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호

세태

‘차용증’을 뭐 하러 써?

홍종학 뺨치는 절세장인 백태

  • 입력2017-11-2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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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모·자녀 간 차용증? “국세청 의심 사기 좋아”

    • 월세 받아 자녀에게 현금다발 건네고 자녀 월급은 대부분 저축

    • 상속세 재원 마련? 父子간 생명보험 교차 가입으로 해결!

    • 상가건물 토지만 자녀에게 증여하는 ‘고단수’에 숨은 뜻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이른바 ‘쪼개기 증여’로 발목이 단단히 잡혔다. 홍 후보자의 장모는 2015년 서울 충무로에 소재한 34억 원대 상가건물의 지분 절반을 자신의 딸(홍 후보자의 아내), 외손녀(홍 후보자의 딸)에게 분산 증여했다. 이 증여로 홍 후보자의 아내와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던 홍 후보자의 딸은 상가 지분을 4분의 1씩(당시 공시가격 8억6500만 원) 보유하게 됐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증여세를 줄이려는 꼼수”라며 공세에 나섰다. 

    또 홍 후보자의 딸은 상가건물에 대한 증여세를 내기 위해 엄마에게 2억2000만 원을 빌린 뒤, 해당 상가건물 임대 수익으로 이 빚에 대한 이자를 갚아나가고 있다. 이 채무관계를 증명하기 위해 차용증도 썼다. 이에 대해 정치권과 언론은 “2억2000만 원에 대한 엄마와 딸 사이의 증여세를 피하려고 차용증을 작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홍 후보는 “건물 임대료를 받아 이자를 꼬박꼬박 내고 있어 법 위반은 없다”고 해명했다. 다만 딸의 임대료 계좌 공개는 거부했다. 

    상속과 증여는 많은 국민의 관심사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상속’ ‘증여’ ‘절세’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상속이 나을까요, 증여가 나을까요’ ‘사전증여재산으로 절세가 얼마나 가능한가요’ 등의 질문이 무수히 뜬다.


    11월 10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뉴시스]

    11월 10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뉴시스]

    공격적 조세회피… 불법은 아냐

     홍 후보자 가족은 일명 ‘세대생략 증여’를 활용했다. 조부모가 손주에게 재산을 증여하면 조부모→부모→손주로 재산이 이전되는 경우와 비교해 한 단계가 생략되기 때문에 증여세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 세대생략 증여로 홍 후보자 가족은 증여세율을 40%에서 30%로 낮췄고, 이 덕분에 최소 1억 원 이상 세금을 덜 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세대생략 증여로 취득세를 한 번 덜 낸 셈이라 취득세까지 고려하면 절세 효과는 더 커진다. 

    10월 31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조부모가 손주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것은 국세청 인터넷 홈페이지에 합법적 절세 방법으로 소개돼 있다”고 발언했고, 같은 날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홍 후보자 가족의 증여 방법은) ‘쪼개기 증여’가 아니라 국세청이 적극 장려하는 ‘분할 증여’”라고 두둔했다. 

    국세청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세금 절약 안내책자’에는 ‘재산을 취득할 때 한 사람에게 집중하지 말고 분산해라’ ‘남편 명의로만 재산을 등기할 게 아니라 부부 공동으로 하면 상속세 등에서 유리하다’ 등의 내용이 실려 있다. 이 책자에 실린 한 사례는 이렇다. ‘30억 자산가가 재산을 본인 명의로만 해놓으면 사망 시 1억5000만 원의 상속세를 내야 하지만, 본인 명의 20억 원, 아내 명의 10억 원으로 분산하면 상속세가 5000만 원으로 낮아진다.’ 이 책자 어디에도 미성년 자녀를 포함해 분할 증여함으로써 절세하는 방법에 대한 안내는 없다. 

    ‘쪼개기 증여’는 세무 전문가들이 고액 자산가에게 권장하는 절세 방법 중 하나다. 11월 3일 시민단체 한국납세자연맹은 ‘홍 후보 쪼개기 증여 논란에 대한 질의응답’ 자료를 통해 “납세자가 증여세 누진세율(10~50%) 적용을 낮추기 위해 활용하는 ‘쪼개기 증여’와 ‘세대생략 증여’는 합법적 방안”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홍 후보자 부인이 딸에게 2억2000만 원을 빌려주고 차용증을 작성한 것에 대해서는 “국세청 표현을 빌리자면 ‘공격적 조세회피’에 해당되는데, 현행 세법에서 조세회피 행위는 불법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조세회피란 비정상적인 과정을 통해 조세를 피하는 것을 말한다. 즉, 세법의 약점과 구멍을 이용해 세금을 덜 내는 것이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다만 부모와 자식 간에 차용증을 작성하는 것은 세무 전문가들이 대체로 권하지는 않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홍 후보자 딸처럼 미성년 자녀는 돈을 변제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은행 대출은 물론 상가를 담보로 한 세금 연부연납(5년 분할납부)을 신청할 수 없다. 결국 누군가가 증여세를 대납해야 한다. 

    증여로 소득세 아끼기

    상업용 부동산은 재산가액이 매우 높은 편이라 상속세는 물론이고 증여세 재원을 마련하는 것 또한 매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이에 정헌식(가명) 씨는 토지만 분할 증여하는 방안을 택했다. 상업용 부동산 중 건물은 자신이 그대로 보유하고, 토지는 자녀들에게 분할 증여해 증여세 및 상속세 재원을 마련해준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건물을 소유한 정씨가 임대차계약서상 임대차계약 당사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 경우 상속세를 계산할 때 임대보증금을 부채로 공제받을 수 있어 상속세를 절세할 수 있다. 또 최씨가 자녀들이 소유한 토지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 되기 때문에, 그 대가로 최씨는 자녀들에게 임차료를 매달 또는 보증금 형태로 지불해야 한다. 최씨는 “자녀들은 내게서 받은 토지 임차료로 증여세 및 상속세를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가 30억 원가량의 상가주택에 거주하는 60대 중반 오명훈(가명) 씨. 그는 5년 전 배우자와 사별한 뒤 홀로 지내오다 최근 재혼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오씨의 자녀들이 아버지의 재혼에 반대하고 나섰다. 새어머니가 상속인 지위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한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거나, 혼인신고 후 일부 재산만 새 아내에게 증여하면서 상속권리포기각서를 받는다. 혹은 자녀들에게 재산을 모두 증여한 후에 두 사람이 혼인신고를 한다. 

    그러나 오씨는 전혀 새로운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자신을 위탁자, 자녀들을 수탁자로 지정해 소유권을 이전하는 ‘민사신탁’ 절차를 밟은 것이다. 신탁이란 위탁자와 수탁자가 신임 관계를 맺고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특정 재산을 이전하거나 담보권을 설정해 신탁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행위를 하게 하는 법률관계다. 

    민사신탁을 하면 자녀들은 당장 취득세와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부동산 권리 양수인이 자신들이 돼, 자신들 명의로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한 뒤 등기해 관리할 수 있다. 오씨에게도 괜찮은 방법이다. 상가 월세 수익은 그대로 자신이 받아 노후 생활에 불편함이 없다. 

    오씨는 자신이 사망하면 자신의 부동산 지분이 자녀들에게 조금씩 나눠 상속되도록 수익자 연속 신탁을 설정했다. 이로써 재혼한 부인이 자신의 부동산 지분을 상속받는 것을 차단했다. 

    국내 중소기업 창업 1세대가 고령으로 접어들면서 가업 승계에 대한 관심 또한 높다. 가업승계란 가업을 영위하는 자가 가업의 계속적 존속을 위해 후계자에게 가업용 자산을 무상으로 승계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가업상속공제’다. 이는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계속해서 경영한 중소기업 등을 상속인에게 물려줄 경우, 최대 500억 원까지 가업상속재산가액을 공제함으로써 중소기업 등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한다. 


    가업승계 묘안은?

    그런데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전제조건이 있다.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상속인은 향후 10년간 가업을 이어가야 한다(사후관리요건). 그러지 않을 경우 거액의 상속세와 이자가 추징된다. 하지만 1년 앞도 예측할 수 없는 기업 환경 속에서 ‘10년 경영’을 확신하기가 쉽지 않다. 김형석 대표세무사는 “가업상속공제에 올인하지 말고, 일부는 일반 사업승계를 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만 가업상속공제를 받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일반 사업승계란 회사를 모회사와 자회사로 분할한 후 자녀가 모회사 주식만 가업상속공제로 승계받는 것이다. 나중에 혹시나 회사 경영이 악화되면 자녀는 자회사를 처분해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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