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호

포스트 김정태, 하나금융 차기 회장은 누구?

咸, 법률 리스크 해소에 관심 집중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입력2022-01-1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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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승유 15년’ ‘김정태 10년’ 다음은?

    • 金, 새 회장 선임 앞서 조직 개편

    • 함영주 VS 지성규 VS 박성호

    • “우리를 ‘덩치만 큰 공룡’ 취급”

    서울 중구 명동 하나금융그룹 사옥.

    서울 중구 명동 하나금융그룹 사옥.

    10년 전 일이다. 당시 국내 금융권의 관심은 한곳에 쏠렸다. 하나금융이다. 하나금융은 2011년 말 외환은행 인수를 확정했다. 2012년 초에는 국내 금융업계의 ‘4대 천왕’ 중 한 명으로 꼽히기도 했던 김승유 당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면서 이목이 쏠렸다.

    애초 금융권의 관심은 김승유 전 회장이 물러나느냐 마느냐에 있었다. 15년 동안 하나금융을 이끌어온 그였다. 오랜 기간 수장 자리를 지켜오긴 했지만, 외환은행을 막 인수한 만큼 통합 작업까지 마무리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그가 여러 차례 퇴임 의사를 밝히면서 누가 후계자가 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당시 김정태 하나은행장을 주목했다. 다른 경쟁자도 있긴 했다. 하지만 한 명은 이미 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바 있고, 다른 한 명은 다른 직책(외환은행장)을 맡기로 한 터였다. 사실상 김 행장이 ‘포스트 김승유’로 여겨졌다. 이변은 없었다. 얼마 뒤 김정태 행장이 하나금융의 수장에 오르게 됐다.

    김정태 회장은 이후 10년간 4연임을 하며 하나금융을 이끌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을 추진해 지난 2015년 ‘통합 하나은행’을 성공적으로 출범시켰다. 통합 당시 2만6000원대였던 하나금융 주가는 올해 4만 원대를 웃도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룹의 외연을 넓히는 데도 힘썼다. 2020년에는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한 뒤 하나손해보험을 공식 출범했다. 이를 통해 그룹의 증권·카드·보험 포트폴리오 구축을 마무리했다.

    ‘총괄-부서’ 2단계로 단순화

    김 회장은 애초 3연임한 이후 “연임할 뜻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해 초 하나금융의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크다는 판단에 1년 추가 연임을 결정했다. 하나금융 회장의 임기는 3년이다. 김 회장은 1952년생으로, 임기가 만료되는 올해 3월이면 만 70세가 된다. 하나금융의 사내 규범상 회장직에 나이 제한(만 70세)이 있어 그의 임기는 1년으로 정해졌다.



    이런 배경으로 ‘포스트 김정태’에 대한 관심은 지난해 초부터 꾸준히 있었다. 업계에서는 차기 하나금융 회장의 유력 후보군으로 함영주 부회장과 지성규 부회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등을 꼽는다. 두 인사 모두 주력 계열사인 하나은행을 이끈 경력이 있는 데다 지주사 부회장 자리에 올라 주요 사업을 맡아왔기 때문이다.

    후보군은 지난해 초에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낸 바 있다. 김정태 회장이 4연임을 확정한 직후 인사를 포함한 조직 개편을 하면서다.

    우선 함영주 부회장에게는 핵심 사업인 ESG 부회장직을 맡겼다. 지성규 당시 하나은행장에게는 디지털 담당 부회장직을 줬다. 3인 부회장의 남은 한 자리인 글로벌 부회장 자리는 이은형 대표가 맡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3월부터 하나금융투자 대표를 맡기 시작한 데다가 아직 40대이기도 해 당장 그룹을 이끌 수장 후보로 언급되지는 않는다.

    김정태 회장은 올해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다시 한번 조직에 변화를 줬다. 그간 3인 부회장은 각각 두 개의 총괄 영역, 즉 6개의 총괄을 관할했다. 앞으로는 6개 총괄 담당을 각각 두도록 했다. 각 총괄이 부회장의 휘하를 벗어나도록 해 사실상 독립시킨 셈이다. 이에 따라 ‘부회장-총괄-부서’ 3단계이던 직제는 ‘총괄-부서’ 2단계로 단순화됐다.

    업계에서는 새 회장 선임에 앞서 부회장들의 영향력을 미리 정리하려는 취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포스트 김정태’의 선두주자는 함영주 부회장이다. 그는 지난 2015년 초대 KEB하나은행장을 맡았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 이후의 조직 안정화 과제를 무난하게 수행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2019년 연임 없이 지성규 부회장에게 하나은행장 자리를 물려준 뒤 하나금융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이후 하나금융의 주요 현안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고 조직 내부 신임도도 높아 차기 회장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함 회장은 다만 DLF(파생결합증권)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통보받은 바 있다. 그는 이에 불복하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2월 중 서울행정법원에서 선고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건으로 소송 중인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8월 1심에서 승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함 부회장 역시 제재가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

    지성규 부회장도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지난해 3월까지 2년간 하나은행장을 지냈다. 이후 지주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디지털 부문 부회장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하나은행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물론 2014년에는 하나금융의 글로벌 핵심 사업으로 여겨지는 하나은행 중국 유한공사 초대 은행장을 지냈다는 점도 강점이다. 전략과 재무, 영업 등 은행 업무 전반을 총괄한 경험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디지털과 글로벌 모두를 경험했다는 점도 경쟁력이다. 

    박성호 현 하나은행장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그는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 은행장으로 글로벌 경험을 갖췄고, IT(정보기술) 계열사인 하나금융티아이 대표이사를 맡은 바 있다. 지난해 회추위에서 최종 후보군에 오르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 3월 은행장 임기를 시작한 만큼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하나금융은 1월 중 회추위를 구성해 2월 중에 차기 회장의 최종 후보군을 발표할 전망이다.

    김정태 회장 신년사 "대마불사, 헛된 희망 품게 돼" 일침

    하나금융 차기 회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녹록지 않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빅테크 업체들이 금융업계를 침식해 오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김정태 회장은 올해 초 조직을 떠나기 전 마지막 신년사를 통해 “지난 세월 우리는 숱한 변화와 위기의 순간을 이겨내며 해마다 성장의 역사를 써왔다”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눈부신 성과로 말미암아 점차 변화에 무감각해져 가고 있다”고 임직원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그는 “‘금융을 지배하는 공룡’은 그렇게 무사안일해지고, 대마불사의 헛된 희망을 품게 된다”며 “시장은 우리를 ‘덩치만 큰 공룡’으로 보고 있고, 공룡은 결국 멸종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은 2025년부터 인천 청라국제도시를 새 거점으로 삼는다. 하나금융 본사는 물론 하나은행과 하나금융투자, 하나카드 등 주요 계열사 임직원들이 청라로 자리를 옮긴다. 이를 통해 계열사 간, 부서 간 협업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목표다. 본사를 옮기면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만큼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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