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호

인터뷰

“나는 패거리 공천 희생자 숙의경선 제도화해야”

안철수와 '맞짱' 뜬 유성엽 국회 교육문화위원장

  • 입력2017-11-21 15: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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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 대표의 ‘적폐청산은 복수’ 주장 용납 못해”

    •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정체성부터 다르다”

    • 교육부 폐지…중립적 교육위원회 만들어야

    • 문 정부 ‘관광국’ 축소는 잘못…관광청으로 확대해야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 위원장인 3선의 유성엽(57) 의원은 아주 특이한 정치 이력을 갖고 있다. ‘민주당 공천=당선’이라는 호남(전북 정읍)에서 초선(18대)과 재선(19대) 모두 무소속으로 당선된 것. 호남 지역구에서 정치 초년병이 무소속으로 연거푸 당선된 사례는 그가 유일무이할 것이다. 20대 총선에서도 그는 신생 정당인 국민의당으로 출마해 황색바람을 잠재웠다. 지역구에서 ‘인물론’에서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반증이 아닐까. 

    11월 9일 국회 교문위원장실에서 유 의원을 만났다. 사무실 한켠에 놓여 있는 ‘새 길 새로운 세상’이라는 서예 액자가 눈에 띄었다. 그의 좌우명이라고 했다. ‘새 길’은 그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이고, ‘새로운 세상’은 그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사회라고 한다. 

    최근 유 의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기존 질서에 순응하지 않고 제3의 새로운 길을 걸어온 그의 정치 역정에서 한 고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국민의당 내홍을 먼저 화제에 올렸다.

    안철수 대표와 맞짱

    안철수 대표와 맞짱을 떴다(웃음).
    “나는 안철수 대표가 이번에 당 대표에 나서는 것부터 반대했다. 아무래도 승자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덕담이나 좋은 평가를 하기보다 흠을 잡으려는 심리가 작용하지 않겠나. 그건 안 대표 본인에게도, 우리 당에도 안 좋다.”

    안 대표와는 만나서 화해했나.
    “아직 만날 기회가 없었다.” 

    안 대표의 무엇이 문제라고 보는 건가.
    “당을 미숙하게 운영하는 건 앞으로 보완해나가면 된다. 진짜 문제는 ‘적폐청산’을 마치 복수하는 것처럼 표현했다는 점이다. 누구 좋으라고 그런 말을 하나 싶다. 미래를 향해 가자는 취지에서 했다지만, 적폐청산을 복수로 표현한 것으로 미루어 바른정당과의 연대를 넘어 자유한국당까지 바라본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굉장히 위험한 생각을 갖고 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은 수구보수 세력의 영구집권 음모가 드러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해선 반대할 수 있지만 적폐청산을 반대해선 안 된다. 적폐를 철저하게 청산하고 그 바탕에서 촛불시민혁명의 뜻대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지 대충 덮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는 없다.” 

    일각에서는 적폐청산의 도가 지나치다는 주장도 나온다.
    “뭐가 과한가. 더 철저하게 해야 한다. 다만, 지난번 국정감사 때 자유한국당에서 문화체육관광부나 교육부에 설치된 진상조사위에 대해 자문기구가 조사 권한을 갖는 것은 근거가 취약하다는 주장엔 일부 동의한다. 하지만 근거를 제대로 만들어서라도 철저하고 엄정하게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

    숙의공천제

    유성엽 의원은 1983년 행시 27회에 합격하며 공직자의 길에 들어섰다. 2002년 민선 제3기 정읍시장을 지낸 그는 2008년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중앙정치에 입문했다.

    정읍시장은 새천년민주당으로 당선됐는데, 국회의원은 연이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컷오프 당했다. 경선후보에도 넣어주지 않았다.”

    18대에서 당선 된 후 복당하지 않은 이유는.
    “18대 때 호남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의원이 보궐선거까지 포함해 8명이 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받아줬는데 나만 안 받아줬다. 이유도 말해주지 않았다. 할 수 없이 19대 총선도 무소속으로 입후보해야 했다. 19대 때 통합민주당으로 복귀했는데, 2015년 12월 탈당 안철수 대표와 함께 국민의당을 만들었다.” 

    숙의공천제를 주장한 게 눈길을 끈다.
    “나처럼 공천 과정을 다양하게 경험한 사람도 드물 것이다. 정읍시장 땐 대의원 경선으로 후보가 됐다. 대의원이 500명이었지만 대부분 지역위원장이 임명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지역위원장이 점찍은 사람이 시장 후보가 되는 구조였다. 2006년에 열린우리당 도지사 경선에 나섰을 때는 권리당원제를 도입했다. 권리당원 경선이 언뜻 민주적 경선 같지만 전혀 아니었다. 당비를 대납해주면서 사람을 많이 모은 후보가 이기는 경선이었다. 국회의원 공천 신청을 했을 때는 지도부가 자의적으로 컷오프했다. 2014년 도지사 경선 때는 공론조사 방식이었다. 일반전화기로 전화해 선거인단 참여 여부를 물어 1500명을 모집했다. 그때 제기된 게 착신전환 문제였다. 조직적으로 자신의 지지자들의 일반 전화와 휴대전화를 다량으로 착신전환을 해놓은 후보가 절대적으로 유리해진다. 그 이후에 안심번호가 도입됐다.”

    ▼숙의공천제는 어떤 방법인가.
    “안심번호에 의해 선거인단을 추출하는 거다. 주민등록번호로 무작위 추출해도 된다. 단, 실제 유권자와 성별 연령별 지역별 비율을 맞춰 구성해야 한다. 그렇게 뽑힌 선거인단 앞에서 정견 발표도 하고 후보들 간 토론도 한 후, 선거인단이 토의를 통해 적합한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국민 다수가 여론조사에도 잘 응하지 않는데, 그렇게 해서 제대로 된 선거인단 구성이 가능할까.
    “선거법을 고쳐서라도 선거인단에게 소정의 대가를 줘야 한다. 지금은 선거인단에게 돈을 지급할 수 없다. 여론조사 경선을 하는 나라는 지구상에서 대만과 우리나라뿐이다. 여론조사기관만 먹여 살리는 제도라 할 수 있다. 잘못된 방식이다.”

    언제부터 이런 생각을 했는가.
    “2013년에 전북 도당위원장 때 전문가들과 가장 좋은 경선 방식을 만들어보자며 연구했다. 국민의당 창당하며 당규에 넣으려고 했는데, 100% 반영은 안 됐다. 숙의경선이란 용어는 들어갔다.”

    대표성 있게 구성된 선거인단이 숙의 과정을 거쳐 후보를 선출한다는 게 핵심인데, 신고리 5·6호기 원전 갈등을 해결한 ‘공론화위원회’가 보여준 숙의민주주의를 2013년부터 주장한 셈이니, 유 의원이 숙의민주주의의 원조가 아닌가.
    “원조라고까지 하기는 그렇고(웃음), 공론화위원회가 보여준 숙의민주주의의 장점을 모든 정당이 공천 과정에도 적용해 우리 정치를 한 단계 성숙시키길 바란다.”

    지역차별인사금지특별법 발의

    유성엽 의원은 ‘새 길 새로운 세상’이 좌우명이라고 말한다.[조영철 기자]

    유성엽 의원은 ‘새 길 새로운 세상’이 좌우명이라고 말한다.[조영철 기자]

    지난 1년 동안 가장 바쁜 정치인이 유 의원이 아니었을까. 블랙리스트 문제,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설립·운영 문제를 비롯해 정유라 이화여대 불법 입학 및 학사관리 등 한국 사회를 촛불집회라는 용광로로 몰아넣은 굵직한 사건들이 대부분 교문위 소관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여야가 엄청 대립했다. 그에 비하면 올해 국정감사는 밍밍했다(웃음). 위원장이란 자리가 어느 한쪽을 편들면 안 되는 자리지만, 아무래도 당시 야당 편을 들 수밖에 없었다. 그게 옳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당시 새누리당으로부터 위원장 사퇴 압력을 많이 받았다. 지금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같은 야당끼리 사퇴 요구는 하지 말아달라고 농담한다.” 

    지역차별인사금지특별법을 발의했는데.
    “이번에 블랙리스트가 문제가 됐다.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차별하면 처벌을 받는다. 국가인권위원회 법을 보면 성차별, 연령차별, 장애차별, 지역차별을 못 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성차별, 연령차별, 장애차별은 개별 법령으로 처벌 기준을 뒀는데 지역차별 인사에 대한 처벌 법령은 없다. 그래서 121명 의원의 동의를 받아 법을 발의했다.”

    황폐화된 지방 국공립대

    관광청 신설 주장도 눈에 띈다.
    “관광산업은 굴뚝 없는 산업이고 제조업보다 부가가치가 크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다. 육성해야 할 대표적인 산업임에도 지금 정부는 관광정책실을 오히려 관광국으로 축소했다. 관광청 신설이 어려우면 지금 있는 관광공사를 보완해서 제대로 일하게 하라고 정부에 요청했는데, 아직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 안타깝다.” 

    문재인 정부의 문화체육관광 지원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보다도 줄었다.
    “최순실 사태에 관련됐다고 해서 징벌적으로 예산을 줄인 것 같다. 21세기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다. 다시 살려야 한다. 바르게 집행하면 된다.”

    대표적인 ‘교육부 폐지론자’로 불린다.
    “이번에 그걸 했어야 하는데, 뜻을 못 이뤘다. 헌법에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는데 특정 정당 소속의 대통령이 교육부 수장을 임명한다. 그러다 보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오락가락한다. 이래서는 교육 백년지대계를 세우는 게 불가능하다. 교육부를 없애고 합의제 독립기관으로 교육위원회를 둬야 한다. 각계각층에서 독자적으로 위원을 뽑고 위원장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호선해야 한다. 교육위원회를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도록 공정하게 구성하면 얼마든지 독립적으로 갈 수 있다. 거기서 일관성을 갖고 교육정책을 펼쳐야 한다.”

    교육 문제에서 지방 국공립대 위기가 가장 심각하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대학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줄일 곳은 줄여야 하고 키울 곳은 키우는 게 제대로 된 구조조정이다. 일반 4년제 대학보다는 전문대학을 육성하고, 일반대에서는 지방 국공립대를 집중 육성해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더 강화해야 한다. 또한, 지방 국공립대학들에 대한 재정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지방 국공립대 교육의 질을 향상시켜 서울 쏠림을 막아야 한다. 그래야 나라의 균형 발전도 가능해진다.”

    분권형 개헌 필요

    유 의원은 마지막으로 개헌에 대해 강조했다.
    “촛불시민혁명에 의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촛불시민혁명에 담긴 뜻이 단순히 권력자를 박근혜에서 문재인으로 바꾸자는 것은 아니었다. 대한민국 미래를 내다보면서 새 틀을 짜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게 개헌이다. 우선 권력구조를 지금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극복할 수 있는 분권형으로 바꿔야 한다. 또한 현재의 중앙정부 중심에서 지방분권으로 바꿔야 한다. 개헌 못지않게 선거제도 개혁이 중요하다.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는 제도로 바꿔야 한다. 이번 국회에서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나를 포함한 국회의원과 정치권, 대통령은 역사적 죄인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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