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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미생에서 완생으로? 2015년판 노동의 새벽

“서류전형 60번 탈락 심리상담도 받아”

‘88만원 세대’ 구직 체험기

  • 강순태(가명)│2012년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서류전형 60번 탈락 심리상담도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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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전형 60번 탈락 심리상담도 받아”

지난해 열린 한 채용박람회에 구름 같은 인파가 몰렸다.

담당자는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인사과 차장이었다. 그는 전공 학과 때문에 회사에 지원할 수 없는 사람이 일할 수 있다고 악을 쓰는 모습이 귀여워 보였는지, 내 이력에 대해 조목조목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러곤 애정 어린 조언을 해줬다.

“창업을 한 것으로 보아 도전정신이 대단한 것 같네요. 그러나 기업에서는 ‘이 사람을 채용하면 또 창업하겠다고 나가버리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합니다. 그래서 창업은 기업 처지에서 그리 구미가 당기는 경력이 아닙니다. 입사한 뒤 힘들어도 버티고 안 나갈 사람을 뽑습니다. 자기소개서에 그런 점을 어필해야 합니다.”

그는 상담 후반부에 “정식으로 이력서를 메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덧붙여 “문과 출신 채용을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람회에 참여해 얻은 소기의 성과였다. 나는 그를 통해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비로소 알게 됐다. 이력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까지 듣게 됐으니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나는 그날 상담을 받은 다른 몇몇 기업에서도 추천을 받았고 실제 면접을 진행하기도 했다.

가을이 지나갈 때쯤, 나는 만족할 만한 어학 성적을 손에 쥐었다. 한국사 등과 관련한 자격증도 취득했다. 상시 채용하는 기업의 문을 쉴 새 없이 두드렸다. 몇몇 기업에선 면접을 볼 수 있었다.





여의도 카페로 ‘출근’

그 무렵 2년째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와 붙어 다녔다. 우리는 주로 여의도에 있는 카페에 ‘출근’해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기소개서를 썼고 면접을 준비했다. 여의도의 밤은 황홀했다. 으리으리한 건물들이 저마다 ‘미생’의 불빛을 뿜어냈다. 그걸 보며 ‘단 하루라도 좋으니 저기서 일하고 싶다!’고 속으로 몇 번이나 외쳤다. 또한 여의도 직장인들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나도 추레한 청바지 대신 멋진 양복을, 허름한 백팩 대신 반듯한 가죽 서류가방을 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같은 처지의 친구와 서로 의지하며 취업준비생의 겨울나기를 준비했다.

2014년 첫눈이 내릴 때쯤 나는 두 회사에서 서류전형 합격 전화를 받았다. 한 곳은 전에 했던 사업과 같은 분야의 외국계 A사였고, 다른 한 곳은 정말 가고 싶었던 외국계 B사였다.

A사는 전화 온 지 2주일 만에 최종면접을 볼 수 있었다. B사는 최종면접 여부를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면접을 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A사에서 ‘합격’ 통보가 왔다. ‘아~합격.’ 나는 뛸 듯이 기뻤다. 하지만 B사의 결과가 남아 있어 마냥 기뻐할 수만 없었다.

이어 일생일대의 고민에 빠졌다. A사에 가서 내가 잘하는 일을 할지, 이를 포기하고 B사 입사에 올인할지 말이다. 친구들은 한결같이 “A사에 ‘입사하겠다’고 말하고, B사 면접을 준비하라”고 했다. 그만큼 취업이 어려우니 들려주는 조언이었다. 나는 그렇게 하면 A사에 피해를 준다고 생각했다. 결국 A사에 전화해 입사 포기 의사를 전했다. 전화한 지 4시간쯤 지났을까. B사에서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B사 인사과입니다. 최종 면접 관련해 전화드렸는데요. ○일 ○시 괜찮으세요?”

최종 면접은 3일 뒤였다. 나는 B사를 위해 A사를 포기한 터라 B사 최종면접이 정말 절실했다. 어떻게 말해야 면접관이 나를 뽑아줄지 수천 번 고민했다. 3일 동안 모범 면접 답안을 찾아보는 대신 ‘나는 누구인가, 왜 B사에 입사해야 하는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 무엇이 단점인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따위의 속 깊은 문답을 나 자신과 나눴다. 면접 때 어떤 열정, 진정성을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대망의 최종면접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면접이 거의 끝나갈 무렵 면접관이 내게 물었다.

“면접 책을 보고, 취업 카페에 가서 면접 모범 답안을 외워 말씀드려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중간은 갈 테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다짐했습니다. 그냥 제가 어떤 사람인지만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면접에 대한 답변이 투박하진 않았는지 걱정되긴 합니다. 하지만 고민하면서 내린 자신 있는 결론은 하나입니다. 이 회사에 정말 간절하게 입사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B사의 인사담당자는 3일 뒤 최종 결과를 알려준다고 했다. 나는 3일 뒤에 있을지 모르는 ‘탈락의 충격’에 대비해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었다. 그렇게 통보 일이 다가왔다.

그날따라 아침부터 눈이 내렸다. 왠지 불안했다. 하늘과 땅을 덮은 하얀 눈은 마치 고은의 시 ‘눈길’의 눈만 같아서, 고통을 정화하는 듯싶었기 때문이다. ‘최종 탈락의 고통을 눈으로 덮으라는 뜻인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러다가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전화를 받고 싶다’고 생각했다. 대학 도서관을 찾아 책을 쌓아놓고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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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태(가명)│2012년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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