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국정원 적폐청산 ‘내로남불’

“노무현–김정일 회담 때 北에 1000만 달러 이상 건너갔다”

〈단독확인〉 ‘판도라 상자’ 특수활동비

  • 송홍근 기자|carrot@donga.com

“노무현–김정일 회담 때 北에 1000만 달러 이상 건너갔다”

2/4

“北 인사에 돈 건네기도”

 정부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 명목으로 특수활동비를 편성한다. 특수활동비는 현행법상 영수증을 첨부해 사용처를 증빙할 필요가 없다. 2016년 정부의 특수활동비 예산 8870억 원 중 국정원 몫이 절반이 넘는 4860억 원을 차지했다. 

특수활동비 중 특수공작사업비는 용처가 드러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북 공작이나 남북회담 비용으로도 사용된다. 

특수공작사업비 용처가 외부에 알려진 사례로는 2007년 8월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에게 건넨 2000만 달러가 있다. 샘물교회(경기 성남시 분당구) 신도 23명이 아프가니스탄으로 선교 여행을 갔다가 인질로 잡혀 2명이 살해된 사건 때 인질 석방 대가로 탈레반에 건넨 것이다. 인질 석방 협상을 지휘한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당시 일을 묻는 ‘신동아’의 질문에 “노코멘트(No Comment)하겠다”고 11월 14일 답했다. 

최승철 전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은 한국 정세 분석 실패와 남측이 제공한 행사 비용(남북 접촉 시 소요되는 비용) 중 일부를 개인적으로 착복한 게 드러나 2008년 숙청된 것으로 전해진다. 전직 국정원 관계자는 “남측이 북측에 제공한 행사 비용을 개인적으로 착복한 혐의로 처벌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최 전 부부장은 김양건 전 통일전선부장과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을 1주일 앞둔 2007년 9월 26일 청와대를 방문해 노 전 대통령을 만난 인물이다. 

남북 회담이나 비밀 접촉 때 소요되는 경비는 남측이 부담하는 게 관례다. 2009년 10월 남북정상회담을 논의한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과 김양건 전 통일전선부장의 싱가포르 비밀 회동 때는 북측 인사들에게 현지 체류 기간 사용하라고 신용카드를 제공했다. 김양건과 원동연(전 통일전선부 부부장)의 베이징-싱가포르 항공권도 남측이 비용을 부담해 발권했다. 두 사람은 ‘김양건’ ‘원동연’이라는 이름이 아닌 가명을 사용한 여권으로 항공권을 발급받았다. 



2011년 5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베를린 연설에서 이듬해 3월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을 초청한 것을 계기로 남북이 베이징, 선양 등지에서 비밀리에 접촉한 일이 있다. 2011년 6월 9일자 조선중앙통신은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그(김천식 당시 통일부 정책실장)는 우리와 만나자마자 이번 비밀 접촉은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와 인준에 의해 마련됐다고 하면서 그 의미를 부각시켰다. (김태효 당시 대통령대외전략비서관이) 시간이 매우 급하다고 하면서 대통령의 의견을 반영해 작성했다는 일정계획이라는 것을 내놓았다. 접촉이 결렬 상태에 이르자 김태효의 지시에 따라 홍창화(국정원 국장)가 트렁크에서 돈봉투를 꺼내 들자 김태효는 그것을 받아 우리 손에 쥐여주려고 하였다. 우리가 즉시 쳐던지자 김태효는 얼굴이 벌게져 안절부절못했으며, 홍창화는 어색한 동작으로 트렁크에 황급히 돈봉투를 걷어 넣고 우리 대표들에게 작별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북한 언론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베이징·선양 접촉에 참여한 남측 인사들은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일축했으나, 제3국에서 비공개 남북 접촉 시 북측 인사들에게 ‘달러’를 건네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북측 인사들에게 건네주는 돈도 특수활동비 중 특수공작사업비에서 나온 것이다. 


“뒤탈 나지 않는 특수활동비”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본래 목적과 다른 곳에 써도 뒤탈이 거의 나지 않게 마련이다. 정보·공작 활동은 비밀 보장이 생명이기에 용처를 캐묻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북한 인사에게 돈을 건네면서 영수증을 써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정원장이 사용할 수 있는 특수활동비는 월 3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과 외화를 보관하는 금고가 국정원장 집무실에 있다고 한다.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과거에 국정원 특수활동비 중 일부가 청와대 수석이나 참모, 장관, 정치인에게 제공됐다고 한다. 청와대 참모들에게 대통령 ‘잘 모시라’고 건넨 것은 장관과 청와대 참모들의 부족한 판공비를 보충해주는 형태였다고 한다. 김영삼 정부 때 한완상 부총리 겸 통일부 장관이 “안기부 돈을 안 받겠다”고 밝힌 일화도 있다. 국정원과 협업하는 검찰과 경찰 유관 부서에도 격려금, 회식비조로 건네졌다고 한다. 

자유한국당과 박근혜 정부 인사들은 “김대중(DJ) 노무현 정부 때도 있던 오랜 관행”이라고 주장한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1월 1일 “역대 정권마다 다 해왔던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전 정부 청와대 부속실에서 근무한 한 인사는 “어느 정부나 정권이 출범하면 ‘국정원 예산 중 이 정도는 대통령 몫’이라며 대통령에게 설명하고, 대통령과 국정원장이 상의해 전달, 처분해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돈으로 장·차관, 대통령수석비서관들이 인사를 오는 명절 때나, 이취임을 할 때 수백만 원에서 1000만 원 이상의 봉투를 부처 운영을 위해 사용하라며 전달하곤 했다는 것이다. 

DJ 정부 때 실세이던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한 방송에 출연해 “난 비서실장도 하고 공보수석, 문화관광부 장관도 했다. 돈 받지 않았다”면서 “여기저기 돈을 많이 가져와 깜짝 놀랐다. 대통령께서 ‘어떤 돈도 받지 말라고 했다’라고 하며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꼬리표가 없는 돈이기에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이 털어놓지 않으면 밝혀내기 어렵다. 




2/4
송홍근 기자|carrot@donga.com
목록 닫기

“노무현–김정일 회담 때 北에 1000만 달러 이상 건너갔다”

댓글 창 닫기

2019/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