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호

윤석열 만난 신평 “尹, 입당 할지 말지 고민 많더라”

24일 서울 서초구에서 오찬…文캠프 출신 첫 영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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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1-07-26 10:4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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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캠프 공익제보지원위원장…‘탈문 진보’ 상징성

    • 신평 “‘조국 사태’, 사법개혁 등에 대해 대화”

    • 국민의힘 입당하지만 중도는 포기 못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오른쪽)과 신평 변호사가 24일 서울 서초구 윤 전 총장 자택 인근 식당에서 만났다. [신평 제공]

    윤석열 전 검찰총장(오른쪽)과 신평 변호사가 24일 서울 서초구 윤 전 총장 자택 인근 식당에서 만났다. [신평 제공]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4일 19대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공익제보지원위원장과 민주통합포럼 상임위원을 지낸 신평(65·사법연수원 13기) 변호사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은 신 변호사에게 캠프 합류를 제안했고, 신 변호사가 흔쾌히 승낙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이 문재인 캠프 인사를 영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동아’ 취재를 종합하면, 윤 전 총장과 신 변호사는 이날 서울 서초구에 있는 윤 전 총장 자택 인근 식당에서 만나 배석자 없이 오찬을 하며 1시간 30분간 대화를 나눴다. 이 식당은 윤 전 총장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달 초 우연히 만난 장소이기도 하다.

    윤 전 총장과 신 변호사는 서울대 법학과 선후배 사이다. 다만 법조인으로서 두 사람 간 직접적 인연은 없다. 신 변호사가 지난 6월 자신의 저서 ‘공정사회를 향하여’를 보내기 위해 윤 전 총장에게 연락을 했고, 이에 윤 전 총장이 답하면서 두 사람 간 소통이 시작됐다고 한다.

    신 변호사는 통화에서 “‘조국 사태’를 비롯해 그간의 일에 대해 흉금을 터놓고 대화를 나눴고, 사법개혁 등 차기 정부의 과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전달했다. 윤 전 총장이 아주 그릇이 큰 사람이더라”라고 말했다. 또 “윤 전 총장이 캠프에 들어와 도와달라고 제안했고,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고 승낙했다”고 전했다.

    이번 회동이 특히 주목되는 이유는 신 변호사가 가진 상징성 때문이다. 신 변호사는 판사로 재직 중이던 1993년 ‘3차 사법파동’ 때 법원 판사실에서 돈 봉투가 오간 사실을 폭로했다가 법관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이후 진보성향 법조인으로 활동하면서 2010년에는 대구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2017년 대선 때는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으나,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조 전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여권 핵심부와 다른 길을 가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탈문(脫문재인) 진보’ 지식인이다.



    결과적으로 윤 전 총장은 주말 사이에 옛 여권 인사와 현 야권 인사들을 모두 영입한 셈이 됐다. 25일 신지호, 이학재, 박민식, 이두아 전 의원과 김병민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등 국민의힘 인사들이 대거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했다. 같은 날 저녁 서울 광진구에서 윤 전 총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간 ‘치맥(치킨+맥주) 회동’ 직후 윤 전 총장은 “정치를 하겠다고 하고 한 달이 지났는데 이제 어떤 길을 선택해야할지 그 결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국민의힘 입당을 강하게 암시하는 듯한 뉘앙스다.

    이를 두고 윤 전 총장의 딜레마가 드러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지율 하락의 돌파구로 입당을 적극 검토하고는 있으나, 중도 확장이라는 명분 역시 쉽사리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 변호사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신 변호사에게 국민의힘 입당 여부와 시기에 아주 고민이 많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신 변호사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과 관련해 의사를 묻기에 ‘이미 입당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국민의힘을 변화시키게 하고, 윤 전 총장은 조금 밖에 있다가 통합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라며 내 의견을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윤 전 총장은 (내 의견에 대해) 결론은 안 내리고 ‘생각해보겠다’고 답하더라”라고 덧붙였다.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1986년 제주 출생. 학부에서 역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하반기에 상아탑 바깥으로 나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통, 전자, 미디어업계와 재계를 취재하며 경제기자의 문법을 익혔습니다. 2018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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