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석 달 뒤 치르는 지방선거, 대선 승리 정당에 절대 유리
민주당은 중진 안민석·조정식 의원, ‘다크호스’ 박정 의원 거론
국민의힘은 심재철·정병국 전 의원에 정미경 최고위원 하마평
더블어민주당에서 차기 경기도지사로 거론되는 인물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안민석, 조정식, 박정 의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염태영 수원시장, 전해철 행정안전부장관. [동아DB]
최종 결정권자인 유권자는 각 당 경선을 통과해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린 여야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을 선택하게 된다. 투표일까지 신중하게 누가 잘할까를 고민하는 게 유권자의 몫인 셈이다. 하지만 그 유권자의 선택을 받으려는 예비 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 후보들은 7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예선전을 통과해야 한다. 선거 일정상 대선 직후에 지방선거 공천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에 나설 예비후보들이 경선을 준비할 시간은 채 넉 달도 남지 않은 셈이다.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경기도지사 선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사직을 조기 사퇴하면서 현역 프리미엄이 사라져 사실상 무주공산이 됐다는 점에서다. 경기도는 인구가 1250만 명에 이르고 도시와 농촌이 고르게 분포돼 있는 최대 광역자치단체로 대한민국 축소판이라는 점에서 차기 대선으로 향하는 또 하나의 등용문으로 인식되고 있다.
대선 승리 정당에 절대적으로 유리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13개월 만에 치러진 2018년 6월 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4곳에서 승리하며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까지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며 국정을 잘 이끌어보라고 유권자가 기회를 준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해 4월 총선 때에는 180석 가까운 의석을 범여권에 몰아주며 행정 집행권은 물론 입법권까지 범여권에 부여했다.내년 3월 9일 대선과 6월 1일 지방선거는 ‘맘껏 국정을 이끌어보라’며 대선과 지방선거, 총선까지 신임을 줬던 국민이 빨간펜을 들고 냉정하게 지난 4~5년의 국정 운영 평가를 내리는 시간이 될 공산이 크다. 중앙정부 수장을 뽑는 대선 석 달 뒤에 지방정부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치러진다는 점에서 대선 결과에 따라 지방선거 판세가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대선에서 승리한 후보가 자신을 도운 측근을 지방선거에 대거 내보낼 가능성이 크다”며 “1998년 2월 출범한 김대중 정부가 넉 달 뒤 치러진 6·4 지방선거에 동교동계 출신 등 대통령 측근을 대거 출마시킨 상황이 내년 지방선거에도 재현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만약 내년 대선에 이재명 후보가 당선한다면, 경기지사에는 이 후보를 경선과 본선에서 도운 가까운 인사가 경기지사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 후보의 당선은 직전 경기지사였던 이 지사에게 나라 전체의 국정을 맡긴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 후보와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의 재신임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만약 윤석열 후보가 당선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경기지사 또한 국민의힘 후보에게 돌아갈 수 있다. 이 후보의 대선 패배는 곧 민주당 대선후보의 패배이자 직전 경기지사의 패배라는 점에서다.
안민석이냐, 조정식이냐
경기지사가 최종적으로 어느 정당, 어느 후보에게 돌아가느냐의 문제와는 별개로 내년 지방선거는 정치적 성장을 노리는 이들에게는 대선주자급 정치인으로 발돋움할 절호의 기회다. 여야에서 관록을 쌓아온 정치인들이 대거 예비후보로 거론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더욱이 이재명 대선후보 선출로 경기지사는 서울시장과 함께 대선후보로 직행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대권가도로 인식되고 있다.여권에서는 경기도에서 선수를 쌓아온 다선 의원들이 주로 포스트 이재명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재명 대선 경선 캠프에서 활약한 안민석·조정식 현역 의원을 필두로, 경기도에서 다선을 기록한 이종걸·이석현 전 의원의 이름도 거론된다. 여기에 재선 박정 의원이 다크호스로 거론되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경기지사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이재명 후보와 당내 경선에서 맞붙었던 전해철 행정안전부장관이 재도전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국회의원과 달리 현직 장관 신분인 유은혜·전해철 두 장관의 경우 내년 6월 1일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서는 선거일 90일 이전에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즉 공직자 사퇴 시한인 내년 3월 3일 이전에 사퇴한다면 6월 1일 지방선거에 뜻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다만 대선이 한창 진행 중인 시점에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주무 장관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자신의 경기지사 출마를 위해 대선 직전에 사퇴하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밖에 3선 기초자치단체장으로 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낸 염태영 수원시장도 경기지사 후보 물망에 올라 있다.
국민의힘에서 차기 경기지사로 거론되는 인물들. 왼쪽부터 심재철, 정병국 전 의원, 정미경 최고위원. [동아DB]
심재철이냐, 정병국이냐
국민의힘에서는 경기도에서 다선을 기록한 전직 의원들이 주로 경기지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안양에서 5선을 지내고 현재 윤석열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심재철 전 의원과 가평·양평에서 5선 의원을 지내고 이명박 정부 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한 정병국 전 의원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여기에 수원에서 재선을 기록한 정미경 최고위원이 다크호스로 거론되고 있다.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는 “이재명 후보든 윤석열 후보든 대선에서 승리하고 나면 내년 지방선거에는 자신만의 팀을 구성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며 “두 후보 모두 ‘아재’나 ‘파리떼’ 소리 듣는 사람이 지방정부를 맡게 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윤 후보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이준석 대표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해 새 인물을 대거 선대위에 포진시키는 것이 대선에도 유리할뿐더러, 내년 지방선거에도 유리할 수 있기 때문에 선대위 구성 때 인적쇄신을 단행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형준 교수는 “정권을 창출하는 쪽에서는 신인이든 중진이든 누구를 경기지사로 내보내도 유리하겠지만, 정권 창출에 실패한 쪽은 조직력과 인지도 등 검증된 중진 인사를 내보내려 할 가능성이 높다”며 “어찌 됐건 내년 지방선거는 대선 승리로 정권을 가져간 쪽에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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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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