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호

“북한 AI는 ‘생성형’보다 ‘목적형’, 결핍이 기술력 키웠다”

[인터뷰] 최현규 KISTI 전문위원이 진단한 북한 AI 현주소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26-01-27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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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조2000억 원 탈취한 해킹 기술, 산업으로 변모할 태세

    • 北, “챗GPT 못 만든다”가 아니라 “필요한 AI만 만든다”

    • ‘GPU도 없다’는 건 오해…“특수 영역에선 이미 작동”

    • 외부 정보에 목마른 체제, 오픈소스·크롤링으로 데이터 확보

    • 제재보다 지속적 모니터링과 대응 전략 갖추는 게 최선

    북한에서 인공지능(AI) 기술 분야를 주도하는 인재 집단은 김일성종합대학 인공지능기술연구소다. 평양 노동신문

    북한에서 인공지능(AI) 기술 분야를 주도하는 인재 집단은 김일성종합대학 인공지능기술연구소다. 평양 노동신문

    국가정보원이 1월 8일 공개한 ‘2025년 사이버 위협 분석’은 숫자 하나로 시선을 붙잡는다. “북한 해킹 조직이 2025년 한 해에 약 2조2000억 원을 탈취했다”는 대목이다. 더 본질적 경고는 피해액만이 아니다. 국정원은 인공지능(AI)의 해킹 공격이 전 과정에 걸쳐 자동화하면 공격 주체를 추적하는 일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기술 범죄가 사건에서 산업으로 넘어가는 시대가 임박했음을 의미한다. 

    취약점 탐색, 침투 경로 분석, 표적 스크리닝, 악성코드 변주가 자동화할수록 해킹 공격은 널리 확산한다. 국가·업체·범죄조직이 뒤엉킨 해킹 신디케이트(syndicate·역할 분업과 외주 구조로 산업처럼 운영되는 조직형 범죄 네트워크)가 등장하면 ‘누가 했는지’를 특정하는 것조차 어려워진다. 

    북한 AI를 보는 관점도 달라져야 한다. 우리가 AI라고 하는 건 통상 챗GPT 같은 생성형 모델이다. 하지만 북한이 겨냥하는 AI는 다른 형태일 가능성이 크다. 제한된 전력과 취약한 컴퓨팅 자원, 강한 통제 체제를 가진 북한에서 대규모 언어모델(LLM·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해 문장을 생성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생성형 AI는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신 특정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설계된 ‘목적형 AI’는 북한의 여건상 현실적인 선택지다. 정찰, 감시, 표적 선정, 침투, 기술 절취처럼 임무가 명확한 경우는 더욱 그렇다.

    2001년부터 26년째 북한 과학기술과 정보체계를 추적해 온 최현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전문위원은 1월 13일 ‘신동아’와 인터뷰하면서 “북한 AI 담론은 냉소와 과잉 공포라는 양극단으로 갈라져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현재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AI의 실체는 어디까지 와 있고, 무엇을 예의 주시해야 하는지를 최 전문위원에게 물었다.

    생성형 AI가 아닌 목적형 AI 주목하는 이유

    최현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전문위원은 “북한 인공지능(AI)의 현재 수준보다 중요한 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라며 “생성형 AI가 아니라 목적형 AI를 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 자체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철 기자

    최현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전문위원은 “북한 인공지능(AI)의 현재 수준보다 중요한 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라며 “생성형 AI가 아니라 목적형 AI를 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 자체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철 기자

    북한 AI의 흐름을 파악하는 방법이 있나.



    “북한이 AI에 관심을 가진다는 걸 체감하고, 2025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연구에 착수했다. 처음에는 북한의 노동신문 5년치를 AI 관련 키워드로 다 뒤졌다. 그런데 노동신문은 체제 선전성이 강한 매체여서 현재 북한의 기술 수준이나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선전만으로도 방향성은 볼 수 있었다. 올해는 기초 자료를 정리하자는 마음으로 김일성종합대학을 1차 대상으로 잡았다. 이 대학에는 인공지능기술연구소가 있고, 대외적으로도 ‘인공지능’을 표방한다. 올해 들어 생성형 AI를 학습하기 시작했다는 정황도 있다. 똑똑한 인재를 대상으로 정기 강습을 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북한 AI의 시초는 뭔가. 

    “‘은별 바둑’이라는 바둑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1990년대 후반 북한이 만든 개인용 컴퓨터(PC) 바둑 프로그램인데 그 여파로 국제 PC 바둑대회에서 몇 년간 우승했다. 지금의 AI와는 다르지만 북한이 처음 경험한 AI의 시초 격으로 볼 수 있다.”

    북한에는 그래픽처리장치(GPU)도 없고, 전기도 부족한데 AI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나. 

    “북한도 GPU를 가져다 놓고 쓴다. 다만 성능은 떨어질 수 있다. 이것을 어떻게 아느냐 하면 김일성종합대학 학보에 ‘GPU를 사용했다’고 밝힌 자료가 실려 있다. 그래서 나는 학보에서 해외 기술·제품이 언급된 대목을 모아 정리하려고 한다. 북한이 해외 오픈소스에서 무엇을 썼는지를 드러내는 데이터가 쌓이면 해외 기술을 어떻게 끌어왔는지도 보일 것이다.”

    북한 AI의 핵심은 생성형이 아니라 목적형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유는 뭔가.

    “생성형 AI는 부담이 크다. 인터넷을 개방하지 않는 나라에서 생성형 AI를 운영하면 돌발 변수를 감당하기 어렵다. 누군가 ‘김정은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을 때 어떤 답이 나올지 정권 입장에선 통제가 불가능하다. 정책적으로도 주민이 접했을 때 통제에 문제가 생긴다. 기술적으로도 초대형 모델을 운영하려면 인력, 데이터, GPU 기반 데이터센터, 전력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규모가 필요하다. 북한은 그러한 기반이 없다. 특히 데이터가 부족하다.”

    데이터가 부족한데 AI 학습이 가능한가.

    “북한이 갈망하는 것 중 하나가 외부 정보다. 해외에 나가는 사람들은 논문 같은 자료를 가져오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은 공개정보(OSINT)가 활발해졌고 장벽 없이 이용이 가능한 오픈사이언스·오픈액세스(OA) 저널이 늘었다. 크롤링(crawling·웹에서 자료를 수집하는 행위)만 해오면 된다. 다만 문헌 데이터뿐 아니라 공장 흐름 데이터, 기상 데이터, 환경·노동 조건 데이터 같은 현장 데이터는 축적 기반이 약하다. 그래서 생성형 AI를 돌리기는 더 어렵다.”

    북한이 선호하는 목적형 AI의 목표는 무엇인가.

    “체제 유지가 1차 목적이다. 핵·미사일처럼 비대칭전력을 추구해 왔듯 AI도 기술 경쟁이 아니라 자력갱생을 위해 보완하며 국가를 유지하는 도구로 쓰려는 것이다. 북한은 목적형 AI로 체제 유지가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들려고 할 것이다. 해외 클라우드를 빌려 쓰다가 탐지돼 끊기면 허탕이기 때문이다. 챗GPT나 제미나이처럼 중앙 서버가 다 처리하는 AI는 전력과 자원 소모가 너무 커서 북한에 맞지 않는다. 북한은 하드웨어가 부족하니 소프트웨어로 대체할 방법을 찾는다. 해외 기술은 적극적으로 오픈소스를 갖다 쓴다. 라마(Llama), 버트(BERT) 같은 오픈소스 대표 모델을 가져와 미세조정만 하는 식이다. ‘체제에 반하는 얘기는 줄여라’ 같은 방향으로 조정하는 건 상대적으로 가능하다. 또 중앙 서버 부담이 적은 방식, 디바이스 내에서 돌아가는 방식도 택할 것이다. 그래서 북한에선 결핍이 ‘자력갱생형 AI’를 최적화하는 원동력이 된 셈이다.”

    북한이 AI를 집중적으로 활용하는 분야가 궁금하다. 

    “공개 문헌 기준으로는 교육, 의료, 농업이다. 국방 관련 AI는 따로 개발할 것 같다. 민생 분야, 인프라가 취약한 보건의료 분야에서 AI가 절실히 필요하다. 생산 현장에서도 AI를 통합 모니터링 등을 위해 쓰기 시작했다.”

    주민 통제 작업에 AI를 활용하기도 할까.

    “북한은 전제주의 국가다. 통제의 한계는 늘 존재한다. 위조문서, 뇌물, 통제 회피가 생긴다. 센싱(sensing·사람이 눈으로 확인하던 것을 기계가 센서·카메라·데이터로 자동 감지하는 것)을 강화하면 이런 문제를 줄일 수 있다. 얼굴 인식 기술은 통제에 매우 유용하다. 민간에서 필요한 민수(民需) 기술은 군수로 전용될 수 있다. 공장자동화의 센싱은 드론 감시로도 이어질 수 있다. 북한의 1·2급 기업소는 민수·군수 부문이 한 울타리 안에 공존하는 구조다. 그러니 민간 기술이 군사용으로 쓰이는 순간이 언제든 올 수 있다.”

    북한의 목적형 AI가 해킹·탈취 수법을 고도화할 거라는 전망이 많다.

    “가능성은 매우 크다. 특히 접촉, 메일 발송, 표적 선별 단계는 이미 상용 생성형 도구나 다양한 특화 툴을 활용할 수 있다. 분업화도 더 진행될 거다. 표적 선정은 정책적·정보적 판단이고, 침투·조작은 고도의 기술 영역이다. AI로 인해 ‘없던 위협이 생긴다’기보다 ‘위협의 규모가 확대된다’고 보면 된다. 예전엔 한 명이 하던 작업을 AI로 하니 수십 명이 한꺼번에 덤비는 것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중국에 하드웨어, 러시아에는 전쟁 데이터 의지

    북한 AI 기술이 아직 고도화됐다고 보긴 이르지만 그동안 벌인 해킹 범죄 때문에 언제 우리가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치기 어렵다. 

    “그것은 당장의 위협이 아닌 ‘가능성’ 때문에 생긴 위협이다. 우리가 처음 북한의 핵 개발 소식을 접했을 때만 해도 ‘쟤들이 해낼 수 있겠어?’ 하고 얕봤지만 결국 성공했다. 북한은 목표를 정하면 엘리트 집단을 집중 투입해 끝까지 밀어붙이는 구조다. AI도 그런 식으로 개발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핵·미사일의 성능이 궤도에 올라선 상태라면 수많은 인력을 AI 같은 비대칭전력 영역으로 돌릴 수 있다. 그래서 북한의 AI 기술 변화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

    ‘북한이 AI로 모든 방어망을 뚫는다’는 얘기가 있다. 우리 국민의 인터넷뱅킹 계좌도 노릴 수 있는 것 아닌가. 

    “북한의 실체를 모르고 AI를 ‘슈퍼 AI’로 오해하면 과장된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AI는 만능이 아니다. 북한이 노리는 건 돈 되는 대상이다. 한 번 들어가 1억 원을 벌 수 있는 곳을 노리지 100만 원 있는 개인을 굳이 노리진 않는다. 그렇다고 안심하자는 뜻은 아니다. 방어는 개인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돼 있다. 정부와 전문 기관 차원의 방어적 AI가 필요하다.”

    북한이 러시아·중국과 AI 개발에 협력할 경우 우선순위를 추정한다면.

    “공동으로 AI를 운영하진 않을 거다. 하드웨어 쪽은 중국을 의지할 가능성이 크다. 제재 품목이라 공식으로 못 주더라도 우회로로 들어갈 수 있다. 러시아 쪽은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과 관련해 전쟁 경험 데이터가 핵심이다. 드론 운영 환경, 실전 경험 데이터 같은 것이 공유된다면 위험한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다. 기술 유입 자체는 러시아보다 중국 쪽을 더 주의 깊게 봐야 한다.”

    북한 AI 담론이 군사·해킹 중심으로만 흐르는 현실을 어떻게 보나.

    “AI는 본래 종합적 단계다. 그런데 지금은 과학기술 교류 협력이 막혀 있다. 그럼에도 의료, 농업, 자연과학 교육 같은 영역은 인도적·실용적 차원에서 목적형 AI를 상상해 볼 수 있다. 예전엔 남북 언어 기계번역을 위해 20만 문장 대역(같은 의미의.문장을 남한식, 북한식 문장으로 각각 대응시키는 번역) 데이터도 준비한 적이 있다. 요즘은 북한 기사도 AI에 넣으면 번역과 해석을 거의 다 해준다. 언젠가 관계가 풀린다면 의료·농업·교육 중심의 목적형 AI는 상대적으로 큰 충돌 없이도 추진할 수 있다.”

    결국 우리 정부는 북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나는 북한에 퍼줄 것이 아니라 퍼 와야 한다고 본다. 북한에는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있다. 인적자원, 광물자원, 생물자원 같은 것들이다. 북한은 대학 진학률이 낮지만 우수 인력의 수준은 높다. 시대가 바뀌면 그런 인력과 자원을 가져와 활용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AI도 결국 북한이 계속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중요한 건 우리가 얼마나 제대로 대응하느냐의 문제다. 북한을 제재로 원천 봉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AI는 더 그렇다. 데이터는 가상공간에서 왔다 갔다 하니 통제가 어렵다. 결국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대응 전략을 갖추는 것이 최선의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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