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스완’으로 큰 피해 올 수 있어
바이든, 기후변화 대응에 2000조
코로나19와 ESG 열풍 밀접한 관계
ESG 열풍의 핵심은 은행감독기구
돈의 흐름 바꿀 K택소노미
ESG 2.0은 제도화
[조영철 기자]
이처럼 ESG(환경, 사회적책임, 거버넌스)를 둘러싼 국내외 환경이 역동적으로 바뀌고 있다. 올해 1월부터 파리기후협정이 시행됐고, 4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기후변화 정상회의, 5월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6월 G7 정상회의, EU(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세법안 상정 등을 거쳐 가을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분류체계) 발표와 11월 영국 글라스고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까지 새 이정표가 될 행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린 스완’으로 큰 피해 올 수 있어
기업들은 급격하게 바뀌는 대외 환경 앞에 정부의 정책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7월 7일 ‘국회 포용국가 ESG포럼·K-ESG 얼라이언스 연석회의’를 개최하고 정부와 국회에 탄소저감 기술 세액공제, 순환경제와 친환경기술 전반에 대한 지원 확대 등을 요청했다.내년 3월 9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선 주자들도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재명·이낙연 민주당 경선후보는 대선 출마선언문에서 기후변화 시대를 맞이해 에너지 대전환과 그린 산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원전을 저비용·친환경 에너지로 여기고 탈원전 정책의 방향 전환을 언급했으며, 원희룡 제주지사도 탄소중립 정책을 펴오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맞닥뜨린 현실이 녹록지 않지만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 ESG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인 임대웅 UNEP(유엔환경개발) 금융 이니셔티브 한국 대표는 “기업들이 ESG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그린 스완’(기후변화로 인한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으로 큰 피해가 올 수 있다”며 “혁신적인 저탄소 생산기술과 글로벌 가치사슬(value chain)의 혁신을 고려한 과감한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 대표는 영국 에든버러대에서 지속가능경영을 공부하고 1995년부터 지속가능경영 관련 업무를 해오고 있으며, 현재 에코앤파트너스2도씨(℃) 대표도 맡고 있다.
- 요즘 ESG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등장으로 국내에서도 ESG가 주요 대선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는 ESG를 얘기하지 않고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공정을 얘기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기본소득을 얘기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여론 지지율이 높다. 그런데 공정과 기본소득은 그 영역(스코프)이 좁다. 물론 공정과 기본소득이 중요하긴 하지만 전 세계적인 흐름은 이것을 뛰어넘는 ESG를 얘기하고 있다. 더 큰 비전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바이든, 기후변화 대응에 2000조
- 바이든 대통령의 등장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미국 대선에서 바이든과 트럼프가 붙었을 때 많은 사람이 기후변화 이슈는 핵심 주제가 될 것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승부는 기후변화 이슈에서 났다. 트럼프 지지 세력은 화석연료에 기반한 기존 경제체제에 의존해 왔지만 바이든 지지 세력은 신재생에너지를 내세웠다. 바이든이 집권하면 트럼프 지지 세력은 어려워지는 게 아니라 ‘죽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더 공격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했다.”
바이든의 주요 공약 가운데는 환경과 기후변화에 대한 내용이 매우 많다. 온실가스 배출을 2050년까지 ‘제로’로 만드는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인프라 투자 확대, 각종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가스·석유산업 공유지 임대 신규 허가 금지, 파리협정 재가입, 전기차 충전소 50만 개 구축, 2030년까지 대중교통 전기버스로 전환, 친환경 에너지 혁신에 4년간 4000억 달러 지원, 낙후 지역에 편중되는 환경오염 피해를 막기 위한 환경 양극화(Climate Gap) 해결, 친환경 등 미래산업에 R&D 3000억 달러 투자 등이다.
-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에 비하면 국내 대선주자들의 환경정책은 피상적이다.
”바이든이 집권하면서 트럼프를 지지하던 화석연료 기반의 세력들이 약해지고 있다. 바이든은 자신의 임기(2021~2024)에 기후변화 대응으로 2000조 원을 쓰겠다고 했다. 돈이 그쪽으로 엄청나게 흘러가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기본소득이나 공정만 얘기하면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을 것 같다. 공정은 S(사회)와 G(거버넌스)의 차원이다. 그것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 기후변화와 관련돼 정치권에서 어떤 논의가 더 필요한가, 제도적인 부분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탄소중립 얘기를 잘 끄집어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후속 조치를 제대로 하기가 어렵다. 차기 정권에서 이것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단순히 탄소중립 지지를 넘어서 이것을 선순환시켜 제도, 기술, 산업, 일자리까지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구체적 방법론을 갖고 명확한 철학으로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역량 있는 이가 필요한 상황이다.”
코로나19와 ESG 열풍 밀접한 관계
- 급격한 환경 변화인 그린 스완은 언제쯤 올까.“그린 스완은 이미 와 있다. 기후 리스크가 대표적 그린 스완이다. 앞으로는 기후 리스크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야 생존이 가능하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기업의 포트폴리오를 바꿔나가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에너지 문제가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되고, 규제 준수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이상기후로 농업의 피해가 심해지고, 공장 설비의 수명도 줄어든다.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것은 너무도 분명해진다. 배터리와 재생에너지, 그린 수소와 관련된 가치사슬, 친환경 빌딩·자동차·배 산업이 유망하다.”
임 대표는 한 강의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가 받을 수 있는 물리적 영향이 연간 누적 GDP의 –7~-25%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데 따른 영향은 –2~-9%이고, 체계적으로 전환할 때 친환경 녹색산업의 매출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요즘의 ESG 열풍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있다.
“코로나19와 ESG는 연결고리가 있다. 둘 다 빙산처럼 일단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보이는 부분의 판을 흔든다. 코로나19는 무분별한 환경파괴와 관련이 있다. 박쥐의 서식처까지 사람이 들어가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게 됐다는 주장이 있다. 이것은 ESG 가운데 ‘E’에 해당한다. 또 코로나19는 우리 사회가 공동 대응해 극복해야 할 사회적 이슈이기도 하다. 따라서 ‘S’의 문제이기도 하다. 감염병 대응에 과학적이고 조직적으로 나서는 것은 ‘G’의 부분이다. 코로나19도 ESG 대응을 잘 해야 극복이 가능하다.”
- ESG 열풍의 핵심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이미 국제 은행감독기구인 바젤위원회나 IMF 등에서는 기후변화 문제를 금융 규제 제도의 영역으로 가져왔다. 글로벌 금융 제도권에서 ESG를 다루다 보니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자사가 투자한 개별 기업에 ESG와 기후 리스크 관리와 공시를 요구한 것도 결국 글로벌 금융제도의 변화 때문이었다. 이것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 외환위기 때 은행에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을 맞추라고 요구한 것과 비슷하다.”
ESG 열풍의 핵심은 은행감독기구
금융권에서 제일 처음 기후변화 문제를 제기한 곳은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이다. 당시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는 기후변화가 실물경제에 물리적 피해를 준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금융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해 2004~2006년 기후변화와 금융에 관한 보고서를 펴냈다. 이후 2015년 금융안정위원회(FSB) 총재를 겸하고 있던 카니 총재는 기업의 재무제표에 기후변화와 관련된 정보가 들어있지 않은 것은 불합리하다며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를 만들게 했다. FSB는 2017년 6월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과 기회를 재무정보에 포함하는 권고안을 발표했다.ESG 열풍은 미국과 유럽 중심만은 아니다. 중국도 뒤따르고 있다. 2016년 제1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발표할 때 시진핑 주석은 ‘생태적 문명화’라는 말을 언급했다. 이는 곧 ‘그린 뉴딜’과 같은 정책이다. 오수처리, 그린 빌딩, 재생에너지 사용 등 환경과 관련된 인프라 개선을 위한 정책이다. 이때 시진핑 주석은 저금리 ‘녹색금융’을 만들어 친환경 인프라 구축에 나섰고, 영국 영란은행과 중국 인민은행이 협력해 G20 녹색금융 스터디 그룹도 만들었다.
2017년 TCFD 권고안이 나오면서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한 세력은 전세계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기관이었다. 이후 EU 금융안정국이 2018년부터 지속가능금융 관련 투자 촉진, 기후 리스크 관리, 금융·경제 활동에서 투명성과 장기주의(long-termism) 촉진이라는 3대 목표를 세우고, 10가지 관련 법·제도 패키지를 도입했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녹색분류체계(Taxonomy) 구축, 신용평가나 주가지수에 지속가능성 통합, 은행과 보험사 건전성 감독에 기후 리스크 관리 통합, TCFD 강화 및 국제회계기준(IFRS) 표준 연계 검토, 기관투자자 임원의 지속가능성 책무 강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금융위·금감원이 나선 이유
전 세계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기관의 녹색금융협의체(NGFS)는 2020년 5월 TCFD 기반의 금융감독을 위한 기후환경 리스크 관리 가이드를 발표했다. 금융감독기관이 금융사의 거버넌스, 전략, 리스크 관리, 시나리오 분석, 공시 관련 기대 사항 발굴 및 금융사와의 의사소통 강화 등을 위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에도 녹색금융 전담 조직이 생겼다.“이 가이드의 첫째 원칙은 기후 리스크의 모든 책임은 이사회와 임원에게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석탄 발전에 큰 규모로 투자했다가 회사에 손실을 입힐 경우 회사는 이사회와 담당 이사에게 구상권과 같은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했다. 이전에는 잘못된 투자로 손실을 입어도 임원의 경영적 판단이라고 하면 책임에서 벗어났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기후변화 위기를 고려하지 않고 투자했다면, 고객에 대한 신의성실의무(fiduciary duties)를 어긴 것이므로 회사가 이사회와 임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틀이 생겼다.”
이에 따라 실제 금융기관 종사자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 2020년 10월 금감원이 77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후변화가 금융권의 수익성과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응답한 곳이 84%나 됐다. 하지만 기후변화 관련 대응 전략을 마련한 곳은 17%밖에 되지 않았고, 30%는 향후 마련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기후변화 대응 전담조직이나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약 20%였으며, 평균 전담 인력은 3명에 불과했다. 리스크 관리와 정보공개 수준도 매우 낮았다. 12%만이 내부 리스크 관리 절차에 기후 리스크를 반영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앞으로 금융위원회는 금융사의 기후 리스크를 더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금융감독원은 국내 금융기관 및 전문기관들과 기후리스크포럼을 발족시켰다. 금융사가 투자한 기업의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파악하고 투자 지분만큼의 배출량을 공지하는 것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금융사의 탄소중립을 추구하면서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는 기업에 대출이나 투자가 이뤄지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 ESG라는 용어는 누가 처음 사용했나.
“UNEP FI가 ESG 단어를 만들었다. 비재무적인 부문을 모아보니 ESG라는 용어가 만들어진 것이다. 2002년쯤 UNEP FI의 자산운용 워킹그룹에서 ESG 요소가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 위해 전 세계 사례를 모았다. 이후 영국의 법률회사 프레시필드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ESG의 법제화를 고려하면서 책임투자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수탁자 책무에 대한 법률적 측면을 고려한 것이다. 지금은 그것을 넘어 EU는 법에 ESG를 고려하는 것이 수탁자 책무라고 명기하고 있다.”
블랙록도 한때는 석탄 투자로 악명
ESG 열풍의 또 다른 배경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다. 이 회사는 9000조 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회사로 국내 주요 기업에도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블랙록은 원래 석탄 발전에 큰돈을 투자해 돈을 버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하지만 지금은 석탄 투자에서 발을 빼고 있다. 심지어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2020년 초 기업들에 보내는 고객 서한에서 TCFD 및 SASB 기준에 맞춰 기후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블랙록의 변화는 상위 감독기관이 바뀌면서 시작됐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RB)마저 NGFS에 가입하고 기후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분위기 속에서 블랙록도 바뀌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큰 자산운용사라도 언제까지 퇴로 없는 게임을 하고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블랙록은 2020년 440개 기업을 관리 대상으로 선정했고, 기후 리스크 관리 문제로 64명의 경영자에 대해 연임 반대 의견을 냈다. 2021년의 경우 191개 기업에 대해서 기후 리스크 관리가 개선되지 않으면 경영자의 연임에 반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타깃 기업을 1000개 이상으로 확대키로 했다. 블랙록은 2030년까지 투자 대상 기업을 탄소중립으로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 최근 TCFD의 흐름에는 어떤 것이 있나.
“법제화다. 프랑스는 TCFD 관련 공시를 의무화했고, 영국은 이 공시를 2022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공시 의무화를 좀 더디게 추진하고 있는데, 외국의 이런 흐름으로 인한 압박을 더욱 받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1월 기업의 ESG 활동 내용에 대한 공시 의무화 일정이 공개됐다. 환경(E)과 사회(S) 보고서의 경우 금융 당국은 일단 2025년까지 자율 공시를 유도할 계획이다. 그러나 TCFD가 전 세계 회계표준을 제정하는 IFRS 재단에서 논의되고 있는 만큼 기후 리스크 공시는 훨씬 더 단기간 내에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6월 G7 정상회의에서도 TCFD의 기후 리스크 관련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결의했다.
6월 12일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확대회의. 문재인 대통령(왼쪽에서 네번 째) 등 세계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서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협의체(TCFD)의 기후 리스크 관련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결의했다. [뉴시스]
비즈니스가 얼마나 사회에 기여하느냐
- 공시를 의무화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기업들은 주로 남의 돈, 즉 투자자의 돈으로 사업을 많이 한다. 그럼에도 그동안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대로 주지 않았다. 투명한 정보 제공이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된다는 주장은 시장 자본주의를 거부하는 것이다. 그런 기업은 상장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에서는 예상되는 규제 준수 비용을 공개하지 않을 때 투자자 기만행위라고 해서 증권선물위원회법 위반이 된다.”
- TCFD는 ESG 가운데 E(환경) 보고서라고 볼 수 있나.
“그렇게만 보면 안 된다. TCFD는 ESG와 큰 틀에선 같은 맥락이나, ESG가 비재무의 영역이고 TCFD는 재무 공시라는 측면에서는 명확히 다르다. 기후변화로 인한 물리적 피해가 나오면 손실을 추산할 수가 있고, 그것을 근거로 피해자들이 보험사에 보상금을 청구한다. 2018년 기준 전 세계 기후변화 관련 보험금이 420조 원이나 됐다. GDP 규모로 보면 전 세계 30위권 국가인 필리핀의 GDP 규모의 연간 손실이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비해 탄소중립을 지향한다면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재생에너지나 그린수소 생산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배출권거래제 탄소세 등 국내외 규제 준수 비용도 계산해야 한다. 이런 상황임에도 기후변화 이슈가 단지 ESG에서 말하는 E의 하나일 뿐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 ESG와 관련해 일반 개미 투자자에게도 조언한다면.
“ESG는 기업경영의 질을 따지는 정성적 평가 영역이다. 물론 포털 사이트에서도 기업의 관련 정보를 무료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기업이 실제로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알기가 어렵다. 더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 포트폴리오가 얼마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좋은 투자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성장 가능성이 큰 전기차 분야를 본다면 단순히 모기업만 볼 게 아니라 그 가치사슬(밸류체인)에 있는 기업들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돈의 흐름 바꿀 K택소노미
- K택소노미 제정이 지지부진한데, 그 내용을 잘 아는가.
“K택소노미는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해 돈의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할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지속 가능한 경제로 더 많은 돈이 흐르게 하고, 지속 가능하지 않은 경제에는 돈이 적게 가게 하려는 것이다. 택소노미 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학적 근거, 그리고 사회적 합의이다. 이 과정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를 지지부진하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EU에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과 원전이 논란거리다. 원전에 대해선 세 그룹의 과학자 단체 중 한 곳은 EU택소노미에 포함되는 것을 찬성하고 두 곳은 반대하고 있다. 독일과 덴마크, 스페인, 스위스, 룩셈부르크 등도 원전의 편입에 반대한다.”
- 여러 평가사가 ESG 활동을 측정하는데, 같은 기업도 결과는 제각각이다. 표준화할 필요는 없나.
“평가를 하나의 기준으로 표준화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럴 이유가 없다. ESG는 비재무적 요소이므로 보는 사람, 평가의 목적에 따라 그 결과가 다를 수 있다. 결국 정량화하는 게 중요하다면 저는 ESG보다 기후 리스크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SG 2.0은 제도화
- ESG 경영을 열심히 했다가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들이 있다. 결국 ESG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에마뉘엘 파버 다논 CEO는 경쟁사보다 이익을 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올해 3월 해임되고 말았다. 또 ESG 활동이 최고경영자의 사회적 물의를 무마하기 위한 ‘소셜 워싱’이나, 가짜 친환경 활동인 ‘그린 워싱’에 이용된다는 비난도 있다.“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친환경 활동에 전념하다가 거버넌스에 문제가 생기는 기업들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ESG 요소의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이전에는 ESG라고 하면 자발적이고 멋스러운 것으로 여겨졌다. 그때가 ESG 1.0 단계였다면 이제 그것을 넘어 제도화되는 단계인 ESG 2.0 단계라고 할 수 있다. ESG가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산업과 금융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ESG 활동의 진정성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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