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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리포트

20대는 너무 많이 아프다

우울증, 위궤양, 대상포진, 디스크…

  • 조응형|고려대 철학과 4학년 bobocho@naver.com

20대는 너무 많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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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정신, 소화, 근·골격 계통 20대 질환자 급증
    ● 취업 스트레스, 격무, 나쁜 자세, 잘못된 식습관 주원인
#1 대학생 조모(23) 씨는 6월 감기 몸살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진료를 받고 나와 카운터에서 진료비를 내려다 의식을 잃었다. 기말고사 기간과 인턴 지원 기간이 겹쳐 과로한 것이 화근이었다. 수원에 사는 부모님이 쓰러진 조씨를 데리러 서울로 왔다. 대학병원에 입원한 조씨는 일주일간 절대 안정을 취하라는 의사의 권유를 받았다. 결국 그는 몇몇 과목의 기말고사를 치르지 못했다. 

#2 취업준비생 이모(여·25) 씨는 최근 위궤양 진단을 받았다. 계속된 불규칙한 식사와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하는 일이 잘 안 될 때마다 매운 음식을 먹는 습관이 병을 악화시켰다. 만성 위염을 지니고 있었지만 비용 문제로 정밀 검진은 받지 않았다. 젊으니 금방 나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3 대학생 유모(25) 씨는 학교 수업에서 심리 검사를 받다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전문 상담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부모에게 손을 벌렸다. 회당 10만 원이 넘는 상담 비용을 스스로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유씨의 부모는 “젊은 사람이 무슨 우울증이냐”며 비용을 대주지 않았다. 유씨는 부모 몰래 언니에게 돈을 빌려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

“평생 안고 갈 병 생겨”

20대가 너무 많이들 아프다. “돌도 씹어 먹을 나이”라는 옛말이 무색하게, 20대의 몸은 아픈 곳 투성이다. 윤소하 의원(정의당)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일부 근·골격계통, 소화계통, 정신계통 질환자 증가율은 20대에서 가장 높았다. 아플 이유는 많다. 경제·시간 여유가 없어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고, 학업 및 취업 준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대상포진은 중장년층 이상이 겪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 젊은 층에서 발병률이 크게 높아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대상포진으로 병원을 찾은 20~30대 환자 수는 12만7317명으로, 전체 대상포진 환자의 18.4%에 달한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약화로 인해 젊은 층도 대상포진에 걸리는 것 같다”고 설명한다. 



대학생 조모(여·23) 씨는 지난해 6월 대상포진 진단을 받았다. 조씨는 이로 인해 중국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포기했다. 덥고 습한 날씨가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말을 들어서다. 대상포진은 한번 발병하면 재발 가능성이 높다. 면역력이 약해질 때마다 바이러스가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조씨는 올해도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다 고열로 쓰러진 적이 있다. 그녀는 “평생 안고 갈 병이 생겼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비타민제를 먹고 있지만 피곤할 때면 수포가 올라올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적지 않은 20대가 소화계통 질환을 안고 산다. 최근 5년 새 궤양성 대장염 및 크론병 질환자는 41.3%, 위·식도 역류병 질환자는 20.6% 늘었다. 이모(여·25) 씨는 최근 위궤양 진단을 받았다. 대학 입학 초기 생긴 위염 증세를 참고 견디다 병을 키운 것이다. 그녀는 “젊으니까 금방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대는 끼니를 자주 거르거나 대충 때운다. 주된 이유는 돈 때문이다. 대학생들은 생활비가 부족하면 먼저 식비부터 줄인다. 못 먹어 생긴 불균형한 영양 섭취는 소화계통 질환을 유발한다. 위궤양에 걸린 이씨도 “편의점에서 식사를 때우는 일이 잦았다”고 말했다. 

소화계통 질환의 또 다른 원인은 스트레스다. 취업준비생 장모(27) 씨는 역류성 식도염과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앓고 있다. 각종 시험을 준비하고 실패하면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것이 병을 일으킨 것으로 장씨는 믿고 있다. 장씨는 수차례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매번 퇴원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재발했다. 담당의는 장씨에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완치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다. 장씨는 “늘 음식을 조심해야 한다. 조금만 기름진 것을 먹어도 바로 탈이 난다”고 말했다.

끼니 거르거나 대충 때워서

20대는 학업과 취업 준비로 오랜 시간 앉아서 공부한다. 여기에다 상당수는 나쁜 자세로 앉는다. 이에 따라 적지 않은 수의 20대는 중장년층에 주로 나타나는 디스크(추간판탈출증) 같은 각종 근·골격계통 질환을 겪고 있다. 지난 5년 사이 20대 경추 질환자와 척추 질환자는 각각 27.7%, 13% 증가했다.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윤모(27) 씨는 장기간 지속된 수험생활로 인해 허리 디스크에 걸렸다. 담당의는 꾸준히 운동하고 물리치료를 받으면 상태가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윤씨는 밥 먹을 시간도 쪼개가며 공부하는 상황이라 운동이나 물리치료를 받을 여유가 없다고 한다. 윤씨는 “병원에 가는 대신 그냥 쉬고 싶다. 시험에 합격하지 않는 한 악순환이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높은 업무 강도로 인해 질환이 발생하기도 한다. 성모(26) 씨는 올해 초 모 기업의 채용 연계형 인턴으로 활동하던 중 경추 디스크에 걸렸다. 매일 8시간 이상 컴퓨터 자판을 두드렸는데 3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극심한 팔 저림과 어깨 통증이 함께 찾아왔다고 한다. 정형외과에선 성씨에게 “더 이상 타자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 휴식이 필요하다”고 권유했다. 그러나 성씨는 쉴 수가 없었다. 성씨는 “체력이 약하다는 인상을 주면 채용이 안 될 것이다. ‘아파서 어떻게 하냐?’는 선배의 위로가 오히려 질책처럼 들렸다”고 말했다. 

상당수 20대가 정신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짐작되어왔다. 실제로 20대 정신질환자 증가 추세는 심각하다. 20대 공황장애(예고 없이 발생하는 심한 불안 발작 증세) 환자는 5년 사이 65% 늘었다. 20대 우울증 환자와 알코올중독 질환자도 같은 기간 각각 22.2%, 20.9% 증가했다. 

대학생 오모(23) 씨는 학과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느끼면서 발생한 불안 증세가 섭식장애로 이어졌다. 오씨는 불안 증세를 폭식으로 해소했고 이 폭식에 대한 자괴감으로 극단적으로 음식을 줄였다. 이런 불안과 폭식과 금식의 반복이 오씨의 정신과 몸을 피폐하게 했다.

“젊으니 건강할 거라 여겼는데”

정신 관련 질환에 대해선 적절한 치료가 부족한 편이라고 한다. 오씨는 “교내 심리 상담센터를 이용했지만 큰 효과를 느끼지 못했다. 행동요법 같은 실질적 해결책을 주기보단 내담자의 사연을 들어주는 수준에 그쳤다. 10회 무료 상담이 끝나면 정신과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소하 의원실의 안승운 정책비서관은 “건강검진기본법은 모든 국민이 국가건강검진을 받을 권리를 갖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20대는 젊으니 당연히 건강하다고 여겼는데 실제로 이들 중 상당수는 건강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사회가 이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고려대 재학생이 ‘고려대언론인교우회’의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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