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호

[르포] GTX에 분노하는 김포 주민 "왜 우리만 차별받아야 하나”

  • 오홍석 기자 lumiere@donga.com

    입력2021-07-2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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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TX-D 노선, 김포~부천 확정, 용산역 연결

    • 고양 과천 하남은 지하철 연장 노선 계획

    • “김포는 경전철 두 량뿐…아침마다 지옥철”

    • 정부 교통 대책 믿고 이사 왔는데…

    • 지역 차별과 소외감 느끼는 주민들

    • 국토부 “경제성과 총 사업비 따져 ‘김부선’ 신설”

    경기 김포시 김포골드라인 장기역 사거리 인근 아파트 단지에 “GTX-D 서울직결 5호선 연장 이행하라”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오홍석 기자]

    경기 김포시 김포골드라인 장기역 사거리 인근 아파트 단지에 “GTX-D 서울직결 5호선 연장 이행하라”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오홍석 기자]

    국토교통부는 6월 29일 경기도 김포 장기에서 출발해 부천종합운동장까지 이어지는 서부권광역급행철도(GTX-D) 노선을 확정했다. 국토부는 4월 22일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에 ‘김부선(김포~부천)’을 처음 발표했지만 경기 김포, 인천 검단 주민들이 거세게 반대 의사를 표명했음에도 원안을 확정했다. 다만 국토부는 성난 김포·검단 민심을 감안한 듯 GTX-D 노선을 GTX-B 노선과 연계해 서울 용산역까지 이어지도록 했다. GTX-B는 경기 남양주에서 출발해 인천 송도까지 이어지는 급행철도로 2027년 완공 예정이다.

    2019년 10월, 국토부가 ‘광역교통 2030’ 선포식에서 GTX-D 노선을 공개 할 당시만 해도 GTX-D 노선은 김포 장기에서 출발해 서울 강남을 거쳐 경기 하남까지 이어졌다. 따라서 김포에서 출발해 서울 강남으로 직행하는 노선을 기대했던 김포·검단 시민들은 국토부의 발표에도 마뜩잖은 표정이었다.

    ‘김부선’을 지역 차별로 받아들이는 김포 시민들

    7월 5일 아파트 밀집 지역인 김포 장기역 일대에는 ‘GTX-D 원안사수! 5호선 연장’ ‘고통이 아닌 교통을 달라’라고 쓰인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이날 기자와 만난 김포 시민들은 국토부의 결정을 교통권을 둘러싼 ‘지역 차별’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김포시 장기동에 5년째 거주한다는 이모(41) 씨는 “경기 고양과 하남에는 5호선이 연장되고 과천에는 위례과천선이 들어오기로 돼 있다. 반면 김포에는 경전철인 ‘김포골드라인’ 하나만 있다. 사실상 지하철이 없다고 봐야 하는데도 이 같은 GTX-D 노선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이씨는 서울의 비싼 부동산 때문에 김포로 이주한 케이스. 그는 김포로 이주해 오기 전 직장 근처인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거주했는데,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자 더 큰 집으로 옮기기 위해 김포로 이주했다. 이씨는 “당시 서울에서 2억5000만 원짜리 15평 아파트에 살고 있었는데 김포에서는 25평 아파트를 같은 가격에 살 수 있었다”고 했다.



    김포 주민 중에는 서울 강서구 공항동 등 인근 서울 접경지에서 살다가 이주한 경우가 많았다. 공항동은 김포와 김포공항역을 사이에 둔 곳으로, 지하철 9호선 공항시장역과 5호선 송정역이 있다. 공항동에서 8년째 살고 있는 차모 씨는 “현재 김포·검단에 사는 사람들 중에는 이곳(서울 공항동)에 살다가 집값이 오르면서 이사 간 사람이 많은데 교통 문제도 마땅히 해결되지 않으니 더욱 화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김포 주민들이 이용하는 김포골드라인은 경기 김포시와 서울 강서구를 잇는 경전철 노선이다. 김포에서 서울로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기 위해서는 김포골드라인을 타고 김포공항역에서 환승하거나 광역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문제는 서울에서 김포를 오가는 출퇴근 인구는 하루 10만8000명에 이르지만, 김포골드라인이 운행하는 열차는 두 량뿐이다. 따라서 김포골드라인의 출퇴근 시간에 열차 혼잡도는 285%에 달한다. 열차 혼잡도는 열차 정원에서 좌석을 빼고 입석 인원만을 계산해 산출하는 지표로, 혼잡도 285%는 입석 정원이 116명인 열차에 387명이 탑승했다는 뜻이다. 김포골드라인은 열차를 5량으로 늘릴 계획이지만 수요 용역조사 등을 거쳐 2024년에나 확충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주민 상당수는 버스를 이용해 서울을 오간다.

    “‘지옥철’ 교통난 해결해 달라는 게 이기주의냐”

    출근 시간 혼잡한 ‘김포골드라인’의 김포공항역. 김포골드라인의 출퇴근 시간 열차 혼잡도는 285%에 달한다. [독자 제공]

    출근 시간 혼잡한 ‘김포골드라인’의 김포공항역. 김포골드라인의 출퇴근 시간 열차 혼잡도는 285%에 달한다. [독자 제공]

    김포에서 서울 동대문구로 통학하는 대학생 신모(25) 씨는 “학교에 갈 때에는 광역버스를 주로 이용한다. (버스를 타면) 교통 체증이 심하지만 김포골드라인은 이용객이 많고 여러 차례 환승해야 해 버스를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출퇴근 시 ‘지옥철’에 시달리다 보니 김포시민들은 GTX-D 노선에 대한 기대가 컸다. 노선안에 반대하며 촛불시위를 벌이고 청와대 앞에서 삭발식을 하는 김포·검단 시민들의 마음이 이해되는 대목.

    그러나 김포 시민들은 집값 때문에 시위를 벌인다는 주장에 대해선 강하게 반발했다. 김포에 거주하는 전모(32) 씨는 “한강신도시(김포)로 들어간 사람들은 정부의 교통 대책을 믿고 이사했는데, 교통 대책이라는 게 미어터지는 두 량짜리 경전철뿐이었다”며 “매일 ‘지옥철’에 시달려서 새 전철을 놔달라고 하는 걸 ‘이기주의’로 몰아가니 화가 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까지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GTX 노선 신설은 집값에 호재로 작용하기 때문에 ‘집값이 오르지 않을 거 같아 주민들이 반발한다’는 분석은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6년째 김포에서 공인중개업을 운영해 온 권모 씨는 “6월 29일 정부의 GTX 노선안 발표 이전과 이후 매수·매도 수요는 큰 차이가 없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GTX가 들어오면 어쨌든 장기적으로 집값 상승에는 호재다. 김포 시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집값 때문이 아니라 ‘소외됐다’고 생각해서다. 서울 강남까지 직행 노선일 때와 비교해 열차 노선 정차역 3분의 2가 사라졌으니 화가 나는 게 당연하다.”

    GTX-D노선을 단축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우제 국토부 철도정책과장 “여러 대안별 경제성과 총 사업비, 국가 균형발전 등 정책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김포~부천 구간 신설을 채택했다”며 “지자체 건의안을 추진할 경우 4조2000억 원~7조3000억 원의 사업비가 추가 소요돼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투자 규모의 균형을 고려해야 했다”고 밝혔다.

    한편 GTX-D노선이 통과하는 인근 인천 계양 주민들은 무덤덤한 반응이었다. 계양은 서울과 경기, 인천 접경지이고, 한강과 서해를 잇는 아라뱃길과 계양역이 있다. 계양역은 인천 지하철 1호선과 공항철도가 지난다. 그래서인지 이곳 아파트에는 김포·검단과 달리 ‘GTX-D 원안사수 서울직결’이라는 현수막은 붙어 있지 않았다. 인천 계양구 장기동에 거주하는 한 60대 주민은 “여기 아파트가 30년씩 됐는데 GTX 들어온다고 땅값이 오르겠는가. 계양역 있으니까 GTX 들어와도 달라지는 게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계양구청 관계자는 “계양에도 신도시가 들어설 예정이지만 아직 유입된 인구가 많지 않고 공항철도가 지나는 만큼 서울로 가는 유동인구를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아무래도 GTX 노선에 대해서는 김포·검단 시민들과는 온도차가 난다”고 말했다. 김포와 계양 주민들의 반응이 다른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GTX 김부선 #지옥철 #한강신도시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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