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호

트럼프의 ‘단호한 결의’ 작전 성공 이유 있었다

[백승주 칼럼] 휴가 중 임무 수행하는 주한미군사령관

  •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 전 국회의원

    입력2026-02-04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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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식 함포 외교는 5세대 전쟁 패러다임

    • 주한미군 장병, 한반도 유사시 작전 환경 숙지해야

    • 우리 군, 전쟁 예방과 대비에 몰입해야

    • 전쟁 대비의 필수 전략, 그 나라 역사와 지리 이해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이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군사령관과 환담하고 있다. 전쟁기념사업회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이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군사령관과 환담하고 있다. 전쟁기념사업회

    ‘2026년 1월 2일 저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플로리다 사저 인근에서 백악관에 사용할 대리석을 사재로 구입하고, 마러라고 사저에서 식사를 마친 후 오후 10시 46분 ‘단호한 결의(Absolute resolution)’라는 작전명에 서명함. 그리고 국가안보 관계자들에게 “건투를 빈다(Good Luck and Godspeed)”라는 메시지를 남김. 이튿날인 1월 3일 오전 1시 1분, 미군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체포, 같은 날 오전 3시 29분 미군 군함으로 압송을 시작함.’

    2시간 15분의 단호한 결의, 군사적 의미

    2026년 초 새벽잠을 깨운 뉴스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나라마다 달랐다. 어떤 나라에서는 ‘국가는 개별 국가의 주권 존중을 창립 정신으로 내세운 유엔의 몰락이자 사망선고’로 받아들이지만, 오히려 ‘현시점에 필요한 결단’으로 여기는 나라도 있다. 유엔헌장 정신을 악용해 보편적 국제규범을 어기며 자국민을 핍박하고 인류에게 고통을 준 ‘악인’과 그 체제에 대한 바람직한 응징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반미 전선에 서 있는 지도자들은 ‘나도 잡혀갈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예민한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국제정치학자들은 이렇게 평가하고 기억하지 않을까 싶다. 1945년 냉전시대가 시작된 이후 국제정치를 이끌어왔던 토머스 우드로 윌슨(Thomas Woodrow Wilson·미국의 28대 대통령이며 미국 행정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사상가)의 이상주의가 힘을 앞세운 한스 모겐소(Hans Joachim Morgenthau·미국 국제정치학자)의 현실주의 앞에 어퍼컷을 한 방 먹고 무릎을 꿇은 역사적 장면으로 말이다. 

    필자는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한 국제정치학자의 사후적 논쟁에 끼어들고 싶지 않다. 이는 정치가와 역사가들의 몫으로 남겨놓겠다. 다만 군사 및 안보 전문가적 관점에서 그 과정을 되짚어보면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케인 미국 합참의장, 작전 수행 부대 장병들은 경이적인 미션 수행 능력을 보여줬다. 한반도 면적의 4.5배에 달하는 국토, 3500만 명의 인구, 10만 명 이상의 상비군, 450만 명의 예비군을 가진 중남미의 대국 베네수엘라를 단 2시간 15분 만에 접수했다. 트럼프는 이를 통해 군사작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제5세대 전쟁 패러다임, 트럼프형 함포 외교를 보여준 것이다. 

    미국 언론과 중요 정보기관들은 미국 대통령의 대외정책 평가 기준을 전통적으로 선악의 윤리보다 임무 수행 능력에 두고 있다. 미국 정치권 역시, 윤리적 문제를 도외시하지 않지만 임무 수행 능력보다는 윤리를 후순위에 두고 있다. 



    미군은 어떻게 해서 그러한 임무 수행 능력을 갖게 됐을까. 2025년 12월 30일 휴가를 이용해 전쟁기념사업회를 찾은 제이비어 브런슨(Xavier T. Brunson·육군 대장)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군사령관과 대화하면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2025년 11월 17일 주한미군 홈페이지에 공개된 한반도를 중심에 둔 ‘동쪽이 위인 지도(East-up Map)’. 아리랑TV 캡처

    2025년 11월 17일 주한미군 홈페이지에 공개된 한반도를 중심에 둔 ‘동쪽이 위인 지도(East-up Map)’. 아리랑TV 캡처

    브런슨 사령관의 전쟁기념사업회 방문

    브런슨 사령관의 예고도 없던 방문 계획을 알게 된 건 2025년 12월 30일 아침 출근해서다. 브런슨 사령관으로부터 “가족들과 함께 전쟁기념관을 방문하고, 접견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전갈이 왔다. 그는 자신의 방문에 따른 “번잡한 의전은 모두 사양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하겠다고 했지만 필자는 결코 가볍게 생각되지 않았다. 국방부 차관, 국회 국방위원을 지낸 경험이 있는 필자의 ‘촉’으로는 브런슨 사령관이 중요한 목적을 갖고 방문을 계획했을 것이란 의구심이 강하게 들었다. 생각이 이에 미치자 그와 만나면 전작권 전환, 한미연합훈련, 주한미군 역할 변화 등 많은 군사 현안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1990년 임관한 브런슨 사령관은 정치학·인적자원학·국가안보학 등 다양한 학문을 공부한 학자형 지휘관이다. 2024년 12월 20일 주한미군사령관에 취임한 이후 언론과도 비교적 활발한 소통을 하고 있다. 2025년 8월 10일 국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예민한 주제인 △주한미군 역할 변화, △전략적 유연성, △신중한 속도의 전작권 전환 필요성, △한미연합훈련 유지 등의 문제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특히 2025년 11월 17일 주한미군 홈페이지에 ‘동쪽이 위인 지도(East-up Map)’가 공개돼 화제를 모았는데, 이 아이디어를 낸 주인공이 바로 육군 대장인 브런슨 사령관이다. 이 지도는 한반도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의미를 재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허락을 얻어, 그와의 대화를 공개한다. 그의 방문을 이끈 것은 자강불식(自强不息·스스로 강하게 하며 쉬지 않고 노력함)의 진리였다. 

    휴가 기간에 어떤 연유로 이곳을 방문했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왔다. 2025년 10월 하순 전쟁기념사업회의 유엔 데이 행사 때 짧게 방문하면서 회장에게 다시 방문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나?”

    (사실 필자는 잊고 있었다. 의례적 인사라고 생각했다.)

    약속을 지켜주어 감사하다. 그런데 이번 방문에는 다른 중요한 목적이 있을 것 같다. 말해줄 수 있나.

    “전쟁기념사업회에 중요한 제안을 하고 싶다. 한국으로 파병 오는 주한미군 장병들이 입국 직후 받는 교육 프로그램에 전쟁기념관 견학을 포함하고자 한다. 역사는 한 나라가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미래 전략을 구상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 한 민족의 역사를 알지 못하면 그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기도 어렵다. 주한미군이 약 2년간 주둔하면서 한국인들이 겪어온 역사에 대해 제대로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앞으로 일어날 수도 있는 전쟁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서는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가 구축해 누리고 있는 평화 체제를 위한 기성세대의 피와 노력을 이해해야만 미래의 전쟁을 예방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 수 있다.”

    전쟁 대비에 필수적이지만 놓치기 쉬운 전략

    2025년 11월 한반도를 세계지도의 중심에 둔 지도(East up Map)를 주한미군사령부에 공개하고 교육자료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참으로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한반도가 미국 인도·태평양전략 구사에서 차지하는 전략적 중요성을 한눈에 알게 했다. 트럼프 정부의 고위 정책결정자들이 그 지도를 보고 인도태평양정책을 설계하기를 바란다. 그 지도를 교보재(敎補材)로 사용하기로 결심한 배경은 무엇인가.

    “전쟁을 대비하는 중요한 전략 가운데 하나가 그 나라의 역사와 지리적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소 공부와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어야 위기 상황에서도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 그 지도가 한반도의 전략적 중요성을 잘 담아냈다고 평가해 줘서 고맙다.”

    6·25전쟁 당시 참전하는 미군들을 위한 소개 책자에 한국의 영토는 미국 인디애나주 크기이고, 기후는 일본의 규슈 지역과 비슷하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장진호 지역의 겨울 기후와 규슈 지역 기후는 완전히 다르다는 진실된 정보를 그 책자는 담아내지 못했다. 한반도 북부 지역 기후에 대한 잘못된 정보 때문에 군인들이 전투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6000여 명의 미군이 사망·실종되고 전후 한반도 질서 재정립에 엄청난 피해를 야기했다. 주한미군사령관으로서 한국, 한국인에 대한 기본 입장을 밝혀달라.

    “번역이 필요 없는 세 가지가 내게 있다. 첫째는 나와 한국 사람들의 관계, 둘째는 한국과 한국 국민에 대한 나의 사랑, 그리고 셋째는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이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작은 약속도 지키는 사령관의 모습에 태산 같은 신뢰가 갔다. 휴가 시간을 이용해 방문했다는 사령관의 머리와 가슴에는 연합사령관으로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는 데 필요한 주한미군의 중장기 교육 프로그램 확충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사령관의 입장이 한미동맹, 한반도 안보에 중요하다는 말을 건네고 전쟁기념관을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적극 협조하겠다는 말로 화답했다. 환담 이후 1시간 30분 동안 사령관은 전쟁상설기념관을 관람했다. 눈으로만 보지 않고 중간중간 발걸음을 멈추고 메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전문 장교 집단, 임무 완수·전쟁 대비에만 몰입시켜야

    현재 전 세계 직업군인들이 지켜야 할 것은 분명하다. 군통수권자가 임무를 부여하면 핵심 참모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전략을 설계하고, 일선부대가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된다. 트럼프가 ‘신의 가호, 굿 럭’ 메시지를 보냈지만 임무 완수는 신이 아니라 임무 수행을 준비한 직업군인의 몫이다.

    ‘단호한 결의’ 작전이 결행되기 불과 3일 전에 만난 브런슨 사령관이 휴가 중임에도 임무 수행을 위해 혼신을 다하는 모습은 미군의 승률을 높이는 ‘비밀’ 작전처럼 보였다. 우리 군에도 불철주야 전쟁에 대비하는 고위 장교가 많아져야 한다. 전문 장교 집단에 임무 완수, 전쟁 대비에만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또한 전문 장교 스스로도 그러한 모습을 보이려 노력해야 한다. 

    트럼프의 ‘단호한 결의’ 작전은 트럼프식 함포 외교, 5세대 전쟁의 본질을 보여줬다. 상비군 숫자, 화력, 기동력, 정신력을 통한 장기 전쟁이 승패를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참수 작전을 통해 속전속결로 정치적 의지를 관철하는 형태, 이것이 바로 5세대 전쟁이다. 미국 전문 장교 집단이 미국 대통령의 힘이자 미국의 힘이었다. 우리 국군 장병은 휴가를 이용한 자강불식, 임무완성을 준비하는 브런슨 사령관의 모습에서 제대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백승주
    ● 1961년 출생
    ● 부산대 정외과 졸업, 경북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 국방부 차관, 20대 국회의원
    ● 現 전쟁기념사업회 회장, 국민대 석좌교수, 한중안보평화포럼 회장
    ● 저서 : ‘백승주 박사의 외교이야기’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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