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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미생에서 완생으로? 2015년판 노동의 새벽

“정규-비정규 아닌 상시-임시 근로자로 접근해야” “정부·재계가 노조의 합리적 리더십 유도하라”

|대담| 경제학자-사회학자가 제시하는 ‘고용 불안’ 해법

  • 패널 : 김태기·이병훈 | 사회 : 강지남

“정규-비정규 아닌 상시-임시 근로자로 접근해야” “정부·재계가 노조의 합리적 리더십 유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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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 체계 바꿔야

김태기 크게 세 가지만 말씀드릴게요. 첫째, 우리 노동시장이 지나치게 고비용 저효율의 모순에 빠져 있습니다. 고학력자가 많다는 것은 투자를 많이 했다는 건데, 실제 활용도는 매우 떨어지죠. 대표적인 게 청년과 여성이에요. 또 인구구조 측면에서 은퇴하는 베이비부머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할 준비가 전혀 안 돼 있고요.

두 번째는 노동시장의 관행이나 제도 자체가 고용 불안을 더 자극합니다. 전형적인 문제가 급여 체계예요. 호봉제로 인해 생산성과 급여 간 괴리가 생기면서 근속연수가 길어질수록 고용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어요. 고용이 지속될 수 있는 급여 체계를 만들지 못하는 점이 모순입니다.

세 번째는 정부의 잘못인데, 고용·노동 정책이 대기업 및 제조업 중심으로 됐다는 점입니다. 제조업 비중은 20%가 안 됩니다. 서비스업이 70%고요. 전체 근로자 중 90%가 중소기업에 있고, 대기업에는 10%만 있어요. 그러니까 당연히 고용 관련 법제도가 근로자에게 별로 도움이 안 돼요. 보호 기능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요. 서비스업이나 중소기업에 필요한 인력 양성에도 도움이 안 되고요.

이 지점에서 일본 얘기를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과거 일본이 대기업 및 수출 중심으로 경제가 성장했다는 점에서 우리와 유사점이 많습니다. 최근 일본 위기를 고령화 탓이라고들 하는데, 제가 보기엔 노동구조 개혁에는 손대지 않고 재정 투입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한 것이 더 큰 원인이에요. 대규모 재정 투입으로 국가부채가 늘어 신용등급이 하락했고요. 이런 경제적 위기가 정치적으로는 아베 정권과 같은 민주주의 후퇴로 나타나고 있어요. 지금 일본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고 있습니다. 우리도 자꾸 재정에 의존하다보면 점점 수렁에 빠져 결국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해요.



사회 지금까지 말씀하신 위기의식이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배경이 아닌가 합니다. 노사정위는 3월까지 대타협을 이끌어내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재정의 유혹, 일본의 실패

이병훈 정부가 이미 자기 손에 답을 쥐고 있으면서 노사정위라는 형식을 통해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과거 정권에서도 사회적 동의나 지지가 없어 해프닝으로 끝난 경우가 많았고요. 노동시장 개혁은 절실합니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방식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우리나라 역대 정권의 개혁 방식은 늘 이랬습니다. 최고지도자만이 답을 갖고 있고, 나머지는 ‘무조건 쫓아와라’ 하는 게 우리의 현대사였습니다. 정부가 몰아간 사례 중 하나가 1998년 외환위기 때의 노사정 대타협이었고요. 이번에도 먼저 정부가 안을 만들었는데, 노사정위를 통해 합의 모양새를 갖추면 여론이든 국회에서든 일처리가 더 쉬울 거라고 본 것 같아요.

중소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 민주노총, 비정규직 등의 목소리까지 수렴하는 자리에서 개혁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합의를 발표하고, 구체적인 개혁과제가 논의됐다면 정말 국가사회적 차원의 개혁 드라이브라고 의미를 찾을 수 있을 텐데…. 과거 정부와 마찬가지로 현 정부도 청와대에서 오더가 떨어지면 기획재정부를 경유해 고용노동부 또는 노사정위가 움직이는 방식이에요. 따라서 ‘반쪼가리’ 사회적 합의다, 혹은 사회적 합의 따로 정책 따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김태기 저는 구조개혁 방식으로 노사정 합의가 가장 바람직하다는 데는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다고 봅니다. 다만 합의가 쉽지 않아요. 1998년 대타협 이후 노사정위가 열리기만 했지, 성과가 없었어요. 표면적인 이유야 노사정이 서로 신뢰가 부족하다는 것인데, 사실은 각자의 한계 때문이죠. 노동계는 권리는 주장해도 책임지기 싫거든요. 경영계는 대기업 입김하에 있기 때문에 대립적인 각도를 갖고 있고요.

정부도 문제예요. 정부가 둘로 갈라져 있어요. 경제부처는 ‘고용의 유연성’이라는 굉장히 단순한 논리를 내세우고, 고용부처는 국가 전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문제로 바라보고 ‘비정규직 문제’ 등 협상의 특정 의제 쪽으로만 관심이 있습니다. 따라서 청와대도 오락가락합니다. 노무현 정부의 집권 초반과 중후반의 정책이 다른 이유가, 초반에는 사회적 관점이었다고 하면 중후반에는 경제적 관점으로 가버렸거든요. 이런 면에서 이번 개혁도 쉽지 않다고 봐요.

하지만 저는 결국 정부가 이 합의를 끌고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경영계나 노동계, 누가 하겠습니까. 따라서 정부가 경영계와 노동계가 가진 불안을 해소해줘야 해요. 또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카드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 개혁에 자발적으로 동참할 만한 강력한 인센티브를 주는 거죠.

잘릴 것이냐, 2년 더 일할 것이냐

사회 무엇이 노사에 강력한 인센티브로 작동할 것이냐는 추후에 논하기로 하고요. 이번 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인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대해 짚어볼까요.

김태기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방향성에 대한 합의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자본주의 철학의 문제로까지 올라가는데요, 현시점에서 자본주의는 공유자본주의(Shared Capitalism)의 성격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협력과 공유가 이뤄져야 해요.

한국은 굉장히 좁은 땅에 인적 자원이 밀집한 나라입니다. 정부, 기업, 노동계가 네트워크를 촘촘하게 짜지 않으면 미국이나 중국, 일본의 등쌀을 배겨낼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제 지론이, 공유자본주의하의 고용 문제와 관련해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의 고용의 질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한국의 미래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쪽의 고용의 질을 개선한다는 방향 아래 대기업 노사의 과도한 기득권을 줄여야 합니다. 줄인 부분을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이 공유해야 하고요. 이와 같은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개혁을 지속할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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