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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dy Green

“日 최초 60타대 기록 세우고 싶어요”

새 도전 나선 ‘친절한 보미씨’ 이보미

  • 글 · 엄상현 기자 | gangpen@donga.com 사진제공 · KLPGA

“日 최초 60타대 기록 세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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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팬들이 미워하면…

이보미는 지난해 5월 호켄노마도구치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이전까지 9개 대회에 출전해 준우승만 4차례 기록하는 등 우승과는 인연이 없는 듯했다. 하지만 이 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시즌 7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보미는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로 이 대회를 꼽았다. 특히 자신의 후원 기업이자 대회를 주최한 호켄노마도구치 사장과 팬들의 응원 덕분에 자신감을 많이 회복했다는 것.
“제 단점이 미리 걱정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지난해 초반부터 우승하면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인터뷰부터 걱정되더라고요. ‘내가 우승하면 많은 사람이 좋아하지 않을 텐데 어떡하지’ 하는 바보 같은 생각도 했고요. 그런데 이 대회 때 사장님이 ‘주변 눈치 보지  마라, 네가 우승하는 모습을 정말 보고 싶다’고 진심으로 말씀해주셔서 ‘아, 이렇게 나를 진정으로 응원해주는 분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열심히 해서 우승하게 됐죠.”
▼ 왜 그런 걱정을?
“일본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이 잘하고 있었잖아요. ‘나까지 잘하면 일본 사람들이 한국 선수들을 미워하지 않을까’ 그런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요. 참 바보 같은 생각인데, 혼자 고민을 많이 했어요.”
▼ 자신감만으로 시즌 7승을 올렸을 것 같지는 않은데.
“정말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간절함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그게 없으면 지나친 자신감이나 자만에 빠져서 경기에 덜 집중하는 것 같고. 간절함이 있어야 한번 생각할 것도 여러 번 생각하고, 욕심을 버리고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거든요.”
시즌 7승은 이보미에게 최우수선수와 상금왕, 최저타수상 등 3관왕을 안겼다. 이보미는 그 영광을 2014년 9월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게 돌린다. 지금도 아버지 이야기를 할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진다.
“아직도 아빠 생각이 많이 나요. 못했을 때도, 잘했을 때도 아빠가 안 계시다는 게 정말 아쉽고 속상하죠. 시합 끝나고 엄마랑 식사하면 늘 아빠 이야기로 돌아가요. ‘아빠가 좀 더 사셨으면 어땠을까’ ‘아빠가 그때 왜 그렇게 몸 관리를 못했을까’ ‘우리가 왜 아빠를 더 신경 쓰지 못했을까’ 뭐, 그런 이야기가 반 이상이죠. 아빠한테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 같은 죄책감도 남아 있고…. 이제는 아빠와 좋았던 일만 생각하려고 해요. 꿈에도 좋은 모습으로만 나오셔서, 그게 아빠가 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한결같고 겸손한 선수’

▼ 인생의 좌우명 같은 게 있나요.
“‘나는 할 수 있다’. 매우 간단하지만 이 말 한 마디가 사람 마음을 다르게 먹게 하는 것 같아요. 어떤 일이든 ‘나는 할 수 있다’는 마음을 먹고 시작한다면 반 이상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아예 시작을 않는 게 낫죠.”
▼ 늘 잘 웃는 것 같아요.
“원래 성격이 긍정적이에요. 가족들은 저를 ‘친절한 보미씨’라고 해요. 가족들에겐 별로 안 친절한데 다른 사람한테만 친절하다고 언니가 지어줬죠, 하하. 웃음도 많고요. 볼 때마다 눈웃음으로 인사하면 서로 기분 좋잖아요. 아무리 힘들어도 늘 웃다보니까 이미지가 굳어져서, 이젠 안 웃으면 주변에서 ‘어디 아프냐’ ‘무슨 고민 있느냐’고 걱정하세요.”
▼ 자신에게 ‘골프’는 어떤 의미인가요.
“그런 심오한 생각은 해본 적 없어요.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 같은 존재? 그냥 골프가 너무 좋고 고마워요. 이런 운동에 제가 재능이 있다는 것에 대해 늘 감사해요. 그런데 아직도 골프를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죽을 때까지 더 많이 알고 싶고, 계속 좋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日 최초 60타대 기록 세우고 싶어요”


▼ 올해 목표는.
“작년에는 상금왕만 바라보고 죽을 힘을 다해 달려왔는데, 올해는 도전의 해라고 생각해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도 있고, 일본 메이저대회도 꼭 우승하고 싶어요. 올해 미국 LPGA에는 3개 대회 정도 출전할 생각인데, 여기서 얼마만큼 좋은 성적을 내느냐가 중요하겠죠. 일본과 미국을 오가면 이동거리가 길어 올해는 3승만 해도 만족할 것 같아요.”
▼ 미국 LPGA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생각은 없나요.
“올해엔 없어요. 저를 후원하는 일본 기업도 그렇고, 일본 팬들이 너무 잘해주셔서 아직은 그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원래 제 인생 목표가, 은퇴하기 전에 미국 LPGA에 진출하는 건데요, 그게 언제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 프로 생활은 언제까지?
“어릴 때는 빨리 시집가고 싶었어요. (결혼할) 나이가 되고 보니까 ‘무슨 시집이냐, 지금 잘하고 있는데’ 하면서 좀 더 하고 싶고. 언제까지라고 시기를 정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는 날까지는 투어를 계속하지 않을까 싶어요.”
▼ 어떤 선수로 남고 싶나요.
“아직 많이 부족해요. 저 스스로 그렇게 큰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한결같고 겸손한 선수였다, 그리고 한국을 빛낸 선수였다고 기억해주는 분들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하지 않을까요.”



신동아 2016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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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상현 기자 | gangpen@donga.com 사진제공 · 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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