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Interview

“미국은 달러 마구 찍는데 왜 우리만 시장에 환율 맡기나”

강만수 前 기획재정부 장관

  • 엄상현 기자 | gangpen@donga.com

“미국은 달러 마구 찍는데 왜 우리만 시장에 환율 맡기나”

2/4
“가치척도가 ‘상품’이 됐는데…”

“1997년 외환위기 때는 서민물가 안정을 위해 경상수지 적자를 선택했죠. 그러다 결국 국가 부도 직전까지 갔잖습니까. 우리나라 같은 소규모 개발경제에서는 물가보다 경상수지를 최우선으로 해야 합니다. 국가가 부도나면 물가고 뭐고 모든 것이 의미가 없어져요. 그렇기 때문에 2008년에는 물가를 희생하더라도 경상수지를 흑자로 만들고자 했던 겁니다. 그래도 물가를 낮추려고 유류세를 내리고 유가환급금(24만 원)도 지급했는데,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가까이 치솟으면서 상황이 무척 어려웠죠. 경제학자들은 물가가 5% 이상 오르자 그걸 근거로 실패했다고 그러고, 한국은행은 이런 상황을 대대적으로 발표했어요.”

▼ 당시 엄청난 비판이 쏟아졌는데 심경이 어땠습니까.

“40년 가까운 공직 경험과 야인생활 10년간 공부하면서 ‘이게 맞다. 이렇게 하면 위기를 안 당하고 한국의 위상도 달라질 거다’ 그렇게 정리한 걸 정책에 반영한 겁니다. 그것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대통령도 생각이 같았습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어떤 비난과 방해에도 밀고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죠. 이 대통령이 참 고마운 게, 그 많은 정책을 추진하는 데 한 번도 반대한 적이 없고 청와대의 다른 수석들이 반대할 때도 항상 나를 믿고 밀어준 거예요.

하지만 비판을 넘어선 비난이 인터넷을 도배했을 때는 인간적인 인내의 한계를 느꼈죠.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많이 들었고. 매일 새벽 교회에 나가 기도했죠. ‘하나님, 나의 이 길이 맞지 않다면 내가 돌아서게 하시고 맞다면 돌팔매를 맞더라도 앞으로 가도록 해달라’ 그렇게 기도했죠.”



▼ 환율 문제와 관련해 당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와 굉장히 많이 부딪쳤는데요. 두 사람의 생각이 너무 다르지 않았나요.

“중앙은행의 주 임무가 물가를 안정시키는 거잖아요, 환율이 올라가면 물가가 올라가니까. 그래서 한은은 환율 인상(평가절하)에 대해서 거부감이 많았죠. 한은에선 환율을 시장에 맡겨놔야 한다는 입장인데, 나는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시장환율제도’라는 것 자체가 성립이 불가능한 것이라고 봐요. 우리가 1달러 벌려고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립니까. 하지만 미국은 100달러짜리를 마구 찍어내는데, 그게 말이 됩니까.

더욱이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서 ‘상품’이 돼버렸어요. 상품의 가치척도가 상품이 돼버린 논리적 모순이 생긴 거죠. 2011년 1월, IMF가 창설(1945) 이후 처음으로 시장환율에 대해서 양보를 했어요. 외환이라는 교환과 가치의 척도가 상품이 되는 건 문제가 있고, 그래서 정부가 일정 정도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한 겁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정부가 통제하고, 미국 영국 일본만 해도 정부가 배후에 숨어서 환율시장에 개입하고 있죠. 다만 얼마나 개입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일본의 경우 얼마 전 막대한 엔화를 풀어서 환율이 엄청나게 올라갔잖아요.”

한은 총재 교체 반대한 이유

▼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가 어느 선까지 개입하는 게 적절하다고 봅니까.

“그건 정책당국에서 시장 상황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하는 것이지, 어떻게 해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말하기는 힘들죠. 다만 책에 쓴 것처럼, 과거 경험상 엔화와의 상대 환율이 1:10 정도로 유지될 필요가 있어요. 또 신흥국들의 환율이 올라갈 때 함께 올라가고, 떨어질 때 함께 떨어져야 위기를 피할 수 있을 겁니다.”

▼ 당시 이성태 한은 총재를 교체하는 것까지 검토됐는데 강 장관께서 반대했다고 하셨는데요.

“(이 총재는)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한 사람이다보니 새로 들어선 이명박 정부에 아무런 부채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새 정부 정책에 전면으로 맞서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총재 교체 이야기가 논의됐죠. 그런데 1997년 외환위기 때 IMF와 협의해서 지금의 중앙은행 감독체계로 개편할 때 내가 실무적인 역할을 했거든요. 한은에서 은행감독권을 떼어낸 당사자도 나이고. 한은 측에서는 나에 대한 거부감이 컸죠. 이런 상황에 총재를 교체하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면서 시끄러울 것이고…. 그때 언론도 주로 한은 편을 들었거든요. 그래서 한은 총재를 설득해가면서 일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반대했는데, 그때 한은 설득하는 게 참 어려웠죠.”

2/4
엄상현 기자 | gangpen@donga.com
목록 닫기

“미국은 달러 마구 찍는데 왜 우리만 시장에 환율 맡기나”

댓글 창 닫기

2022/07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