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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리지 않은 의혹, 대장동

개발 全과정에 화천대유 개입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풀리지 않은 의혹, 대장동

  • ● 모두가 노리던 금싸라기 땅
    ● 초과이익 환수 불가능했다?
    ● 왜 헐값에 토지 강제 수용했나
    ● 성남도공 3인방 일탈일 뿐?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 [동아DB]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 [동아DB]

“대장동 개발에서 나온 8500억 원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검찰이든 어디든 수사가 안 되고 있다.”

2월 11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 후보는 “저는 (대장동 개발이익) 공익 환수를 설계했다”며 개발이익금과는 관계가 없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하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 당시 이 후보 측은 “대장동은 재개발로 이익을 보기 힘든 지역이었다”며 “민간업자들이 큰 이익을 보게 된 것은 부동산 가격 상승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검찰 조사와 보도를 통해 성남시 관계자들과 민간업자들의 유착 관계가 드러나자 “개인의 일탈일 뿐 이 후보는 모르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해명은 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3억5000만 원 투자해 2400배 넘는 수익

대장동 의혹은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후보가 이 지역을 민관합동 사업으로 개발하며 시작됐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성남시가 개발이익의 절반가량을 확보해야 했으나, 실상은 달랐다. 개발 이후 부동산 가격 상승 등에 대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없었기 때문이다.

계약 조건에 따르면 성남시는 개발이익이 나면 가장 먼저 절반의 수익만을 배분받기로 돼 있었다. 이후 부동산 가격이 올라 이익이 더 발생하더라도 성남시가 이를 가져올 수는 없는 구조다. 대장동 개발 직후 성남시가 확보한 개발이익은 1822억 원. 이후 부동산 가격이 오르며 개발에 참여한 개발·금융업체들의 이익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대장동 개발사업 이익의 총액은 약 1조8000억 원에 달한다. 성남시는 이 중 10%가량의 이익만 가져온 셈이다.



2021년 11월 4일 검찰이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동아DB]

2021년 11월 4일 검찰이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동아DB]

나머지 90%의 이익이 개발·금융업체에 돌아가는 과정에서도 의아한 점이 발견됐다. 개발 자금의 1%가량을 투자한 ㈜화천대유자산관리(이하 화천대유)가 약 4500억 원의 이익금을 챙긴 것. 화천대유는 경기 성남시의 대장동 개발 관련 민간 사업자 공모 일주일 전인 2015년 2월 6일 언론인 출신 김만배(57) 씨가 투자해 설립한 자산관리사다. 김씨는 이후 대표직을 내려놓고 대주주로 남아 화천대유를 지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화천대유의 자회사들에 돌아간 이익까지 합산하면 화천대유 관계자들이 대장동 개발사업을 통해 번 돈은 약 8500억 원. 이들이 납입한 개발 자본금이 3억5000만 원임을 감안하면 투자금의 2400배가 넘는 수익을 올린 셈이다. 이 후보가 설계한 민관 공동개발이 특정 업체의 배를 불려준 사실이 알려지며 대장동 의혹은 이 후보를 둘러싼 핵심 의혹이 됐다. 이 후보가 개발사업을 공공·민간 협력 방식으로 설계하며 화천대유에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것.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해 9월 이 후보는 “1원 한 푼이라도 이익을 취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대선후보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강경한 발언에도 의혹은 커졌다. 결국 지난해 9월 검찰은 화천대유와 성남시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화천대유 관계자들은 개발 특혜를 본 것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9월 대주주인 김만배 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화천대유가 많은 돈을 번 것은 인정하지만 이는 이 지사와의 유착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 부동산값 폭등으로 얻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도 “2021년이 아니라 2014~2015년 상황에서 (대장동 개발을) 바라봐야 한다. 당시만 해도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금융회사들도 모두 (개발사업에) 참여하기를 꺼렸다”고 밝혔다.

대장동, 뇌물 제공 불사하며 개발권 따려던 땅

이 전 대표의 말대로 대장동은 개발수익을 내기 어려운 곳이었을까. 이를 확인하려면 대장동 개발이 시작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때만 해도 대장동 개발은 한국토지개발공사(LH)가 맡기로 돼 있었다. 같은 해 7월 31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LH 출범식에 직접 참석해 축사로 “LH는 민간기업의 이익이 나지 않아 일(개발을) 안 하겠다는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LH가 대장동 사업 같은 프로젝트를 포기하라는 취지로 들릴 수 있는 발언이다. 바꿔 말하면 대장동 개발사업은 민간이 진행해도 충분히 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라는 의미다.

출범식 석 달 뒤인 10월에는 신영수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국회 국토해양위원회(현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주민들은 (개발을) 민간에서 추진하자고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며 당시 LH 사장이던 이지송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석좌교수를 질타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LH는 2010년 6월 대장동 개발을 포기했다.

이 과정에서 신 전 의원의 동생인 신모 씨는 당시 민간 주도 방식의 대장동 개발을 추진 중이던 부동산 개발사 씨세븐의 이강길 대표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 대표가 신씨에게 LH공사가 사업 추진을 포기하도록 힘을 써달라며 2억 원가량의 금품을 건넨 것. 대법원은 뇌물취득 혐의로 신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했다.

성남 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수익이 나는 사업이라는 확신이 없었다면, LH가 대장동 개발을 포기했을 때 어떤 민간기업도 나서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장동은 지역 개발사들이 노리던 금싸라기 땅이었다”고 말했다.

LH공사가 사업 추진을 포기하고 민간업체가 대장동 개발을 맡는가 싶었지만, 2010년 이 후보가 성남시장에 당선되며 대장동 개발은 다시 멈췄다. 이 후보가 2010년 10월 성남시 관내 대형 부동산 개발사업을 전부 공공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2011년 11월 성남시는 대장동 개발사업을 100% 공영개발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개발사업을 전담할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공)를 신설한 뒤 4562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해 초기 사업비를 충당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 후보의 계획은 시의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 후보 측은 지난해 9월 발표한 ‘대장동 개발사업 Q&A’를 통해 “당시 성남시의회를 장악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소속 시의회 의원들이 성남시 재정이 파탄 난다고 반대하며 (100% 공영개발) 사업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이 후보 측 주장과는 달리 지방채 발행은 당을 막론하고 시의회의 반대에 부딪혔다. 2011년 11월 24일 성남시의회 본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소속 윤창근 의원은 “LH도 포기한 대장동 사업에서 3000억 원이라는 개발이익은 어떤 근거로 추산한 것인지, 개발사업 경험이 없는 성남도공이 1조 원이 넘는 대규모 개발사업을 어떻게 진행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남시의회 관계자는 “당시 이명박 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의 부채율 등을 언급하며 대장동 사업에 지방채 발행하는 것을 승인해 줄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성남시가 자체적으로 사업 비용을 충당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성남도공 설립, 원래는 불가능했던 일

지방채 발행이 어려워지자 성남시는 100% 공영개발을 포기하고 민간기업의 손을 잡기로 했다. 2012년 성남시가 작성한 사업보고서에는 “지방채 발행 승인 가능성이 낮아 민간자본을 유지할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한 민관합동 개발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이 있었다. SPC는 자본금을 모으기 위한 합자회사다. 부동산 개발 등 거액이 드는 일에 자본금을 모으기 위해 주로 쓰인다.

성남시가 SPC에 참여하려면 법인이 필요했다. 2012년 성남시는 성남시설관리공단을 성남도공으로 바꾸는 조례안을 상정한다. 시의회는 이 조례안을 두고 격론을 벌였다. 당시 성남시의회 의원은 총 34명. 이 중 새누리당 의원이 19명,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의원이 15명으로 새누리당이 다수당이었다. 시의회 관계자는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은 민간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대장동을 재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성남도공이 설립되면) 시장과 그 측근들이 재개발 사업을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우려도 많았다”고 밝혔다.

시의회 구성만 보면 조례가 통과될 가능성은 낮아 보였지만 2013년 2월 성남시 193차 본회의에서 성남도공 설립 조례안이 통과됐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 조례안을 표결에 부치는 것조차 반대했다. 표결을 보류하고 더 논의하자는 주장이었다. 이때 민주당 소속 김용 시의원(현 이재명 선거대책위원회 조직부본부장)이 “조례 통과를 무기명 투표에 부치자”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새누리당 시의원들에게는 당론을 거부할 기회가 마련되는 셈이다. 새누리당 소속 이덕수 시의원은 “조례 통과 등 의회 표결은 기명 투표가 원칙”이라 반발했다.

성남시의회 의장을 지낸 최윤길 화천대유자산관리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26일 소환 조사를 위해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최 부회장은 성남시의회 의장 시절 화천대유 측의 제안을 받고 성남도시개발공사 조례를 통과시켜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동아DB]

성남시의회 의장을 지낸 최윤길 화천대유자산관리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26일 소환 조사를 위해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최 부회장은 성남시의회 의장 시절 화천대유 측의 제안을 받고 성남도시개발공사 조례를 통과시켜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동아DB]

당시 시의회 의장은 새누리당 소속 최윤길 시의원이었다. 새누리당이 다수당인 데다 의장도 새누리당 시의원인 상황에서 당시 김 의원의 무기명 투표 주장은 통상의 경우 받아들여지기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의외’의 일이 발생했다. 최 의장이 직권으로 무기명 투표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새누리당 시의원 중 다수가 반발해 성남도공 설립 조례안 표결에 참석하지 않고 빠져나왔지만 시의원 중 2명은 자리에 남아 투표에 참여해 조례안을 통과시켰다(찬성 17명, 기권 1명).

이례적인 일로 보이나 새누리당 의원들은 최 시의원이 민주당 시의원들의 손을 들어줄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가 민주당 의원들의 도움을 받아 의장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2012년 7월 최 시의원은 당내 의장 후보 경선에 탈락했으나 이에 불복하고 선거에 도전했다. 새누리당이 내세운 의장 후보는 박권종 당시 시의원이었다. 새누리당이 다수당이었으니 박 시의원이 의장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변이 일어났다. 최 시의원이 19표를 얻어 의장에 당선된 것. 박 시의원은 14표를 얻었다(기권 1표). 따라서 최 시의원이 민주당 의원들과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성남도공 설립 도운 시의원, 화천대유 부회장으로

이후 의장이 된 최 시의원은 성남도공 조례안을 통과시켰고, 검찰 조사에 따르면 2014년 7월 시의회를 떠났다. 2021년 2월 화천대유 부회장직을 맡으며 대장동 도시개발사업 준공 시부터 성과급 40억 원 순차 지급 및 8400만 원의 연봉 지급 등을 약속받고, 같은 해 11월 17일까지 급여 등 명목으로 약 8000만 원을 받았다.

경찰은 화천대유와 최 전 시의원이 2012년 시의회 의장 선거를 앞두고부터 관계를 맺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1월 11일 수원지방검찰청에 제출한 최 전 시의원의 구속영장에 “2012년 6월 성남시의회 의장 선거를 앞두고 화천대유 실소유주(이하 화천대유 대주주)로 알려진 김씨가 최 전 시의원에게 ‘의장직을 제공할 테니 성남도공 설립 조례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제안했다”는 내용을 적었다.

영장에 따르면 최 전 시의원이 김씨의 제안을 수락하자 김씨는 대학 동문인 윤창근 당시 성남시의회 민주당 원내대표(현 성남시의회 의장)에게 “민주당 의원 표를 최 전 의장에게 몰아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화천대유 관계자들도 “김씨가 민주당 대표 윤모 씨를 설득해, 민주당에서 최윤길에게 몰표 투표하게 하는 비상식적 행위를 통해 시의회 의장으로 선출하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지검은 최 전 시의원을 부정처사 후 수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 전 시의원은 2013년 2월 화천대유 관계자 A씨 등을 통해 주민 수십 명을 동원해 시의회 회의장 밖에서 관련 조례안 통과를 위한 시위를 하도록 배후에서 주도한 혐의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례 통과로 2014년 1월 성남도공이 설립되자 대장동 개발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사업 초기에 성남도공은 성남시가 개발이익의 50% 이상을 가져올 수 있도록 사업을 설계했다. 황무성 초대 성남도공 사장은 지난해 10월 24일 입장문을 발표해 “2015년 대장동 개발사업 계획을 짤 때, 민관합동 개발이라도 사업수익 50% 이상을 성남시가 가져올 수 있도록 사업을 설계했다”고 밝혔다.

초과이익 환수 계획 있었으나…

이 계획은 8월 이 후보의 두 번째 시장 임기가 시작되며 전면 수정됐다. 이 후보의 성남시장 재선 선거운동을 돕느라 성담도공을 떠났던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이 돌아왔기 때문. 유 전 기획본부장은 10월 직속 전략사업실을 만들어 대장동 사업 구조를 전부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그가 부임한 뒤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고시만 40건 발표됐을 정도다. 성남시 지역 관계자는 “직위는 기획본부장이나 사실상 (성남도공의) 사장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2015년 3월 황 전 사장이 사임하자 유 전 기획본부장은 사장 직무대리를 맡아 성남도공을 지휘했다.

유 전 기획본부장의 주도하에 사업 세부 계획을 고친 성남도공은 2015년 2월 공모지침서를 발표했다. 지침서에는 대장동 개발을 함께 할 민간사업자들과 성남도공이 이익을 나누는 방식이 주로 담겼다. 지침서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다. 이 조항이 없다면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예상되는 초과이익보다 민간업자들의 이익이 많아져도 이를 환수할 방법이 없다. 당초 성남도공은 지침서에 이 조항을 넣을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된 지침서에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은 빠져 있었다. 유 전 본부장이 해당 조항을 빼버린 것. 성남도공 내에서는 초과이익 환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유 전 본부장이 이를 막은 정황도 포착됐다. 1월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양철한) 심리로 열린 공판에는 2015년 성남도공 개발사업1팀 소속이던 직원 박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씨는 “같은 팀 상사 주모 씨가 공모지침서 관련 문제를 제기했다가 유동규에게 질책을 받은 사실을 아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알고 있다. 많이 혼났다”며 “당시 주씨가 ‘총 맞았다’는 식의 표현을 했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넣을 기회는 있었다. 3월 26일 성남도공은 개발을 함께 할 민간업체 공모에 나섰다. 같은 날 메리츠종합금융컨소시움, 한국산업은행컨소시움, 성남의뜰컨소시움(이하 성남의뜰) 등 세 업체가 사업제안서를 냈다. 이 중 메리츠종합컨소시움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추가 이익이 발생할 경우 성남시에 이를 일부 돌려주는 추가 이익 배당 조건을 걸었다. 그럼에도 민간부문 파트너로 성남의뜰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 후보 측은 “성남의뜰이 성남시에 가장 안정적인 확정이익을 담보할 수 있었다”고 해명했으나 더 높은 이익을 담보하는 업체도 있었던 것.

이익 더 주겠다는 메리츠 대신 ‘성남의뜰’ 선택

공모 결과는 하루 만에 나왔다. 최종 사업자로 선정된 민간업체는 성남의뜰이었다. 이에 선발 단계부터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 나왔다. 성남도공이 추가이익을 주겠다는 업체를 마다하고 성남의뜰을 골랐기 때문이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실이 입수한 대장동 개발사업의 ‘사업신청자별 사업계획서 세부 평가점수’에 따르면 성남의뜰은 가산점을 포함한 1010점 만점 중 994.8점을 받아 한국산업은행컨소시움(909.6점)과 메리츠종합금융증권컨소시엄(832.2점)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큰 점수 차로 앞섰지만 구체적 평가 항목을 따져보면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게 김형동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측 주장이다. 대표적 사례가 20점이 배당된 ‘자산관리회사 설립 및 운영계획’과 ‘조직편성 및 인력운영 계획’ 부분이다. 성남의뜰은 자산관리조직 설립 및 운영계획 9.2점, 조직편성 및 인력운영 계획 9.2점으로 합계 18.4점을 얻었다. 산업은행이 11.2점,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이 10.8점이었다. 성남의뜰의 자산관리회사가 바로 화천대유다.

이 회사들의 사업계획서를 비교하면 사업 단계별 운용계획상에 큰 차이가 없고, 성남의뜰 이외 업체의 자산관리회사 관련 대목도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다. 앞서 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 역시 “배점 20점인 자산관리조직 설립 및 운영계획을 세 컨소시엄이 모두 제출했다”고 밝혔다.

부동산 재개발 업계에서는 하루 만에 최종 사업자를 선정한 것도 이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이 아니라 지방 도시 재개발사업이라 해도 최종 사업자 선정에 보통 4~5일이 걸린다. 그만큼 검토해야 할 사안이 많다”며 “하루 만에 결과가 나왔다면 선정 업체와 (성남도공이) 사전에 공감해 온 바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시세 절반에도 못 미친 토지보상액

서울 및 수도권 지역 재개발 업계 관계자들은 대장동 개발은 수익이 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 재개발에서 가장 난도가 높은 일이 원주민이 소유한 개발 지역 토지를 사들이는 문제”라며 “지역민을 설득하는 데 시간이 들고 이들의 입맛에 맞는 보상안을 찾다 보면 이익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낮은 토지보상금은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시행사가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었던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민간개발의 경우 사업 시행사가 개발 지역 주민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시행사는 이를 위해 원주민들에게 시세에 가까운 금액을 제시하며 땅을 매입한다. 대장동 개발의 경우 민관합동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이 같은 과정이 없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성남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 개발계획변경(안)’에 대장동 토지 관련 보상비는 6184억6200만 원. 성남의뜰이 2018년 성남시 문화도시사업단에 제출한 대장동 개발 관련 자료에서도 ‘토지 등 보상비’ 명목으로 6184억 원이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 의원은 “화천대유는 원주민들로부터 3.3㎡당 250만 원 수준으로 강제 수용한 토지를 통해 약 10배 폭리를 취했다”고 비판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0월 5일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당초 대장동 주민들은 성남의뜰이 지급한 토지보상금의 2배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녹취록에서 대장동 주민 B씨는 “2009년경 대장동을 민간 개발하려고 3.3㎡당 550만~600만 원에 땅 계약까지 다 했다”며 “화천대유, 성남의뜰이 계약을 하면서 헐값에 토지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성남시의회에서도 대장동 토지 보상가가 너무 적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2015년 2월 4일 성남시의회에서 열린 209회 도시건설위원회 회의록에는 유독 대장동 일대만 ‘헐값’에 매입했다는 발언이 여럿 등장한다. 유한기 당시 성남도공 개발사업본부장은 보상가 기준을 묻는 박호근 당시 시의원 질의에 “공시지가의 1.5배”라고 답했다. 이어 “판교신도시의 보상 기준은 1.8배라고 덧붙이며 판교신도시보다 (대장동 재개발의) 보상 리스크가 적다”고 강조했다.

LH 출신으로 대장동 원주민들의 토지보상 과정을 보조한 박재현 행정사는 “(대장동 개발 당시 성남의뜰이) 법을 지키며 (대장동 주민들에게 토지에 대한) 보상을 했겠지만 시세에는 상당히 못 미쳤다. 대장동 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토지 시세가 많이 올랐는데, (성남도공이) 개발이익을 반영하지 않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펼쳤다”며 “일부 주민은 로펌을 끼고 법적 공방을 벌여 토지보상금을 더 받아내기도 했지만 미미한 액수였다”고 덧붙였다.

유동규가 측근이 아니라고?

2015년 1월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오른쪽)가 뉴질랜드에서 찍은 사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이 후보 왼쪽),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왼쪽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이기인 국민의힘 성남시의원]

2015년 1월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오른쪽)가 뉴질랜드에서 찍은 사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이 후보 왼쪽),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왼쪽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이기인 국민의힘 성남시의원]

개발사업이 끝난 후 가장 큰 이익을 본 것은 화천대유와 그 관계사인 천화동인 1~7호다. 이 후보 측이 밝힌 성남의뜰 지분 구조를 보면 공공사업자인 성남도공이 지분의 50%를 갖고 가장 먼저 사업 이득을 배당받았다. 이후 화천대유와 SK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민간사업자들이 이익의 43%를 배당받는다. 화천대유·SK증권 제외한 민간사업자들과 성남도공이 가진 93% 지분은 우선주다. 개발사업이 끝나고 확정 이익이 발생하면 그 이익의 93%를 그들이 먼저 나눠 갖는 방식이다. 화천대유와 SK증권이 가진 나머지 지분 7%는 보통주였다. 보통주는 가장 나중에 이익을 배당받는 대신,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인한 이익을 모두 챙길 수 있었다. 이 같은 구조를 통해 7% 지분만 가지고도 8500억 원의 수익을 올린 것.

SK증권의 지분은 사실 천화동인의 지분이다. 천화동인 1~7호는 SK증권 특정금전신탁을 이용해 개발사업에 참여했다. 특정금전신탁은 고객이 금융기관에 돈을 맡기며 특정 기업 주식 또는 부동산 개발 등에 투자해 달라고 하면 이에 따라 운용하는 금융상품이다.

대장동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은 성남도공, 화천대유 관계자 등 대장동 개발사업 설계에 관여한 인물들을 구속 기소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개발사업 전반에 관여해 부동산 가격 상승분 이익을 독점했다고 본 것.

처음으로 구속된 사람은 성남도공 사장 직무대리를 맡았던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 유 전 본부장은 2010년 성남시장 선거를 도우며 이 후보와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성남시인수위원회 도시건설분과 간사를 거쳐 성남시시설관리공단(성남도공 전신) 기획본부장으로 임명됐다. 공단 임원이 되려면 공무원 5급 혹은 공단에서 3급으로 5년 이상 근무하는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은 ‘임명권자가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한 자’로 분류되며 임용됐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유 전 본부장은 세간에 이 후보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유 전 본부장이 측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유 전 본부장이 구속됐다는 소식에 이 후보는 “(대장동 재개발사업) 관련 공직자 일부가 오염되고 민간사업자와 유착했다는 의혹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이 이 후보의 측근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선거를 도운 것, 관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정말 중요한 인물이었다면 (본부장이 아닌) 사장을 시켰을 것”이라며 “2020년 12월 이후 연락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해명과 달리 이 후보는 유 전 본부장을 공사 사장으로 임명한 적이 있다. 2018년 10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후보는 유 전 본부장을 경기관광공사 사장직에 임명했다. 유 전 본부장은 2020년 12월까지 사장직을 수행했다.

유 전 본부장 구속 이후 이른바 ‘유동규 라인’이라고 불리는 직원들이 검찰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대표적 인물은 고(故) 유한기 전 성남도공 개발사업본부장,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공 개발1처장, 성남도공에서 전략투자팀장을 맡았던 정민용 변호사. 이 셋은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에 연루돼 있다. 김 처장은 2015년 5월 대장동 개발 사업협약서를 작성할 당시 개발사업1팀장으로, 당시 별동대로 움직인 정 변호사로부터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를 지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처장은 정 변호사의 직급상 상급자였고, 유한기 전 본부장은 김 처장의 직속상관이었다. 이들 셋은 모두 대장동 사업자 선정 당시 심사위원이기도 했다.

성남도공 핵심 관계자의 잇단 죽음

이들 중 두 명은 유명을 달리했다. 유한기 전 본부장은 검찰 수사를 받던 중인 지난해 12월 10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2월 21일에는 김 전 처장이 사망했다. 경기 성남시 성남도공 개인 사무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김 전 처장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성남도개공 사장에게 보내는 자필 편지 ‘사장님에 대한 호소의 글’을 남겼다. 편지에서 김 처장은 “너무나 억울하다”며 “회사에서 정해진 기준을 넘어 (초과이익 환수 조항) 부분 삽입을 세 차례나 제안했는데도 반영되지 않고, 당시 임원들은 공모지원서 기준과 입찰계획서 기준대로 의사결정을 했다. 그 결정대로 2021년 3월까지 최선을 다했는데 마치 제가 지시를 받고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처럼 여론몰이가 되고 검찰 조사도 그렇게 되어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김 전 처장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이 후보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김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재직 때는 (김 처장의 존재를) 몰랐고, 알게 된 것은 경기도지사가 된 이후 대장동 개발이익 확보와 관련된 재판을 받을 때”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이기인 국민의힘 성남시의원은 이 후보와 김 처장이 함께 찍힌 사진을 공개했다. 2015년 1월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후보가 트램 벤치마킹을 위해 떠난 뉴질랜드 출장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이 의원은 “당시 트램 사업을 담당했던 부서는 개발2팀이었다”며 “해당 업무와 아무 관계도 없는 유 전 본부장과 김 처장이 해외 출장에 동행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유 전 본부장과 김 처장은 개발 1팀으로 대장동 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김 전 처장의 동생 김대성 씨는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해 “하물며 집에서 키우던 개도 죽었다고 하면 애석한 마음이 생기는 게 사람의 도의(道義)”라며 “(이 후보는) 냉혹한 말만 했다”고 말했다.

대장동 비리 책임은 국민의힘에 있다?

대장동 의혹에 관해 이 후보의 해명과는 다른 정황이 밝혀지고 관계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상당수 국민이 이 후보를 의심했다. 지난해 12월 30~31일 중앙일보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4.0%가 “이 후보가 대장동 의혹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후보 측은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9월부터 줄곧 “대장동 의혹의 책임은 국민의힘에 있다”고 주장한다. 국민의힘 시의원들의 주장대로 대장동을 민간 주도로 개발했다면 개발업자들에게 더 큰 이익이 돌아갔으리라는 얘기다. 지난해 9월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에 근무하고 있었으며 퇴직금으로 50억 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곽 전 의원은 올해 2월 4일 검찰에 의해 구속됐다.

1월 29일에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씨가 윤 후보의 치부를 알고 있다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해당 녹취는 김씨와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의 대화로 정 회계사가 김씨에게 “윤석열이는 형(김씨 본인 지칭)이 가지고 있는 카드면 죽어. 지금은 아니지만”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발언과 관련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월 2일 MBC 라디오에서 윤 후보를 향해 “범죄자 손아귀에 잡혀 있는, 언제든지 범죄자가 정치적 생명을 끊을 수 있는 그런 후보”라고 주장했다. 이에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김병민 대변인은 “(관련 대화가 담긴) 녹취록을 전부 공개하자”고 맞섰다. 국민의힘 선대본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해당 녹취록이 공개된 당일 “윤 후보는 김씨와 어떤 친분이나 관계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며 “김씨가 공범들에게 거짓 허풍을 떤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신동아 2022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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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리지 않은 의혹, 대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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