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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조건 탓 집주인 고개 절레절레

그림의 떡 ‘LH 청년 전세임대주택’

  • 박홍빈|고려대 독어독문학과 4학년 wjddhrwoghd@naver.com

까다로운 조건 탓 집주인 고개 절레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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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들이 역정 내”

D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 전체 임대차계약 10건 중 1건이 전세고 나머진 월세다. LH전세는 그 1건에 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세 매물이 귀해 집주인 처지에선 내놓기만 하면 나가는 편이니 굳이 LH전세대출로 전세를 놓을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그렇다면 집주인들은 왜 LH전세대출을 기피하는 것일까. A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LH전세대출의 경우 임대인의 집에 대한 권리분석 절차가 복잡하고 기간이 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입주하려는 학생이 계약을 원해서 지정된 법무사에게 신청서류를 보내면 서류 확인에만 3~5일이 걸린다. 이때 해당 주택의 부채비율이 높거나 건축물대장에 문제가 있으면 대출이 거절된다. 대출이 승인돼 계약을 체결하고서도 실제 입주까지 한 달이 더 걸린다. LH공사가 집주인에게 전세보증금을 지불할 때까지 소요되는 시간이다. 이러니 집주인이 LH전세대출엔 고개를 흔들고 집을 세놓으려 하지 않는다.” 

개인 재산을 공개해야 하는 점도 임대인에게 부담이 된다고 한다. F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임대인이 건물 전체를 소유한 경우 다른 호수(戶數)의 보증금과 월세, 전세 정보도 LH대출 담당 법무사에게 제출해야 한다. 개인 재산 정보까지 꼬치꼬치 캐묻는 과정에 노년층 건물주들이 성가셔한다”고 말한다. 이 관계자는 “안 그래도 할머니들은 LH제도에 대해 이해도 잘 못 하시는데 이런 걸 왜 묻느냐며 역정 내시는 분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원룸 나왔다 해서 가보니

이윽고 “LH전세대출에 집을 세놓겠다는 원룸이 나왔다”는 연락이 G부동산중개업소에서 왔다. 중개인을 따라나섰다. 수요가 많은 안암역 쪽에는 아예 매물이 없고 고려대 정문 쪽에 있는 집이라고 했다. 막상 가보니,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은 반지하방이었다. 다른 방도 보여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고려대에서 도보로 30분이 걸리는 종암동의 이 방은 가파르게 깎인 절벽 바로 아래에 있었다. 조그만 창으로 빛 한 점 들어오지 않아 한낮인데도 어두컴컴했다. 군데군데 곰팡이가 피어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하나같이 집 상태가 안 좋은 이유에 대해 G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아무도 찾지 않아 세가 안 나가는 집을 LH전세대출로 내놓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반지하방도 진짜 오랫동안 비어 있었다. 심지어 집주인한테 ‘여기는 제습기 사주셔야 한다’고까지 말했다”고 전했다. 

서울시내 다른 지역에서도 LH전세대출은 찬밥 신세였다. 청량리역 부근에서 LH전세대출로 얻을 집을 알아봤는데, 구할 수 없었다. 며칠 뒤 집이 나왔다기에 큰 기대를 않고 가봤다. 

한 명이 간신히 지나다닐 골목을 지나니 두 평 남짓한 마당이 나왔다. “2층은 혼자 쓴다”며 너스레를 떠는 부동산 아줌마를 따라 좁디좁은 계단을 올랐다. 발을 헛디딜까봐 조심해야 했다. 올라가자마자 말문이 막혔다. 지저분함은 둘째치고 현관문이 없었다. 유리 미닫이문이 대용이었다. 화장실과 부엌은 함께 있었다. 싱크대 옆에 변기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LH엔 전세 안 놔”

종암동 대형병원 근처에 위치한 집은 괜찮았다. 10평 정도 크기에 2층이었다. 애매한 교통이 유일한 단점이었다. 집주인은 두 달 동안 집이 안 나가자 전세로 돌렸다고 한다. 그러나 집주인은 LH전세대출이라는 말을 듣고는 “LH엔 세를 놓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월세로 다시 돌렸다. 

칼 같은 보증금 반환도 임대인에게 부담이 된다고 한다. 대개 전셋집 임차인들은 임대인 사정에 따라 보증금 상환일을 유동적으로 조정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LH전세대출은 정해진 상환일에서 하루라도 늦으면 이자를 물어야 한다. 한번 LH전세대출에 집을 내준 집주인 중 다수는 두 번 다시 같은 계약을 하지 않으려 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LH전세대출은 생색내기 청년주거 대책으로 비치고 있다”고 말했다.

필자는 LH전세대출로 집 얻는 것을 결국 포기했다.

※ 이 기사는 고려대 재학생이 ‘고려대언론인교우회’의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신동아 201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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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빈|고려대 독어독문학과 4학년 wjddhrwogh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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