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호

"기침 후 2분, 20평 사무실 전체 공기 중 비말 전파"

델타 이어 오미크론까지, 올겨울 마스크가 필요한 이유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21-11-29 10:5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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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공기감염, 이제는 상식

    • 백신접종자도 바이러스 배출, 증상 없이 퍼지는 ‘은밀한 확산’

    • 이왕 쓸 마스크, ‘가장 좋은 것’으로 쓰자

    • 마스크 안 쓰면 바이러스 변이 빨라진다

    • 저온, 건조, 실내 활동 급증 … “개인과 사회 위해 마스크 착용”

    [뉴스1]

    [뉴스1]

    올겨울 ‘거대한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상당수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경고하는 내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병원체는 춥고 건조한 환경을 좋아한다. 2년 가까이 계속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많은 사람이 지쳤다. 게다가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가 시작되며 각종 제한이 사라진데다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오미크론 변이'까지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제 확진자 수 증가는 ‘상수’다. 문제는 얼마나 늘어나느냐다.

    전문가들은 “조만간 스키 시즌이 개막하면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염호기 인제대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5만 명이 나올 수 있다”고까지 했다. 현재 국내 최다 확진자 기록은 11월 24일의 4115명이다.

    ‘과학’으로 확인된 코로나19 공기 전파

    환기가 잘 이뤄지지 않은 실내에서 바이러스가 얼마나 빨리 확산하는지를 보여주는 그림. 시뮬레이션 결과 110초 만에 73㎡ 공간 전체에 병원체가 퍼져나가는 것이 확인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제공]

    환기가 잘 이뤄지지 않은 실내에서 바이러스가 얼마나 빨리 확산하는지를 보여주는 그림. 시뮬레이션 결과 110초 만에 73㎡ 공간 전체에 병원체가 퍼져나가는 것이 확인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제공]

    마스크의 중요성은 실내에 머물 때 더욱 커진다. 코로나19 확진자와 밀폐된 장소에 같이 있을 경우, 공기를 통해 병원체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상대가 재채기라도 하면 바이러스 전파 속도가 매우 빨라진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의뢰로 세종대 연구진이 실시한 시뮬레이션 결과,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기침할 때 쏟아져 나오는 비말(침방울)은 110초 만에 73㎡(22.2평) 규모 공간 전체에 퍼졌다. 마스크 미착용자가 같이 있을 경우 공기를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유행 초기만 해도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은 공기 전파 가능성을 부인했다. “코로나19는 확진자와의 접촉을 통해 퍼져나간다. 사람 사이에 2m 이상 거리를 두면 괜찮다”는 게 당시 ‘상식’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코로나19의 가공할 만한 전파력이 속속 확인됐다. 이후 많은 과학자가 공기를 통한 코로나19 확산 위험성을 강조했다. 2월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각종 증거를 보면 코로나19가 주로 공기를 통해 퍼져나가는 것이 확실하다”는 내용의 사설을 실었다. 현재는 WHO와 CDC 등 세계 보건 전문기구도 코로나19 주요 전파 경로에 ‘공기’를 추가한 상태다. CDC 홈페이지에서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검색하면 첫 번째 감염 경로가 공기 전파로 나온다.

    11월 29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백신접종률은 79.7%다. ‘18세 이상 성인’만 놓고 보면 91.3%가 백신을 맞았다. 그럼에도 코로나19가 무섭게 확산하고 있다. ‘돌파 감염’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가 기존 변이보다 더욱 강력한 전파력과 면역회피성을 갖고 있다고 본다. 향후 돌파 감염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는 셈이다.

    백신접종자도 코로나19 감염 시 바이러스 배출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미국 뉴욕타임스 기사. [인터넷 캡처]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미국 뉴욕타임스 기사. [인터넷 캡처]

    당초 과학계는 백신접종을 완료할 경우 코로나19에 걸려도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 발표되는 각종 연구는 이 바람이 헛된 것이었음을 보여준다. CDC가 7월 말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백신을 다 맞은 뒤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 체내의 바이러스 양은 미접종자와 별 차이가 없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연구팀이 10월 28일 의학 학술지 ‘랜싯’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백신접종 완료자가 가족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할 확률이 38%에 달한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경우 병을 좀 더 빨리 이겨내긴 한다. 하지만 감염됐을 때 갖게 되는 최대 바이러스 양이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보다 줄어드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는다 해도 밀폐된 공간에서 공기를 통해 코로나19 병원체와 접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마스크를 쓸 경우 감염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승재 서울시립대 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대중교통을 안전하게 이용할 방법을 모색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 교수 등이 10월 22일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한 논문을 보자.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할 만큼 승객이 많은 지하철 안에서도 마스크를 제대로 쓸 경우 코로나19 감염 확률이 93.5% 낮아졌다.

    한국은 시민들이 마스크를 잘 착용하기로 유명한 나라다. 미국 CNN은 지난해 4월 마스크의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소개하는 기사에서 “한국 등 아시아 국가는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시민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그 결과 감염병의 지역사회 대규모 확산 예방에 큰 성공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유행이 길어지며 방역 긴장감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부지불식간에 마스크 착용을 소홀히 여기면, 그 틈을 타고 코로나19가 침투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3월 집단감염이 발생한 피트니스센터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응답자의 98.1%가 운동할 때 마스크를 잘 쓴다고 답했지만,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는 달랐다. 분석 대상의 60.1%가 운동이 격렬해지면 마스크를 벗거나 턱에 걸치는 등 방역 수칙을 위반했다. 상당 부분 무의식적 행동이었을 수 있다. 이런 ‘실수’를 피하려면 평소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게 필요하다.

    이왕 쓸 마스크, ‘가장 좋은 것’으로 쓰자

    이왕 마스크를 쓴다면 되도록 피부에 밀착되고 외부 물질 차단 효과가 좋은 제품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수리분석 결과, 마스크 미착용자의 비말 노출을 100으로 볼 경우 천마스크 착용자의 노출율은 33%로 나타났다. 전면을 코팅한 이른바 ‘덴탈마스크’를 착용하면 25%, KF94 마스크를 쓰면 1%로 떨어졌다. 바이러스 연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린제이 마르 버지니아공대 교수는 9월 21일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다른 사람과 충분한 거리를 유지하기 어려울 때, 실내에 오래 머무를 때, 주위에 마스크를 쓴 사람이 없을 때 가능하면 최고 품질의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다”고 권했다.

    올겨울 마스크를 써야 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공중보건을 위해서다. 바이러스는 숙주를 옮겨 다닐 때마다 조금씩 변화한다. 약 3만 개의 염기로 이뤄진 코로나19 병원체 특정 부분에 변화가 생기면 전파력과 치명률이 달라지는 ‘변이’로 이어질 수 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을수록 변이 속도가 빨라지고, 그 과정에서 백신 또는 치료제를 회피하는 ‘변종’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 경우 지금까지 인류가 쌓아온 코로나19 대응 역량이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마스크 착용은 과학적으로 확인된 코로나19 예방 방법”이라고 말한다. 올겨울, 한국 코로나19 방역은 결코 수월하지 않을 전망이다. 개인을 위해, 또 사회를 위해 마스크를 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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