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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기차? 자율주행차? 차별화 성공한 名車가 각광받을 것”

김광철 마세라티 FMK 대표

  • 엄상현 기자|gangpen@donga.com

“전기차? 자율주행차? 차별화 성공한 名車가 각광받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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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연 판매 700대서 1300대로 껑충…기블리 판매율 60%
    ● “남다른 특별함, 독특한 멋 중시 여성 관심 높아져”
    ● “외환위기 당시 외화유출·과소비 주범 낙인 가장 힘들어”
    ● 일도 인생도 ‘교토삼굴(狡兔三窟)’ 자세로 미리 준비해야
    ● 자동차 시장 급변…“국내 자동차社 선두 주자 나설 좋은 기회”
최근 출시된 2018년식 뉴 기블리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광철 대표. [김성남 기자]

최근 출시된 2018년식 뉴 기블리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광철 대표. [김성남 기자]

이탈리아 슈퍼카 ‘마세라티’. 많은 이들이 갖기를 꿈꾸는 차다. 엔진에서 뿜어내는 우월한 배기음과 공기역학을 감안한 아름답고 환상적인 차체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스포츠세단의 전설이자 역사를 이어오는 모델 ‘그란투리스모(GT)’, 세기의 컨버터블 ‘그란카브리오(GC)’, 최고의 품격을 자랑하는 ‘콰트로포르테(QP)’까지 어느 하나 끌리지 않는 차가 없다. 

100년 넘는 역사를 이어온 기술력에 레이싱 DNA를 장착하고, 이탤리언 감성 가득한 디자인으로 다듬어진 세계적 명차들이니 그럴 수밖에 없을 법하다. 문제는 가격이다. 어지간해선 2억 원이 훌쩍 넘는다. 아무나 범접하기 어렵다. 말 그대로 꿈만 꿀 수밖에 없는 ‘드림카’인 셈. 

그런데 언젠가부터 ‘손에 넣을 수 있는’ 거리만큼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왔다. 2013년 출시된 ‘기블리’. 싼 가격은 아니지만, 1억 원대 초반 가격으로 구매 부담이 크게 낮아졌다. 덕분에 마세라티 전 차종을 다 합쳐 한 해 700대 정도이던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1300대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 가운데 기블리 판매 비율이 60%나 된다. 

2015년 공식 국내 수입사인 포르자모터스코리아(FMK)가 효성그룹에 편입된 것도 마세라티 판매량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효성그룹은 그동안 벤츠(더클래스 효성), 도요타(효성 토요타), 렉서스(더프리미엄 효성) 등 세계적인 명차를 수입·판매하며 오랫동안 경험을 쌓아왔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마세라티 역사상 최초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르반테가 출시되면서 판매 증가에 힘을 보탰다. 

국내 수입차 시장을 선점한 독일 및 일본차 브랜드와의 경쟁에 뒤늦게 뛰어들었는데도 이처럼 단기간에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준 마세라티. 그 중심에 수입자동차 업계 1세대인 김광철(60) FMK 대표가 있다. 



FMK가 효성그룹에 편입된 직후인 2015년 7월 부임한 김 대표는 26년간 수입자동차 업계를 섭렵해온 인물이다. 1991년 스웨덴 볼보자동차 세일즈를 시작으로 독일 BMW코리아 영업담당 부장, 저먼 모터스(BMW 제2딜러) 전무, 더클래스 효성(벤츠) 대표이사, 효성 토요타(렉서스)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온갖 세계적인 명차들을 직접 경험한 그에게 마세라티는 어떤 차일까? 

“보통 마세라티의 가치를 ‘이탤리언 감성’ ‘디자인’ ‘장인정신’ ‘레이싱 DNA’ 등의 단어로 표현하거든요. 독일계 차들은 기계적인 면과 기술적인 면에서 뛰어납니다. 그야말로 잘 완성되고 잘 짜인 기계처럼 느껴지죠. 그런데 마세라티는 거기에 예술적인 터치와 이탤리언 감성을 가미하면서 ‘도로 위의 예술품’이 된 거죠. 

‘도로 위의 예술품’

편리함이나 편안함을 중시하는 일본계 차와도 다른 개념의 차예요. 렉서스를 타다가 (대표이사로 부임하면서) 마세라티를 타니까 처음에는 조금 불편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정말 멋있는 차라는 걸 느꼈죠. 저는 콰트로포르테(최상위급 모델)를 타는데, 힘이 엄청나요. 500마력이 넘거든요. 다른 스포츠세단과는 차이가 크지요. 여기에 레이싱 DNA까지 가지고 있으니, 평소 스포츠카를 타는 기분으로 운전을 즐기고 있습니다.” 

직접 운전하시나요?
“평일에는 운전기사가 있습니다만 주말에는 주로 제가 직접 운전합니다.” 

승차감이나 편리함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를 상대로 마케팅을 하기에는 조금 어려울 것 같은데요. 
“저희는 기능이나 기술보다는 남과는 다른, 특별하고 독특한 멋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을 핵심 타깃으로 봅니다. 여성 중에도 스피드를 좋아하는 분이 많거든요. 그런 분들을 대상으로 시승시켜드리고 이탤리언 만찬을 대접하는 ‘스몰랠리’ 이벤트를 자주 하고 있어요. 반응이 좋습니다.” 

주 고객층 연령대가 어떻게 되나요?
“30대 후반부터 50대 초·중반까지 광범위한데, 요즘에는 여성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어요. 드라마 ‘도깨비’ 간접광고로 르반테가 ‘도깨비 차’로 알려진 게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얼마 전 모 방송 프로그램에 배우 김사랑이 출연했을 때 타고 다니는 차가 마세라티(콰트로포르테)라는 것이 알려진 것도 도움이 됐고요. 여성 고객은 주로 전문직 종사자가 많아요. 르반테는 패밀리카라서 가족과 함께 캠핑이나 글램핑 등 여가를 즐기는 분들이 선호합니다. 말이 SUV지 400마력 가깝기 때문에 굉장히 빠르고 날렵합니다. 덕분에 올해 르반테 판매 목표인 700대는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018 뉴 기블리 출시 새로운 ‘모멘텀’ 기대

이러한 르반테의 호조에도 마세라티의 가장 큰 효자는 역시 기블리다. 올해도 전체 판매량의 45%로 매출 신장에 큰 기여를 했다. 최근 출시된 2018년식 ‘뉴 기블리’는 더 업그레이드됐다. 후륜구동과 4륜구동 가솔린 모델에 디젤모델이 추가됐고, 디자인도 ‘그란루소’와 ‘그란스포츠’로 다양해졌다. 그만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것이다. 

그란루소 모델은 앞쪽 범퍼와 그릴을 크롬으로 마감해 세단의 고급스러움과 세련미를 한층 끌어올렸고, 그란스포츠 모델은 피아노 블랙으로 처리한 스포츠 전용 범퍼와 그릴을 장착해 역동성과 스포티함을 강조했다는 게 FMK 측의 설명이다. 김 대표도 뉴 기블리에 대한 기대가 크다. 

“풀 체인지(전면 교체)가 아니고 마이너 체인지(부분 교체)여서 론칭 행사를 크게 하지는 않았지만 이전 기블리보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기능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자동주행으로 달릴 때 앞 차와 가까워지면 자동으로 속도를 줄이는 ‘에이다스(ADAS· Advanced Driving Assistance System)’ 시스템을 도입하고, 매트릭스 LED헤드라이트를 새롭게 탑재해 조도가 떨어지는 것을 개선했어요. 또 ‘소프트 클로즈 도어(Soft Close Doors)’라고, 문이 덜 닫혔을 때 자동으로 닫히는 기능 등 많은 부분이 보완됐어요. 뉴 기블리 출시가 새로운 모멘텀이 돼 더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판매량이 많아지면 그만큼 고객을 위한 편의와 서비스도 강화돼야 할 것 같은데요.
“저희가 가장 먼저 설립한 게 ‘마세라티 아카데미’입니다. 여기서 정비사와 영업사원 모두 교육하고 있습니다. 기술교육과 함께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가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과 개념을 갖도록 서비스 교육을 하기 위해서죠. 정비서비스센터도 전국적으로 10곳이나 만들었습니다. 웬만한 대도시에는 다 있죠. 고객이 불편하지 않도록 판매량에 따라 서비스센터를 지속적으로 늘려갈 계획입니다.”

사실 수입차 소비자가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건 값비싼 부품과 수리비용일 겁니다. 다른 수입차 회사와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있나요?
“저희만 본사와 똑같이 품질보증기간 3년을 보장하는데, 여기에 ‘익스텐디드 워런티(extended warranty·품질보증 연장)’라고 해서 1년 또는 2년짜리 품질보증 프로그램을 상당히 할인된 가격으로 팔고 있습니다. 굉장히 저렴하게 수리를 받을 수 있는, 내세울 만한 프로그램입니다. 다른 수입차 회사들은 보험회사에 보증보험만 가입해 거의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희는 또 부품 값과 공임을 할인하는 서비스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어요. 곧 동계 캠페인이 개시되는데, 고객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행운의 아홉수 주기로 브랜드 바뀌어

경기 하나님시 스타필드하남에 마련된 르반떼 모바일 쇼룸. [FMK 제공]

경기 하나님시 스타필드하남에 마련된 르반떼 모바일 쇼룸. [FMK 제공]

김 대표가 마세라티를 국내시장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메르세데스 벤츠와 토요타에 이어 세 번째 성공이다. 이처럼 성공을 이어가는 비결은 뭘까? 

“영리한 토끼는 굴을 세 개 판다는 ‘교토삼굴’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게 항상 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일도 그렇지만 인생도 최소한 3년, 그리고 5년, 10년 단위로 계획을 세우고 길게 준비해야 한다고 봐요. 그러기 위해서 책을 많이 읽고, 신문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습득해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는 것이 중요해요.” 

김 대표가 1979년 처음 입사한 곳은 수입자동차 회사가 아니었다. 지금 쌍용자동차의 전신인 동아자동차였다. 

“하동한자동차라고, 6·25전쟁 끝난 후 드럼통을 펼쳐 버스를 만들면서 유명세를 떨친 회사입니다. 그 회사에서 3년 정도 일하다가 한진건설(현 한진중공업)로 옮겼죠. 한창 중동 건설 붐이 일었을 때인데, 저도 돈 좀 벌려고 들어갔어요. 필리핀 마닐라 주재원으로 갔는데, 거기서 공교롭게도 트럭이나 불도저 등 중장비 관리 일을 맡았어요. 거기서 만나 결혼한 아내가 한진그룹 일가여서 1991년 귀국하면서 볼보(수입사 한진건설)와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김 대표는 그러나 4년여 후 BMW코리아 설립 당시 공채에 지원해 영업담당 부장으로 BMW코리아에 합류했다. 당시 한국 나이로 39세였다. 이후 49세에 더클래스 효성 대표이사, 59세에 FMK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공교롭게도 39세, 49세, 59세 이렇게 10년마다 브랜드가 바뀌었어요. 남들은 아홉수가 좋으니 나쁘니 하는데, 저는 좋은 일만 계속된 것 같아요. 이제 69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기 위해 공부를 많이 하면서 준비하고 있어요.” 

평소 새로운 일을 좋아하는 편인가요?
“좀 진취적으로 생각하는 편이죠. 일본계 회사에서 일할 때는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한국어, 영어만 하는 것보다는 일본어까지 세 개 언어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얼마 전에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이탈리아어를 공부할 거니까 조심하라’고 얘기했습니다. 회의할 때 이탈리아어로 막 떠들면 무슨 말인지 몰라서 좀 답답하거든요.”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꼽는다면?
“외환위기 때인 것 같습니다. 수입자동차 업계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외화 유출과 과소비의 주범이라고 해서 욕을 무척 얻어먹었죠. 같이 일하던 동료들도 그때 업계를 많이 떠났습니다. 그리고 요즘 힘든 일이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아주 사소한 일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커질 수 있거든요.” 

이순신 장군의 삶이 ‘답’

▼평소 이순신 장군을 가장 존경하고, 그분의 전략을 경영철학이자 인생철학으로 세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대표이사라는 게 거의 매일 중요한 결정을 시의적절하고 바르게 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전쟁터에서 장수들이 목숨 걸고 싸울 때하고 똑같은 분위기가 연출되는 거죠. 저는 그걸 대표이사로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이 왜적들과 싸우러 나가기 위해 고뇌하고, 전장에선 앞장서서 목숨 걸고 싸우는 장면을 보면서 무척 공감했습니다. 어떤 상황이든 이순신 장군처럼 풀어가는 것이 답이라고 말이죠. 목숨까지 건다는 표현이 지나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걸고 일에 임하는 거죠. 이순신 장군의 필사즉생(必死卽生)의 전략처럼요. 또 이순신 장군은 자기 부하들을 아끼고 믿어주고 자신이 솔선수범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것들이 제 생각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서 존경하게 됐습니다.”

▼향후 국내 수입차 시장을 어떻게 전망합니까?
“작년에는 조금 후퇴했는데, 올해는 판매대수가 24만~25만 대로 재작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신차도 많이 나오고 마케팅 활동도 활발해지면서 30만 대까지 올라갈 것 같아요. 그 이후에는 일본처럼 정체 내지는 조금 하향 곡선을 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래 자동차시장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장악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수입차 업계에서도 대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전기차가 활성화되는 건 필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 충전에 300km 정도 가는 건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마세라티는 대중화된 브랜드가 아니에요. 1년에 4만 대에서 4만5000대 만드는 브랜드로서 굳이 그 시장에 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본사에서도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에 대해 준비하고 있지만, 개성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고객에게 포커스를 맞출 겁니다. 확실하게 차별화하면 오히려 마세라티 같은 명차들이 각광받는 시장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 대표는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이 국내 자동차 업계에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국내 자동차 기술이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봐요. 마세라티와는 분야가 다르겠지만, 지금보다 조금 더 투자하고 기술 개발에 힘쓰면 선두 주자로 나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세계적인 명차가 탄생하는 겁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교토삼굴’처럼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면서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고 있다는 김 대표. 은퇴 이후 어떤 삶을 꿈꾸고 있을까. 

“일본에는 노인대학이 많아요. 그곳에 다니면서 배우고 공부하고 싶어요. 그게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거든요. 골프도 좋아합니다. 가보고 싶은 골프장을 50개에서 100개 정해놓고 다녀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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