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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현대차 이대론 망한다 노사의 易地思之 절실”

이상범 전 현대차 노조위원장의 쓴소리

  • 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현대차 이대론 망한다 노사의 易地思之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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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손의 장난질

사내 게시판과 개인 블로그에 글을 올린 시점은 9월인데, 한참 뒤 어느 날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했다. 
“갑자기 몇몇 기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산전수전 다 겪은 터라 ‘어디선가 손을 썼구나’ 하는 직감이 들었다. 노조집행부가 출범하는 날 이런 기사가 나가는 게 잔칫날 재를 뿌리는 게 아니고 뭔가. 그래서 전화 온 기자들에게 기사를 며칠만 미뤄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나온 기사 제목도 내가 글을 쓴 취지와는 전혀 달랐다. 어떤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처음 글을 올렸을 때 조합원들 반응은 어땠나.
“전에는 내가 글을 올리면 평균 3000~4000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 정도면 많은 편이다. 그런데 이번 글들은 그보다 두 배 가까이 됐다. 건전한 토론을 유도하기 위해 실명으로만 댓글이 가능한 공유마당에 올렸기 때문인지 비난 댓글은 거의 없었다. 하긴, 올린 시점이 노조 선거 때라 모든 활동가가 다른 데 관심을 둘 여력이 없어 비판이 덜했을 수도 있다. 선거 뒤에는 바로 열흘간의 추석 휴가가 이어졌고.” 

글을 올릴 때 어느 정도 비난이 있을 것으로 예상은 했던 모양이다.
“당연하다. 하지만 그래도 노조를 사랑하기에 이런 말을 꼭 해야만 했다. 더 늦기 전에 노조가 갈 길을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다.” 

▼2015년 독일 산별노조 방문과 체코, 러시아, 중국 현지 공장 견학은 어떻게 가게 된 것인가.
“당시에도 전·현직 노조 간부들이 해외 견학을 가는 것 자체가 논란이 됐다. 그래서 원래 대상자가 10명이었는데 4명은 가지 않았다. 나는 생각이 달랐다. 프로그램이 좋으면 가야 한다는 주의였다. 1994년경 주간노동자신문과 경실련이 주관한 해외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정말 신선했고 많은 도움이 됐다. 그래서 함께 간 사람들에게 ‘우리가 가서 보고 느낀 그대로를 기록해 노조원들에게 공개하자. 이걸 통해 조합원들이 해외 견학의 유용성에 대해 판단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해외·국내 공장 극명한 대비

1991년 현대차 노조위원장 시절의 이상범 현대차 울산
공장 문화감성교육팀 주임.

1991년 현대차 노조위원장 시절의 이상범 현대차 울산 공장 문화감성교육팀 주임.

돌아와서 곧바로 발표하지 않은 이유는.
“나는 초고를 다 썼는데, 다른 분들이 차일피일 미뤘다. 부담스러운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놓고 말은 안 했지만 우리 노조가 지금처럼 이래서는 안 된다는 교감이 있었다. 더구나 당시 노사협상이 시작돼 민감한 부분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게 부담스러웠다. 노사협상이 가을까지 이어지고, 곧바로 노조선거가 시작되면서 결국 공개할 타이밍을 놓쳤다.” 



공개하기 민감한 부분이란 게 어떤 것인가.
“가려는 목적이 해외 공장이 국내 공장보다 경쟁력이 높다는 회사 측 주장이 사실인지 우리 눈으로 직접 확인하자는 거였다.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돌아보니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 러시아 공장이나 중국 공장 모두 국내 공장에 비해 뒤진다고 할 만한 지표가 사실상 하나도 없었다. 경영이란 관점에서만 살펴보았을 때 상대가 되지 못했다. 비교평가 대상이 10개라고 했을 때 적어도 3~4가지는 국내 공장의 경쟁력이 앞선다고 내세울 수 있어야 하는데, 어떤 것을 내세워야 할지 참으로 궁색했다.” 

러시아와 중국 현지 공장의 기술력 수준이 국내와 같다는 건가.
“적정 생산량을 편성률이라고 하는데, 국내 공장과 비교할 때 해외 공장이 월등히 높았다. 러시아 공장 적정 편성률이 연간 20만 대인데, 우리가 갔을 때 가동된 지 5년이 채 안 됐는데도 이미 100만 대를 넘어섰을 정도다. 품질지수도 해외 공장이 월등히 높았다. 이걸 조작한다는 건 어렵다. 또한 러시아 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는 러시아 소비자 평가에서 2014년까지 3년 연속 품질대상을 받았다. 작년까지 5년 연속 수상했다.” 

그는 개인 블로그에 올린 러시아 현지 공장 보고서에서 “신차 개발을 해서 설비를 다 지어놓고도 소위 ‘맨아워 협상’이라고 해서 노조(사업부 대의원회)의 동의를 못 받아 제때 투입하지 못하는 사례는 경영 측면에서는 치명적이다. 인원조정 필요시에 전환배치의 유연성, 한 라인에서 혼류생산에 대해 거부하거나 생산관리에 어려움이 없다는 점들도 경영자 입장에서는 해외 공장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적었다. 


2015년 이상범 씨와 현대차 노사 관계자들이 중국 현대차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2015년 이상범 씨와 현대차 노사 관계자들이 중국 현대차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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