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톱스타 출연료 회당 2억 원 안팎
조연배우 몸값, 국내 TV드라마 수준
콘텐츠는 품질 경쟁력, 배우들은 가격 경쟁력 높아
신드롬에 따른 보너스 기대…사실상 ‘불가능’
OTT 플랫폼 시리즈 출연료…배우마다 달라도 ‘상승세’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의 주가 급등은 ‘오징어 게임’ 신드롬을 증명하는 결정타다. 드라마가 처음 공개된 9월 17일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은 2600억 달러(약 319조 원)였지만 불과 3주 만에 2828억 달러(약 333조 원)까지 올랐다. ‘오징어 게임’ 단 한 편의 성공 덕분에 시가총액이 약 14조 원이나 뛴 것이다. 9부작 ‘오징어 게임’의 총 제작비가 약 200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투자 대비 효과’ 측면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역대 최고의 성공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56억 원 상금 차지한 이정재, 실제 출연료는?
‘오징어 게임’에서 열연을 펼친 주연 배우 이정재, 정호연, 박해수(왼쪽부터)가 미국 LA에서 열린 ‘오징어게임’ 프로모션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AP 뉴시스]
하지만 정작 대중의 호기심을 당기는 부분은 따로 있다. 보는 이들에게 ‘내가 만약 456억 원을 차지하게 된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력을 한껏 자극하고 있어서다. 돈에 관한 이야기인 만큼 호기심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극 중 최종 우승을 차지해 456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손에 넣은 ‘성기훈’과 그 역을 맡은 배우 이정재를 둘러싼 궁금증이다. 이정재가 맡은 성기훈이란 인물은 회사 파업에 참여해 실직한 이후 거액의 도박 빚에 시달린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게임에 참여, 우여곡절 끝에 혼자 살아남아 일확천금한다. 그야말로 ‘돈벼락’을 맞은 극 중 상황과 맞물려 대중의 호기심은 ‘오징어 게임’이라는 메가 히트작에 출연한 이정재의 출연료로 쏠리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배우가 받는 출연료는 업계에서 철저히 ‘대외비’로 분류된다. 지나치게 고액일 경우 혹은 자진해서 출연료를 낮춰 제작진의 부담을 덜어주는 등 ‘특별한 사례’가 아니라면 구체적 금액이 알려지는 일은 거의 없다. 이정재도 마찬가지다. 하물며 모든 계약에 있어 민감하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의 대표적인 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사업자 넷플릭스와 체결한 출연료 계약은 비밀 유지 방침이 더욱 철저할 수밖에 없다.
다만 ‘오징어 게임’이 워낙 유명해지면서 이정재의 출연료를 둘러싸고 방송가에서는 예상 가능한 추정치를 내놓고 있다. 일단 ‘업계 최고 대우를 받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넷플릭스 드라마가 책정하는 톱스타의 편당 출연료가 2억 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이정재는 9부작 ‘오징어 게임’으로 총 10억 원대 후반에서 20억 원대 초반의 개런티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이정재가 주로 영화에서 주연으로 활동한 경력, 흥행 성과와 국내 몸값 등을 고려해 편당 3억 원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내놓는다. 어디까지나 예상치일 뿐이지만 이럴 경우 출연료 총액은 20억 원대 후반까지 뛴다.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신드롬에 따른 보너스 기대…사실상 ‘불가능’
‘오징어 게임’은 현재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흥행에 따른 추가 수익금 배분에 대한 궁금증이 일지만 기대할 수 없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영화판에서는 일부 톱배우와 출연 계약을 할 때 러닝개런티나 지분을 확보해 매출에 따른 추가 수익을 가져가도록 보장하지만 드라마로는 이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드라마는 편당 개런티 개념이 확고하다. 특히 넷플릭스의 경우 국내 드라마처럼 재방송 수익도 없기에 정해진 편당 출연료 외에 추가 수익은 보장하지 않는 구조”라고 밝혔다.흥행에 따른 추가 수익 배분을 기대할 수 없는 이유는 넷플릭스만의 확고한 ‘제작 조건’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영화나 드라마 제작사에 제작비 전액을 사전에 투자하고, 추가로 제작비 대비 15% 수준의 금액을 선지급하는 방식으로 한국 콘텐츠를 만든다. 판권과 저작권도 넷플릭스가 가져간다. ‘오징어 게임’도 예외가 아니다. 넷플릭스는 제작비 200여억 원을 전액 투자하고, 이에 대한 15% 안팎의 비용을 제작사에 미리 지급했다. 대신 수익 배분은 따로 하지 않는다. 제작진은 당장은 돈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확보하는 셈이지만, 작품이 성공하더라도 저작권과 판권 판매에 따른 추가 수익을 요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오징어 게임’의 폭발적인 인기가 결국 제작사도, 감독도, 배우도 아닌 넷플릭스만 웃게 해줬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이정재의 출연료는 그리 높은 액수가 아니다. 더욱이 꼭 넷플릭스 시리즈가 아니더라도 최근 국내 드라마에서 시청률과 화제성을 보장하는 몇몇 톱스타의 출연료는 편당 2억 원을 넘긴 지 오래다. 보통 지상파·케이블채널 미니시리즈는 16부작으로 제작되는 만큼 회당 2억 원을 받는다면 최소한 본방송으로만 32억 원의 출연료를 받는 구조가 이미 마련됐다는 뜻이다.
반면 넷플릭스 드라마는 최근 배우 한소희가 주연한 ‘마이네임’처럼 길어야 10부작에 그친다. 정해인 주연의 ‘D.P’, 유아인의 ‘지옥’처럼 보통 6부작으로 만들어진다. 배우가 아무리 높은 몸값을 받아도 16부작 미니시리즈 출연료와 비교하면 결코 높다고 할 수 없다. ‘오징어 게임’에 출연한 다른 주연급 배우들은 어떨까. 한 연예계 인사는 “이정재를 제외하고는 회당 출연료가 수천만 원 수준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에서 최종 3인의 생존자 중 한 명인 배우 정호연도 극에서 비중은 주연이지만 신인인 만큼 개런티가 몇천만 원 단위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OTT 플랫폼 시리즈 출연료…배우마다 달라도 ‘상승 곡선’
넷플릭스가 국내 OTT 시장에서 점유율 1위 자리를 확고히 해왔지만 향후 그 지위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최근 디즈니 플러스와 애플TV 플러스 등 미국발 OTT 플랫폼이 국내에 상륙해 공격적인 콘텐츠 공개에 나섰고, 토종 OTT 웨이브와 티빙도 합류해 격전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인지도와 영향력을 갖춘 배우들의 캐스팅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여건인 만큼 개런티 상승도 불가피할 전망이다.현재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마의 주연 배우 몸값은 정해진 기준치가 없다. 드라마 제작 규모나 스타의 인지도에 맞춰 책정된다. 실제로 최근 공개된 또 다른 넷플릭스 드라마의 주인공 출연료는 2~3년 전 TV 미니시리즈 주인공의 편당 금액과 비슷하게 결정됐다. 즉 넷플릭스 드라마라고 해서 매번 높은 출연료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다만 전반적으로 국내 배우들의 출연료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징어 게임’ 신드롬으로 한국 드라마의 품질 경쟁력이 입증됐을 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미국 배우들에 비해 출연료가 ‘저렴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양미, 양쯔, 안젤라베이비 등은 드라마 편당 출연료가 현지 최고 수준인 170억 원에 이른다. 할리우드 정상급 스타는 우리 돈으로 수천억 원에 달하는 출연료를 받기도 한다. 최근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배우 대니얼 크레이그는 넷플릭스에서 ‘나이브스 아웃’ 속편 2편 출연료로 1억 달러(약 1100억 원) 이상을 받는다. 드라마 편당 출연료가 5000만 달러(약 550억 원) 이상인 셈이다.
한국 드라마가 기존 미국, 영국 드라마와 비교해 적은 제작비를 쓰고도 세계시장에서 충분히 통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만큼 넷플릭스를 비롯해 OTT 플랫폼의 제작 시도가 확대될 것으로도 보인다.
황동혁 감독은 11월 9일 “‘오징어 게임’ 시즌2를 구상 중”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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