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호

김무성 수첩 파문&박 대통령 신년회견

“이준석, 실수로 음종환 ‘배후’ 발언 짜깁기한 듯”(黨관계자)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송국건 |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입력2015-01-16 15: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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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무성 수첩 파문&박 대통령 신년회견
    여권이 난리도 아니다. 지난 연말 폭발한 ‘정윤회 문건’,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항명 파동, ‘마이웨이’로 흐른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여기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수첩 파동까지….

    최신 이슈는 1월 12일 오후 발생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무성 대표의 수첩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수첩엔 “문건 파동의 배후는 K, Y. 내가 꼭 밝힌다. 두고 봐라.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K는 김 대표 본인, Y는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을 의미했다.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지난해 12월 18일 술자리에서 음종환 전 청와대 행정관이 자신에게 이같이 말했고, 올해 1월 6일 자신이 이를 김 대표에게 전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 전 위원이 전한 말을 메모해뒀다 12일 꺼내 본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음 전 행정관은 기자에게 “문건 파동의 배후가 김무성 대표, 유승민 의원이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위원을 만났을 때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전 행정관의 배후가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다. 조 전 비서관은 같은 대구 출신인 유 의원과 김 대표에게 줄을 대 국회의원 공천을 받으려 한다’고 말한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위원과 음 전 행정관 간에 진실 공방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다 거짓말이라니까”



    이날 술자리에 동석한 손수조 전 비대위원, 신용한 대통령직속청년위원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음 행정관이 ‘배후는 김무성·유승민’이라고 말한 것을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두 사람이 주로 대화해 일단 이 전 위원 외에 같은 말을 들은 사람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이 전 위원은 1월 14일 JTBC 인터뷰에서 음 전 행정관이 여자관계는 물론 쉽게 알 수 없는 회사 내부 문제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면서 자신의 뒤를 밟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또한 음 전 행정관이 “언제 내가 배후라고 했나, CCTV 구해 봐” “내 카카오톡에 네가 청탁한 게 있더라. 공개할까” 같은 메시지를 보내와 황당했다고 언론에 말하기도 했다. 이 전 위원이 밝힌 음 전 행정관의 메시지 내용과 이 전 위원의 발언을 근거로 여러 언론은 “음 전 행정관이 이 전 위원에게 협박성 문자를 보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이 전 위원의 이러한 추가 폭로가 보도되자 음 전 행정관은 청와대에 사표를 냈고 청와대는 그를 면직 처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대표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 건 사실인 만큼 김 대표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 없도록 사태를 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위원은 1월 15일 “음종환 행정관님 관련 내용 중 허위사실이 많다. 음 행정관님은 여성 이름을 거론한 적이 없으며 회사 이야기를 한 적도 없다. 사건 이후 음 행정관의 질문들을 협박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내용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에 대해 음 전 행정관은 기자에게 “이 전 위원은 내가 하지도 않은 말들을 만들어낸다. 심지어 자신이 전날 한 말조차 뒤집는다. 이 전 위원의 진술은 일관성이 없다”고 말했다.

    수첩에는 “문건 파동의 배후는 K, Y. 내가 꼭 밝힌다”라는 내용이 있다. 이에 대해 음 전 행정관은 자신이 “문건 파동의 배후는 내가 꼭 밝힌다”라는 취지의 말을 한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무성’ ‘유승민’은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음은 음 전 행정관과의 대화내용이다.

    “‘배후는 밝힌다’고 했다”

    ▼ 이준석 전 위원이 고의는 아니겠지만, 음 행정관의 발언을 짜깁기했다고 보나요.

    “제가 할 이야기가 더 뭐가 있겠어요. 다 거짓말이라니까.”

    ▼ 12월 18일 술자리에서 ‘배후는 내가 꼭 밝힌다’라는 말을 했나요.

    “네.”

    ▼ 김무성·유승민이 배후라는 걸 밝혀낼 거라는 뜻이….

    “‘박관천의 배후가 조응천이라는 걸 내가 밝혀낼 거다’ 이런 뜻으로 한 말이죠. ‘박관천이 했지만 조응천의 지시에 따라서 한 거다. 조응천이 배후다’ 이런 뜻.”

    ▼ 그 말이 사실이면, 이 전 위원은 맥락을 잘못 이해한 거네요.

    “12월 18일 상황을 잘 보세요. 박관천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날이에요. 박관천 뒤에 조응천이 있느냐 없느냐에 모든 게 걸린 상황이었어요. 모든 기자를 거꾸로 취재해봐요. 음종환이 당시 무슨 이야기하고 다녔는지. 정윤회 문건 사건 관련해 당시 ‘내가 반드시 조응천 잡겠다’ 이렇게 말하고 다녔어요. ‘조응천이 나쁜 놈이다. 조응천이 괴수다’라고 여러 사람에게 말했어요. 날 만난 춘추관 기자들은 다 그렇게 기억할 텐데 뭐. 이준석 전 위원에게 ‘배후는 내가 밝힌다’고 한 것도 같은 연장선에서 한 말이고.”

    ▼ 어제 이 전 위원에게 문자를 왜 보냈어요? CCTV 같은 거.

    “그것도 이 전 위원이 거짓말한 거니까. 나중에 보시면 알아요. 그가 한 말이 다 진실이 아냐. 오늘 페이스북 보세요. 자신이 인터뷰에서 떠들었던 것도 아니라고 주워 담잖아요. ‘여자 이야기, 협박, 그런 거 아닙니다’ 이러잖아요. 자신이 이야기해놓고 자신이 아니라고 하네, 참.”

    이와 관련해 여당 관계자는 “이 전 위원과 음 전 행정관의 말 중 누구의 말이 맞는지 속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음 전 행정관이 한 ‘김무성’ ‘유승민’ ‘조응천’ ‘문건’ ‘배후’ 같은 발언의 편린들이 이 전 위원의 머릿속에서 짜깁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전 위원은 자신이 들은 내용을 뒷받침할 음 전 행정관의 다른 발언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무성 수첩 파문&박 대통령 신년회견

    언론 카메라에 노출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수첩.

    “‘조응천이 유승민을 만났고 김무성에 줄을 대려한다’ ‘문건의 배후는 내가 밝힌다’ 음종환이 한 이 두 말을 술자리에서 주의 깊게 듣지 않으면 ‘문건의 배후는 김무성·유승민이고 배후는 내가 밝힌다’로 짜깁기해 받아들이기 십상이다. 문건의 배후가 김무성과 유승민이 되려면 조응천이 문건과 관련해 이들과 상의해야 한다. 그러나 이 전 위원의 말이나 음 전 행정관의 말을 들어보면 이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다. ‘조응천이 이들을 만났거나 만나려고 했다’는 발언 정도로는 이들이 문건의 배후가 되지 못한다. 결국 이 전 위원 말에 따르더라도, ‘문건의 배후는 김무성과 유승민’이라는 음 전 행정관의 발언 하나만 있지 왜 문건의 배후가 김무성과 유승민인지에 관한 음 전 행정관의 발언이 전혀 없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전 위원은 술자리에서 음 전 행정관과 방송 코멘트 문제로 언쟁을 벌이면서 배후 문제를 착각해 자의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술자리가 있던 12월 18일과 이 전 위원이 김 대표에게 이 발언을 알린 1월 6일 사이에 상당한 간격이 있다는 점도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기자에게 “그날 술자리에서 음 행정관이 ‘배후는 김무성·유승민’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20~30분 문건 관련 대화”

    ▼ 지난해 12월 18일 당시 대화 상황을 일문일답으로 설명한다면….

    “내가 ‘박관천이 나쁜 사람 아니냐’고 하자 음 행정관이 이 말을 받아서 ‘배후는 김무성·유승민이다. 배후를 내가 밝힌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조응천이 유승민 의원과 만났다거나 김무성 대표에 줄을 대려 한다는 말은 없었어요.”

    ▼ 당시 그 문건과 관련된 대화는 얼마나 했습니까.

    “20~30분.”

    ▼ 긴 시간이네요. ‘조응천’ 등 여러 단어가 나왔을 것 같은데, 이 전 위원의 기억 속에서 일부 단어들이 뒤섞여 음 행정관의 발언을 실제와 다르게 기억했을 가능성은 없나요.

    “처음 듣는 순간 철컥해서 한번 되물었던 거라…. 제 기억을 99% 믿어요.”

    ▼ 1월 14일의 발언을 번복하는 듯한 내용을 다음날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전날 발언 중 제가 하지 않은 말이 보도되기도 했고, 음 행정관과 카카오톡으로 주고받은 것이 아니라 만나서 이야기한 내용도 있고….”

    ▼ 음 행정관과의 인간관계는 끝나는 걸로 생각하나요? 그쪽은 이일로 직장도 관두고….

    “이렇게 진실공방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사실 지금 제일 만나고 싶은 사람이 음 선배예요.”

    ▼ 음 행정관의 발언을 김 대표가 참석한 모임에서 공개한 이유는.

    “음 행정관의 말이 황당하다고 생각했어요. 이후 청와대가 친박 의원들과 모임을 갖는 걸 보면서, 황당한 말이지만 한번 공식적으로 조사될 필요가 있다고 여겼죠.”

    “서로 완곡하게 한다면”

    ▼ 발언자의 실명을 모임에서 밝힐 필요가 있었나요.

    “저는 청와대라고만 했는데 모임 참석자 중 한명이 ‘음?’이라고 물어서 어쩔 수 없이 인정 하게 됐어요. 청와대에서 조용하게 조사를 진행할 줄 알았지 이렇게 언론에 공개될 줄은….”

    ▼ 음 행정관은 조응천 전 비서관의 배후가 김무성 대표가 아니라는 점을 뻔히 알 것인데, 왜 사실과 다른 말을 했을까요. 그런 말을 해서 음 행정관이 무엇을 얻죠?

    “아까 제가 잘못 들었을 가능성을 질문해 주셨는데, 저는 음 선배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잘못 말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아요.”

    ▼ 설령 속으로 ‘아, 내가 틀렸구나’라는 점을 알게 됐더라도 이젠 물러서지도 못할 상황 같네요.

    “사실관계를 다투는데 두 사람이 어떻게 진실을 증명할 수 있겠어요. 음 선배에게 ‘둘이 확전해서 뭐가 남겠나’라고 이야기했어요. 음 선배가 상처도 받으시고 그래서 제가 말은 못하지만. 우리 둘 다 자기가 99% 맞다고 확신할 겁니다. 제 처지에서 그러면 우리 서로 거기에 대해 완곡하게 할 수 있는지.”

    ▼ 완곡하게? 어떻게요?

    “음 선배는 ‘말실수 했을 수 있다’고 하고, 나는 ‘잘못 들었을 수 있다’고 하고. 그렇게 완곡화 한다면. 서로 가능성을 닫아놓으니 대화가 안 되는 거잖아요. 저는 다음날 적어놓은 게 있으니까 확신하긴 해요. 20일 뒤에 어떻게 기억? 이게 아니라 제대로 적어놨거든요.”

    새누리당의 다른 관계자도 “이 전 위원의 말은 믿기 어렵다. 아마 이 전 위원이 잘못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음종환은 친박 핵심인 권영세 주중대사, 이정현 의원 보좌관을 역임했고 2012년 대선 때 요직인 공보기획팀장을 맡았다. 국회시절부터 정보·전략·홍보 분야의 에이스로 통해 ‘문고리’ 세 비서관도 그를 신뢰했다. 검찰 등 사정기관 쪽과도 친하다. 조응천이 유승민을 만나기는 했으니 유승민은 배후로 볼 일말의 여지라도 있다.

    그러나 음종환이 언론에 한 말을 보면, 음종환 스스로도 조응천이 김무성을 만나지 못한 것을 잘 안다. 그런데도 왜 ‘김무성과 유승민이 문건의 배후’라는 ‘소설’을 이야기했을까. 음종환이 그런 헛소리를 하는 걸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서….”

    김무성 대표는 “하도 황당한 얘기가 돼서 메모했다. 그런데 너무 황당한 얘기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는데, 본회의장에서 다른 메모를 찾다가 그게 (카메라에) 찍힌 거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문고리’ 세 비서와는 불편한 관계다. 세 비서와 친한 음 전 행정관도 평소 곱게 비쳤을 리 없다. 그는 기자에게 “박 대통령과 나를 이간질하려는 세력이 청와대 안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문고리 3인방’이냐고 묻자 김 대표는 “그냥 ‘청와대 관계자’로 써달라”고 했었다.

    심지어 ‘음 전 행정관과 김 대표의 보좌진 중 일부가 사이가 굉장히 좋지 않았다’는 증언도 있다.

    먼저 일어난 사건이 왜 아래에?

    여권 관계자는 기자에게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김 대표의 보좌진 중 한 명이 음 전 행정관에게 ‘정말 이럴 수 있느냐. 두고 보겠다’는 취지로 거의 원수지간에게나 할 법한 메시지를 전달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 인사와 관련해 단단히 오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 대표 측 그 인사와 음 전 행정관이 다시 좋은 관계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대표 측과 음 전 행정관 간의 이런 관계로 볼 때 과연 수첩 내용이 우연히 언론에 노출됐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준석 전 위원에게서 음 전 행정관의 발언 내용을 들은 뒤 격노한 상태에서 김기춘 실장에게 확인을 요구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고 한다. 공개된 수첩 메모에도 “실장, 정치적으로 묘한 시기여서 만나거나 전화통화 어렵다. 시간이 지난 후 연락하겠다”고 적혀 있다.

    김 대표 자리는 카메라기자석과 가까운 본회의장 맨 뒤쪽이라 카메라에 쉽게 노출되는 곳이다. 수첩 내용이 잘 보이도록 비스듬히 들고 봤다는 게 연출설의 요지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연출설’에 무게를 뒀다. 황 평론가는 “김 대표가 겉으론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려 하지 않으면서도 언론을 적절히 활용해 긴장관계를 조성한다. 아주 고단수다”고 말했다.

    연출설과 관련해 김 대표 수첩에 서술된 글의 배열도 석연치 않다는 해석도 있다 ‘문건 파동의 배후는 K, Y. 내가 꼭 밝힌다’라는 표현이 수첩의 맨 하단에 쓰여 있었고 김 실장과 접촉한 결과를 담은 내용은 그 바로 위에 쓰여 있었다. 김 대표는 이 전 위원으로부터 배후 이야기를 듣고 난 뒤 한참이 지나 배후 발언과 관련해 항의 차원에서 김 실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당 관계자는 “보통사람은 수첩에 메모를 할 때 시간흐름에 따라 위에서부터 아래로 써내려간다. 즉, 먼저 일어난 사건은 상대적으로 수첩의 위에 위치한다. 김 실장 수첩에 서술된 글의 배열은 이런 상식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화가 난 김 대표가 의도적으로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수첩 메모가 찍히도록 연출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연출이 사실이라면 음종환을 타깃으로 삼아 청와대에 제대로 한 방 먹인 셈이다. 만약 음종환이 ‘배후 김무성·유승민’ 발언을 한 사실이 없고 김 대표가 수첩을 의도적으로 노출한 것이라면 음종환은 당 대표를 농락한 십상시 가해자가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가 된다. 그렇게 되면 ‘여권 내 음모의 정치’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다.

    제대로 한 방 먹인 셈?

    수첩 파동과 연동되는 일이기도 하지만, 여당은 지금 박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 발언을 놓고 속을 끓인다.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은 기자에게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보면 여론과는 완전히 거꾸로 갔다. 어떻게 여론이 쇄신을 요구하는 문고리 3인방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나. 지금이라도 여론에 맞는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김무성 대표 체제의 새누리당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신년 회견이 저렇게 나가면 당이 공식적으로 한마디해야 하는 거 아닌가. 3인방을 감싸고 들면 안 된다고 지적해야 하는 데 논평이 오히려 한발 더 나가서야 되겠는가. 아닌 건 아니라고 해야 한다.”

    김 대표의 핵심 측근인 권오을 새누리당 인재영입위원장은 “청와대가 국정을 제대로 이끌어가려면 여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과거처럼 청와대-여당을 상하관계로 규정하면 될 일도 안 되고 국정을 망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가장 못마땅하게 여기는 부분은 박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다. ‘정윤회 문건’이 검찰 수사 결과 ‘찌라시’ 수준으로 드러났다 해도, 최소한 청와대 안에서 문책 정도는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민심을 추스를 기회가 있었음에도 독선적인 메시지만 내보내 여론을 더 악화시켰다는 불만이 가득하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에게 박 대통령 기자회견 이후의 전반적인 당심(黨心)을 물었다. 김 수석대변인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반대 의견을 세게 낸다든지 강도 높은 쓴소리를 하는 목소리도 그다지 없다. 워낙 경제도 어렵고 대통령이 곤경에 처한 상황이니까, 대통령을 너무 코너에 모는 분위기는 아니다. 그럴 때도 아니라고 보더라.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당이 청와대를 잘 뒷받침해야겠다, 이런 분위기다. 물론 기자회견 자체가 국민의 전반적인 생각을 잘 반영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다.”

    소장파의 분위기는 격앙돼 있다. 새누리당 초·재선 쇄신파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 멤버들이 대표적이다. 아침소리 간사이자 대변인 노릇을 하는 하태경 의원은 “어느 정도 정리된 모임 멤버들의 목소리’라며 전화 인터뷰에 응했다.

    “50~60점”

    ▼ 대통령 기자회견은 100점 만점에 몇 점 정도일까요.

    “50~60점? 이해를 잘 못하시는 것 같아요. 본질은 대통령의 리더십이죠. (대통령이) 3인방만 찾아서 3인방이 문제가 되는 겁니다. 다른 참모나 장관들도 같이 찾고 그랬으면 3인방은 문제가 되지 않았겠죠. 그러나 대통령은 늘 ‘내가 자주 만나야 되겠습니까?’ 이런 식이잖아요.

    ▼ 시국에 대한 이해가 그렇기 때문에 해법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

    “해법은 ‘조직 개편을 하겠다’였죠. ‘비서실장도 급한 일 지나면 정리하겠다’ 이렇게 하시고. 포괄적인 방향은 그렇게 제시했는데 인식이 구체적이지 않으니까 해법이 잘 나오겠느냐 하는 의구심이 있는 거죠.”

    소장파 A 의원은 “정윤회 문건 파동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닫힌 리더십’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폐쇄적이니까 인사도 자꾸 비선에 의존하는 것 아니냐고 일침을 가했다.

    A 의원은 “대통령과 비서실장이 ‘불통 쌍두마차’”라고 했다. 그는 또 “김 실장이 대통령에게는 충성을 다하면서 청와대 참모진과는 호불호를 정해놓고 좋아하는 사람하고만 소통하는 거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김영한 전 수석이 정윤회 문건 파문에 대한 청와대 내부 감찰에서 소외되다 결국 불만이 폭발한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이 앞으로도 통치 스타일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하나같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B 의원은 “인적 쇄신에 앞서 대통령의 인식 쇄신이 제일 중요한데, 나이 60이 넘은 대통령이 잘 바뀔까 하는 의구심이 다들 있다”며 “차라리 대통령이 친박 핵심들을 청와대에 포진시켜 더 강력한 친정(親政) 체제를 구축하면 소통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를 정치로 봐야지”

    친이계인 C 의원은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너무나 답답하고 실망스러웠다”고 했다.

    ▼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잘못됐다고 봅니까.

    “우리는 법적으로 잘못이 없기 때문에 그냥 ‘고(GO)’ 한다? 이건 마이 웨이죠.”

    ▼ 당장 국민의 마음을 풀어줄 방법은 인적 쇄신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그걸 포함해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죠. 정윤회 문건 파문만 해도 법적으로 가릴 게 있고, 정치적으로 대응할 게 있어요. 지금은 법적인 대응을 한 거고, 정치적인 대응이란 건 인적 쇄신이라든지 다양한 소통 시스템을 만드는 일인데. 그렇게 하면 ‘우리 대통령이 좀 바뀌는구나, 소통의 길을 여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겠죠. 새로운 걸 보여줘야죠.”

    새누리당 당직자 D씨는 “기사에 이름이 들어가면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익명을 보장하자 그도 가득 쌓인 불만을 토로했다.

    “신년 기자회견을 보고 ‘대통령이 국민에게 항명했다’ 딱 이런 생각이 들더라. 어떻게 대통령이 이런 소리를 할 수 있을까. 이러다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명성을 다 갉아먹는 것 아닌가 싶다. 이런 측면에선 박지만이 처신을 참 잘 한 거지. 국민은 사람을 바꾸라고 한다. 거기에 대고 대통령이 무슨 잘못이 있느니 없느니 말하면 안 되는 거다. 누가 잘못이 있어서 바꾸라고 하나, 정치적 책임을 묻는 거지. 꼭 법적인 책임을 묻는 게 아니지 않나. 정치를 정치로 봐야지, 법으로 따지면 어떻게 하나.

    통치자는 가끔 뒤로 물러서줄 줄도 알아야 한다. 국민 다 보는 데에서 ‘바보 같은 일에 얽매이지 말라’고 꾸지람이나 하고. 이건 국민한테 하는 말이지. ‘니들 왜 찌라시에 현혹돼? 바보같이’ 이런 뜻이지. 동생(박지만)에게 할 거면 조용히 두 분이서 전화로 하던지. 그런 의미지.”

    정가 사정에 밝은 D씨는 정윤회 문건의 진위와 관련해 “비선의 국정농단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본다. 나도 몇 차례 보고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영한 전 수석의 항명 사태에 대해선 “방식은 잘못됐지만 김 전 수석의 처지에선 ‘잘못은 3인방이 했는데 3인방은 보호해주고 그보다 높은 우리는 (국회에) 나가라 그러고. 그 셋을 위해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웃기는 일이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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