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핑, 점심 메뉴, 배우자감, 진로…모르겠어!
- ‘정보의 홍수’ 빠져 스스로 결정 못해
- 실패 감싸줄 여유 없는 사회 분위기도 한몫
- ‘안 좋은 습관’에서 정신질환으로 악화
이윽고 황씨는 분홍색 립스틱을 골라 입술에 발랐다. 여느 고객들은 대개 손등에 바른다. 황씨가 입술에 바른 것은 색을 더 정확하게 보기 위해서다. 이어 한참동안 뚫어져라 거울을 봤다. 입술에 바른 립스틱 색이 전체 얼굴과 조화로운지, 자주 하는 화장 스타일과 어울리는지 ‘검토’를 거듭했다.
황씨는 원래 분홍색 립스틱을 사려고 했다. 그런데 진열대의 베이지색 립스틱과 오렌지색 립스틱도 눈에 들어왔다. 베이지색 립스틱을 집어 들었다. 새로 바를 립스틱의 색이 전에 발라놓은 색과 섞일까봐 솜으로 입술을 벅벅 문질렀다.
마찰열로 입술 부어올라
베이지색 립스틱을 바르고 거울을 보며 한참 살펴본 뒤 립스틱을 지웠다. 그러고는 오렌지색을 바르고 고민하다 지웠다. 결국 황씨는 이런 식으로 4개의 립스틱 색을 테스트했다. 마찰열로 입술이 부어오르고 따끔거릴 정도였다.
그 와중에 옆에 있던 점원이 “립스틱 두 개를 사시면 사은품을 드려요”라고 말했다. 이 말은 결정타였다. 황씨는 ‘멘붕’에 빠졌다. 4개 중에 하나를 살지 두 개를 살지, 어느 것을 살지 고민에 고민을 계속했다. 지친 점원은 다른 고객에게로 갔다. 황씨는 꽤 오랫동안 혼자 서서 계속 고민했고 결국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했다. 황씨는 “가끔 뭘 골라야 할지 몰라 미칠 지경이 된다. 내 선택장애가 심각한 수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모 대학에 다니는 김은규(20) 씨는 점심시간에 방황하는 일이 잦다. 김씨는 수업시간이 친구들과 달라 혼자 밥을 먹기도 하는데, 식당이 몰려 있는 학교 주변 골목을 걸으면서 끊임없이 메뉴를 고민한다. 그는 “수백 미터를 걸은 뒤에도 결정을 못하는 날이 태반이다. 고르는 데 보통 30분 이상 보낸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거리를 돌아다닐수록 선택지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늘어난다고 한다. 다른 고민을 할 필요가 없을 만큼 구미가 당기는 음식이 없기 때문이다. 막상 괜찮은 메뉴를 찾고 나면 더 싼 가격에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또 망설인다. 김씨는 비단 점심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 사소한 선택의 순간마다 바로 결정하지 못한다. ‘선택을 하고난 뒤 더 나은 것을 발견할 때의 후회’를 걱정해서 어느 것 하나도 고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아무래도 선택장애에 시달리는 것 같다”고 했다.
한 대학생이 물건을 살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
요즘 20대 사이에선 ‘선택장애’라는 말이 유행이다. 이들은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나 ‘선장(선택장애의 줄임말)’인가봐”, “너 선장이지?”라는 말을 곧잘 한다. 선택장애는 국어사전엔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느 한쪽을 고르지 못해 괴로워하는 심리’로 정의돼 있다. 일각에선 ‘결정장애’라고도 한다. 물론 모든 사람은 선택의 순간에 어느 정도 고민한다. 그러나 20대 중 상당수는 그 고민이 통상적으로 용인될 만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어 문제다. 이들은 사소한 선택에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너무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고, 너무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선택장애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면서 선택장애 해결에 도움을 준다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등장했다. ‘애스킹(Asking)’은 선택장애와 관련해 이용자들끼리 1대 1로 대화를 주고받게 한다. ‘폴릭(Pollic)’은 여러 선택지를 등록해 사람들이 투표할 수 있도록 한다. 투표 결과를 참고해 선택하라는 의미다. 이 앱에다 “나는 선택장애인가”라는 질문을 냈더니 두 시간 동안 투표에 참여한 32명 중 25명이 “선택장애”라고 답했다.
우리는 스스로를 선택장애라고 여기거나 사소한 선택의 문제로도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 20대 여러 명을 취재했다. 그 결과 20대는 주로 △정체성 결여 △책임감 부족 △정보의 홍수로 인해 선택장애에 빠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체성 결여나 책임감 부족과 관련해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정체성을 뚜렷하게 자각하지 못하면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상당수 젊은이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자신은 아무것도 결정하려 하지 않고 다른 친구가 알아서 결정해주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 선택에 따르는 책임을 감당하지 않으려고 선택 자체를 하지 않으려 한다.”
20대는 다른 어떤 연령대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즐겨 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종종 사람의 두뇌로는 제대로 처리하기 힘들 정도로 방대한 양의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의 홍수’다. 전문가들은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되다보면 사람은 어떤 것도 선택하기 힘든 무기력에 빠진다”고 말한다.
회사원 김수정(여·27) 씨의 사례는 정체성 결여가 선택장애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김씨는 “나 자신만의 의견으로는 어떤 일도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며 답답해했다. 김씨는 지난여름 원피스를 사러 백화점에 갔다. 각 층의 매장을 꼼꼼히 살폈고 마음에 드는 옷은 직접 입어봤다. 그때마다 확신이 들지 않아 내려놓았다. 같은 매장을 다시 찾고 또 찾는 일이 반복됐다.
이렇게 결정을 못 내린 것은 자기 의견보다 친구들의 의견을 더 중시했기 때문이다. 그는 옷을 입어볼 때마다 사진을 찍었다. 이어 스마트폰으로 SNS 대화방에 사진을 올려 친구들의 의견을 구했다. 친구들은 맵시 등을 따지며 다양한 의견을 올렸다. 의견은 서로 갈렸다. 김씨는 어느 의견을 따라야 할지 몰라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투표합시다!”
정체성이 뚜렷하게 서 있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의존하게 된다. 의견이 일치하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을 땐 결정을 못하고 깊은 고민에 빠진다. 물론 남들의 의견이 일치한다고 해서 그것이 당사자에게 최선의 선택을 보증해주는 것도 아니다.
서울 한 대학가에서 5년차 미용사로 일하는 김세진(30) 씨는 “젊은 손님들 중엔 자기 머리를 어떻게 자를지 결정하지 못하는 분이 많다”고 전했다.
“많은 20대 남녀 분들이 미용사에게 머리를 이러이러하게 잘라달라고 먼저 주문하지 않아요. 미용사로부터 스타일을 추천받고도 쉽게 결정하지 않죠. 거울 앞에 앉아 5분 이상 아무것도 안 하고 고심합니다. 5분이면 머리카락이 한 움큼 잘려나가는 시간이죠. 심지어 ‘어느 정도 스타일이 정해진 뒤 가운을 두른 상태에서 그대로 할지 번복할지를 다시 고민하는 손님’이 ‘그렇지 않은 손님’보다 6대 4 비율로 더 많아요.”
한인숙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줄 때 큰 주제뿐만 아니라 구체적 내용들까지 세세하게 지침을 준다. 이러한 세부 지침이 없으면 학생들이 혼란스러워한다”고 했다. “스스로 무엇인가를 선택해 창의적으로 구성하려 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선택에 따르는 책임을 감당하지 않으려고 선택을 회피하는 것과 관련해, 우리는 동아리 선후배들인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1학년 윤모(20) 씨, 숙명여대 국어국문학과 3학년 염모(여·22) 씨, 고려대 국어교육학과 2학년 차모(여·21) 씨가 카페에서 만나 대화하는 모습을 관찰했다.
이들은 카페에서 나와 어디에서 무엇을 할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 명이 “여의도”라고 말하자 다른 두 명이 “거기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다 다른 한 명이 “북서울 꿈의 숲”이라고 하자 다른 두 명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후 “하늘공원”이 나왔고 “뚝섬”이 나왔다. 이에 대해서도 “싫다”고 한 사람은 없었다.
이렇게 어떤 장소가 나오든 똑같이 “좋다”고 하니 한 장소로 결정이 되지 않았다. 결국 이들은 선택장애를 겪는 사람들을 위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투표를 했다. 이때도 자신이 무엇을 택했는지 먼저 드러나지 않도록 하려고 “하나, 둘, 셋”을 외치며 동시에 기표했다. 그렇게 해서 정해진 게 ‘하늘공원에서 자전거 타기’였다. 그들이 이 선택을 하는 데 1시간 반이 걸렸다.
떡볶이를 먹을지 돈가스를 먹을지 등 다른 선택을 위해 세 사람은 이날 총 7번의 투표를 했다. 윤씨는 “‘친구가 선택한 것을 따라가면 그 친구도 좋고 나도 좋다’고 생각한다. 세 명이 모두 이렇게 생각하니 결정이 잘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선택지가 ∞(무한대)”
대학생 이은빛(여·22) 씨는 남학생 두 명과 함께 최근 서울 종로 보신각 부근에서 저녁식사 메뉴를 정하다 1시간여를 허비했다고 한다. 결국 이들은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웠다. 이씨는 “일행 중 한 사람이 선택장애를 갖고 있으면 일행 전체가 제대로 결정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회사원 이혜림(28) 씨와 이지혜(27) 씨는 늘 사내식당에서 점심을 함께 먹는다고 한다. 이들은 “사내식당에선 메뉴를 선택할 권리가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편하다”고 했다.
정보의 홍수로 선택을 못 하는 것과 관련해, 상당수 20대는 “지금 선택의 고민은 ‘자장면이냐 짬뽕이냐’의 차원을 넘어선다. 선택지가 거의 ∞(무한대)로 펼쳐져 있다”고 말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된 검색 시스템 덕에 선택장애가 더 쉽게 일어난다고도 한다.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2학년 송모(여·22) 씨는 얼마 전 ‘무스탕 재킷’을 사기 위해 인터넷에 ‘무스탕’을 검색했다. 12만9053건의 목록이 떴다. 해당 포털 사이트의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기획전만 101건에 달했다. 기획전당 평균 30점의 제품이 소개돼 있었다. 다른 종류의 겨울 외투를 소개하는 기획전들도 연관돼 나타났다. 송씨는 “고가(高價)이다보니 결정하는 데 더 신중해졌다. 어마어마한 분량의 선택지에서 내게 가장 잘 맞는 단 하나의 겨울 외투를 고르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송씨는 마음에 드는 것들을 따로 정리해두는 ‘찜 목록’을 한 달 정도 이용했다. 그 목록에 수십 개 상품을 올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상품들엔 ‘구매 불가’라는 표시가 떴다. 너무 오래 고민하는 사이에 찜해둔 상품이 품절된 것이다. 결국 송씨는 겨울 외투를 구매하지 못했다. 그는 “인터넷 쇼핑이 매장보다 싸니까 자주 이용하는데 상품이 너무 많아 결정하기 힘들다. 검색 분량에 자주 압도된다”고 했다.
강용 한국심리상담센터 대표는 “선택장애를 콕 집어 상담하러 오는 20대는 별로 없지만 이들을 상담하다보면 선택장애라는 점이 자주 드러난다”고 전했다. 강 대표에 따르면, 사소한 일을 결정하지 못하는 20대는 그보다 훨씬 중요한 일인 배우자감이나 진로 선택도 스스로 하지 못한다.
강 대표가 치료한 선택장애 환자 중엔 초등학교 교사 A씨도 있었다. A씨는 진학 등 거의 모든 일을 부모의 결정에 의존해 살았다. 배우자를 고르는 일도 부모가 대신 해줬다. 강 대표는 “A씨와 같은 사람은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평생 아무것도 홀로 결정하지 못하는, 스트레스로 가득 찬 삶을 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홍익대 1학년 봉미정(21) 씨는 “동기들 대부분이 스스로 확신을 갖고 학과를 결정한 게 아니다보니 한 번씩 전과를 준비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고려대 2학년 허태훈(24) 씨는 “주변 친구들은 대체로 남이 정해놓은 표준적 기준에 따라 대학에 진학하고 직업을 선택하려 한다. 입시공부에만 몰입하다보니 자기 내면의 동기에 의해 선택하는 법을 모르는 것 같다. 스스로 진로를 결정하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선택장애를 호소하는 사람은 커피전문점에서 메뉴를 고르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잘못된 자녀교육이 주요인
결혼정보회사 ‘가연’의 홍보팀 관계자는 “결혼 적령기의 많은 분이 선택장애 또는 결정장애로 배우자를 결정하는 데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학력, 직업 같은 객관적 프로필뿐만 아니라 성향, 성격, 스타일, 이상형 등 만날 상대에 대한 다양한 항목의 정보를 요구한다. 다른 조건을 추가로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심한 선택장애는 일종의 ‘정신과 질병’으로 접근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선택장애가 의학적으론 ‘의존성 성격장애’와 ‘강박성 성격장애’로 규정된다고 본다. 흥미롭게도, 의사들은 선택장애 증세가 대개 부모의 잘못된 자녀교육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서혜희 강남성모병원 정신과 교수는 “의존성 성격장애는 부모의 과잉보호 속에서 자라 혼자 선택해본 경험이 별로 없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난다”고 말했다. 여기에 해당하는 이들은 사소한 결정을 내릴 때조차 부모나 애인, 권위 있는 어떤 사람의 허가나 지도를 구한다고 한다.
이어 서 교수는 “강박성 성격장애는 부모의 강압적 처벌 속에서 자라 잘못된 선택에 대한 두려움을 강박적으로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한다”고 했다. 여기에 해당하는 이들은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나 더 나은 선택이 있을 수 있다는 염려로 인해 자신의 선택권을 억제하며 극도로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인다.
어떤 사람들은 다소 가벼운 선택장애를 갖고 있을 것이고, 또 다른 사람들은 치료가 필요한 심각한 선택장애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선택장애는 ‘나쁜 습성 단계의 선택장애’, ‘질병 단계에 접어든 선택장애’로도 구분할 수 있다. 전자에 대해선 ‘선택불안’이라는 용어가 더 적합할지 모르겠다는 게 강용 대표의 말이다. 그는 “모든 선택에 불안감을 가지고 이런 불안이 주기적으로 끊임없이 반복되면 질병 단계의 선택장애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질병 단계의 선택장애에서 나타나는 다른 증상들에 대해 그는 아래와 같이 덧붙였다.
“초기, 중기, 말기로 구분됩니다. 초기엔 집중이 잘 안 되고 두통이 발생하죠. 중기엔 불면증이 나타나요. 말기엔 환청, 혼잣말을 하는 정신증이 찾아옵니다.”
김성지 한국심리상담학회 정신건강 상담전문가는 20대 선택장애의 상당부분은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20대가 선택과 관련된 심리적 갈등 문제로 자주 상담을 요청해온다”고 말했다. 이어 “취업, 진로, 경제적 독립 같은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아 20대는 굉장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무엇이든 선뜻 선택하지 못한다. 선택의 부작용이나 기회비용을 너무 따진다. 이러다 결국 선택장애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부딪쳐보자’ 안 통해
한인숙 교수도 20대가 결정에 어려움을 갖는 주된 원인을 개인보다는 사회와 문화에서 주로 찾는다. 이어지는 한 교수의 설명이다.
“교육제도도 그렇고, 전반적인 문화도 그렇고 지금 우리 사회는 오히려 과거보다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아요. 정해진 규칙에 잘 따르는 것만 모범적이라고 해요. 여기에다 취업난이 극심해 20대가 가용할 자본이나 시간도 별로 없어요. ‘일단 부딪쳐보자’가 안 통해요. 부딪쳤다가 잘못되면 치명상을 입으니까. 이런 분위기에서 20대는 스스로 고르는 것을 어색해하고 불안해합니다.”
김성지 상담전문가는 “20대의 선택장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철학자 레나타 살레츨은 단행본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에서 비용을 최소화하고 만족을 극대화하려는 ‘완벽한 선택으로의 집착’이 오히려 현대인을 ‘선택의 독재’에 예속시킨다고 말한다. 그의 말마따나 우리 사회는 20대에게 ‘완벽한 선택’을 강요하는 듯하다. 사회는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라는 광고 카피처럼 흘러가고 있다. 선택의 실패는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다. 실수와 시행착오는 이제 젊은이의 특권이 아니다. 우리 사회엔 그런 실수를 감싸줄 여유나 풍족함이 없다.
게다가 20대는 ‘스스로 선택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다. 과유불급.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너무 많은 정보를 쏟아내 오히려 선택을 방해한다. 그러니 치즈 한 조각을 고르는 것도, 직장을 고르는 것도 많은 젊은이에게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 이 기사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탐사기획보도’ 과목 수강생들이 박재영 교수의 지도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