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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진정한 주거복지는 ‘신뢰’에서 시작된다

  • 서강원 인천도시공사 공공정책사업본부장

[기고] 진정한 주거복지는 ‘신뢰’에서 시작된다

  • ● ‘벼락거지’ ‘청포족’ 주거 불안 여전해
    ● 시민의 말 귀담아들어야 설득력 회복
6월 인천도시공사가 준공한 인천 동구 화수정원마을. 행복주택과 공영주차장을 건설하는 기능복합형 공공임대주택이 도시재생뉴딜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돼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6월 인천도시공사가 준공한 인천 동구 화수정원마을. 행복주택과 공영주차장을 건설하는 기능복합형 공공임대주택이 도시재생뉴딜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돼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그들은 낙원을 이루어간다는 착각을 가졌다. 설혹 낙원을 건설한다고 해도 그것은 그들의 것이지 우리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나는 했다. 낙원으로 들어가는 문의 열쇠를 우리에게는 주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우리를 낙원 밖, 썩어가는 쓰레기더미 옆에 내동댕이쳐 둘 것이다.”

조세희 작가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한 구절이다. 그는 1970년대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대립을 거인과 난쟁이에 빗댔다. 경제적 궁핍이 삶의 심부와 테두리 전체에 걸쳐 벌어지는 현실적 부조리임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세간의 화제작이었다.

소설에서는 ‘빈(貧)’과 ‘부(富)’의 세계관이 충돌한다. 그 속에서 벌어지는 비극을 인간애로 극복하고자 했던 당대의 현실이 드러난다. ‘난쏘공’이 출간된 지 40년도 더 지난 지금, 과연 우리는 부조리와 비극을 끝내고 그토록 갈망했던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열심히 일해 번 돈을 차곡차곡 모으면 내일이 만들어진다는 희망이 아직 한 편에 존재한다. ‘벼락거지’ ‘청포족(주택 청약을 포기한 사람들)’ 등 불안과 포기를 내포한 신조어도 공존한다. 우리는 어쩌면 과거의 슬픔을 오늘도 극복하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지 모른다. 가난과 부의 간극을 좁히기는 여전히 쉽지 않고 우리가 던져 올린 희망의 작은 공들은 저 멀리 달나라에 가닿지 못하고 추락한다.

이처럼 현실은 어렵지만, 우리는 조금이라도 더 멀리로 그 공을 함께 던지는 것에 힘을 보태야 한다. 당장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임대주택 등을 통해 미래를 계획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말은 ‘빛 좋은 개살구’처럼 들릴 수도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 공공의 책임이 크다. ‘신뢰’, 어제보다는 조금 더 나은 오늘, 그리고 내일이 있다는 믿음을 제시하지 못한 잘못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관계기관들은 삶의 질 향상과 주거복지 지원을 위해 수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민이 체감하는 주거의 질(質) 개선과 더 나은 내일에 대한 꿈은 더 멀어져 간다는 우려는 좀체 수그러들지 않는다. 공공기관의 역할은 시민들의 애정과 관심에 신뢰로 보답하는 것이다. 신뢰야말로 ‘주거복지’를 완성하는 척도다. 인천도시공사 구성원들도 불안 없는 삶의 공간을 시민들에게 제공하고자 부단히 정진해야 할 것이다. 신뢰를 쌓아야 한다.

트로이의 공주 카산드라는 예언의 능력을 갖고 있었다. 그는 트로이 전쟁의 비극을 점쳤으나 태양신인 아폴론에게 ‘설득력’을 빼앗겨 버려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더 나은 주거복지를 위해 힘쓰는 우리의 노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시민의 마음과 애정을 귀담아듣지 않고 “시민의 주거복지를 위한다”는 말만 한다면 우리의 노력은 카산드라처럼 영원히 설득력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필자가 신뢰에서 진정한 주거복지가 출발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인천도시공사 #임대주택 #주거복지 #신뢰 #신동아



서강원
● 인천도시공사 공공정책사업본부장
● 前 인천시 신청사건립추진단장
● 前 인천시 도시재생건설국 건설심사과장




신동아 2021년 12월호

서강원 인천도시공사 공공정책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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