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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원자력 분서갱유’ 걷어치워라”

  •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bjchung@khu.ac.kr

“문재인 정부는 ‘원자력 분서갱유’ 걷어치워라”

  • ● 전력수급·에너지계획 모두 무모
    ● 재생에너지·LNG, 원자력발전보다 몇 배 비싸
    ● 정책 고수하면 전력요금 약 3배↑
    ● 탈원전 인사들 원자력 유관기관에 임명
    ● 원전 대기업·협력업체들 곧 문 닫을 판
    ● 원자력 전공 학생들 대거 전과 희망
2017년 6월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사진기자단]

2017년 6월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사진기자단]

2017년 6월 19일. 탈원전 정책이 선포됐다. 정부, 유관기관, 전문가와의 소통이나 협의는 없었다. 단지 대선 공약이었다는 이유뿐이었다. 그것도 40년을 안전하게 운전하고 퇴역하는 고리1호기 영구정지식에서 이뤄진 일이다. 영광스러워야 할 고리 1호기 퇴역식을 원전산업의 장례식으로 만든 꼴이다.

신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하겠다는 발표에 원자력계는 저항했다. 이미 건설이 30%, 15%나 진행된 신고리 5·6호기와 신한울3·4호기 건설마저 중단한다는 방침에는 국민 상당수가 그 무모함을 꼬집었다. 각각 1조6000억 원과 7000억 원이 사라져버리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전력수급계획에 포함돼 건설 중인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도중에 중단한 적은 없었다. 경악할만한 일이었다.

원자력계, 정치권, 언론의 격렬한 반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정부는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재개 여부를 공론화에 부쳤다. 이 이슈만을 공론화위원회에서 논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었다. 공론화해야 한다면 탈원전 정책을 공론화했어야 했다. 슬그머니 탈원전 정책을 기정사실화하겠다는 꼼수를 읽지 못할 사람은 없었다. 일부 원자력계는 신고리 5·6호기라도 건지기 위해 공론화 토론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공론화위원장의 꼼수”

“문재인 정부는 ‘원자력 분서갱유’ 걷어치워라”
2017년 10월 20일 발표된 공론화 결과는 권고안이라는 포장이 덧씌워져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는 보여줬다.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표본이 추출됐다. 연령, 성별, 지역을 고려해 총 2만6명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재개를 원하는 응답이 9% 많았다. 원전을 유지 또는 확대하자는 의견도 축소하자는 의견보다 4.8% 많았다. 이것이 날것 그대로의 국민 의견이다.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신고리5·6호기의 건설 재개를 원하는 답이 중단해야 한다는 답보다 19% 더 많아지면서 결국 건설 공사는 재개됐다.


“문재인 정부는 ‘원자력 분서갱유’ 걷어치워라”
그러나 김지형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은 꼼수를 발휘했다. 총 4차례의 설문에서 원자력발전을 유지 또는 확대하자는 의견은 마지막 한번을 제외하고는 축소하자는 의견보다 많았다. 정작 김 위원장은 국무총리령에서 정한 공론화위원회의 범위를 넘어서서 ‘원전 비중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라’는 턱없는 권고안을 내놓았다.




“문재인 정부는 ‘원자력 분서갱유’ 걷어치워라”
또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재개될 경우 원전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며 사용 후 핵연료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라는 추가 권고안을 제시한다. 문제는 이 권고안이 시민참여단의 의견이 아니라 ‘사지선다’로 고르도록 한 4가지 중 3가지였다는 것이다. 사지선다였기 때문에 설문지를 만든 사람 의도대로 갈 수밖에 없었다. 4가지 답안 중 채택되지 않은 1가지는 탈원전정책을 지속하라는 것이었다.

불과 이틀 후 이 권고안은 에너지전환 로드맵이라는 이름으로 국무회의에 보고안건으로 상정돼 5분간 논의된다. 안건을 읽는 시간밖에 걸리지 않은 셈이다. 이 에너지전환 로드맵은 제8차 전력수급계획과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그대로 포함됐다. 제8차 전력수급계획은 제7차 전력수급계획에서 계획했던 원자력발전소와 석탄발전소 약 20기가와트(GW)를 제외하고 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린 것에 불과했다. 제8차 전력수급계획은 2017년 12월 27일 국회에 보고됐고, 28일 공청회를 거쳐 29일 금요일 오전 전력심의위원회를 통과해 확정됐다. 국회나 국민의 의견을 반영할 시간은 없었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도 무모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국가 최고의 에너지계획으로서 에너지원 간 균형을 도모해야 할 에너지기본계획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실천계획으로 추락했다. 정부는 민관합동기구의 권고안에 불과하며 정부안이 아니라고 하고 있으나, 조만간 조용할 때 슬그머니 계획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도 환경성도 충족 못 해”

“문재인 정부는 ‘원자력 분서갱유’ 걷어치워라”
에너지 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안정적 공급에 있다. 원자력, 석탄, 재생에너지 등은 안정적 공급을 위한 수단이다. 그런데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수단에 치우쳐 목적을 상실했다. 에너지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공급할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의 비중을 줄이고 늘릴 것인지에만 관심이 있다.

에너지 정책은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안정적 공급과 경제성, 환경성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 제조업 중심으로 전력 소비가 많은 우리나라가 전력의 경제성을 무시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다. 산업경쟁력과 수출경쟁력이 공히 약화될 게 불 보듯 뻔하다. 이는 경기와 일자리 창출 등 제반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기후온난화라는 범인류적 문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환경성 역시 포기하기 어려운 가치임은 물론이다.

에너지전환 정책은 석탄과 원전을 폐기하고 재생에너지와 LNG(천연가스) 발전을 늘려 전력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방법은 경제성과 환경성을 충족시키기 어렵다. 재생에너지와 LNG 발전은 원자력발전보다 몇 배 비싸다. 현 정부 정책대로라면 전력요금은 3배 정도 오를 것이다. LNG 발전은 석탄발전 못지않게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배출한다. 제8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원자력과 석탄이 줄고 이 자리를 LNG 발전이 대신한다. 재생에너지 공급목표는 11%에서 20%로 9%밖에 늘지 않았다. 결국 이 정부의 에너지전환계획은 LNG발전으로 전환을 도모하는 것이다.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원전이 18기가와트(GW) 빠진 것을 채우지 못하게 되자 정부는 경제성장률 관측치를 낮춰 잡음으로써 제7차 전력수급계획 대비 전력수요를 줄였다. 정부 측 발표 자료에는 2016년도 전력수요와 실적이 슬그머니 빠져 있다.

하지만 2016년 실적을 포함해 살펴보면 아래와 같이 2030년까지 부드럽게 연결되는 곡선이 나오지 않는다. 결국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수립한 지 불과 2개월 만인 2018년 2월에 최대수요를 초과했고, 6개월 후에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 지금까지 전력수요는 오히려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예측치를 따라가고 있는 실정이다.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발전원을 채택한다는 게 탈원전 정책의 배경이었다. 깨끗한 것은 환경부가, 안전한 것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판단할 일이다. 하위 법령도, 조직도 갖추지 못한 산업통상자원부가 판단할 일이 아니다. 인류 역사상 위험하다고 포기된 기술은 없다. 부작용이 많으면 이를 줄이고 작용을 키워 사용했지 포기한 적은 없다.

원자력과 석탄발전이 7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를 폐기하고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재생에너지를 키워 공백을 채우겠다는 발상은 구현될 수 없다. 발전단가가 원자력발전보다 3~4배 높은 재생에너지를 보급하겠다는 발상은 누군가에게는 이익이 되겠지만 국가에는 큰 손실로 돌아올 게 자명하다.

원자력산업은 원자력만의 산업이 아니다. 중공업, 부품, 건설이 총망라된 산업임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것은 자원 정책뿐만 아니라 산업 정책의 실패를 의미한다. 국가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꿔버리는 것은 가히 아마추어리즘이라 할 만하다. 잘못 만들어진 영화 한 편을 보고 중요한 정책결정을 내린 것은 경솔함과 천박함의 발로다. 원자력이라는 과학을 분서갱유(焚書坑儒)하려는 시도는 무식함의 발로다.


“정부가 공무원 영혼 갈아 끼워”

2017년 10월 20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지형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조사 결과를 전달받고 있다. [뉴스1]

2017년 10월 20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지형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조사 결과를 전달받고 있다. [뉴스1]

우리보다 잘사는 선진국도 원자력발전을 한다. 심지어 원전사고를 경험한 미국, 러시아, 일본도 모두 원자력발전을 한다. 그런데 원전을 수출할 기술력과 산업을 가진 나라가 원자력을 포기한다니 다른 나라에서는 이를 대체 어떻게 생각할까?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선언하고 원자력계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했다. 규제를 담당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위원장과 위원으로 탈원전을 외치는 인사를 임명했다. 원자력 유관기관의 이사와 감사로 탈핵 NGO 출신이 임명됐다. 이들이 과연 선관주의의무(善管注意義務)를 다해 기관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순리에 맞지 않는 정책은 자충수로 돌아온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활약으로 원전이용률이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원전의 값싼 전기 대신 비싼 LNG발전의 전기가 공급되자 흑자였던 한전이 적자로 돌아섰다. 에너지전환 정책을 시행하더라도 당분간 전기 값은 오르지 않는다던 정부 발표가 무색해졌다. 정부는 낮은 원전이용률이 안전문제 탓이고, 한전의 적자는 석유가격 인상 탓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정부의 해명은 원전이 감소하면 전기료는 오른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에너지전환 정책을 펴면 석유가격 인상 등 국제정세가 변할 때 전력요금의 안정성을 확보할 방법이 없다는 점을 자인하고 있다.

정부는 태양광발전소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민은 무리한 태양광발전소 보급이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 산림 훼손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수십 차례 빚어진 태양광과 ESS(전력저장장치) 화재사건은 이 시설이 기술적 보완이 필요한 불완전한 설비라는 점을 방증한다. 그럼에도 산업부는 환경부에 관련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규제 완화가 과연 친환경적인 태도인가?

미세먼지는 겨울 들어 삼한사미(三寒四微)라는 신조어가 나올 만큼 맹위를 떨치고 있다. 물론 그 원인은 발전 부문에만 전적으로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영향도 있고 공장이나 운송수단에 의한 영향도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보급이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효과적일 수 없다는 점도 드러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LNG 발전소라는 예비발전소 세트로 건설돼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LNG 발전소의 증설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공약이 곧 정책은 아니다. 정책화하는 과정에서 전문가 자문을 받고 현실적 상황을 인정하게 되면 바뀌는 게 정상이다. 공약이 정책과 동일하다면 이는 공무원이나 전문가 집단의 기능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다. 공무원이나 전문가가 영혼을 상실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이들의 영혼을 갈아 끼운 것이다.

정부의 해명 또한 부적절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탈핵, 탈원전, 에너지전환으로 정책의 이름이 바뀌고 있지만 포장만 바꾼 것일 뿐 내용이 동일하다. 전기 값도 오르지 않는다고 하더니 이젠 슬금슬금 올리려 하고 있다. 에너지전환 정책을 펼치면 전기요금이 얼마나 인상될지 정부는 아직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가 한창 진행 중일 때,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은 미국의 재생에너지 가격을 제시하고 그리드패리티(Grid Parity·화석연료 발전단가와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시기)를 달성한 사례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에서 적용되지 않는 사례였다. 또 정부는 대만이 국민투표를 통해 탈원전 법안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에 “우리는 대만과 다르다”는 해명을 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우리는 대만과 비교해 ‘더 나쁜 쪽’으로 다르다. 대만은 원전을 수입해 운영하는 국가다. 우리나라는 원전이 수출산업이다.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전기요금 문제의 본질도 왜곡돼 있다. 산업용 전기와 가정용 전기의 요금체계 문제가 아니다. 이미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은 수차례 올랐다. 산업용 전기가 더 싸지 않다. 문제의 본질은 고정된 전기요금체계다. 발전원이 바뀌면 전기요금이 달라진다는 것에 국민이 둔감한 게 더 큰 문제라는 얘기다.


“가격 후려치기”

2019년 1월 21일. 탈원전반대 범국민서명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2019년 1월 21일. 탈원전반대 범국민서명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권고보고서의 월권, 일방적인 에너지전환 로드맵 결정, 제8차 전력수급계획·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권고안이 전기사업법과 녹색성장기본법의 원칙을 우회해 임의 작성된 점 등 그간 자행된 절차적 불공정성은 국회가 꼭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정부는 국내의 탈원전 정책이 원전 수출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현실은 영국 원전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상실, 아랍에미리트(UAE) 장기관리계약(LTMA: Long Term Management Agreement)의 가격 후려치기로 되돌아오고 있다.

“원전은 안전하지도, 친환경적이지도 않다”며 탈원전 정책을 주장해온 대통령이 UAE를 방문해서는 ‘원전이 신의 축복’이라고 하고, 체코에 가서는 “한국 원전은 지난 40년 동안 단 한 번도 사고가 나지 않았다”며 우수성을 강조한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원전산업은 심각한 상황이다. 탈원전 정책의 직격탄을 맞은 두산중공업은 매출이 반토막 나 임원을 감원하고 조직을 절반으로 줄이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물량이 소진되는 내후년이면 두산중공업의 원자력사업은 문을 닫아야 한다.

한국형 원전 APR 1400형 관련 협력업체가 많은 창원 상공회의소 한철수 소장은 청와대 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해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원전산업이 탈원전으로 고사 위기에 빠져 있다”고 호소하면서 신한울 3·4호기라도 살려 기업이 변신할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신한울 3·4호기는 신고리 5·6호기와 마찬가지로 건설이 진행되고 있던 원전이다. 부지 매입이 대부분 끝났고 2017년 2월 산업부로부터 사업허가를 받았다. 한전기술주식회사와는 종합설계계약을 맺는 등 약 1500억 원을 쏟아부었다. 두산중공업은 이미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주요 기기 제작에 착수한 상태다. 건설 중단에 따른 배상액은 4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울진지역의 군민, 재경군민회장, 군의원, 군수, 지역 국회의원은 일주일 동안 산업부와 청와대에서 시위를 벌이면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요청했다. 산업부는 직급을 맞춘다는 이유로 하위직 공무원을 내세워 울진군민에 대응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에서 나타난 민심은 애초부터 탈원전이 아니었다. 또 기왕 건설을 추진하던 원전은 건설을 계속하라는 것이 민심이었다. 지금 정부는 이 민심을 외면하고 있다. 공론화 과정에서 어떤 탈핵 찬성 인사는 “전기가 지역 주민의 눈물을 타고 흐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이 지역 주민을 더 울게 만든다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원자력을 전공하던 대학생들은 대거 전과를 희망하고 있다. 일부 학생은 기다리다 못해 이미 진로를 수정했다. 이들의 뒤바뀐 운명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이러자 최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개를 언급했다. 청와대의 해명에도 송 의원은 재차 공론화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잘못 끼운 첫 단추”

지난 1년 반 동안 우리는 탈원전 정책의 오류를 충분히 경험했다. 원전을 포기하는 것이 결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전기요금이 적어도 3배 올라야 하는 것도 인지하게 됐다. 재생에너지 뒤에 가려진 LNG 발전소를 볼 수 있게 됐다. 재생에너지와 전력저장장치가 당장 보급되기에는 아직 기술과 경제성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함을 알게 됐다. 재생에너지의 확대보급 정책이 국내 재생에너지 부문의 기술 발전과 산업발전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중국산 저가 태양광 패널 수입 설치로 이어지며 되레 재생에너지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는 사실도 파악하게 됐다.

원전부품 공급망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원전 수출경쟁력도 약화되고 있다. 학생은 원자력 전공을 기피하고 있다. 계획, 건설, 운전, 해체 그리고 방사성폐기물처리까지 이어지는 잘 조직된 백년 사업을 섣불리 건드렸다. 계속운전을 하지 않고 해체와 방사성폐기물처리에 필요한 재원을 만들 수 있는지, 기존 시설의 안전한 운전을 담보하기 위한 기술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 등 잘못 끼워진 첫 단추로 인한 부작용을 가늠도 못하고 있다.

설사 청와대에서 탈원전이 금기어라 하더라도 누군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대통령이 국정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참모와 관료의 역할이다. 지금까지 본 것만으로도 다음 대선에서 탈원전 정책을 주장할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제 탈원전이라는 이념적 탁상공론을 걷어찰 때다.


탈원전 정책을 주장하다가 현 정부에서 원자력 유관기관에 임명된 인사들

1. 김해창(부산 경성대학 교수) 한수원 사외이사
2. 서토덕(환경운동연합) 한국 원자력연구원 감사
3. 석광훈(녹색연합) 한국안전기술원 감사
4. 김영희(탈핵법률가 모임, 해바라기 변호사) 원자력안전재단 감사
5.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대표) 원자력안전재단 이사
6. 윤순진(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비상임) 이사장
7. 박진희(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장)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감사
8. 윤기돈(녹색연합 사무처장)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상임이사
9. 김혜애(녹색연합) 청와대 기후환경비서관
10. 강정민(공론화 탈핵대표) 원자력안전위원장 (사퇴)
11. 김혜정(환경운동연합) 원자력안전위원,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
12. 김호철(월성1호기 계속운전 취소소송 대표변호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13. 하정구(월성1호기 계속운전 취소소송 원고 측 증인, 소위 캐나다 전문가)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자로 부문 전문위원
14. 박창근(시민환경연구소, 4대강 조사위 단장) 원자력안전위원회 토목 부문 전문위원
15. 안남성(에너지전환정책 전력정책심의위원) 한국전력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총장


“문재인 정부는 ‘원자력 분서갱유’ 걷어치워라”
정범진
● 1965년 출생
●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졸업, 동 대학원 석사 및 박사
●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정책심의위원, 한국연구재단 원자력단 단장, 과학기술부 원자력정책자문위원
● 現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제20대 국회 에너지특별위원회 자문위원
● 저서 : ‘난류입문’




신동아 2019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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