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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희망이라도 있었지…” 저성장 세대의 우울한 항변

영화 ‘국제시장’과 세대갈등

  • 강유정 | 영화평론가, 강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noxkang@daum.net

“그땐 희망이라도 있었지…” 저성장 세대의 우울한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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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첫 1000만 영화 ‘국제시장’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 일부 평론가들의 비판적 평가에서 시작된 정치적 논쟁이 보수-진보 이념대결로 부풀려지고 세대갈등으로 비화했다.
  • 그런데 세대갈등의 본질은 ‘정치’가 아니라 ‘경제’다.
“그땐  희망이라도 있었지…” 저성장  세대의  우울한  항변

말다툼하다가 애국가가 울리자 벌떡 일어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덕수(황정민 분)와 영자(김윤진 분) 부부.

2015년 첫 번째 1000만 관객 돌파 영화가 탄생했다. 그것도 1월에 말이다. 지난해 12월 17일 개봉한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이다. ‘국제시장’은 개봉 15일 만에 500만을 넘겼고, 16일 만에 600만, 18일 만에 700만, 21일 만에 800만, 25일째 900만을 돌파했다.

이런 흥행 속도는 2013년 1월 개봉해 첫 1000만 영화가 된 ‘7번방의 선물’이나 2013년 12월 개봉한 ‘변호인’보다 더 빠르다. 윤제균 감독 개인으로서는 50도 안 된 나이에 1000만 관객을 두 번이나 동원한 진기록의 보유자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다른 작품은 2009년작 ‘해운대’). 평생 한 번도 가능할까 말까 한 대기록을 두 번이나 세웠으니, 이는 운 이상의 뛰어난 대중적 감각 덕분이라고 해야만 할 듯싶다.

분명 대한민국은 영화에 미쳐 있다. 2014년의 기록만 봐도 그렇다. 한 해 동안 100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한 영화가 무려 네 편이었다. ‘변호인’ ‘겨울왕국’에서 시작된 열풍은 ‘명량’을 거쳐 ‘인터스텔라’까지 이어졌다. ‘인터스텔라’의 대중적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국제시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우리나라 인구를 5000만으로 잡고 영화 관람 가능한 인구를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숫자다. 그도 그럴 것이 2014년 한 해 동안 영화를 본 관객이 2억 명을 넘었으니 단순 계산을 해봐도 한 사람당 영화를 네 편 보았다는 이야기이고, 석 달에 한 편은 봤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영화는 대한민국을 이야기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사상’이 됐다.

1000만 영화는 가족영화인 경우가 많다. 기존에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 대체로 그렇다. 12세 이상 관람가이거나 전체 관람가가 많다는 점도 그런 분석에 한몫한다. 1000만 영화라는 것은 국민영화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보았고, 입소문도 내고, 공감을 얻었다는 뜻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평론가와 대중의 온도 차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제시장’의 개봉 초기 이 영화가 화제가 됐던 방식 말이다. 영화 전문가들과 언론은 대체로 ‘국제시장’에 대해 “흥행은 할 것 같지만 그다지 훌륭한 영화는 아니다”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아버지 세대에 주는 위로 혹은 면죄부”(별 셋 : 이은선, ‘매거진M’), “산업화 시대의 정치적 반동성을 탈색한 채 부르는 헌창”(별 셋 : 황진미, ‘씨네21’)….

별점 통계를 내보면 대략 3점 정도로 수렴된다. 그렇게 나쁜 점수는 아니다. 하지만 20자평을 먼저 읽자면 이 영화는 별 두 개도 시원찮아 보인다. 거의 0점이거나 1점도 과분하게 보이는 데, 왜냐하면 정치적으로 거의 치명적이리만치 형편없다는 평가를 들었기 때문이다. ‘국제시장’에 대한 평론가와 대중의 온도 차가 극명하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온도 차는 평론가 허지웅 씨의 “정신승리” “토가 나온다” 발언으로 더욱 벌어졌고, 일부 종합편성채널이 허씨를 “좌파 평론가”라고 낙인찍으면서 심각한 정치적 논쟁으로 번졌다.

영화 개봉 초기 불거진 논란은 분명 사람들에게 직접 확인해보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 면이 있다. 노이즈 마케팅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어떤 점에서 ‘국제시장’은 대중적인 밀도가 높은 작품이기에 굳이 이런 논란이 없었어도 흥행에는 꽤 성공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도대체 이 영화의 어떤 부분이 정치적 논쟁을 일으켰느냐는 것이며, 그 정치적 논쟁이라는 것이 세대 간 논쟁과 어떤 차이가 있느냐는 점이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국제시장’이 과연 세대 간 논쟁과 세대 격차를 느끼게 할 만한 작품이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국 문제는 세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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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정 | 영화평론가, 강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noxka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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