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호

‘능력’ 갖춘 미국은 이제 ‘의지’만 남았다!

[특집 | 베네수엘라 마두로 축출이 남긴 것] 美, 독재국가 북한·이란 군사개입도 가능할까?

  • 신희섭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초빙교수 hee-sup2@hanmail.net

    입력2026-01-2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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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다영역 작전은 복싱 아닌 이종격투기

    • 독재 권력 제거에선 해당국 국내 정치가 핵심

    • 이란 시위 격화되면 미국 군사개입 가능성 커

    • 북한 지도부 제거는 이란보다 훨씬 수월

    베네수엘라 수도를 공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미국이 북한·이란 등 다른 독재국가에도 군사개입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란 인민 무자헤딘 웹사이트·조선중앙TV 캡처

    베네수엘라 수도를 공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미국이 북한·이란 등 다른 독재국가에도 군사개입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란 인민 무자헤딘 웹사이트·조선중앙TV 캡처

    1월 3일(현지 시간), 미국이 국제관계의 새로운 장(場)을 열었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일대를 전격 공습하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해 버린 것이다. 그간 국제정치는 국가 영토라는 외피(外皮)와 주권이라는 내피(內皮)가 있어서 국내 정치와 달랐다. 그런데 미국이 이 경계를 없앴다. 서울특별시경찰청의 사건 대응이 세계적으로도 빠르다고 하는데,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평균 4분 42초 걸린다. 그런데 미국 특수부대가 한 국가의 수도에서 지도자를 도려내듯 축출하는 데 이보다 짧은 시간이 걸렸다. 

    이번 사건은 세 가지 국제정치적 변화를 만들었다. 첫째, 시간이 ‘삭제’됐다. 1983년 미국이 그라나다에서 쿠데타 지도부를 체포하는 데 4~5일, 1989년 파나마에서 독재자 마누엘 안토니오 노리에가를 체포하는 데 14일, 2003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을 체포하는 데 9개월,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하는 데 10년이 걸렸다. 그리고 탈리반 최고지도자 무하마드 오마르는 끝내 체포하지 못했다. 그런데 미국의 이번 작전은 상대국에 대응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둘째, 압도적 능력이 공간을 ‘삭제’했다. 이번 작전에서 미국은 보란 듯이 자국이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을 최대한 과시했다. 전자전, 사이버전, 스텔스 능력, 해군 항공모함과 육군 특수부대 투입. 그사이 중국과 러시아산 무기는 무용지물이 됐다. 

    셋째, ‘국가’가 아니라 지도자 ‘개인’을 처벌하는 방안을 택했다. 수술용 칼로 환부만 도려내는 전략은 상대국 전체에 두려움을 주기보다 독재자와 그 주변 개개인의 공포심을 극대화한다. 핵무기와는 매우 다른 방식의 ‘억지(deterence)’를 만든 것이다. “어쨌든 너는 제거할 수 있다”는 메시지의 전달이다.

    비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미국의 개입 조건

    미국이 다른 국가에도 이렇게 군사개입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국제정치적 결론은 이렇다. “능력을 갖춘 미국은 이제 의지(resolve)만 남았다.” 



    미국은 군사적으로 ‘다영역 작전(5차원의 입체 작전으로, 육·해·공 3차원과 우주·사이버 분야를 더해 5개 차원에서 적을 마비시키는 작전)’이 무엇인지, 그 능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과거의 작전을 주로 주먹 쓰는 복싱에 비유한다면, 다영역 작전은 이종격투기에 해당한다. 주먹, 발차기, 초크가 사방에서 들어온다. 다영역 작전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세계 군사력 2위 러시아가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4년 동안 전쟁을 끝내지 못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눈을 돌려 보니 국제정치 상황이 말이 아니다. 이란의 반정부 시위는 격화되고 있다. 북한은 트럼프를 헐뜯는다. 콜롬비아와 멕시코는 마약상을 제거하지 못한다. 그래서 미국의 개입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어느 나라에 미국이 개입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은 두 가지로 구분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미국이 어떤 조건에서 개입할 것인지다. 둘째는 어떤 조건의 국가에 개입이 가능할 것인지다. 미국이 어떤 조건에서 개입할지를 따져볼 때 능력과 의지라는 변수 중 능력은 상수에 가깝다. 그러니 결국 의지가 중요하다. 그런 미국의 의지는 지도자의 ‘전략적 계산’ 요인, 국내 정치에서 ‘선거의 압박’과 그에 따른 국내 정치적 ‘정당성 혹은 명분’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이 가진 장점인 전략적 불확실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베네수엘라에 놀라운 방식으로 개입했다. 그리고 이 작전을 통해 강압 기능(compellence·상대에게 무력으로 무엇을 요구하는 것)과 과시 기능(swaggering)을 보여줬다. 작전의 성공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신뢰성을 극단적으로 높이고 있다.

    패권국가 미국의 ‘중간선거’는 국내 정치용이지만 패권을 견제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패권 국가는 외부적 견제 장치가 없어서 국내 정치에서 야당 또는 의회가 견제할 수 있다. 그래서 미국 의회는 초당적으로 대통령과 대척점에 설 수 있다. 2025년 국방수권법과 앱스타인법 통과에서 보는 것처럼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할 수는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 정치는 정당성과 명분이 중요하다. 미국은 300만 명의 농업공동체에 기초한 공화국으로 탄생했다. 자유주의적 차원의 자유(소유권의 자유)와 공화주의적 차원의 자유(특정 계급의 국가 지배 방지)를 외친다. 따라서 어떤 대외정책에서든 국내적 명분과 정당성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지도자 축출 같은 방안은 고려하기 어렵다. 그러니 비민주주의 국가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다. 

    미국도 비민주주의 국가 모두에 개입할 수는 없다. 체계적 분석을 위해 몇 가지 정치적 조건을 살펴보자. 첫째로 권위주의 ‘통치 연합’을 살펴봐야 한다. 둘째, 군부의 ‘충성도와 카르텔화’를 봐야 한다. 셋째는 대안 세력의 존재 유무, 넷째는 국민적 지지 여부다.

    여기서 정치적 조건으로 한정한 것은 다른 변수가 많고 복잡해서만은 아니다. 다른 요인에 비해 중요하기 때문이다. 군사전략적 요인, 특히 한 국가가 가진 사이버 능력과 인공위성을 이용한 우주 전략이 강력하면 미국의 개입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이란, 최고지도자 사라져도 대안 세력 존재

    비민주주의 국가가 미국에 경제적 보복 조치를 실행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 방어는 하지 못한다. 대외적 요인도 중요하지만, 마두로 전 대통령이 중국 특사를 만난 날 체포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해진다. 중국은 자국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게 아니라면 지원하지 않을 것이다. 

    비민주주의 국가 지도부를 제거하는 작전에선 해당국의 국내 정치가 핵심이다. 공격받고 난 정치세력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어디로 줄을 설 것인지를 보여주는 순발력 게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 공격에 의한 억지’는 두려움을 집단에서 개인으로 옮긴다. 생사가 오직 나의 선택에 달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이란과 북한을 중심으로 위의 네 가지 요인을 대입해 보자. 미국이 개입할 가능성은 이론적 가정이 얼마나 현실에 부합하는지에 달려 있다. 이 주제에선 메스키타 교수의 ‘선출인단 이론’이 유용하다. 권력투쟁 지침서 ‘독재자의 핸드북’ 저자인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 미국 뉴욕대 교수는 비민주주의 체제에서 아주 소수 그룹인 지배 연합, 일명 핵심 세력(essentials)으로 불리는 이들을 강조했다. 이들은 대체로 군사 쿠데타를 가능케 하는 군 상층부와 당의 인사권을 확보한 이들이다. 

    이란과 북한의 권위주의 통치 연합도 베네수엘라처럼 소수 그룹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세 국가는 다른 점이 많다. 우선 중요한 것은 미국이 군사개입을 할 때 군대가 어떻게 반응할지 여부다. 베네수엘라 군대는 군사적으로 무능하지만, 경제적으론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들은 마약 사업을 통해 하나의 기업을 이루고 있다. 

    이란의 군대, 특히 혁명수비대도 거대한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건설 사업과 석유·가스 사업을 포함해 밀수를 독점하고 있고, 이란 경제의 30~5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성직자이자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혁명수비대를 이용해 철권통치를 유지하고 있다. 혁명수비대는 하메네이의 명분이 필요하니 약탈적 공생관계를 유지한다. 따라서 이란은 최고지도자와 그를 선출할 수 있는 성직자 그룹(헌법수호위원회 12명 중 6명, 전문가 회의 88명, 국정조정회의의 고위 성직자)과 혁명수비대의 군 요직들이 권력을 공유하고 있다. 

    이란 체제의 특징은 두 가지다. 첫째, 최고지도자가 제거되더라도 권력을 이양받을 수 있는 성직자 그룹이 있다는 것이다. 둘째, 군부가 하나의 거대 기업이기 때문에 쉽게 제거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물론 미국의 2025년 이란 포르도 핵시설 공습과 2020년 솔레이마니 공격 사건으로 볼 때 혁명수비대 핵심 세력 역시 제거당할 수 있다는 공포를 지우긴 어렵겠지만, 문제는 최고지도자가 없어져도 정치적 결정을 내릴 집단이 있다는 것이다. 

    2025년 12월 고물가와 미쳐버린 환율로 이란 국민은 반정부 시위를 시작했다. 거기에 더해 레자 키루스 팔라비 왕세자가 인스타그램을 활용해 시위를 독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에 군사개입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79년 신정(神政) 체제 수립 이후 가장 강력한 국민적 저항이 일자 체제 변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란의 시위가 격화되고 더 많은 사상자와 지원 요청 신호가 나오면 미국은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 이란 사례는 체포가 필요한 사안이 아니다. 전략적 본보기로 최고 성직자들과 군부의 핵심 인물 몇 명을 제거(여러 가지 의미로)하면 개인적 제거의 공포를 느끼는 이란의 핵심 세력은 생각이 복잡해질 것이다. 게다가 주변엔 이스라엘도 눈에 불을 켜고 있다.

    북한, 김정은 제거되면 당과 군 사분오열

    반면 북한은 다르다. 북한 핵심 세력은 김정은 일가와 노동당 인사권 및 군대 통제권을 가진 일부 세력이다. 그런데 북한에선 권력이 전적으로 김정은 개인에 집중돼 있다. 제거 타깃이 명확하다. 

    북한 군부는 이란 혁명수비대와 다르다. 이들은 건설 현장 등에서 외화벌이를 하지만, 국가와 당이 외화를 가져간다. 돈줄을 쥘 수 없다. 통제를 위해 군부에 절대적 실권을 넘겨주지 않는다. 당을 통해 군부를 견제하고, 마음대로 계급을 올리거나 내림으로써 군부에 치욕을 안겨주며 통치한다. 나이 든 장군들도 김정은에겐 왕조 국가의 머슴처럼 행동한다. 

    따라서 북한 지도자 제거는 이란보다 정치적 차원에서 훨씬 수월하다. 권력이 이양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정은이 제거되면 당과 군은 사분오열될 것이다. 특히 북한은 먼저 도발을 받아본 적이 없다. 수령 영도 체제로서 자율적 운용 능력을 하부에 준 적이 없으니 군부의 정치적 계산이 복잡해질 것이다. 중국이나 러시아도 믿기 어렵고, 자칫하면 미국에 의해 개인적으로 제거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강력히 저항하기 어려울 것이다. 계산에 능하고 발 빠른 이들의 경우 미국에 편승하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대안 세력이 없다. 2017년 2월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있지만, 김정은을 제거하고 또 다른 김씨 일가 정권을 만드는 것은 미국으로서도 부담스럽다. 대안 세력이 없는 북한에서 현 권력 실세인 당과 군의 핵심 세력이 실제 권력을 가지고 한미와 협의하면서 생존을 보장받는 타협안이 가장 현실적 방안이다. 

    북한 주민의 지지는 복잡하다. 80년 이상 폐쇄된 북한 사회가 얼마나 자체적으로 저항할지, 그리고 세뇌가 얼마나 강하게 돼 있는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다만 한류 문화가 USB를 통해 북한에 들어가서 인식 구조를 대대적으로 바꾼 것은 확실하다. 북한이 한국 영상을 보거나 한국식 말투를 사용하면 처벌하는 악법을 만든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1994년 ‘고난의 행군’과 장마당 시대를 지나온 사람들이라 북한 주민의 변화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런 요인을 종합해 볼 때 체계적인 군부 저항이 적은 북한에 개입하기는 이란보다 수월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북한은 대안 세력이 없어 베네수엘라나 이란과 달리 정치적 계산이 복잡해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변화한 국제정치 환경에서 ‘미국의 의지’가 개입의 열쇠다. 피개입국의 정치적 요인을 고려하는 복합 게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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