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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性 해방구 ‘헌팅술집’

“저렴하게 술과 여자 즐겨”<남자손님>
“‘훈남’ 간택하는 재미 쏠쏠”<여자손님>

  • 김대웅 |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방의진 |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2학년 윤해연 |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3학년

性 해방구 ‘헌팅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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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역경도 극복하는데…”

정씨는 여성 손님 두 명이 있는 테이블로 갔다. “두 분이 오셨나봐요. 저희도 두 명인데 같이 노실래요?” 정씨의 말에, 몸에 달라붙는 니트 원피스를 입은 여자는 정씨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봤다. 여자는 “친구랑 얘기하러 왔어요. 죄송해요”라고 말했다. “친구랑 얘기하러 왔어요”는 헌팅술집의 여성 손님이 남성을 퇴짜 놓을 때 사용하는 ‘공식 멘트’라고 한다.

남자들은 끊임없이 여자 테이블로 가서 말을 걸었고 여자들은 깔깔거렸다. 한 남자가 거절당하자 곧바로 다른 남자가 와서 말을 걸었다. 헌팅주점이라는 명칭 그대로, 총성 없는 사냥터였고 본능이 지배하는 정글이었다.

정씨는 다른 여성 손님 테이블에 한참 앉아 있다 돌아왔다. 그는 “이번에도 퇴짜 맞았어요. 여자들이 계속 간만 보네. 술만 잔뜩 마셨어”라고 투덜거렸다. 한 여성이 다가오더니 남자 취재팀을 슬쩍 훑고 갔다. 이렇게 남자들은 대놓고 외모를 비교당한다. 정씨는 키득대며 “여자도 똑같아요. 사실은 걔들이 하룻밤 같이 놀 남자를 고르는 거죠. 당연히 더 잘생긴 놈, 더 재밌는 놈으로 고르려 하죠”라고 말했다.

다리에 깁스를 한 채 절뚝거리며 여자 손님 테이블로 향하는 남자가 눈에 띄었다. 정씨는 “저런 역경도 극복하는데…”라며 투지를 불태웠다. 얼마 뒤 정씨는 드디어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 손님 두 명을 우리 테이블로 데리고 왔다. 그는 위풍당당한 승자의 모습이었다.



네 명은 술잔을 자주 들이켰다. 시시한 대화로도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정씨는 간단한 게임을 주도하며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유도했다. 중간에 취재팀은 남자화장실에 갔다. 화장실은 손님들의 속마음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공론의 장’이다. 두 남자가 “내가 ‘빨간 치마’ 할 게, 넌 ‘가슴 큰 애’ 해”라며 파트너를 나누는 중이었다. 다른 두 남자는 여자들을 데리고 어디로 2차를 갈지 논의했다. 이들은 “오늘 홈런(모르는 여성과 모텔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 치자”고 했다. 군인이 벙커에서 작전을 짜듯 화장실에서 헌팅 계획을 짜는 것이다. 이곳에서 심모(25) 씨를 인터뷰했다.

▼ 헌팅술집에 자주 오나요.

“네. 새로운 여자 만나러. 여자 싫어하는 남자가 어디 있나요. 심심하다 싶으면 친구에게 연락해요. 딱히 친한 친구일 필요도 없고 쪽수만 맞으면 돼요.”

▼ 이곳에서 여성의 어떤 면을 주로 보나요.

“외모를 보고요. 일회성이 강한 만남이라 성격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 그럼 무엇이 중요한가요.

“성관계.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여자에겐 돈을 쓰지 않죠.”

새벽 2시쯤 정씨의 제의로 정씨와 취재팀, 여자 손님 두 사람은 헌팅술집을 나와 인근 술집으로 옮겼다. 이 술집엔 헌팅술집에서 짝을 맞춰 온 것으로 보이는 남녀 일행이 여럿 있었다. 한 시간 동안 여기서 술을 더 마셨다. 3시쯤 취재팀과 취재팀의 파트너는 각자 귀가했다. 다음 날 오전 취재팀은 정씨에게 전화해 3시 이후 정씨와 파트너의 동선에 대해 물었다. 정씨는 “3시 30분쯤 3차로 다른 술집에 들어가서 파트너와 소맥을 마셨다. 4시 50분쯤 그곳에서 나와 함께 모텔로 갔다. 이번에도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性 해방구 ‘헌팅술집’

헌팅술집 내부.

세면대 경쟁 치열한 여자화장실

헌팅술집엔 남성 손님만큼 여성 손님도 많이 찾는다. 남성 손님이 일회적 성관계를 주로 원한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상당수 여성 손님은 마음에 드는 남성 손님을 ‘간택’해 하룻밤 어울리는 데 재미를 느끼는 듯했다. 대단히 개방적인 성의식으로 비친다. 강남역 부근 헌팅주점 B를 찾은 여성 취재팀은 여성 손님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 여자화장실에 갔다.

여자화장실은 붐볐다. 변기보다 세면대 자리다툼이 더 치열했다. 상당수 여성이 세면대와 거울을 화장대로 이용한다. 외모는 헌팅술집 여성 손님이 가진 거의 유일한 무기이므로 수시로 화장을 고친다.

세면대를 차지하고 외모를 다듬는 여성들이 자리를 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뒤에 서 있는 여성들 중 일부는 하이힐을 동동 구르며 차례를 기다렸다. 몇몇은 열이 받는지 핸드백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이윽고 한 여성이 세면대 앞의 여성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저기요, 이제 좀 비켜주시죠?”

세면대의 여성은 짜증이 난 듯 눈을 치켜뜨고 뒤를 돌아봤다. 옆 친구가 만류하자 그녀는 세면대에 즐비하게 놓인 자신의 화장품들을 하나둘 챙겨 넣었다. 빈자리는 순식간에 다른 여성이 차지했다.

한 여성이 같이 온 친구에게 “나 오늘 어때?”라고 물었다. 여자화장실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었다. 외모에 대한 엄청난 집착이다. 마치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라는 동화 속 코멘트처럼 들린다. 헌팅술집은 남녀가 서로의 외모를 품평하고 사고파는 곳이다. 여자는 자신이 높은 값에 팔리기 원한다. 외모가 뛰어난 남자를 간택하려면 자기 외모도 일정 수준이 돼야 하는 것이다.

여자화장실에서 자주 들리는 다른 대화 소재 역시 상대 남자의 외모나 물질에 관한 것이었다. 한 여성은 립스틱을 다시 바르며 “그 남자, 나이 속인 거 같지 않아?”라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친구는 “정말 그런 것 같아. 같이 온 앤 군인인데 일반인인 척하는 것 같고…가발 썼나?”라고 맞장구쳤다. 다른 한 여성은 친구와 “그 남자 차 키 봤어?” “벤츠더라” “너, 어떻게 할래?” “그냥 따라가볼까?” 따위의 대화를 나눴다. 여자화장실에서 만난 이모(여·25) 씨를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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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웅 |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방의진 |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2학년 윤해연 |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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