경영’이 올바른 해결책이어서는 안 되고, 다만 역지사지로 생각하면 그렇다는 말이다”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경영자 입장에서는 ‘무노조 경영’ 한 가지만으로도 신규 투자 시에 국내가 아닌 해외 공장을 선호할 이유가 충분할 것 같다. 그뿐만 아니라 임금 생산성 품질 현지판매 등 중요한 모든 항목에서 해외 공장이 확실한 비교우위를 갖는다면 어느 경영자가 골치 아픈 국내 공장을 더 지으려고 하겠는가?”라고 토로했다. 


늘어나는 ‘안티 현대차’

중국이나 러시아 현지 공장도 시간이 지나면 노조가 만들어지고, 노조의 입김이 강해지지 않을까.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낮다고 본다. 미루어 짐작하건대 현대차 공장이 임금이나 복지가 그 나라 동종업계에선 높은 편이어서 러시아와 중국 노동자에겐 선망의 대상으로 비치지 않을까. 파업하고 나설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다.” 

현장 노동자들이 듣기에 거북한 이야기만 한다(웃음).
“세월호 참사로 죄 없는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선장은 혼자 도망가서 살았다. 현대차가 침몰하면 경영진이 죽을까? 아니다. 미리 자기 몫 챙겨 피할 것이다. 정규직 됐다고 꿈에 부풀어 있는 젊은 직원들이 정리해고 1순위다. 이 후배들이 아픔을 겪게 된다. 현대차가 침몰할 수 있다는 게 바로 눈앞에 보이는데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었다.” 

노조가 어떻게 가야 한다고 보는가.
“노사 협력을 통해 국내 공장이 경쟁력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야 한다. 해외 공장에서 나타난 것처럼 공정 품질 문제를 노동조합이 같이 책임지고 협력해야 한다. 그게 바로 성과를 키우는 거고 경쟁력을 높이고. 그게 고용 안정에 기여하는 거다.” 

독일 방문보고서에서 인사평가에 대해 언급했던데.
“과거 노조를 결성하는 과정에서 생산현장 고과제 폐지를 내걸어 성사시켰다. 그땐 그게 절대선이라고 봤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건 아닌 것 같다. 지금은 대다수 동료조차 함께 일하기를 꺼리는 저성과자들에 대해 인사와 급여에서 어떤 차등도 둘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승진 기피자까지 생길 정도로 회사 전체를 하향평준화하고 있다. 공정하지 못한 부분을 바로잡았어야지 아예 없애는 게 답은 아니었다고 자책한다. 우리나라 노조가 모델로 삼는 독일에서는 ‘에라’라고 하는 직무평가제도를 노사정 간에 합의해 시행하고 있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기본급 개념이고, 직무평가에 의한 급여는 등급에 따라 달랐다. 어렵더라도 대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평가 잣대를 만들어 운영하는 게 중요하다.” 

파견근로에 대해서도 노동계와는 견해가 다르더라.
“같은 제도에 대해 노동계와 경제계가 서로 자기에게 유리한 부분만 얘기한다. 이래선 안 된다. 있는 그대로 실체를 알려야 한다. 독일은 파견근로를 부족한 노동력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로 활용하는 데 반해, 우리 기업은 고용의 유연성 확보와 인건비 부담 축소 수단으로 활용했다. 이처럼 본질이 다른데도 기업은 선진국도 파견근로제를 시행한다는 점만 강조한다. 노동단체는 파견근로제의 나쁜 점만 주장한다. 제도라는 게 양면성이 있다. 파견근로제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양치기소년’

이상범 씨는 “이제는 노사관계가 질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박해윤 기자]

이상범 씨는 “이제는 노사관계가 질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박해윤 기자]

▼국민 사이에 현대차를 비롯해 대기업 노조에 대한 시선이 어느 때보다 싸늘하다.
“처음 노동조합이 생길 때만 해도 노동자들이 억압과 착취를 당했다. 현대차만 해도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닌데도 여전히 파업투쟁을 연례행사로 한다. 일반인의 시각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데도 현장 노동자들은 그걸 깨닫지 못하고, 거기에 동의하지도 않는다. 물론 선진 자동차 강국과 견줄 정도로 우리 노동자들의 기술력과 품질이 뛰어나기 때문에 현대차가 성장했고, 그만큼 임금을 많이 받는 것도 있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건대 내수시장에 대한 독점적 지위와 협력업체에 과중한 고통을 부담시킨 영향도 크다. 그렇다 보니 2~3차 납품업체 경영진이나 협력업체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완성차 업체에 대해 적개심에 가까운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협력업체와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완성차 회사를 향해 자신들의 고혈을 쥐어짜서 고속성장을 누리고, 완성차 노조는 고액연봉을 받는 것으로 ‘갑질’을 담합하고 있다고 반격해올지도 모른다.” 

현대차 등 대기업 노조가 비정규직을 외면한다는 비판도 많다.
“비정규직 문제는 회사가 법적, 윤리적으로 비난받을 부분이지만, 양심적으로 생각하면 노조가 방조한 책임이 있다. 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이나 작업환경을 직접적으로 수탈한 건 아니지만 회사가 수탈한 성과를 나눈 데 대한 도의적 책임은 있다. 이런 얘기하면 조합원들에게 욕먹는다. 물론 대기업 노조가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노동계를 대표해 길을 여는 역할을 해왔다. 촛불집회에도 기여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이제 대기업노조는 자신들의 임금 처우 개선 문제에만 몰두하기보다는 비정규직 등 전체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해 내 것을 양보하고 참아주는 것도 필요하다.” 

회사에도 요구하고 싶은 게 많을 것 같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 투명한 경영, 부의 세습, 불공정 내부거래 등 개선할 점이 많다. 우리보다 못 받는 노동자가 태반인 점에서 본다면 우리가 귀족노동자라 할 수 있지만, ‘경영진 연봉이 10억 원을 넘고 스톡옵션까지 받는다. 그에 비하면 우리가 요구하는 게 뭐가 과하냐’고 항변할 수 있을 정도다. 특히 오너 일가는 어차피 고액 연봉 가져가지 않나. 그렇다면 주식 배당 만큼은 사회에 환원하거나 협력업체 상생을 위해 내놓는다면 우리 노동자들도 현대차에 다니는 자긍심을 느낄 것이다.” 

▼또 바라는 게 있다면.
“중간 관리자들을 제대로 대접해줘야 한다. 지금 우리 회사는 과장급 이하 조합원은 정년까지 보장된다. 그런데 과장급 이상은 평생 회사에 헌신한 사람조차 언제 토사구팽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회사를 걱정하는 사람이 사라졌다. 직원들에게 애사심을 갖게 하는 뭔가가 부족하다. 직원을 정말 가족처럼 생각하고, 직원이 회사를 자기 회사로 여기게 해야 한다. 적어도 경영진이 그런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한다.” 


‘역지사지’ ‘집단지성

모든 회사가 툭하면 어렵다며 노조의 양보를 요구하곤 한다.
“경영진이 매년 연례행사처럼 반복하는 위기론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구성원들에게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 양치기 소년의 우화처럼 노동조합의 요구를 무력화하고 기대감을 낮추기 위해 위기론을 반복한 결과 진짜 위기가 닥쳐도 믿지 않을 만큼 만성이 되었다. 적어도 투명경영을 통해 경영 실적을 노조와 공유하고, 회사가 어렵다면 왜 어려운지 상투적인 얘기가 아니라 지표를 놓고 이야기해야 한다.” 

그는 “노사 모두 변해야 미래가 있다”며 “노사 양측은 이제 ‘네 탓’만 할 것이 아니라 ‘내 탓’부터 찾아보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와 회사에 ‘역지사지’와 ‘집단지성’을 기대한다. 이를 위해선 신뢰회복이 우선되어야 한다. 경영진은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노조를 동반자로 보아야 함은 물론이고, 노조 지도자들은 시야를 보다 멀리, 넓게 보고 동반자적 노사관계를 지향해야 한다. 중국엔 노조와 비슷한 공회라는 조직이 있다. 우리는 경영자 대척점에서 노동자 이익만 대변하는 활동을 하는데 거기는 경영자 파트너십이 상당부분 중요한 요소다. 그러면서 직원들의 복지후생과 권익 향상에 힘쓴다. 독일노조도 파트너십을 가지고 협의를 한다.” 

조합원 투표로 구성되는 노조 특성상 ‘역지사지’를 생각했다간 ‘어용노조’ 소리 듣기 십상인 게 현실이다. 
“문재인 정부가 처음엔 신고리원전 5,6호기 중단을 공약했지만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슬기롭게 해결했다. 노사 문제도 공론화위원회처럼 누군가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줘야 한다. 노조 집행부는 스스로 끊을 수 없다. 누군가가 대신해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걸 내가 한 거다. 제2, 제3의 목소리가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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