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목소리 낼 수 있어야 ‘건강한 정당’…민주당식 린치는 몰락의 길”

[Interview] 12·3계엄 1년, 대국민 사과 주도한 김재섭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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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입력2025-12-2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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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내 분열? 개개인 발언 인정해야 건강한 정당

    • 민주당 의원들, 사석서 ‘팬덤’ ‘린치’ 숨 막힌다고 해

    • 李 정부 실정에도 지지율 60%, 국힘 신뢰 낮기 때문

    • ‘대국민 사과’는 국힘 지도부에 대한 충정의 발로(發露)

    • 국힘 지도부 흔들기? 장동혁 체제 잘되길 바라

    • ‘유능한 민생 정당’으로 위상 회복이 당면 과제

    김재섭 의원은 “우리 당이 12·3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 바라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호영 기자

    김재섭 의원은 “우리 당이 12·3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 바라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호영 기자

    12·3비상계엄 사태 1년을 맞은 2025년 12월 3일 국민의힘의 목소리가 둘로 갈렸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12·3비상계엄은 더불어민주당의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조치였다”며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던 국민의힘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썼다. 

    반면 이날 국회에서는 당내 소장파 의원 등 25명이 앞서 예고한 대로 ‘12·3비상계엄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의 뜻을 온전히 받들지 못한 과오를 반성한다”며 허리 숙여 사과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비상계엄 주도 세력과 정치적으로 단절할 것이며, 뼈를 깎는 변화와 혁신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후 당내에 변화의 기류가 흘렀다.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던 3선 윤한홍 의원이 “배신자 소리를 듣더라도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해야 한다”고 발언하고, 인요한 비례대표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사과 성명 발표가 지도부를 흔들고 당내 분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의 소리도 나왔다. 

    2025년 12월 5일, 비상계엄 사과를 주도한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서울 도봉구갑)을 만났다. 그는 1987년 서울 태생으로, 서울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2024년 제22대 총선에서 보수 불모지로 여겨지던 도봉구갑에서 당선한 초선의원이다. “당을 살리려면 12·3비상계엄에 대한 사과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해 온 그에게 사과 성명 발표의 취지와 입장, 국민의힘의 현주소, 앞으로 필요한 혁신에 대해 물었다. 

    비겁한 침묵이 국민과 멀어지게 해 

    성명서 발표 후 주위의 반응과 평가가 어떤가.



    “대다수는 ‘잘했다’ ‘필요한 이야기를 했다’고 평했다. ‘왜 자꾸 당에서 분란을 일으키느냐’는 분들도 있다. 불만이 있어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모두가 똑같은 메시지만 내놓는 정당이 좋은 정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갈등이 생기면 토론하고 의견을 모아 봉합하는 과정을 거치는 그 자체가 건강한 정당임을 방증하는 것이다.”

    장동혁 대표도 ‘신동아’와 인터뷰하면서 비슷한 말을 했다. “당내에서 어떤 얘기든 자유롭게 할 수 있기에 국민의힘은 건강한 정당”이라고. 더불어민주당의 분위기는 다른가. 

    “그렇다. 민주당 의원들조차 사석에서 만나면 가끔 숨이 막힌다는 표현을 할 때가 있다. 이견을 허용하지 않고 한 명이라도 튀어 나가면 집단 린치를 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나. 특히 팬덤이 말이다. 의원들 사이에서도 그게 함부로 안 되는 거다. 사실상 건전한 비판이 없는 그 정당은 몰락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말이 있다.”

    ‘사과문 발표’를 ‘당내 분란 야기’로 보는 이들에겐 어떻게 대응하나. 

    “당의 발전을 위해 할 말이 있어도 분란으로 여길까 봐 못하는 것은 비겁한 처사다. 그런 비겁한 침묵을 방치하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길에서 더욱 멀어진다. 당장 당내 갈등을 봉합하는 것보다 더 위중한 일이 ‘국민의 신뢰 회복’이기에 사과 성명을 발표해 대국민 메시지를 전파한 것이다.”

    사과문을 통해 ‘비상계엄 주도 세력과 정치적 단절’을 선언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12·3비상계엄을 제외한 다른 모든 비상계엄은 누군가가 죽거나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천만다행으로 12·3비상계엄 당시 누구도 다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비상계엄에 대해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국민에겐 치유가 필요하다. 우리 정당이 나서서 국민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적극적 메시지를 내고, 진실한 사과를 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당시 우리 당이 대국민 사과를 하긴 했지만 사과는 하는 사람이 아닌 ‘받는 사람의 감정’이 중요하다. 또한 비상계엄 발령 1년을 기점으로 다시금 사과하고 (묵은 감정을) 털고 가야 한다는 여론이 언론과 국민 사이에 이미 형성돼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사과 메시지를 성명서에 반드시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들이 2025년 12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12·3비상계엄 사과’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들이 2025년 12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12·3비상계엄 사과’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강도가 너무 높다고 불편해하는 시선도 있다. 

    “그보다 약하게 쓸 수는 없을 것 같다. 비상계엄 주도 세력의 가장 핵심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핵심 세력이 아니라 핵심 자체다. 재판 과정에서 이상한 내용이 쏟아지고 있다. 부정선거 음모론까지 나온다. 지금 단호하고 박절하게 끊어내지 않고 질질 끌려다니면 (우리 당은) 미래가 없다. ‘비상계엄 주도 세력과의 정치적 단절’은 내가 쓸 수 있는 가장 중립적 표현이었다.”

    사과 성명이 민주당의 내란 프레임을 강화하는 빌미가 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건 틀린 얘기다. 우리가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고,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자고 얘기하면 민주당이 가장 기분 나쁠 것이다. 그게 국민이 요구하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 당이 사과를 안 하면 안 할수록 민주당 입장에서는 기분 좋을 것이다. ‘저거 봐라. 사과도 안 한다, 저들이 내란 세력’이라고 몰아붙이기 쉽지 않은가. 그런데 이렇게 사과를 해버리면 민주당이 ‘너희가 진짜 내란 세력’이라고 주장하기가 어렵다.” 

    빌리 브란트가 증명한 ‘사과의 힘’

    2026년 지방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1970년 빌리 브란트 독일(당시 서독) 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희생된 폴란드 유대인들의 묘지를 참배하면서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장면을 기억하는 분이 많을 것이다. 내가 찾아보니 그 당시 ‘사과하면 안 된다’는 여론이 더 높았다. 그럼에도 빌리 브란트가 사과했고, 그 일을 기점으로 독일은 동방으로 확장하는 외교의 지평을 열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그다음 선거에서 빌리 브란트가 압승해 다시 총리가 됐다는 점이다. 여기에 우리의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우리 당에는 ‘사과하면 안 된다. 그것은 민주당의 프레임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지만 실제로 사과하고 우리 과거의 잘못을 짚고 넘어갔을 때 비로소 국민은 그 진정성을 볼 것이다. 그러면서 ‘이 사람들은 집권할 준비가 돼 있구나. 반성하고 성찰할 줄 아는 사람들이구나’ 하고 신뢰할 것이다. ‘우린 잘못한 게 없어’ 하는 태도로 일관하면 이런 사람들한테 힘을 실어주면 만에 하나 국정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도 고치지 않을 거라고 여길 것이다. (이번 성명문 발표를 통해) 잘못을 바로바로 사과할 줄 아는 정당이라는 쇄신된 이미지와 유연함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현재 국민의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뭔가. 

    “아직까지 국민이 국민의힘에 전적으로 힘을 실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핵심적 이유는 비상계엄에 있다. 그다음은 ‘대통령 탄핵’이라고 하는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않은 것이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이 계엄에 대한 사과다. 그래서 이번에 성명 발표를 잘했다고 생각하는 거다. 윤 전 대통령과의 연도 확실하게 끊어내야 한다. 지금 대장동 사건과 이재명 정부의 실정(失政)이 굉장히 빈번한 상황인데 우리가 아무리 날카롭게 비판해도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은 60%가 넘는다. 우리가 메신저로서 신뢰를 충분히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 메시지가 국민의 귀에 잘 들리지 않는 것이다. 과거와의 단절, 과거에 대한 성찰이 우리 당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단체 성명을 낸 일을 두고 ‘지도부 흔들기’라고 보기도 한다.

    “지도부를 흔들려고 했으면 집요하게 공격하지 ‘우리가 사과합시다’라고 얘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도부도 사과의 뜻에 동참해 당의 공식 입장으로 만들어달라고 촉구한 것은 충정의 발로이지, 지도부를 흔들 마음을 가진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장동혁 대표 체제에서 우리가 2026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점에 다들 공감하고 있기에 장동혁 대표 체제가 잘되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사과 촉구를 ‘충격요법’ 정도로 봐주면 좋겠다.”

    장동혁 대표는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는 스타일인가. 

    “그렇게 하려고 이제 노력하는 것 같다. 얼마든지 대화하고 그런다고는 하는데, 많은 의원이 이번에 사과하고 넘어가면 좋겠다고 말했음에도 그게 안 된 걸 보니 아무래도 소통에 약간 미스는 있었던 것 같다.”

    ‘12·3비상계엄 사과 성명’ 발표로 진정성 있는 메시지가 국민에게 전달됐다고 평가하나. 

    “국민의힘에서도 사과했구나, 꽤 많은 수가 참여했구나, 이들은 양심이 있구나, 반성할 줄 아는 사람들이구나 하는 정도의 인상은 남겼다고 생각한다.”

    다음 총선 전까지 주도적으로 추진할 혁신 과제는 뭐라고 생각하나.

    “유능한 민생 정당으로서 위상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산 불평등, 소득 불평등이 날로 심화하고 있다. 코스피가 4000을 넘었다느니, 서울 집값이 몇 십억 원이니 하는 얘기는 소수의 사람에게만 해당한다.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가속화해 그 외 대다수 국민은 먹고사는 게 더 힘들어져서 상대적 박탈감을 심하게 느끼고 있다. 객관적 데이터인 역대 정부의 통계치를 보면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 자산·소득 불평등 정도가 더 심해지는 양상을 나타낸다. 그럴 때 정말 서민을 위하는 정당이 바로 국민의힘이다. 국민의힘을 보수 기득권을 위한 정당, 부자들을 위한 정당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보수정당이 오히려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또 경제성장에 이바지하지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러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알려 서민을 위하는 유능한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 국민에게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유능한 민생 정당’ 위상 회복 절실

    당내 혁신 동력을 계속 유지해 나갈 계획인가. 

    “2025년 12월 3일 25명의 의원이 대국민 사과를 함께한 것이 끝이 아니다. 우리를 구심점으로 해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당 개혁을 위한 정치적 메시지를 내기로 합의했다. 단순히 초선 몇 명이 모인 게 아니고 재선 및 중진 의원들도 포함된 규모 있는 집단의 결의이기에 그 동력을 유지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들 혁신에 대한 의지와 투지를 갖고 있기에 그 동력은 우리가 선거 승리, 지지율 회복이라는 대의를 이룰 때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정치인 김재섭에게 포기할 수 없는 가치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1초도 망설이지 않았다. 

    “우리가 후대가 사용할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듯이, 나 역시 후손들이 사용할 대한민국이 100년 후에도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정치를 하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이 땅에서 살아갈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지금보다 더 살만한 대한민국을 물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은 내가 지금 가장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김지영 기자

    김지영 기자

    방송,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대중문화를 좋아하며 인물 인터뷰(INTER+VIEW)를 즐깁니다. 요즘은 팬덤 문화와 부동산, 유통 분야에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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