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호

탁월한 회사 찾는다면 영업이익보다 ‘이것’ 보라

[윤지호의 투자공방] 재무제표로 ‘기업 건강’ 확인하는 법은?

  • 윤지호 경제평론가

    입력2026-02-04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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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공적 투자? 재무제표로 기업 ‘건강 상태’ 읽어야

    • ‘유형자산’은 심장, ‘운전자본’은 혈관 역할

    • 이익 늘어난다고 ‘기업 좋아진다’ 단정 금물

    • 기업의 가치=현금이 얼마나 꾸준히 남느냐

    기업가치는 장부에 기록된 이익이 아니라, 매년 얼마나 많은 현금을 만들어내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Gettyimage

    기업가치는 장부에 기록된 이익이 아니라, 매년 얼마나 많은 현금을 만들어내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Gettyimage

    주가의 등락만 쫓는 투기에 몇 차례 아픔을 겪고 나면 투자자들은 기업 ‘가치’를 고민하게 된다. “한 권이면 된다”는 식의 가치투자 관련 책을 읽거나, 경영·경제학과 출신이라면 대학 시절 배웠던 재무제표를 다시 펼쳐 보기도 한다. 뭔가 알 것 같지만, 막상 투자에 적용하려니 낯설다. “탁월한 회사를 적절한 가격에 사는 것이, 평범한 회사를 탁월한 가격에 사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워런 버핏의 말이 이해는 되지만 선뜻 와닿지 않는다. ‘도대체 탁월한 회사란 어떤 기업일까’ 끝없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사람과 기업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가정하면 이야기는 한결 단순해진다. 재무제표를 통해 기업의 ‘건강 상태’를 읽어내면 되기 때문이다. 기업을 사람의 몸에 비유할 때 심장에 해당하는 것이 ‘유형자산(PPE)’이다. 공장과 설비, 서버와 기계처럼 기업이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실체다. 심장이 멈추면 몸이 기능을 잃듯, 유형자산이 무너지면 기업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유형자산은 재무상태표의 출발점이자 기업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가장 먼저 알려주는 항목이다. 

    ‘유형자산’은 심장, ‘운전자본’은 혈관 역할

    심장이 뛰기 시작하면 기업은 비로소 돈을 벌기 시작한다. 이는 손익계산서에 나타난다.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매출이 발생하고, 여기서 비용이 차감된 뒤 이익이 남는다. 이익은 손익계산서의 마지막 줄에 기록된다. 손익계산서상의 이익은 다시 재무상태표로 이동한다. 배당으로 지급되지 않은 이익은 기업 내부에 쌓여 자본을 키운다. 이 지점에서 손익계산서와 재무상태표가 연결된다. 이처럼 손익계산서는 ‘기업이 얼마를 벌었는지’를 보여주고, 재무상태표는 그 결과 ‘기업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알려준다. 

    이후 기업은 선택의 순간을 맞는다. 쌓인 자본을 그대로 보유할 수 있고, 투자에 사용할 수도 있다. 이 자본이 설비투자(CAPEX)에 사용될 경우 재무상태표에는 변화가 생긴다. 자본의 일부가 유형자산으로 전환된다. 벌어들인 이익이 다시 기업의 심장을 강화하는 데 사용되는 셈이다. 유형자산이라는 심장이 커질수록 기업의 생산능력은 확대되고, 더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몸이 심장만으로 움직이지 않듯, 기업 역시 유형자산만으로는 돌아가지 않는다. 심장이 만들어낸 혈액이 온몸으로 원활히 퍼져야 생명이 유지된다. 기업에서 이 혈관 역할을 하는 것이 재고, 매출채권, 매입채무, 현금 같은 항목이다. 회계에서는 이를 묶어 ‘운전자본’이라고 한다.



    운전자본은 기업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강화된 설비로 제품을 생산하면 먼저 재고가 쌓인다. 이 재고가 판매되면 매출이 발생하지만, 곧바로 현금이 들어오는 경우는 드물다. 대신 매출채권이 생긴다. 이후 고객이 대금을 지급하면 매출채권은 현금으로 바뀐다. 이 현금은 다시 원재료를 구입하고, 직원에게 급여를 지급하며, 다음 생산을 준비하는 데 쓰인다. 이렇게 심장에서 시작된 기업의 활동이 혈관을 따라 한 바퀴를 돌고 나면, 기업은 다시 다음 영업을 준비하게 된다.

    정리하면 기업은 하나의 순환 구조 위에서 움직인다. 유형자산이라는 심장으로 생산과 서비스를 수행하고, 그 결과는 손익계산서에 매출과 이익으로 나타난다. 이익은 사라지지 않고 재무상태표상 자본으로 축적된다. 기업은 이 자본을 다시 설비투자에 투입해 유형자산을 강화하거나, 그대로 둔 채 다음 영업을 준비한다. 강화된 유형자산은 더 많은 생산을 가능하게 하고, 그 과정에서 재고·매출채권·현금 같은 운전자본이 움직인다. 이 흐름이 끊기지 않고 이어질 때 기업은 안정적으로 성장한다.

    이익 늘어난다고 ‘기업 좋아진다’ 단정 금물

    문제는 이 순환이 느려질 때다. 재고가 팔리지 않고 창고에 쌓이거나, 매출채권 회수가 지연돼 장부상 이익은 늘어나지만 실제로 쓸 수 있는 현금은 부족해지는 경우다. 겉보기에는 공장이 돌아가고 매출도 발생하는 듯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부담이 서서히 쌓인다. 이런 변화는 단번에 드러나지 않는다. 조금씩, 눈에 띄지 않게 누적된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여기서 많은 사람이 헷갈리는 지점이 나온다. 손익계산서에 이익이 늘어나고 있다고 표시돼 자연스럽게 ‘기업이 좋아지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손익계산서에 찍힌 이익이 곧 현금을 의미하지 않는다. 회계는 발생주의를 따르기 때문이다. 돈이 실제로 들어왔는지가 아니라, ‘이익이 발생했다고 판단되는 시점’의 수익을 기록하는 방식이다. 조선업처럼 계약부터 인도까지 수년이 걸리는 산업을 떠올려보자. 이 경우 배를 완성하기 전부터 매출과 이익이 잡힌다. 현금이 나중에 들어오더라도, 공사가 진행되는 만큼 이익을 미리 인정하는 것이다.

    이에 이익이 기록됐다고 해서 기업의 상태가 자동으로 좋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손익계산서는 성과를 보여주고, 재무상태표는 그 성과가 어떤 형태로 쌓여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에 손익계산서상으로는 이익이 꾸준히 늘어났는데, 재무상태표를 보면 재고와 매출채권이 함께 불어나 있는 상황도 있다. 이는 기업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 아니며, 성장 과정에 있는 기업에서 흔히 나타나는 양상이기도 하다. 

    문제는 앞선 상황을 단순히 ‘이익이 늘었으니 기업은 좋아지고 있다’고 단정할 때다. 손익계산서의 이익만으로는 기업의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몸에 비유하자면 심장이 힘차게 뛰며 매출과 이익이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혈관이 막혀 있거나 부담이 쌓이고 있을 수 있다. 재고가 쌓이고, 매출채권 회수가 늦어지며, 외상 구조가 꼬여도 손익계산서에는 당장 뚜렷한 이상 신호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발생주의 회계에서는 ‘팔았으니 이익’이라고 기록되지만, 그 이익이 실제 현금으로 들어왔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이때 필요한 것이 현금흐름표다. 현금흐름표는 기업을 겉모습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내부를 들여다보는 X-ray 역할을 한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혈관이 막혀 있는지, 실제로 자금의 흐름이 원활한지는 X-ray를 찍어봐야 알 수 있다. 손익계산서가 ‘성과가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표라면, 현금흐름표는 ‘그 성과가 돈의 형태로 기업 안에서 잘 흐르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결국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을 찾으려면, 현금흐름표라는 X-ray를 통해 점검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금흐름표라는 X-ray에서 핵심만 추려낸 개념이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FCF)이다. 잉여현금흐름이란 표현 그대로 기업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현금이다. 기업이 정상적으로 굴러가려면 반드시 감당해야 할 지출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업을 유지하고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사용되는 ‘설비투자’다. 여기에 재고를 추가로 확보하거나 매입채무와 결제 조건 등이 변해 현금이 묶이며 발생하는 ‘운전자본’ 부담도 더해진다. 나아가 혈액이 돌아가는 데 필요한 ‘순환자금’도 필요하다. 잉여현금흐름은 이런 모든 필수 지출을 감안하고도 남는 현금을 뜻한다. 

    잉여현금흐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기업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 to Firm·FCFF)으로 기업 전체 차원에서의 잉여현금흐름을 의미한다. 계산 과정은 복잡하지 않다. 먼저 영업으로 벌어들인 성과를 세후 기준으로 잡는다. 다음으로 감가상각처럼 회계상 비용 처리되지만 실제로 현금이 나간 것은 아닌 항목을 여기에 더해준다. 감가상각은 기계 설비 등의 노후화로 생기는 가치의 소모를 여러 해에 나눠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일 뿐, 현금이 빠져나간 것은 아니다. 이후 실제로 현금이 빠져나간 지출 항목을 차감한다. 대표 항목이 설비투자다. 마지막으로 운전자본이 늘어 현금이 묶이면 그만큼을 또 차감한다. 재고와 매출채권이 늘어난다는 건 돈이 혈관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모두 거치면 ‘기업 전체 차원의 여력’이 남는데, 이것이 FCFF다. 이는 원칙적으로는 채권자와 주주에게 모두 배분될 수 있다.

    둘째는 주주 관점에서의 잉여현금흐름인 주주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 to Equity·FCFE)이다. 이는 FCFF에서 채권자의 몫과 자금조달 비용까지 모두 반영한 뒤 남는 주주의 몫이다. 기업이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이자를 지급하고, 원금을 상환해야 하는 구간이 있다. 이 같은 부채 관련 부문을 정리하고 나면 비로소 ‘주주에게 돌아갈 수 있는 현금’이 얼마인지가 드러난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이 차입이다. 기업이 돈을 빌리면 당장은 주주에게 활용할 수 있는 여력이 늘어날 수 있고, 반대로 차입금을 상환하면 주주에게 남는 여력은 줄어든다. FCFE는 이런 부채의 영향을 모두 반영한 최종 결과다. 배당을 얼마나 할 수 있는지, 자사주를 얼마나 매입할 수 있는지, 혹은 현금을 얼마나 쌓아둘 수 있는지는 결국 FCFE가 결정한다. 

    기업의 가치=현금이 얼마나 꾸준히 남느냐

    왜 많은 장기 투자자는 이익보다 잉여현금흐름을 중요시 할까. 이유는 단순하다. 이익은 발생주의라는 필터를 거치기 때문에, 혈관이 막혀 있어도 겉으로는 멀쩡해 보일 수 있다. 반면 잉여현금흐름은 X-ray로 확인한 결과에 가깝다. 사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용과 혈관 곳곳에 묶이는 돈까지 모두 고려하고도 여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다. 버핏이 기업을 평가할 때 반복해서 강조해 온 것도 결국 같은 방향이다. ‘기업의 가치는 장부에 찍힌 이익이 아닌, 주인이 가져갈 수 있는 현금이 얼마나 꾸준히 남느냐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다.

    1992년 존 버 윌리엄스는 이를 현금흐름할인법(Discounted Cash Flow·DCF)이라는 개념으로 이론화했다. 미래에 창출할 잉여현금흐름을 추정하고, 할인율을 적용해 이를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그것이 기업가치라는 발상이다. 이익은 당장 지출할 수 없는 ‘회계상 숫자’에 불과하지만, 현금흐름은 실제로 기업 안팎을 넘나드는 ‘실체’라는 점에서 기업을 바라보는 틀을 바꾼 아이디어였다. 

    탁월한 기업이란 브랜드가 차별화됐든, 원가경쟁력이 탁월하든, 어떤 방식으로든 시장에서 마진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제적 해자를 갖춘 기업이다. Gettyimage 

    탁월한 기업이란 브랜드가 차별화됐든, 원가경쟁력이 탁월하든, 어떤 방식으로든 시장에서 마진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제적 해자를 갖춘 기업이다. Gettyimage 

    결국 기업가치는 장부에 기록된 이익이 아니라, 매년 얼마나 많은 현금을 만들어내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아무리 히트 상품을 내놓더라도, 더 많은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성장은 지속되기 어렵다. 기업이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가 아니라, 필수 지출을 모두 치르고도 얼마나 여력이 남는지가 ‘지속 가능한 기업’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즉 투자자는 지속 가능하게 현금을 창출하는 기업을 찾아야 한다. 기업가치 역시 현금흐름, 특히 잉여현금흐름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이 현금이야말로 기업의 실제 여력이기 때문이다.

    첫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버핏이 말한 ‘탁월한 회사’의 면모는 결국 여기에 있다. 그는 기업가치가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라는 점을 꾸준히 강조해 왔고, 동시에 그것이 단순한 숫자놀음이 아니라고 했다. 탁월한 회사는 지속적으로 현금을 창출하는 구조적 힘을 지니고 있다. 브랜드가 차별화됐든, 원가경쟁력이 탁월하든, 어떤 방식으로든 시장에서 마진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제적 해자를 갖춘 기업이다. 가치투자의 출발점은 이익이 아니라 현금에 있다. 

    윤지호
    ● 1967년생
    ● 前 LS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 저서: ‘한국형 탑다운 투자 전략’ 
    ‘주식의 시대, 투자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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