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는 안국포럼, 朴은 이재만·정호성…尹은?
지지율 급상승에 캠프 내 역학 구도 복잡해져
측근 없는 尹, 선대위가 파워 엘리트 가늠자
金 ‘자리사냥꾼’ 발언에 캠프 내 의견 갈려
“워낙 여러 파벌 있다 보니 피곤하다”
“선거는 이겨도 정부는 실패할까 걱정”
“尹 ‘픽업’ 측근, 김종인·이준석 양해 여부가 쟁점”
11월 15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왼쪽에서 3번째)가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에서 열린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에서 4번째)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김 전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스1]
尹 45.6% vs 李 32.4%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된 뒤 닷새가 지난 11월 10일. 윤 후보 캠프 관계자는 경선 승리 후 리스크 요인에 관해 이렇게 설명했다. 상승세인 윤 후보의 지지율이 외려 주도권 경쟁을 촉발할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친윤(親尹·친윤석열)계로 불리는 권력집단 내부에서 권력투쟁의 서막이 올랐다는 해석도 나온다. 개성 강한 전·현직 당대표(김종인·이준석)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도 변수다.최근 나온 여론조사 결과는 일제히 ‘윤석열 압승’을 가리키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오차범위 바깥에서 앞서는 추세가 확연히 감지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11월 12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9명에게 물은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응답률 8.0%) 윤 후보의 지지율은 45.6%로 이 후보(32.4%)를 13.2%포인트 앞섰다. 특히 이 조사에서 윤 후보는 이 후보의 ‘정치적 안방’ 격인 경기에서도 41.8%를 기록해 이 후보(35.1%)를 이겼다. 최근 두 차례 대선에서 민주당의 손을 들어준 서울에서조차 14.2%포인트의 격차(尹 50.2%, 李 36.0%)가 났다.
같은 시기(11월 12~13일)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응답률 5.4%)에서는 윤 후보가 45.4%, 이 후보가 34.1%의 지지율을 얻었다. 마찬가지로 11월 12~13일 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가 뉴데일리와 시사경남 의뢰로 전국 성인 1002명에게 물은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응답률 6.5%), 윤 후보는 48.3%를 얻어 32.2%에 그친 이 후보를 16.1%포인트 격차로 이겼다.(이하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윤 후보 캠프를 둘러싼 역학 구도는 더 복잡해졌다. 본선 승리 가능성이 커질수록 캠프 참여를 희망하는 인원도 늘게 마련이다. 지난 2017년 대선의 경우 당선이 유력했던 문재인 민주당 후보 캠프에는 교수·전문가만 1000명 넘게 몰려 ‘매머드 싱크탱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당시 문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오차범위 바깥에서 앞서면서 대세론을 형성한 바 있다.
희미한 균열선과 또렷한 대치선
윤 후보가 오래 관계를 맺어온 측근들은 대부분 법조인이다. 대표적 인물이 검찰 후배인 주진우(사법연수원 31기) 변호사다. 이와 관련 윤 후보와 가까운 한 법조인은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도 윤 후보에게 조언하는 멘토”라고 말했다.반면 여의도에는 오래 교유한 측근이 없다. 이렇다 보니 ‘윤석열 선대위’에 어떤 직책으로 합류하는지 여부가 파워 엘리트 그룹에 들어가느냐 마느냐를 가를 가늠자처럼 돼버렸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11월 8일 ‘신동아’ 창간 90주년 특별대담에 나와 “대선후보 캠프에는 소위 ‘자리사냥꾼’들이 모인다. 이들을 제대로 선별해 내지 못하면 당선이 되더라도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지난 9월 꺼낸 ‘파리 떼’ 발언의 후속편 격이다.
김 전 위원장의 날 선 발언에 대해 캠프 내부에서는 공감과 반감의 감정이 동시에 읽힌다. 복수의 캠프 관계자에 따르면, 30~40대 실무 그룹에서는 ‘자리사냥꾼’ 발언이 나오자 공감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 50대 이상 중진 그룹의 전반적인 기류는 김 전 위원장의 발언에 부정적이었다는 것이다. 서로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윤 후보 캠프 관계자는 “(경선 캠프) 해단식이 있기 전 공지가 내려왔는데, ‘립 서비스’인지는 모르나 후보는 실무 그룹과 끝까지 함께 가고 싶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업무 효율성 면에서 인적쇄신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앞선 관계자는 “캠프에 워낙 여러 파벌이 있다 보니 실무자가 여러 그룹에서 오더 받는 경우가 잦다”며 “‘이것부터 해라’ ‘저거 먼저 해라’라고 여러 사람이 시켜 피곤하다”고 했다.
캠프 내 이견이 아직까지는 희미한 균열선에 가깝다면, 캠프 밖 공방은 또렷한 대치선 형태다. 공히 정권교체를 주장하지만 뿌리가 판이한 세력 간에 김 전 위원장의 존재는 일종의 리트머스시험지로 작용하고 있다.
구주류로 분류되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는 11월 15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마포포럼에서 “이준석 대표와 김종인 전 위원장이 분열의 리더십을 보이고 있어 심히 우려가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재오 전 의원도 이튿날 “(대선)후보가 사무총장 누구 하겠다, 비서실장 누구 하겠다는 것을 이준석 대표나 김종인 씨한테 가서 결재 맡는 이런 일을 본 적 있나”라고 말했다.
탈문(脫文) 진보로 분류되는 측의 입장은 정반대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1월 15일 페이스북에 “이재오에 김무성에 난리가 났던데, 파리 떼의 마지막 날갯짓이라고 할까나”라면서 맹비난했다. 진보성향 법학자인 신평 변호사(사법연수원 13기)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김 전 위원장 말대로 윤 후보가 받아들이지 않겠나. 중도층, 청년층을 끌어안을 수 있게 새로 캠프 진용을 짜야 한다”면서 “윤 후보가 경선을 치른 기존 성채에서 나와 평원의 대전투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정 수준’에 대한 尹과 金의 동상이몽?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와 윤석열 대선후보가 11월 6일 서울 마포구의 한 음식점에서 오찬에 앞서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김 전 위원장은 2012년 새누리당 대선 캠프에서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맡았으나 경제민주화 공약을 놓고 박근혜 후보, 이한구 원내대표와 갈등을 겪었다. 당시에도 당내에 별다른 뿌리가 없던 그는 ‘선대위 회의 불참’ 등 보이콧 전략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관철해나갔다. 그런 그로서는 본선에서 엇박자를 연출할 바에야 처음부터 권한을 부여받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해 윤 후보 캠프 핵심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을 배제하고 갈 수는 없다”면서도 이런 말을 덧붙였다.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관계는 좋다. 다만 후보가 아닌 사람이 전권을 갖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경선 당시 설화(舌禍)를 빚은 인사들은 (선대위에) 들어갈 자리가 없을 수도 있겠지. 그런 식으로 (조직이) 자연스레 정리가 되면서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이) 적정 수준에서 조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문제는 ‘적정 수준’이 무엇이냐에 대한 정의다. 일단 첫 인선 과정에서는 양측 사이에 ‘적정 수준’에 대한 합의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 후보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권성동 의원은 김 전 위원장도 받아들일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김병민 대변인은 ‘친(親)김종인계’로 불린다. 실제 김 전 위원장이 ‘적정 수준’에 대한 대략적인 설계도를 마련하고 있었다는 정황도 있다. ‘살생부’ 형식을 들이밀며 캠프를 재편하면 불필요한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 전 위원장의 최측근 인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선대위가 꾸려지면 공동선대위원장만 여러 명 앉혀놓는데, 이들은 대개 서울에 모여 앉아 전화나 돌리면서 어떻게든 후보에게 눈도장 찍을 시간만 기다린다. 그게 정권 바뀌고 논공행상할 때 한자리라도 얻을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이다. 게다가 지금 국민의힘 의석은 영남권에 집중돼 있어 그 외 지역을 커버할 현역의원이 없다. 의원들을 호남·수도권·충청 일부·강원으로 나눠 각 지역 캠프를 맡게 하고, 선대위는 실무형으로 구성해 일하는 캠프로 꾸리는 게 대선 직후 열릴 지방선거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 당내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후보와 가까이 있을수록 집권 뒤 ‘코어’에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할 텐데, 선뜻 서울을 떠나겠느냐”라며 부정적 의견을 냈다. 지방선거 출마 의향이 있는 중진들에게야 선택 가능한 안(案)이지만, 청와대와 내각에 자리 잡기를 원할 경우에는 택하기 힘든 선택지라는 의미다.
기시감 드는 ‘헤게모니 전쟁’
윤 후보 캠프 안팎에서 벌어지는 ‘헤게모니 전쟁’을 취재하다 보면 묘하게도 기시감이 든다. 2008년 이명박(MB) 정부 때 여권 내부에서 권력투쟁이 발발했다. 당시 상황을 보도한 다수의 언론보도를 보면 유독 ‘예고된 일’이라는 표현이 많다. 친이(親李·친이명박)계로 불린 당시의 권력집단은 크게 세 덩어리로 이뤄져 있었다. 대통령의 형이 중심인 ‘이상득 그룹’, 정권의 2인자가 주축인 ‘이재오 그룹’, 소장파로 꾸려진 ‘정두언 그룹’이다. 대선까지는 평화롭게 연대하던 세 그룹은 집권 뒤 인사권을 두고 파열음을 내면서 갈가리 찢어졌다. 이는 MB 정부의 지지기반이 때 이르게 붕괴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단기간에 세력을 만들어야 했던 윤 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이기기 위해 최대한 많은 인물의 손을 잡았다. 지금 이들은 반문(反文)이라는 명분으로 결속력을 유지하는 상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탄생 가능성이 높아지면 미래 권력의 헤게모니를 쥐기 위한 일대 전쟁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 임명직 공무원만 해본 정치 신인이 쉽게 풀기 힘든 초고난도 방정식이다. ‘이겨도 문제, 져도 문제.’ 밑바닥 여론에 더 민감한 야권 보좌진 사이에서 최근 횡행하는 표현이다.
당내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경선이 끝난 뒤 여론조사 결과가 너무 좋아 위기의식이 약해지고 있다”며 “자칫 선거는 이겨도 정부는 실패하는 역사가 반복될까 걱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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