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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시가격 엉터리 산정… 부동산원 투명성·전문성 없다”

[인터뷰] 정수연 한국감정평가학회장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주택 공시가격 엉터리 산정… 부동산원 투명성·전문성 없다”

  • ● 이의신청 봇물 터지듯 늘어
    ● 부동산원, 선수이자 심판
    ● 공시가격제도 재설계 필요
    ● 최선의 해법은 ‘감정평가3방식’
정수연 한국감정평가학회장은 “국내 주택 공시가격 산정을 미국처럼 전문성을 갖춘 감정평가사에게 맡겨야 오류 사고를 막고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해윤 기자]

정수연 한국감정평가학회장은 “국내 주택 공시가격 산정을 미국처럼 전문성을 갖춘 감정평가사에게 맡겨야 오류 사고를 막고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해윤 기자]

올해 1월 1일을 기준으로 책정되는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10%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202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지난해 평균 70.2%보다 1.3%포인트 높은 71.5%로 상향된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집값이 비쌀수록 높아진다. 주택 가격 기준으로 9억 원 미만은 69.4%, 9억 원에서 15억 원 미만은 75.1%, 15억 원 이상은 평균치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은 81.2%의 현실화율이 적용된다. 공정시장가액 비율도 지난해 95%에서 올해는 100%로 높아진다. 집값이 1원도 오르지 않아도 공시가격은 뛸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내 모든 주택의 공시가격은 한국부동산원이 집값을 조사해 산정한다. 공동주택의 경우 전수조사를 원칙으로 하지만 실제로는 표본조사로 전체를 파악하는 형국이다. 단독주택은 표준주택(공시가격 산정의 기준이 되는 주택)을 조사해 산정한 공시가격을 토대로 개별주택의 공시가격이 정해진다. 하지만 현장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상업용 펜션에 주택 공시가격이 매겨지는 등 많은 오류가 드러났다. 공시가격 이의신청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역대 최고치인 4만9601건에 달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동산원의 역량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가 많다. 공시가격제도를 오랫동안 연구한 정수연 한국감정평가학회장(제주대 경제학과 교수)은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이렇게 지적했다.

“한국의 모든 과세 대상 주택은 감정평가를 하지 않고 공시가격이 책정되지만 이 사실을 아는 국민은 많지 않다. 감정평가사 자격을 갖추지 않은 사람도 주택을 조사한다. 이 때문에 형평과 공정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된다. 혈세 낭비다. 공시가격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부실 조사가 부른 오류

지난해 제주공시가격검증센터장직을 수행하며 주택 공시가격에서 여러 오류를 잡아냈다. 비결이 뭔가.

“일반적으로 주택은 토지와 건물로 구분돼 있다. 주택 공시가격은 토지분과 건물분을 합한 가격으로 공시된다. 그중 몇%가 토지분인지, 건물분인지 알려주지 않는다. 그것이 궁금하면 주택 공시가격 외 토지분 공시지가를 찾아보면 된다. 2018년부터 주택 공시가격과 공시지가를 비교해 보는 작업을 해왔다. 그러던 와중에 이상한 집을 발견했다. 건물분과 토지분을 합친 주택 공시가격은 3억 원인데, 토지분에 해당하는 공시지가가 그보다 많은 3억2000만 원이었다. ‘국가공간정보포털’에서 주택 공시가격과 공시지가 데이터를 뽑아 지번이 같은 것끼리 비교해 보니 주택 공시가격이 공시지가보다 낮은 집이 굉장히 많았다. 이를 ‘공시가격 역전현상’이라고 이름 붙이고 업계에 이 문제를 처음 제기했다.



지난해 제주도 주택 공시가격을 검증할 때도 이 문제에 착안해 샘플을 얻었다. 한국부동산원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표준주택 공시가격이 공시지가보다 낮은 경우가 469건이었다. 이는 제주도 전체 표준주택의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469채의 문제적 표준주택을 샘플로 삼아 역전현상이 나타난 원인을 찾기 위해 건축물대장을 살펴보고 직접 현장에도 가봤다. 문제가 심각했다. 건축물대장에 면적이 잘못 기재된 정도는 약과고, 실제 용도는 펜션인데 주택으로 둔갑한 경우도 있었다. 펜션은 비주거용 부동산이어서 주택 공시가격을 매기면 안 된다.”

오류가 발생한 원인이 뭔가.

“제대로 된 현장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데 있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공시가격을 보면 ‘작년 수치에 그냥 곱하기만 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장과 괴리가 있었다. 국토부는 부동산원의 공시가격 조사·산정 업무가 ‘가격조사와 가격산정’이라고 변명했지만, 그것은 제도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법률과 지침은 물론이고 국토부와 부동산원이 만든 ‘표준주택 조사·산정 업무요령’에도 ‘현장조사 및 가격산정’으로 명기돼 있다. 게다가 그 업무요령에는 현장조사를 부실하게 할 경우 책임을 묻는 내용도 들어 있다.“

공시가격은 복지, 행정, 조세, 부동산 평가 등 여러 분야에 걸쳐 49가지 항목에 영향을 미치는 지표다. 세금(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취득세, 양도소득세, 증여세, 상속세 등)은 물론이거니와 개발·재건축·농지보전 부담금 부과액의 산정 기준으로 쓰인다. 지역건강보험료 부과액을 정할 때나 기초노령연금·기초생활보장·장애인연금·취업 후 학자금장기상환 대상자 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도 활용된다.

공시가격을 잘못 책정하면 소외계층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 최근 수년 새 공시가격이 급등해 복지 혜택 대상에서 탈락한 사람이 적지 않다고 들었다.

“2018년부터 공시가격이 급상승해 기초생활수급자들이 생계급여를 받지 못하고, 과수원에서 농사짓는 노인들이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원희룡 당시 제주도지사가 제주공시가격 검증센터를 만든 것도 문제의 심각성을 간파해서다. 공시가격 급등은 가진 거라곤 집 한 채뿐인, 소득 없는 노인들을 기초연금 수급대상에서 탈락하게 만들었다. 그 집을 팔고 나간다 해도 임차가 가능한 집은 없다. 전월세 가격이 계속 상승하니 말이다. 노인들에게 집을 팔고 고향을 등지라는 것은 그 자체가 사망선고다. 노인이 살던 커뮤니티에서 떠난다는 것은 경로당의 정든 친구들과 헤어져 유배를 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오류 공시가격 때문에 발생했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현장에 답이 있다. 현장조사를 성실하게 수행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만큼 정확하게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것이 바로 납세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길이자 조세 형평을 달성하는 토대가 된다.”

정확한 공시가격 산정은 납세자 권리

표준주택이 아닌 개별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나.

“예를 들어 한 마을에 100채의 집이 있다 치자. 그중 30채가 표준주택이라면 나머지 70채는 개별주택이 된다. 표준주택 30채는 부동산원이 정밀 조사해 공시가격을 산정한다. 부동산원은 표준주택 30채의 공시가격을 지방자치단체 세정공무원에게 전달한다. 아울러 그 30채의 공시가격으로 주택가격비준표를 만든다. 표준이 철근콘크리트 집이면 100점, 개별이 슬레이트 집이면 50점, 이런 식으로 비례 산정을 돕는 표다. 지자체 공무원은 부동산원으로부터 표준공시가격과 함께 이 비례표를 받아 단순히 곱하기만 해서 개별주택 공시가격을 계산한다. 그 결과를 부동산원이 검증한다. 검증 후 확정 권한은 부동산원에 있으니 개별주택 공시가격도 부동산원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시가격에 대한 논란이 일면 관리감독 주체인 국토부가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추궁한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부동산원에서 받은 표준공시가격과 비례표를 참고로 곱하기를 했을 뿐이다.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부동산원이 잘못 책정하면 이를 기초로 한 표준공시가격도, 주택가격비준표도 잘못된 수치가 나올 수밖에 없다.”

같은 빌라, 같은 동인데도 라인별로 오르고 내린 공시가격. [독자 제공]

같은 빌라, 같은 동인데도 라인별로 오르고 내린 공시가격. [독자 제공]

지난해 발표된 공동주택 공시가격에서도 오류가 드러났다. 같은 빌라인데 라인별로 공시가격 증감률이 다른 경우도 있었고, 다른 층은 공시가격이 올랐는데 4층만 큰 폭으로 하락한 경우도 있었다. 이유가 뭘까.

“토지는 감정평가사의 감정평가를 기반으로 공시가격을 정하지만 주택은 감정평가를 하지 않는다. 그게 문제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수조사를 통해 산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실제로는 거래된 가격을 토대로 거래되지 않은 다른 주택의 공시가격을 산정한다. 국토부는 ‘인근 실거래가와 주변 환경, 개발 여건, 선호도 등을 반영해 공시가격을 결정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이 과학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는 지적이 많다. 공시가격 산정 과정이나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그 때문에 공시가격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한국의 부동산가격공시제도는 너무 복잡하다. 모든 문제가 거기에서 출발한다. 제도가 복잡하면 이해하기 어렵다. 이해되지 않으면 납세자가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 복잡한 공시제도는 그 자체로 납세자 권리를 침해한다. 우리나라는 공시가격을 감정평가가 아닌 ‘산정(Calculation)’한다. 세계에서 유일하다. 국제기준에 어긋난다.”

다른 나라는 어떤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공시가격의 기준이 ‘감정평가’다. 미국에서는 이를 감정평가(appraisal), 영국에서는 가치평가(valuation)라고 한다. 두 나라의 부동산 공시제도가 동일하진 않지만 공통점이 있다. 공시가격이 과세 기준인 만큼 납세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정확성을 중시한다. 정확성은 전문성에 달려 있기에 감정평가를 하는 사람은 반드시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미국은 국가가 인정하는 자격을 취득해야만 감정평가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반드시 ‘감정평가3방식’(비용접근법·시장접근법·소득접근법)을 사용해 시장가치를 측정하도록 법률로 강제한다.“

선진국은 감정평가3방식 이용

제주도의 한 펜션. 실제 용도는 상업용 펜션인데 주택 공시가격이 매겨졌다. [독자 제공]

제주도의 한 펜션. 실제 용도는 상업용 펜션인데 주택 공시가격이 매겨졌다. [독자 제공]

감정평가3방식이 뭔가.

“부동산경제학에 대한 기초가 부족한 사람들은 그냥 인근에 실거래가 발생하면 그걸 끌어다가 공시가격을 대충 만드는데 그런 식으로 하면 거래 건수가 많은 서민 아파트만 공시가격이 올라갈 공산이 크다. 그러면 거래 빈도가 낮은 단지의 주민과 형평성에서 어긋나게 된다. 거래가 있건 없건 간에 납세자들에게 형평성을 제공하려면 과세 기준인 공시가격을 측정할 때 일관된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감정평가3방식을 사용하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비용접근법은 원가를 고려하는 것이다. 집을 지을 때 들어가는 비용은 시간이 지나면서 감가상각이 된다. 바로 지금 그 집과 동일한 집을 다시 짓는다고 치고 대체원가를 계산해 보는 방법이다. 시장접근법(거래사례비교법)은 인근에 있는 비슷한 유형의 거래 사례와 비교해 시장가치를 계산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것도 부동산원처럼 해선 안 되고 실거래가격이 반드시 입증, 조정돼야 한다. 그 조정 실거래가격을 근거로 해야 한다. 소득접근법은 수익환원법으로도 불린다. 집을 임대할 경우 발생할 임대료 수입의 현재가치를 측정하는 것이다. 감정평가사는 3방식의 결과 3가지를 시산해 최종 시장가치를 측정해야 한다.”

부동산원에 감정평가사 자격이 있는 직원이 200명 있다. 감정평가3방식을 사용하지 않는 특별한 사정이 있나.

“부동산원은 법률상 감정평가3방식을 사용할 수 없다. 사용하면 유사감정 행위로 처벌받는다. 부동산원 소속 감정평가사들이 감정평가를 해도 법에 저촉된다. 2016년 주택 공시가격 산정 업무를 부동산원이 도맡으면서 감정평가에서 손을 떼기로 감정평가업계와 합의했다. 국토부, 부동산원, 감정평가업계가 이런 룰을 정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시장가치를 계산할 때 감정평가 전문성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중립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전문성이다. 거래가 일어나지 않는 시장에서도 공시가격을 감정할 수 있는 사람은, 감정평가사 자격증 취득으로 기본기와 전문성을 갖추고 오랜 부동산 감정평가 경험으로 숙련된 전문가뿐이다. 부동산 가격 공시법이 전면 개정돼야 한다. 법률 내 ‘적정 가격’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제거하고, ‘시장가치’는 감정평가3방식에 의거한다고 명시해야 한다. 감정평가 전문성이 없거나 모자라는 모든 이들은 부동산가격공시제도에서 배제해야 한다.“

지금 같은 공시제도가 계속된다면?

”주택 공시가격이 거품 가격에 기초해 매겨지는 문제나 저가주택 공시가격이 높고 고가주택은 낮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대선이 문제 해결의 전환점이 될 수 있지 않나.

“현재 대선 국면에서 부동산가격공시제도 문제에 근본적으로 접근하는 후보를 찾아보기 어렵다. 세율을 낮춘다고 공시가격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조세개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공시가격은 일단 동결해야 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공시가격 상승으로 복지 지원 대상에서 탈락하는 서민을 보호하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공시가격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시간을 벌기 위함이다. 틀린 공시가격으로 계속 과세할 수는 없다.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납세자의 권리를 침해할 뿐 아니라 조세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리게 된다.”

미국 플로리다의 지혜

정 학회장은 부동산가격공시제도의 바람직한 예로 미국 플로리다주를 꼽았다.

“플로리다주 국세청에는 공시제도 관련 부서가 있다. 여기서 주로 하는 일은 주정부 산하 지방정부, 카운티, 시티, 타운십의 과세국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재산세 과세평가 업무를 잘하는지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재산세 부과는 전적으로 지자체가 맡는다. 미국은 50개 주정부의 연합이다. 사실상 50개 주는 50개 국가이다. 미국의 이런 구조를 모르는 사람들이 종종 주정부를 한국의 지자체처럼 여기는데 이는 잘못된 인식이다.”

그의 전언에 따르면 미국 주정부 산하 지방정부는 모두 각기 과세국을 두고 있다. 일례로 플로리다주 산하 리 카운티 과세국을 살펴보자. 3개층으로 된 과세국 1층에는 실거래를 신고하는 등기소가 있고, 현장조사에 투입되는 현장조사원 20여 명이 정규직으로 근무한다. 2층에는 감정평가사 자격증을 소지한 과세국장이 있고, 리 카운티 내 모든 부동산을 평가하는 감정평가사 국가자격증 소지자가 65명 정도 있다. 지리정보시템(GIS) 전문가와 통계분석 전문가도 10명가량 근무한다. 3층은 과세행정 전문가들이 일하는 곳이다. 이들은 과세할 부동산과 하지 않아야 할 부동산을 추려내는 업무를 담당한다. 따라서 한국처럼 아파트가 건축물대장에 ‘복도’로 기재되거나 문이 두 개 달려 실제 면적의 절반에 대해서만 과세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납세자에게 결정된 공시가격을 통지한 후 이의신청을 받는 세무 행정직원들도 있다.

미국 지방자치단체 과세국 분위기는 어떤가.

“과세국장실 문이 항상 활짝 열려 있다. 리 카운티 주민들은 투표로 과세국장을 뽑는다. 그는 늘 납세자를 신경 쓴다. 우리나라처럼 이의신청할 때 시청으로 가야 할지, 부동산원에 연락해야 할지 몰라 혼란을 겪을 일도 없다. 과세국에 답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들은 과세국 직원이 아닌 국장을 찾아 자신이 보유한 주택의 공시가격이 높은 이유를 물어본다. 과세국장은 감정평가사 자격증을 소지해 부동산의 가치 형성에 대해 잘 알고 있고, 그의 방에 펼쳐진 지역의 과세 지도를 일일이 짚어가며 친절하게 설명한다. 플로리다주는 법률로 과세국장에게 감정평가사 자격증을 따도록 강제한다. 선출 당시 자격증을 갖추지 못했다면 2년 내 따야 한다.”

과세국장의 주요 업무가 뭔가.

“납세자에게 전달되는 15~30쪽에 이르는 조사평가보고서를 최종 결재하는 일이다. 이의신청 후 납세자는 과세국에서 정식 이의신청 결과를 보고받는다. 그 내용이 내키지 않으면 지역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 과세국장은 배심원들의 마음에 들 수 있게 치밀한 과세감정평가 보고서를 들고 법원에 출두한다. 지방의회에도 나가 매년 과세평가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보고한다.”

감정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주민이 판단하기가 용이한가.

“과세국에서는 납세자 보유주택에 대한 조사평가보고서뿐만 아니라 이웃과 비교하기 쉽도록 다른 집 조사평가 자료도 납세자가 가져온 USB에 담아준다. 납세자는 이를 바탕으로 분석할 수 있고, 다른 전문가들에게 이걸 보여주면서 상담한 후 이의신청에 사용할 수도 있다. 과세국은 모든 자료를 공개한다. 엑셀 자료를 납세자에게 그대로 제공하며 조사평가보고서에 감정평가사의 자격번호와 이름, 연락처까지 명기해 전달한다. 전문성이 있으니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공시가격에 대한 논쟁 또한 언제나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들은 공시제도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납세자가 체험하는 과정을 즐겁게 받아들인다.”

중립성·전문성 확보 절실

정 학회장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투명성, 투명하게 입증되는 조세 형평성을 일관되게 지키다 보니 플로리다주에서는 납세자의 이의신청이 매년 감소한다”면서 “납세자에게 정보를 늘 치밀하고 완벽하게 제공하고, 언제든지 방문과 상담을 허용해 주민들이 지역 과세제도를 전적으로 신뢰한다. 우리에게도 그런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끊이지 않는 주택가격공시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한국 부동산가격공시제도는 누더기 상태다. 더 큰 문제는 감정평가의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제도의 전면 재설계가 급선무다. 지금 부동산원은 선수이자 심판이다. 단독주택과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모두 조사·산정하면서 토지와 주택을 아우르는 공시가격 부대 업무를 수행한다. 즉 토지 공시가격과 주택 공시가격을 관리·감독하는 업무를 국토부로부터 위탁받아 대행하고 있다. 선수와 심판이 분리되지 않는데 중립성이 보장되겠나.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공시가격 산정 방법이 감정평가3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국민을 보호하고, 납세자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투명성은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킨다. 투명하게 공개해야 신뢰를 얻는다. 

투명하게 공개하려면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전문성이 강화되면 공정성을 키울 수 있고, 잦은 오류로 인한 불필요한 시간 낭비와 감정 소모도 없앨 수 있다. 공시가격 관련 업무를 지자체로 이관해 각 지역에 과세국을 두고 플로리다주처럼 운영하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있다. 부동산원은 선수 자리를 내려놔야 한다. 심판만 보면서 지자체 과세국이 참고할 만한 통일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신동아 2022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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