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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에이스는 아직 등판도 안 했다!

언론도 물먹은 文 정부 파격 인사, 왜?

  • 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진짜 에이스는 아직 등판도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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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정권실세도 몰랐다…김동연 강경화 홍남기 피우진 박성진
    ● 예상 밖 ‘캠·코·더’…유영민 김영록 김은경 김영주 노태강
    ● 靑, 비서실장부터 백원우까지 깜짝 인사 릴레이
    ● 빈약한 인재 풀에 거친 검증 한몫
    ● 노무현 정부 인사가 주변 사람 한 다리 건너 추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종교·역사관 논란으로 낙마한 박성진 포항공대 교수,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부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종교·역사관 논란으로 낙마한 박성진 포항공대 교수,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부터).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새 정권이 들어설 때쯤 되면 각 언론은 ‘000 정부의 파워엘리트’ ‘핵심 인맥, 핵심 브레인’ ‘000 대통령의 사람들’이란 특집기사를 통상적으로 다룬다. 또 새 정부를 이끌어갈 인물들을 한데 모아 단행본으로 발간하기도 한다. 대통령 당선인의 삶의 궤적, 정치활동, 대선 캠프 사람들을 보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까닭이다. 그리고 이후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정부와 청와대 요직 인사를 보면 언론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었다. 

지난 5·9 대선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을 때도 각 언론은 새로운 파워엘리트 그룹을 분석했다. 주로 문재인 대통령이 걸어온 길에서 함께했던 사람들을 찾아내는 고전적 방법을 썼다. 대선후보 경선과 대선 본선을 치른 캠프 참여자가 우선순위다. 여기에 정책 자문그룹, 현역 국회의원과 광역자치단체장, 전직 의원 및 당직자,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인 참여정부 인맥, 외부 영입 인사, 개인적으로 친분 있는 인물 등이 총망라됐다.

판판이 깨진 언론의 예측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청와대사진기자단]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러나 이번엔 각 언론의 예견 능력이 이전만 못했다. 언론 하마평에 오르지 않은 인물들이 요직에 속속 발탁되면서 정치부 기자들을 당황케 했다. 과거에도 정권 초기에 ‘깜짝 발탁’ 사례가 없지 않았지만 문재인 정부 6개월 동안에 유독 그런 인사가 많았다. 각 언론사에서 예측한 파워엘리트그룹 명단에는 프로필은커녕 아예 이름조차 나오지 않은 경우가 속출했다. 기자들은 청와대가 배포한 자료 밖에 있는 진짜 인사 배경을 파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물론 초기 인물 발탁의 기본 얼개는 과거 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선 정치와 선거를 함께 했던 사람들을 썼다. 이 때문에 ‘캠·코·더(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인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같은 캠코더라도 언론이 예상하지 못한 숨은 인물들이 요직에 줄줄이 기용된 점이 특징이다. 또 이 세 가지 기준과 전혀 관련 없는 인물들도 발탁됐다. 

내각의 경우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장관급)이 기자들의 수첩에 없던 의외의 인물이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지명됐다가 종교관, 역사관 논란으로 자진사퇴한 박성진 포항공대 교수에 대해선 정권의 핵심 인사들도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한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김은경 환경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도 넓은 범위에서 ‘캠코더’에 속하지만 언론이 ‘파워맨’이나 ‘파워우먼’으로 주목한 인물은 아니었다.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비롯해서 차관급에선 그런 사례가 더욱 많다. 

청와대는 파격 인사가 유독 많았다. 임종석 비서실장을 비롯해 대선 외곽조직인 ‘광흥창 팀’에서 활동한 참모들이 청와대를 접수하다시피 했지만 의외의 인물이 기용되거나 격에 맞지 않는 자리를 맡은 경우가 많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네이버 부사장을 지낸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대선 막바지에 선대위 SNS 공동본부장을 지냈지만 문 대통령과 별다른 인연은 없었다고 한다. 경북 상주 출신인 반장식 전 기획예산처 차관의 일자리수석 임명, 7급 공무원 공채 출신인 이정도 총무비서관 발탁도 예측하지 못한 인사였다. 

조현옥 인사수석, 홍장표 경제수석 등도 언론의 시선 밖이었다. 수석 밑의 비서관급이나 행정관급에선 넓게 보면 ‘캠코더’에 해당하지만 언론이나 정치권 시각에선 무명에 가까운 인물이 대거 발탁됐다. 노무현-문재인 직계로 꼽을 수 있는 참모들 사이사이에 외부에 잘 노출되지 않은 젊은 운동권 출신이 보충됐다.

‘참여정부+관피아+올드보이=협회장’

또 청와대에선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은 인사도 있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백원우 민정비서관이다. 차관급인 민정수석(조국) 산하에 있는 민정비서관은 1급이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민정비서관을 거쳐간 것처럼 통상적으로 검사 출신이 가는 자리다. 그 민정비서관에 전대협 연대사업국장을 지낸 재선 국회의원 출신이 간 것.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을 지낸 백 비서관은 2009년 노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죄하라, 어디서 분향을 하느냐”고 거칠게 소리친 인물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망이 속속 좁혀지자 “적폐청산 작업의 총괄 기획자가 백 비서관이 아니냐”는 말이 나도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사법부 고위직 인사에서도 언론의 허를 찌른 깜짝 발탁이 많았다. 김명수 대법원장, 박정화 대법관, 유남석 헌법재판관 등의 등용을 점친 언론은 많지 않았다. 춘천지방법원장에서 사법부 수장으로 직행한 김 대법원장 인선은 파격, 그 자체였다. 

최근 들어선 ‘노무현 정부+관피아+올드보이=협회장’이란 공식이 정치인들의 입도마에 자주 오른다. 잇따라 기용된 김영주 무역협회장(전 산업자원부 장관), 김효석 석유협회장(전 민주당 의원),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전 건설교통부 차관)이 입 도마에 오른 당사자들. 이들은 ‘캠코더’ 범주에 들긴 하지만 언론이 예측하지 못했다. 이 밖에도 전혀 뜻밖의 인물이 요직을 꿰찬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앞으로 있을 공공기관 임원 인사 등에서도 기상천외의 문재인 인맥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언론 검증, 청문회 무서워 고사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뉴스1]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뉴스1]

역대에 없는 깜짝 발탁 인사가 유독 문재인 정부에서 이토록 많은 이유는 뭘까. 우선 문재인 대통령이 가진 인재 풀의 한계를 들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정치인 출신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로 입성했고, 2012년과 올해 대선에 출마해서도 노무현의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0년 전에 마지막 임기를 마쳤다. 따라서 그때 정부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다시 중용하기엔 부담이 되는 부분이 많다. 대신 그들로부터 새로운 인물들을 소개받았을 수는 있다. 

두 번째는 요직을 제안받고도 고사한 인물이 적지 않은 걸로 알려진다. 10년 전보다 훨씬 강화된 언론의 검증과 국회 인사청문회의 벽 때문이다. 언론 환경은 종합편성채널의 등장으로 크게 변했다. 자칫 검증의 거미줄에 걸리면 국회 청문회에 서기도 전에 망신만 당하고 낙마하기 십상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7명의 고위급 인사 지명자가 임기도 시작해보기 전에 자진사퇴했다. 이 중 박성진 교수는 기자들의 취재수첩에 이름이 없었던 인물이다. 

실제로 청와대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를 물색하면서 처음엔 성공한 벤처기업인을 1순위로 꼽았지만 대부분 고사했다고 한다. 자신 소유의 벤처 주식을 백지신탁해야 한다는 부담이 가장 컸겠지만 언론 검증과 인사청문회에 대한 부담도 한몫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0명이 넘는 대상자에게 장관 자리를 타진한 끝에 박성진 전 후보자로부터 허락을 받았다. 박 전 후보자가 낙마한 이후로도 20여 명을 더 검증했는데 거의 다 본인이 고사했다. 검증 기준이 높아진 청문회에 대한 부담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홍종학 후보자 이전에 50명이 넘는 후보자가 있었던 셈인데, 그도 재산 증여 과정과 과거의 학벌사회 조장 발언 등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노무현 인맥 한 다리 건너

마지막으로는 위기 상황을 대비해 진짜 에이스는 예비자원으로 대기시키는 대신 언론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인물들을 정권 초반에 전진배치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가령 정부와 청와대 구성 과정에서 요직을 맡을 것으로 예상됐던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을 백의종군시킨 건 문재인 정부가 위험에 처했을 때 대체투입하기 위해서란 말이 여권 내부에서 들린다. 

또 문재인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갖는 내년 6월 지방선거 총동원령에 대비해 인적자원을 축적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양정철 전 비서관, 경기도지사 출마가 유력한 전해철 의원과 함께 ‘3철’로 불리는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부산시장 도전설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언론도 예측 못한 인물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 정부나 청와대로 입성했을까. 일단은 노무현 정부 때 활동한 인사들이 자신의 주변 사람을 추천한 경우가 가장 빈번한 걸로 알려진다. 

취임 초 파격 인사의 상징적인 인물이 된 김동연 경제부총리,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이정도 총무비서관은 ‘변양균 사단’의 멤버에 해당한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실력자였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책적 조언을 많이 한 인물이기도 하다. 변 전 실장은 2007년 9월 ‘신정아 스캔들’로 정책실장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직접 공직을 맡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기 사람들을 천거했다고 한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의 경우 문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으나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의 친동생이란 점에서 임명 당시 눈길을 끌었다. 

문재인 정부 사람들의 또 하나의 인물 공급처는 진보 성향 시민사회단체다. ‘유·시·민 정권(유명 대학, 시민사회단체, 민주당)’이란 조어가 생겼을 정도로 시민사회단체 멤버들의 약진이 두드려졌다. 청와대의 장하성 정책실장과 하승창 사회혁신수석, 내각의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은경 환경부 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그리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같은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하던 동료들을 정부나 청와대, 산하기관 등에 끌어주기를 한 흔적이 있다. 굳이 문 대통령에게 직접 소개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 옛 동지를 앉히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가령 사법부의 김명수 대법원장과 박정화 대법관, 유남석 헌법재판관은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멤버들이었다.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과 김 대법원장의 첫 법원행정처 인사 때 발탁된 김영훈 인사총괄심의관은 우리법연구회를 사실상 대체한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 경력이 있다.

‘유·시·민’+운동권이 끌어준 인사들

김 대법원장이 자신과 나이(58)는 같지만 사법연수원 한 기수 위인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사법부 블랙리스트 조사위원장에 지명했는데, 민 판사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어서 대표적인 끌어주기 인사라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 참모들의 경우는 과거 운동권 시절에 맺은 이런저런 인연으로 비서실에 입성한 사례가 많은 걸로 알려진다. 현재 청와대의 비서관, 행정관 중엔 각 대학의 학생회장 출신이 10명을 넘는다. 모 행정관은 대학 졸업 후 변변한 직장을 갖지 못하고 정치판 주변을 맴돌다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학생운동 시절 같은 서클에서 활동한 인사의 추천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고 한다. 

또 지난 대선 때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여러 갈래의 외곽조직을 운영했는데, 이곳에서 활동한 인물들도 청와대에 여러 명 들어갔다.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민주당 의원들이 자신의 보좌관이나 비서관을 청와대에 밀어 넣은 경우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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