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호

총력특집 | 지방선거 대예측 |

부산, 디비졌다?

  • 입력2017-12-03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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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갈치시장 민심 역전”

    • “민주당 쾌재…문전성시”

    • 친문 독식?…수상한 ‘이호철 띄우기’

    • 1위 오거돈, 결국 못 나온다?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왼쪽),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왼쪽),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

    부산은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 이래 단 한 차례도 민주당이 승리하지 못한, 자유한국당(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의 아성이다. 부산시장은 한국당 후보가 20년이 넘도록 독식해왔다. 

    그러나 2016년 4월 20대 국회의원 총선과 올 5월 19대 대통령선거를 거치면서 부산의 정치 지형이 급변했다. 20대 총선에서 부산시내 18개 지역구 가운데 5개 지역구에서 새누리당의 아성이 무너졌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5·9 대선에서도 문재인 후보(38.7%)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32%)보다 득표율에서 앞섰다. 완벽한 역전이었다.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면 여권은 ‘자갈치시장(부산) 민심’을 이미 장악했다. 최근 부산지역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민주당 지지율의 절반, 심하게는 3분의 1에 그치고 있다. 여권에서 부산시장 후보로 누가 나오더라도 한국당 후보를 이기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을 정도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 출신 부산시장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지금 쾌재를 부르고 있다.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가 문전성시를 이룬다. 한국당도 이런 현상을 ‘액면 그대로’ 인정한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지지율 고공행진을 반기면서도 ‘몸조심’ 기류가 역력하다. 과거 총선이나 지방선거 경험으로 볼 때 부산 유권자들이 투표장에서 ‘우리가 남이가’라며 결심을 바꾼 사례가 적지 않았다. 지금도 무응답층이 많아 쉽사리 안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훌륭하지도 않은 홍준표”

    최인호 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당 지지도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계속 유지되고 있지 않으냐? ‘지방권력을 교체해 부산도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는 여론의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그러면서도 “지난 대선 당시 훌륭하지도 않은 홍준표 후보가 30%를 넘는 득표를 했다. 지방선거는 투표율이 대선보다 낮고 한국당 지지층의 결집력이 강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40%의 기본 득표를 예상할 수 있다. 우리가 자만해서 ‘누구를 내세워도 이긴다’는 느슨한 심리로 임한다면 대사를 그르칠 수 있다”고 경계했다. 



    배갑상 전 문재인 후보 부산선대위 본부장도 부산시장 선거 승리를 낙관한다. 

    “내년 지방선거까지 민주당의 정당지지율이 유지되겠느냐고 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헛발질을 하는 사람이 아니지 않으냐. 그때까지 국정지지율이 60%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연말연초 민심이 바뀔 가능성은 없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20년 동안 또박또박 상승했고 이렇게 꾸준한 추세로 상승한 지지율이 갑자기 뒤집힐 수는 없을 것이므로 이제는 역전이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민주당 지지율 고공행진은 ‘이니 효과(문재인 효과)’도 있지만 20년간 흘러온 추세에 기인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야권은 열세를 인정하면서도 ‘뒤집기’가 가능하다고 본다. 이헌승 한국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현재 부산 민심이 우리 당에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정당 지지도는 당분간 그런 수준에서 머물지 않겠느냐. 하지만 선거는 인물 구도로 흘러가기 때문에 좋은 후보만 내면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 결국은 박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용교 한국당 부산시당 조직부총장은 “지금 여론조사 결과는 큰 의미가 없다. 팽팽한 접전이 예상된다. 우리가 얼마나 개혁적 보수인사를 내세우느냐가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김대식 한국당 여의도연구원 원장은 “소상공인들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안보는 뒷전이고 일자리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국민이 균형을 맞춰줄 것이다. 누가 나오든 우리가 이긴다”고 자신했다. 

    부산시장 선거와 관련해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행보가 관심을 끈다. 최인호 시당위원장이 부산 정치권의 원내 교두보라면, 이 전 수석은 청와대의 누구와도 ‘말이 통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지금까지 한 차례도 선출직에 출마하지 않았고 본인도 손사래를 쳐왔다. 그런 이 전 수석의 부산시장 출마설이 최근 들어 부쩍 잦아지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도 이 전 수석의 출마여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심지어 여권 내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호철 등판론·대세론’

    이 전 수석의 의중은 뭘까. 최근 이 전 수석을 만난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모두 출마하자’는 입장이더라”라고 전했다. 최대한 많은 후보가 출마해 경선을 흥행시키고 여세를 몰아 부산 권력을 교체하자는 것이 이 전 수석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모두 나가 분위기를 띄운 후 될만한 사람을 밀어준다는 ‘붐업’론에 무게를 싣는 발언이다. 일각에서는 이 전 수석이 최근 여론조사 부산시장 적합도에서 1위를 달리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확실하게 띄우기 위해 ‘러닝메이트’ 역할을 자청한 것이란 분석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 전 수석의 측근인 배갑상 전 본부장이 전하는 분위기는 다르다. 배 전 본부장은 “그 부분은 오래전 정리된 얘기”라고 일축했다. 오히려 배 전 본부장은 이 전 수석 본인의 직접 출마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그는 “부산을 바꾸려면 우리 당부터 바꿔야 한다. 당을 전면적으로 개혁해 중도층의 표심을 잡으려면 이호철 전 수석이 시장후보군에 남아 있어야 한다”면서 이 전 수석을 설득하고 있다. 

    “민주당 후보로 누가 나서도 승리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로 이 전 수석 출마에 대한 당 내부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은 갖춰졌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불출마 입장 재확인으로 이 전 수석 쪽으로 친문재인계가 기울 것이다. 후보로 결정되면 인지도는 얼마든지 올릴 수 있는 만큼 본선 경쟁력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배 전 본부장은 “등판론은 끝났고 대세론으로 간다”고 말했다. 


    “친문끼리 다 해묵어라”

    5월 8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부산 서면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5월 8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부산 서면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여권 핵심부의 한 인사도 “이 전 수석은 노무현재단이나 노사모 모두를 꿰차고 있다. 이호철이 나간다고 결심하면 경선은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누가 감히 반대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수석의 부산시장 선거 출마는 “친문끼리 다 해묵어라”는 ‘친문 패권론’을 점화할 개연성이 높다. 이는 전체 지방선거 판도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래서인지 이 전 수석 측은 ‘로키’ 자세를 유지하는 것처럼 비친다. 대세론으로 몰아간 후 자연스럽게 출마를 선언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오거돈 전 장관은 2014년 부산시장 선거에 무소속(당시 민주당 김영춘 후보와 단일화)으로 출마해 서병수 현 시장에게 1.3% 남짓한 득표율 차이로 석패했다. 그 후 오 전 장관은 부산시장 후보군에 꾸준하게 이름을 올렸고 차기 부산시장 후보군 지지율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그가 부산시장이 될 수 있을지는 극히 불투명하다. 민주당 내에 우군이 없다는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그는 민주당에서 추대되거나 여권 핵심부의 지원을 받아야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경선을 통해선 후보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렇다고 이번에도 무소속으로 출마해서는 당선이 어려울 것이다. 

    “오거돈, 엉거주춤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왼쪽)가 서병수 부산시장과 함께 8월 27일 부산 해운대구 문화광장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이야기하고 있다.[박경모 동아일보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왼쪽)가 서병수 부산시장과 함께 8월 27일 부산 해운대구 문화광장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이야기하고 있다.[박경모 동아일보 기자]

    무엇보다 오 전 장관은 현재 민주당 소속이 아니다. 민주당에 입당하기도 쉽지 않다. 입당해 열심히 뛰고 있는데 당에서 다른 사람을 염두에 두면 난감해진다. 친문 진영에서 밀어준다면 모를까, 당내 세력이 전무한 오 전 장관 처지에선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이호철 전 수석이 출마하면 경선 무대에조차 오르지 못할 수도 있다. 오 전 장관이 입당을 미루는 것도 이 같은 이유로 보인다. 

    오 전 장관 측은 앞으로 계속 오 전 장관이 지지율 독주를 이어가면 여권이 오 전 장관을 영입해 추대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민주당이 특정인을 부산시장 후보로 추대한다면 모양새도 나쁘고 전체 지방선거 분위기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1948년생으로 내년이면 만 70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도 민주당에서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최인호 시당위원장은 “누구라도 당에 들어와서 뛸 의지가 있다면 환영한다. 오 전 장관 본인이 아직 결심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경선 자체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권 한 인사는 “오거돈의 행보가 엉거주춤하다. 우물쭈물하는 결단력 없는 모습을 계속 보이면, 경선도 경선이지만 본선에서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장 선거와 관련해 자유한국당도 내부가 순탄하진 않다. 친박근혜계와 대립각을 세우는 홍준표 당 대표는 서병수 시장과도 관계가 매끄럽지 않다. 홍 대표의 측근 인사들은 ‘서병수 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서 시장으로서는 신경 쓰이고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홍 대표의 한 측근은 홍-서 두 사람에 대해 “빙탄(氷炭·얼음과 숯) 관계다. 루비콘 강을 건너도 몇 번 건넜다”고 말한다. 두 사람은 절대 손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홍 대표의 다른 측근은 정반대로 전망한다. “홍 대표의 머릿 속에 서 시장이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부산시장 후보군 중에서 서 시장이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라면 당연히 서 시장으로 간다. 다만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한번 흔들어보는 것이다.” 

    서 시장 측은 홍 대표가 서 시장과 대립각을 세움으로써 오히려 서 시장의 존재감이 부각된 측면도 없지 않다고 본다. 서 시장은 홍 대표와의 관계를 일부러 악화시키지는 않겠지만 차후에는 정치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진다. 

    ‘빙탄관계’ 혹은 ‘뜬소문’

    한국당 한 관계자는 “홍 대표 처지에서 내년 지방선거 결과는 본인의 정치생명과도 직결된다. 자당 소속 현직 광역단체장에 대한 막가파식 공격은 지양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자 서 시장은 페이스북에서 “잔인한 징벌”이라며 홍 대표를 겨냥해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으나 홍 대표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홍 대표는 최근 행사장에서 “서 시장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뜬소문”이라 말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서병수는 오거돈을 꺾었고 현직 프리미엄까지 갖고 있다. 서병수를 능가하는 걸출한 인물이 나타나지 않는 한, 홍준표는 아무리 미워도 서병수를 쉽게 내치진 못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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