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기 넘치는 수분과 신선한 향을 가진 오이는 여름에 특히 더 맛있는 식재료다. [GettyImage]
여름휴가와 며느리 생일잔치를 겸해 엄마 집에 모이는 날이면 넓은 상 어디서도 고기 냄새를 맡을 수 없다. 단백질 반찬은 손녀 먹을 장조림과 멸치볶음, 사위가 좋아하는 달걀부침 정도랄까. 상에는 토마토샐러드, 양파절임, 고추장아찌, 오이지, 겉절이, 열무김치, 양배추김치, 부추전, 된장찌개 그리고 고봉으로 담은 오이무침이 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 이후 엄마의 여름 밥상을 맛보지 못하고 있는데, 슈퍼마켓에 수북하게 놓인 오이를 보자 군침이 돈다.
풋풋한 향, 시원한 맛, 아삭한 식감
오이를 곱게 채 썰고 새콤달콤 국물을 부어 만드는 오이냉국은 여름철 별미다. [GettyImage]
오이를 먹는 방법은 참으로 다양하다. 곱게 채를 썰어 새콤달콤 냉국을 만들어 먹고, 어슷하게 썰어 겉절이처럼 무쳐 먹고, 둥글게 썬 뒤 소금에 절여 감자나 참치샐러드에 뒤섞는다. 긴 몸통을 필러로 긁어 근사한 샐러드를 만들고, 납작납작 썰어 햄‧치즈‧달걀 등과 함께 빵에 끼우면 정갈한 샌드위치가 된다.
오이를 납작납작 썰어 햄‧치즈‧달걀 등과 함께 빵에 끼우면 정갈한 샌드위치가 된다. [GettyImage]
기분과 입맛이 처지는 날엔 북어 대신 오이를 두들겨보자. 절굿공이나 밀대 같은 방망이로 오이를 가차 없이 두드려 깬다. 오이가 길쭉한 결대로 갈라지면서 씨 부분이 떨어져 나갈 것이다. 길게 갈라진 오이는 손으로 뚝뚝 부러뜨려 먹기 좋은 크기로 만든다. 소금을 약간 뿌려 밑간을 하면서 수분을 뺀다. 마늘 한두 쪽을 다져두고, 맵게 먹고 싶다면 청양고추를 잘게 썬다. 물기를 가볍게 짠 오이에 마늘, 고추, 식초, 설탕, 간장을 넣고 간을 맞춰 버무린다. 마지막에 참기름 한 방울 떨어뜨리고 깨소금이나 통깨를 넉넉히 뿌려 먹는다. 마늘, 참기름, 참깨가 어우러지며 침이 꼴깍 넘어가는 향이 난다. 칼로 썰었을 때와는 다른 아삭한 식감에 새콤달콤매콤한 맛이 자극적이라 기분 좋다.
매콤하게 입맛 돋우는 두반장 오이 볶음
볶음밥을 만들 때 오이를 도톰하게 썰어넣으면 아삭한 식감이 살아나 더 맛있다. [GettyImage]
잘게 썬 돼지 살코기에 두반장을 넣고 오이와 함께 볶아도 아주 맛있다. 그래, 오이는 꼬들꼬들 익혀 먹어도 맛좋다. 매운 고추를 쫑쫑 설어 넣고 둥글게 썬 오이를 달달 볶은 뒤 소금으로 간을 한다. 이때 들기름, 참기름, 고추기름 중 무엇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맛이 휙휙 달라진다. 부드러운 불고깃감 소고기를 구해 간장과 설탕으로 간을 맞추고 오이와 함께 볶아도 맛있다. 내가 좋아하는 요리 선생님은 간장 찜닭에 두툼하게 썬 오이를 넣어 보라고 하셨다. 직접 만들어보니 고기와 함께 씹을 때 은은한 향이 났다. 모든 재료가 부드러운 요리에서 오이가 아삭함을 선사하는 것도 좋았다.
볶음밥을 만들 때도 오이를 도톰하게 썰어 넣는다. 아삭하게 씹어 먹는 맛이 그만이다. 볶음밥에 넣을 오이는 소금에 미리 절이지 않아도 되지만 씨는 제거해야 밥이 고슬고슬해 더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