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후보 비전‧정책 검증하려면 ‘맞짱 토론’해야
李 스캔들, 尹 아내 검증 치중…국민 삶과 괴리
‘LH 사태’, 청년에게 박탈감 준 여당 무한책임 져야
‘조국 사태’에만 몰두하면 대다수 청년 놓친다
소수 엘리트 대변은 내 역할 아니다
비정규직으로 살아도 괜찮은 사회
사회안전망 강화·노동 유연화로 노사 모두 윈윈
대선 정국이 본격화하고 있다. 7월 11일 더불어민주당은 예비경선 컷오프를 마치고 본경선에 진출할 6명의 후보를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경선준비위원회를 꾸리고 추석 전 본경선으로 향할 후보를 추릴 준비를 한다.
여야 할 거 없이 20대 대선에서 중요한 화두는 MZ세대(1981~2004년 출생자)로 불리는 ‘청년’이다. 통계청의 ‘2019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MZ세대는 전체 인구의 34.7%. 민주당은 잃어버린 청년 표심을 잡아야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
‘이준석 돌풍’이 한창이던 5월 21일 송영길(58) 민주당 대표는 청년 몫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에 이동학(39) 최고위원을 임명했다. 그는 이준석(36) 국민의힘 대표와 나이는 비슷하지만 걸어온 길은 다르다. 이 최고위원은 대전공고를 졸업하고 해병대를 전역한 뒤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때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에서 청년 혁신위원으로 참여해 당내 주류 세력인 ‘86그룹 용퇴론’을 주장해 주목을 끌었다. 그에게 민주당 예비경선에 대한 평가와 청년들의 마음을 돌릴 전략을 물었다.
7월 12일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청년최고위원은 “정책 의사 결정과정에 참여해 미래세대를 대변할 기구가 국회 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영철 기자]
“본경선에선 밀도 높은 일대일 토론 필요”
-민주당 예비경선 흥행 면에서는 저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대변인을 뽑는 ‘나는 국대다’에 비해 시청률도 낮았고….“준비 기간이 짧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후보자가 9명이나 되다보니 질의응답 시간이 길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보는 이들도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 게 아닐까.”
-민주당 경선기획단장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본경선은 어떻게 해야 할까.
“한 주제를 놓고 밀도 있는 일대일 토론이 진행되면 좋겠다. 가령 교육 개혁·초고령 사회·부동산 등 토론 거리를 주고 대화하도록 하면 원론적인 답변이 아닌 구체적인 정책에 대한 토론을 기대할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갈등에 대한 해법을 찾는 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공동체가 붕괴될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그래서 대선 후보들의 비전이나 공약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그런데 예비경선 과정에서 비전이나 정책 검증 보다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여배우 스캔들이 다시 언급되고, 야권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내 의혹이 화두가 되기도 했다.
“스캔들이나 배우자에 대한 의혹 검증이 주를 이뤄선 안 된다. 검증해야 할 요소가 열 가지가 있다면 그 중 하나는 될 수 있다. 영부인은 법적 지위가 있는 사람 아닌가. 하지만 대다수 국민의 삶과는 괴리가 있는 문제다.”
민주당 ‘송영길호’가 출범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지지율에는 큰 변화가 없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상승세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7월 2주차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2%를 기록하며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화한 2016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민주당 지지율(31%)을 넘어선 것도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경선을 시작하지도 않은 국민의힘 지지율은 상승 추세다.
“이 대표 당선에 의한 컨벤션 효과 아니겠나. 비유를 하자면 망했던 기업에 젊은 리더가 와서 기대감을 준 것이다. 6월 7일 발표된 민주당 의원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지지율 싸움은 양 정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라고 생각한다. 누가 잘해서 지지율이 올라간다기보다 한 정당이 못할 때 상대적 반감에 의해 반대편 지지율이 상승한다. 지지율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우리 당을 채찍질하며 나아가야 하다고 본다.”
“‘LH 사태’로 청년 사회적 신뢰 무너졌다 느낄 것”
2016년 8월 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대의원회의에서 이동학 당시 청년최고위원후보가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그는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에서 ‘86용퇴론’을 주장하며 이목을 끌었다. [뉴스1]
-정부여당이 청년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하는데 대해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도 있다.
“정책적인 면에서는 홍보 문제가 있다고 본다.”
-청년들, 특히 20대가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은 맞지 않나.
“당이 원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청년세대들은 세대간·세대내 격차에 박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LH 사태’가 터졌다. 정부가 집값을 낮추겠다며 제시한 신도시 정책에 비리가 발생한 것이다. 청년들의 지지가 떠나가도 할 말이 없다.”
-여권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책임론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조 전 장관도 청년들이 느끼는 박탈감에 일조했다고 생각하나.
“조 전 장관 자녀와 함께 경쟁 트랙에 섰던 청년들이 좌절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수많은 청년들을 직접 만나보며 느낀 점은 의외로 이 이슈에 관심을 두는 청년들은 수도권 대학을 다닌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지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고 있는 대다수 청년들은 뉴스를 볼 시간도 없다. 실업계고를 졸업한 나만 해도 대학원 진학 등에 거리감이 느껴진다. 조 전 장관의 이슈에만 몰두한다면 우리 사회가 엘리트 경쟁에 포함되지 않는 이들을 놓칠 수 있다.”
-이른바 ‘조국 사태’로 공정 이슈가 사회에서 화두로 떠올랐는데.
“공정 이슈는 중요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했을 때 ”우리 사회의 반칙과 특권 없애겠다“고 선언하며 호응을 얻었다. 그 때 말했던 것이 사회적 신뢰다. 규칙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될 때 사회적 신뢰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누군가로부터 일탈이 시작되면 사회적 신뢰가 깨지고 너도나도 규칙을 지키지 않게 되는 상황이 온다. 그런 측면에서의 공정은 중요한 화두고, 청년 세대가 여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최근 공정 문제를 두고 이준석 대표가 말한 경쟁에서의 공정한 룰이 지켜져야 한다는 주장은 청년들 전부에게 적용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경쟁에 지쳐있는 청년들도 많다. 언제까지 사회 구성원이 경쟁 속에 파김치가 돼야하나. 경쟁이 필요한 곳에서는 공정한 룰을 만들어주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까지 과도한 경쟁상황을 부추길 필요는 없다. 가령 이 대표는 공정한 경쟁을 위해 ‘할당제’를 폐지를 주장한다. ‘도전하면 된다’는 식이다. 실제로 본인은 그런 서사를 써왔다. 하지만 모두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쟁의 시작점부터 격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가 아니더라도 정치권에도 고학력·중산층 이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청년들의 실제 삶과 괴리가 발생한다고 보나.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경제적 원인으로 경쟁 출발점에도 서지 못한 친구들은 주변에 누구나 있다. 어떤 목소리에 더 주목하는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치권에서 내 역할은 엘리트들을 대변하는 게 아니다.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청년들, 산재(산업재해) 현장에서 죽어가는 청년 등 제대로 된 대우조차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변하고자 한다. 사회 구성원간의 격차 해소는 우리당이 했어야하는 역할인데 그렇지 못했던 것은 뼈아프게 다가오는 지점이다.”
-청년들을 직접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하나.
“그들은 ‘공정한 경쟁을 보장해 달라’가 아니라 ‘자신의 삶이 무너지지 않게 해달라’고 말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아르바이트 자리에서 해고되고, 영업직에 종사하는 이들이 수입이 줄었으며, 오프라인 행사가 열리지 않아 직업을 잃은 청년들이 많다. 일자리 자체가 없는데 공정한 경쟁을 이야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비정규직으로 살아도 괜찮은 세상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이 최고위원이 강조하는 대목은 노동시장을 개혁하고 사회 안정망을 갖추는 것이다. 6월 24일 이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의 이해관계만 중요하고 타인을 고려하지 않는 기득권에 반기를 든다”며 임금인상과 정년연장을 외치는 현대자동차 노조를 비판하는 글을 썼다. 또, 그는 7월 2일 민주당 최고위 모두발언에서 임금체계 개편 필요성을 언급했다. KBS내 1억 원 이상 연봉을 받는 직원이 46.4%인 통계를 제시하며 “연공서열제는 달라지는 시대에서 지속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를 비판했는데.
“우리나라도 초고령사회(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0% 이상) 진입이 머지않았다. 복지·의료에 사용될 재정이 부족해질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임금체계에 대한 사회적인 재협약이 필요하다. 연공서열제를 재검토하는 노동시장의 개혁이 동반돼야한다. 기업도 일한 기간만큼 노동자 임금을 올려줘야 하니 신규 채용에 부담을 느껴 청년들의 실업으로 이어지는 것 아닌가.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도 달라져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인가.
“아니다. 비정규직으로 살아도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 세상이 돼야 한다. 생각해보면 고용안정성이 낮은 비정규직이 정규직 보다 더 높은 임금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현재 실업급여 등 사회 안전망이 비자발적 퇴사자에 한해 작동한다. 자발적 퇴사자도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대상을 넓혀야 한다고 본다. 대신 노동유연성을 높여주면 된다. 기업 처지에서도 혁신이 필요할 때 노동유연성이 늘어나면 유리하다. 노동자 처지에서도 나쁠 게 없다. 사회 안전망이 잘 작동한다면 부당한 대우를 당할 때 자발적 퇴직이라는 카드를 쓸 수 있고 기업에 대항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민주당에 먹힐까.
“그래도 계속 주장해야한다. 정치인들의 결정은 10년 뒤, 길게는 50년 뒤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현재 정치권에는 후대의 목소리를 대변할 사람들이 없다. 환경 문제도 마찬가지다. 독일에서는 ‘세대 간 형평위원회’, 핀란드에는 ‘미래위원회’가 국회 상임위원회로 존재한다. 여기에 참여하는 하는 사람들은 철저하게 미래 세대의 시각에서 이슈를 바라보고 의사결정과정에 목소리를 낸다. 한국도 그런 조직이 필요하다.”
-당 내부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이나.
“아직 이에 관해 토론해 본 적은 없다. 당 최고위에서 언급하기도 했지만 곧바로 다른 위원들의 피드백을 받으면 일종의 자기검열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각자 준비해 온 이야기만 하는 편이다.”
그는 “앞으로 의장을 맡은 당내 청년미래연석회의에서 연공서열제에 대한 재검토, 국민연금 개혁 등 다양한 이슈를 청년 시각에서 정리해보려고 한다”며 “이를 통해 앞으로 당 지도부에도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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