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호

4차 산업혁명과 미래

뇌 해킹해 생각 도청… 인간에게 디도스 공격도 가능

뇌와 AI의 결합

  • 입력2017-12-1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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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파고의 등장과 함께 AI(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했다. 

    • AI 위협론에 맞서 인간 두뇌와 AI를 결합하는 시도가 시작됐다.

    • AI와 결합한 ‘슈퍼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 (DeepMind)’는 10월 19일 ‘바둑 지식 없이 바둑 숙달하기(Mastering the game of Go without human knowledge)’라는 제목의 논문을 학술지 ‘네이처’에 실었다. 이 논문에서 딥마인드는 알파고 차세대 버전인 ‘알파고 제로’를 선보였다. 독학으로 바둑을 학습하는 것이 알파고 제로의 특징이다. 더 놀라운 건, 알파고 제로가 3일 만의 독학으로 기존 알파고를 능가했다는 점이다. 알파고 제로는 인공지능 학습 알고리즘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발전함을 보여준다. 

    AI 시대는 미래가 아닌 현재의 일이다. 클라우드를 활용해 AI 기반 서비스가 보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클라우드 기술이 없다면 AI 확산은 어렵다. 알파고 제로와 같은 AI 구현을 위해서는 슈퍼컴퓨터가 필요하다. 슈퍼컴퓨터는 가격이 고가이기에 보통 사람이 구매하기 어려운 하드웨어다. 그러나 클라우드 기술 덕분에 고가 하드웨어 필요 없이 원격으로 AI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클라우드에 올라탄 AI

    9월 12일 구글은 AI 평등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이 또한 클라우드가 뒷받침하기에 가능한 얘기다. AI는 클라우드 센터에 두고, 클라우드에서 처리한 결과를 개별 기기로 서비스 받는 것이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장비, 시간, 공간 제약 없이 누구나 인공지능 서비스를 받는 게 AI 평등 시대다. 

    AI 스피커가 저가에 나오는 것도 클라우드 덕분이다. 음성인식과 정보처리를 클라우드에서 하므로 고가의 하드웨어가 필요 없다. 물론 애플은 개인 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시리(Siri)의 경우 클라우드가 아닌 해당 기기에서 처리하게 한다. 이 때문에 애플은 음성 AI 선두 주자였는데도 아마존과의 경쟁에서 밀렸다.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개발한 휴머노이드 ‘페퍼(Pepper)’도 클라우드가 있기에 보급이 가능했다. 페퍼의 두뇌는 IBM이 개발한 ‘왓슨(Watson)’이 담당한다. 왓슨 역시 알파고처럼 고도화한 AI다. 2011년 2월 미국 유명 퀴즈 프로그램에서 역대 우승자들을 압도적으로 이긴 이력을 가졌다. 왓슨은 법률, 병원, 투자, 보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왓슨을 구현하려면 슈퍼컴퓨터급 장비가 필요하다. 페퍼 기기에 직접 구현했다면 페퍼 가격은 수억 원에 달했을 것이다. 그러나 페퍼는 클라우드 방식으로 AI를 구현하기에 고가 장비가 필요 없다. 페퍼 가격은 2년 대여 기준으로 95만 원 정도다. 

    AI 확산은 인간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할 것이다.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으나 마냥 기쁜 일만은 아니다. AI가 인간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기기가 클라우드 센터의 AI에 통제를 받는다고 생각해보자. 이는 영화 ‘아이로봇’을 연상시킨다. 아이로봇에 등장하는 비키는 중앙센터에 위치한 AI다. 모든 로봇은 비키 통제 속에서 움직이고 비키는 스스로 학습한 결과에 따라 인간을 위협한다. 

    중앙 AI가 클라우드 방식으로 통제하는 기기가 늘어나고 있다. 아이로봇의 비키 같은 존재가 나타나지 않으리라고 보장할 수 없다. 더욱이 중앙 AI는 기기에서 일어나는 내용을 학습하면서 고도화한다. 예컨대 페퍼는 인식한 정보를 왓슨에 보내 왓슨의 AI 능력 향상에 기여한다. AI의 학습 범위가 사람 통제에서 벗어났다는 얘기다.

    일자리 위협에도 AI가 빠질 수 없다. 사람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갖춘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 전망이다. 영국 옥스퍼드대는 2013년에 702개 직업에서 앞으로 AI가 미칠 영향을 연구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43% 직업이 AI에 의해서 사라진다.

    “AI보다 더 큰 재앙…”

    EEG 방식으로 뇌파를 탐지하고 있다.[위키미디어]

    EEG 방식으로 뇌파를 탐지하고 있다.[위키미디어]

    뇌 전파를 해석할 수 있다면 이를 시스템이 이해할 수 있게 변환시킬 수 있어야 한다. 지난해 4월 플로리다 주립대에서 재미있는 드론 경주가 열렸다. 뇌 전파로 드론을 조종해 시합하는 경기가 열린 것이다. 뇌 전파를 탐지한 후 이를 해석하고 시스템 언어로 변환시켜 드론을 조종했다. 지난해 네덜란드에서는 루게릭병에 걸린 환자가 생각만으로 태블릿 PC에 간단한 단어를 적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렇듯 AI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AI와 사람 뇌를 공유하는 기술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현재 기술 발전 방향은 공유를 넘어 뇌가 시스템을 조종할 수 있는 범위까지 확대돼 발전하고 있다. 어쩌면 중앙센터에서 지배하고 있는 주인은 AI가 아니라, 이를 두뇌로 통제하는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슈퍼인간이 전 세계를 지배할지도 모를 일이다. 

    AI 위협 대응과 관련해 뇌와 AI 결합 제안은 훌륭한 생각이나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우선 사람의 생각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뇌 임플란트를 악용한다면 뇌에 접근해 충분히 생각을 왜곡시킬 수 있다. 사생활 침해 문제도 있다. 생각은 자유다.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런데 전파를 해석할 수 있게 되면 생각도 읽을 수 있게 된다. 생각까지 남에게 공유된다면 생각의 자유도 잃어버리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3월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스마트 TV를 몰래 해킹해 일반인을 도청한 적이 있다. 이러한 사건에 비춰볼 때 정보기관이 사람의 뇌를 해킹해 생각을 몰래 훔쳐볼 수 있다. 또한 해킹으로 사람의 목숨마저 위협할 수 있다. 영화 ‘공각기동대’를 보면 해킹으로 두뇌를 마비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일시적으로 많은 부하를 일으켜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디도스’ 공격이 사람에게도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간 존엄성’ 문제가 있다. 생각은 사람에게 특별한 것이다. 그런데 생각이 시스템적으로 변환될 수 있다는 사실은 사람을 큰 충격에 빠지게 할 것이다. 영혼에 대한 이론을 무너뜨리고 사람을 뇌에 의해서 움직이는 생물체로 전락하게 할 것이다. 

    동기는 좋지만, 인간과 인공지능의 결합은 AI보다 더 큰 재앙이 될지도 모른다. 뇌와 AI를 결합하는 기술에 대한 윤리적 고찰이 필요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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