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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기소되면 尹도 기소, 양당 후보교체론 급물살 탈 것”

정치 컨설턴트 박성민의 대선 인사이트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m

“李 기소되면 尹도 기소, 양당 후보교체론 급물살 탈 것”

  • ● 20대 대선은 역사상 가장 희망과 기대 없는 ‘우울한 선거’
    ● ‘김대중 죽이기’와 ‘윤석열 죽이기’의 공통점
    ● 20대 대통령선거 키워드는 ‘응징’과 ‘생존’
    ● 윤석열 선택은 ‘응징’, 이재명 선택은 ‘생존’
    ● 정권교체·세대교체 이중의 늪에 빠진 민주당
    ● 민주동맹에서 이탈하는 2030과 중도층이 대통령 선택
    ● 대장동은 기본적으로 ‘공(公)’의 소멸, 정의 파괴 사건
    ● 안철수의 명분 없는 출마, 단일화 카드도 놓칠 듯
    ● 이번 대선에서 순수한 의미의 제3지대는 없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집권당, 586세대 중심 정당이라는 ‘이중 기득권’의 늪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홍태식]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집권당, 586세대 중심 정당이라는 ‘이중 기득권’의 늪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홍태식]

“왜 권력은 김대중을 죽이려 하는가. 그건 김대중이 (정치적으로) 살아 있기 때문이고 그 영향력이 두렵기 때문이다. 왜 정권이 윤석열을 죽이려고 하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그건 윤석열이 (정치적으로) 살아 있기 때문이고, 그가 두렵기 때문이다.”(경향신문, 2020년 7월 4일)

‘조국 사태’ 이후 여권이 전방위로 검찰총장 윤석열에 대한 공세를 가할 때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죽이면 죽일수록 살아나는 남자, 윤석열’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1995년 강준만 교수가 쓴 ‘김대중 죽이기’가 떠오른다고 했다. 박 대표는 여권을 향해 “윤석열 죽이기가 계속될수록 ‘윤석열 대망론’만 키울 뿐이다. 현직 검찰총장을 정치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연말 무렵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의 ‘검찰총장 직무정지와 징계 청구’로 이른바 추·윤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자 “문 대통령이 윤석열과 마주하는 것은 이겨도 지는 전쟁”이라며 여권 친위 부대의 오만과 독선에 염증을 느낀 중도의 이탈을 예견했다.

1년 뒤 우려는 현실이 됐다. 11월 5일 윤석열은 제1야당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가 됐고,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후보와 격차를 벌리며 연승을 거두고 있다.

반대로 10월 10일 결선 투표 없이 본선으로 직행한 이재명 후보는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지지율에서 윤 후보에게 추월당했다. 이 시기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과 민주당 지지율까지 동반 하락하며 여권은 ‘트리플 하락세’라는 위기에 봉착했다.

2022년 3월 9일 제20대 대통령선거까지 4개월. 지금 추세가 계속될 것인가. 엎치락뒤치락 반전에 반전을 거듭할 것인가. 안철수, 심상정, 김동연은 양강 구도를 깨뜨리는 제3후보가 될 수 있을까. 11월 10일 박성민 대표를 만나 요동치는 대선판에서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 물었다.



민주당 ‘승리의 방정식’ 민주동맹이 무너졌다

- 이 추세가 언제까지 계속될까.

“물밑 흐름은 정권교체 여론이다. 선거에서는 35대 55라는 수치가 중요하다. 55%라는 것은 중도층이 그쪽으로 넘어갔다는 의미다. 정권교체에 동의하는 여론이 55%를 넘고 정권 재창출에 동의하는 여론이 35%를 밑돌면 정권은 교체된다. 10% 차이라면 후보 개인의 경쟁력이나 대선판 구도(3자 구도, 4자 구도)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20% 차이는 모든 변수를 넘어선다.”

11월 7~8일 ‘엠브레인퍼블릭’이 뉴스1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3.5%는 “정권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고 답했고,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34.1%에 그쳤다. 11월 8~9일 ‘한국갤럽’이 머니투데이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 지지는 56.6%, 정권 유지 지지는 30.9%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민주당 승리의 방정식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2016년 총선부터 전국 단위 선거를 네 번 연속 이겼다. 4050세대가 중심이 되고 2030세대가 뒤따라가는 민주동맹이 민주당 승리의 보증수표였다. 그런데 지금 60대 이상에선 국민의힘 우위가 계속되고 있고, 50대는 거의 반반이며, 40대에서만 민주당이 앞선다. 50대가 정권교체 쪽으로 이탈하고 2030의 지지마저 잃으면 패배는 뻔하다. 특히 민주동맹으로부터 2030의 이탈이 민주당 위기의 본질이다. 민주당은 지금 ‘이중 기득권’의 늪에 빠져 있다. 첫 번째가 집권당이라고 하는 기득권이고, 두 번째가 586세대 중심 정당이라는 것이다. 전자는 정권교체 대상이고 후자는 세대교체 대상이다. 이것은 후보 개인이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다.”

- 정권교체 10년 주기설이 이번에는 안 통한다는 말인가.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한다. 김대중 정부 때와 이명박 정부 때도 정권교체론이 높았지만 결국 여당 후보인 노무현, 박근혜가 대통령이 됐다. 지금 민주당은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던 2002년 대선의 재현을 기대한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나이(56세)와 지금 이재명 후보 나이가 같다. 야당 이회창 후보는 67세였다. 야당 후보가 여당 후보보다 나이가 훨씬 많으니 마치 이회창이 여당이고 노무현이 야당인 것처럼 보였다. 그때만 해도 이회창이라는 ‘기득권’에 대한 분노가 ‘노무현 지지’로 이어졌다. 2022년 이재명 후보가 과연 노무현처럼 할 수 있을까.”

정권심판론에 불 지핀 대장동 이슈

- 이재명 후보가 넘어야 할 3개의 장애물로 여권 분열이라는 정치적 허들, ‘대장동’이라는 법적 허들, 지지율 허들 세 가지를 꼽았다. ‘경선 불복’에 따른 여권 분열은 이미 해소된 것 아닌가.

“경험적으로 다시는 얼굴을 안 볼 것처럼 치열하게 내부 경선을 치르면 오히려 본선에 도움이 된다. 2007년 이명박·박근혜, 2008년 미국 오바마·힐러리의 경우가 그랬다. 하지만 이런 효과는 대체로 야당에서 나타난다. 정권을 찾아와야 한다는 지지자들 압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권의 치열한 경선은 분열로 가기 쉽다. 1997년 이회창·이인제가 그랬다.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이낙연은 ‘승복’이란 말을 하지 않았다.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고 했다. 그것도 3일 만에 나왔다. 이재명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사적이든 법적이든 문제가 생기면 다시 후보교체론이 나올 것이다.”

- 대장동 이슈가 정권심판론에 불을 지핀 셈인가.

“2016년 국정농단 사건이 터졌을 때 사람들은 최순실이 누군지도 몰랐다. 그러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니 막을 수 없었다. 대장동 사건도 자꾸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고 위례, 백현동으로 번지고 있다. 화재로 치면 초기 진압 시기를 놓쳤다. 이재명에게 대장동이란 허들이 매우 높다는 의미다. 대장동 사건에서 놀라운 건 뇌물 액수였다. 사실인지 아닌지 밝혀지겠지만 5억, 10억도 아니고 0이 하나 더 붙었다. 정치인, 법조인이 50억 원 100억 원씩 받았다면 양심을 판 게 아니라 영혼을 판 것이다. 대장동은 기본적으로 ‘공(公)’을 소멸시키고 정의를 파괴한 사건이다. 대통령 탄핵 이후 기대 속에 탄생한 정부지만, 자기들이 말한 원칙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 위선, 무능, 부패는 어떤 기준이 있어서 ‘낙제다, 아니다’ 평가할 수 있다. 반면 ‘타락했다’고 하면 아예 기준조차 없다는 의미다. 국민들은 이번 대선에서 공정과 정의 같은 고차원적 논의가 아니라 기본적인 상식의 회복을 원한다.”

정치는 몰라도 돼, 당한 만큼 갚아달라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윤석열을 대선후보로 선택하면서 ‘정치는 몰라도 되니 당신은 응징만 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태식]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윤석열을 대선후보로 선택하면서 ‘정치는 몰라도 되니 당신은 응징만 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태식]

- 여당이 이재명을, 야당이 윤석열을 대선후보로 선택한 정치적 함의는 무엇인가.

“이번 선거는 한국 대통령선거 사상 가장 희망과 기대가 없는 선거다. 그래서 우울한 선거다. 이번 선거 키워드는 ‘응징’과 ‘생존’이다. 윤석열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된 것 자체가 ‘응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을 야당 대선후보로 만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수사하고 구속시킨 그 사람으로 하여금 똑같이 되갚아 주라는 의미다. 극단적으로 ‘정치는 몰라도 되니 당신은 응징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이번에 정권을 놓치면 다 죽는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이낙연, 정세균으로는 무난히 질 것 같으니까 이재명을 ‘생존’ 카드로 선택했다.”

- 야당 후보가 맞설 상대는 여당 후보가 아니라 현 대통령이라는 건가.

“역대 대통령선거를 돌아보면 여야를 떠나 전임 대통령과 가장 대척점에 있는 사람이 다음 대통령이 됐다. 노태우의 대척점에 김영삼이 있었고, 이명박의 대척점에 박근혜가 있었다. 지난 2년간 문 대통령과 가장 대척점에 있던 사람이 누군가. 윤석열이다. 한때는 안철수가 그 자리에 있었고, 이재명인 적도 있다. 문 대통령 마음을 가장 불안하게 하고 두렵게 할 사람, 상대에게 치명적인 아픔을 줄 카드가 윤석열인 것이다.”

- 민주당 내부에서는 ‘윤나땡(윤석열이 나오면 땡큐)’이라 할 만큼 정치 신인 윤석열을 쉬운 상대로 예상했다.

“그 말도 맞다. 정치 경험 없고 선거 경험은 더욱 없으니 실수를 연발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됐다.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이슈에 묶여 있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서는 윤석열이 국민의힘 후보가 돼 고발 사주 의혹이든 뭐든 네거티브 전략으로 최악이냐 차악이냐 선거로 이끌면 그나마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윤석열이 좋은 상대였다. 사실 국민의힘 경선 후보 4명 중 본선에서 이재명을 압도하면서 이길 수 있는 파괴력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다면 이번 경선 결과와 정반대다. 후보가 될 가능성이 가장 적었던 원희룡이 가장 파괴력 있고, 유승민·홍준표·윤석열 순이다. 윤석열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최종 후보가 됐어도 정권교체는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을 겁먹게 할 존재는 원희룡이 아니라 윤석열이다. 그가 검찰총장일 때 조롱하고 막말을 쏟아냈지만 이제 그러기 어려울 뿐 아니라 조만간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으니 이젠 두려울 것이다. 국민들은 이미 윤 후보의 실수를 용인하는 분위기다. 그가 정치 신인이라는 건 다 안다. 사법 리스크도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것이다. 설령 그것이 사실이라 해도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에 비하면 지나친 것도 아니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겨냥한 BBK나 도곡동 땅 공세가 먹히지 않은 것과 비슷하다.”

이재명과 윤석열 동시 특검, 동시 기소되나

- 대선가도에서 윤석열 후보가 넘어야 할 허들은 무엇인가.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후보 부부와 관련해 여러 사건을 수사 중이지만 넘기 어려운 법적 허들은 아니라고 본다. 윤석열의 두 번째 허들은 ‘이재명’이고, 세 번째는 ‘윤석열’ 자신이다. 먼저 윤석열이라는 허들은 정치 경험 없어서 생기는 실수다. 정치 천재가 아닌 이상 이런 말을 했을 때 어떻게 기사가 되는지, 여기까지 말하면 어떤 파장이 오는지 ‘거리 조정’이 잘 안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실수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선대위가 조직돼 본격적으로 당의 도움을 받게 되면 조금은 나아질 것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장애물은 두 번째 ‘이재명 허들’이다. 만일 민주당에서 이재명으론 안 되겠다 싶어 후보교체론이 현실화하면 곧장 윤석열 쪽으로 불이 옮겨붙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경선에서 뽑힌 후보를 교체할 수는 없다. 유일한 방법은 기소다.

민주당이 먼저 야당의 특검 요구를 받아들여 대선 전에 특검 하고 이재명이 기소되는 일이 벌어지면 윤석열도 무조건 기소할 것이다. 둘 다 기소이거나 둘 다 불기소이지 한 명은 구속되고 한 명은 안 되는 일은 없다는 얘기다. 만약 그렇게 되면 이재명 지지자의 반발을 감당하기 어렵다. 둘 다 기소되면 양당 후보 교체론이 급물살을 탄다. 그다음은 정치적 결단이다. 정당 공천은 당의 결의로 결정되는 것이니 ‘이제 우리 당 후보가 아닙니다’라고 하면 그만이다.”

- 후보교체론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말인가.

“가능성은 많지 않지만 그렇다고 생뚱맞은 이야기도 아니다. 이회창 때, 노무현 때 후보교체론이 나왔다. 그리고 지금 그 상황을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다. 어제(11월 9일) 송영길·이준석 대표가 MBC ‘100분 토론’에서 맞수 토론하는 것을 보니 송영길은 당대표가 아니라 잠재적 대선후보구나 싶더라.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을 밀어붙인 김부겸 총리도 여차하면 불려나갈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실제로 당내 경선이 끝난 뒤 대선후보 중심으로 당이 움직여야 하는데 당대표들이 인터뷰·토론회 등을 이어가며 광폭 행보를 하는 것에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후보보다 대표가 앞장서서 ‘뭘 해보겠다’ 이러면 큰일 난다. 빨리 시차 적응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출마 안 해도 캐스팅보트 쥔 안철수의 오판

- 여야 모두 2030세대 표심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어느 쪽이 유리한가.

“현재 2030세대는 압도적 스윙보터(swing voter·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한 이들)다. 역사적으로 이번 선거에 스윙보터가 가장 많다. 이를 ‘중도 유동성 장세’라고도 한다. 2030세대는 스스로 ‘촛불집회’의 주인공이고 탄핵의 주역이며 문재인 정부를 ‘우리’가 만든 정권이라고 생각했지만 586세대가 그 성과를 독점했다. 2030이 윗세대와 다른 점은 공동체주의자가 아니라 개인주의자라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 정부는 개인의 욕망을 인정하지 않았다. 부동산정책만 봐도 대출받아 집 사는 것을 탐욕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은 ‘강남에서 살아봤는데 별 거 아니다’ ‘임대주택도 괜찮다’라고 한다. 2030은 그런 586들이 뒤로 물러나주기를 원한다. 민주당 주류가 586이다. 4·7 보궐선거 당시 민주동맹에서 이탈한 2030은 오세훈, 박형준을 당선시키며 자신들의 파괴력을 입증했다. 다음 대통령선거도 자기들 손에서 결정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6월 11일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이준석을 찍으며 이들은 내년 대선의 사전투표를 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완주냐 후보단일화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철수, 심상정, 김동연 제3지대 후보가 이번 대선의 변수가 될까.

“캐스팅보트(대세를 좌우할 제3당의 표)를 쥐기 위해서라면 안철수는 굳이 출마할 필요가 없었다. 안철수와 손을 잡으면 몇 퍼센트라도 지지율에 도움이 되는 것은 다 안다. 출마하지 않아도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1, 2위 격차가 10~15% 이상 나면 후보단일화 필요성이 사라진다. 지금 안철수 지지율은 5% 안팎이다. 10%로 올라갈 가능성보다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30년 동안 제3지대는 늘 있었다. 우리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면 좋겠는데 힘이 부족하면 용병을 쓰는 것이다. 2002년 노무현이 무너지니까 정몽준이 등장했고, 2012년 문재인으론 박근혜를 상대하기 어려우니까 안철수가 나왔다. 이렇게 1지대나 2지대가 붕괴했을 때 제3지대에서 후보가 불려나온다. 그런데 왜 성공하지 못했나. 자기 당 후보가 더 강해지는 순간 제3지대 후보는 소멸하기 때문이다. 제3지대가 성공하려면 1, 2지대 양쪽이 동시에 무너져야 한다. 사실 윤석열이 바깥에서 버티며 제3후보가 됐다면 이번 대선에서 제3지대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었다. 윤석열 입당으로 이번 대선은 사실상 양자 구도로 굳어졌다. 그때 나는 ‘중원을 버려두고 회군하는 것은 윤석열과 국민의힘에 악수(惡手)’라고 했다.

안철수는 민주당도 갔다 왔고, 오세훈 후보와 후보단일화도 했고, 국민의힘과 통합하겠다고 본인 입으로 약속까지 했다. 1지대, 2지대 왔다 갔다 한 분이 제3지대 새정치를 말하기엔 정치적 명분이 없다. 안철수·김동연·심상정 등 제3지대 후보들은 혹시라도 이재명·윤석열 후보에게 변고가 생겨 기회가 올 거라 기대할지 모르나 이번 대선에서 순수한 의미의 제3지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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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2021년 12월호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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