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호

李 핵심 공약 ‘북극항로’, 얼음 녹아도 요원한 꿈

[Focus] 잠재력 높지만 지금은 경제성 낮은 ‘스타트업’ 처지

  • 채인택 국제문제 전문 저널리스트 tzschaeit@gmail.com

    입력2026-02-03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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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긴급 수리·급유 등 항해 인프라 없는 북극항로

    • 중간 기항지 많지 않아 수익성도 떨어져

    • 유빙 탓에 3~10월에도 일부만 항해 가능

    • 항로 대부분 러시아 영해, 러시아·서방 관계 개선 필요

    • 트럼프, 러시아·中 견제 위해 북극항로 선점 시도

    미국의 한 쇄빙선이 얼음을 깨며 항해하고 있다. 북극항로 항해에는 쇄빙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동아DB

    미국의 한 쇄빙선이 얼음을 깨며 항해하고 있다. 북극항로 항해에는 쇄빙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동아DB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리 잡았던 규범과 국제법 중심의 국제관계 체제에 균열이 생겼다. 각국이 ‘국익 제일주의’를 내정과 외교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면서 전 세계적으로 갈등이 첨예화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자 전쟁에 이어 2025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이 이러한 글로벌 무정부 사태에 기름을 붓고 있다. 

    그 중심에 ‘북극항로’가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눈길은 지정학적·지경학적 ‘초크 포인트(Choke Point·물류 경제 군사 요충지)’를 향하고 있다. 그는 2025년 1월 취임 이후 아메리카 대륙의 초크 포인트 세 곳에 유난히 눈독을 들여왔다. 베네수엘라, 파나마 운하 그리고 그린란드다. 

    가장 먼저 발화한 곳은 세계 최대의 확인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남미 국가 베네수엘라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3일(현지 시간) 미군 특수부대를 동원해 반미주의자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미국으로 끌고 가 미국에 마약을 공급한 혐의 등으로 법정에 세웠다. 

    베네수엘라가 자원이라면 파나마와 그린란드는 물류의 초크 포인트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나마운하와 관련해 계속 파나마를 압박하고 있지만, 최근 공세의 무게중심은 그린란드로 쏠리고 있다. 캐나다 동북쪽의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는 아직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지도 못한 ‘유니콘 스타트업급’ 물류 중심지다. 선점하면 잠재력이 엄청나다는 의미다. 

    李 대통령, 북극항로 ‘개문발차’라도 해야

    물류는 석유만큼 중요한 전략 자산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북극항로를 제대로 개척하면 1588년 포르투갈의 바스코 다 가마가 희망봉을 거쳐 인도로 가는 이슬람제국 우회 항로를 개척해 대항해시대를 연 것과 유사한 성과를 낼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덴마크의 자치령 그란란드 인수 압박에 나서고 있다. 1월 14일에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가 그란란드를 위협하고 있다며 자신의 인수 추진에 대한 정당성을 강조했다. 중국은 2018년 ‘북극정책 백서’를 펴내는 등 북극에 대한 세력 확장 의도와 의지, 의욕을 숨기지 않고 있다.

    북극권에 영토가 있는 미국(알래스카)·러시아·캐나다·덴마크(그린란드·페로 제도 포함)·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아이슬랜드 등은 이미 북극권에 외교적 협력 네크워크를 선점하려고 시도해 왔다. 이들 국가는 이미 1996년 9월 북극이사회(AC·Arctic Council)를 세웠다. 더욱 적극적인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AC는 신규 회원국을 더는 받지 않는 폐쇄적인 국제조직이다. 따라서 회원국은 8개국에 한정된다. 8개국 외에 6개 북극권 원주민 단체가 상시참가자(PP·Permanent Participants)로 회의에 참석하지만, 이들은 결정권이 없고 발언권만 갖는다. 

    주목할 국가들은 AC에 상임 옵서버 국가로 참여하는 비북극권 국가다. 독일·네덜란드·폴란드·영국(1998), 프랑스(2000), 스페인(2006), 한국·일본·중국·인도·이탈리아·싱가포르(2013), 스위스(2013) 등 13개국이 함께한다. 북극항로나 자원 개발 등 북극권의 이익에 관심을 쏟는 ‘북극 야심 국가’ 목록이다. 한국의 경쟁 국가 명단일 수도 있다. 9개 정부 간 기구와 11개 비정부기구(NGO)도 참가하고 있다. 매년 회의 전에 참석 신청을 하거나 비상임 옵서버로 있다. 일본은 2013년 외무성에 이 회의를 담당하는 북극담당대사직을 신설할 정도로 신경 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북극항로에 비상한 관심을 쏟아왔다. ‘북극항로 개척을 통한 해양 물류 혁신과 부산항의 글로벌 허브화’는 핵심 대선 공약이다. 취임 후에도 ‘북극항로 시대를 주도하는 K-해양강국 건설’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북극항로에 대한 이 대통령의 관심은 2025년 12월 23일 부산 동구 해양수산부 청사에서 열린 해수부 업무보고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날 이 대통령은 북극항로에 대해 “당장 수익이 없더라도 투자 개념으로 (북극)항로 개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미 상업 운항을 시작한 중국 등의 사례를 참고해 우리도 가능한 방법을 빨리 찾아 최소한 운항 경험과 데이터 축적에라도 나서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가능성 검토와 준비를 완벽하게 마치기 전이라도 일단 ‘개문발차’라도 해서 북극항로 개척을 행동으로 옮기라는 강력한 주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북극항로 개발, 사실상 이익 내기 어려워

    북극항로 개척 지지자들은 운항 거리 축소와 운송 시간 단축에 따른 연료비 절감을 내세운다. 하지만 이러한 북극항로의 장점이 다양한 단점을 극복해 궁극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북극권은 육지 위에 빙하가 덮인 남극 대륙과 달리 육지는 없고 바다만 얼어붙은 얼음 바다다. 기후변화로 얼음이 녹으면 넓은 항로를 개척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북극권을 통과하는 북극항로는 크게 러시아 쪽을 지나는 북동항로(NEP)와 캐나다 쪽을 항해하는 북서항로(NWP), 그리고 북극을 관통하는 항로, 셋으로 나눠볼 수 있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교장관(왼쪽)과 비비안 모츠펠트 그린란드 외교장관이 1월 1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J D 밴스 미 부통령,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등과 미국이 합병을 추진하는 덴마크령 그린란드 문제를 논의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AP뉴시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교장관(왼쪽)과 비비안 모츠펠트 그린란드 외교장관이 1월 1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J D 밴스 미 부통령,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등과 미국이 합병을 추진하는 덴마크령 그린란드 문제를 논의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AP뉴시스

    한국에서 북극권으로 가려면 우선 동해를 지나 일본 홋카이도와 러시아 사할린 사이에 있는 폭 40㎞의 라페루즈 해협을 거쳐야 한다. 그런 다음 러시아 캄차카반도 동쪽의 베링해와 미국·러시아가 마주보는 북극해의 태평양 쪽 입구 베링해협을 지나야 한다.

    북극해에 들어선 다음에는 항로가 갈린다. 북동항로는 베링해협에서 서쪽으로 이어져 러시아 시베리아 연안 북극해와 노르웨이 북쪽을 지나 서유럽으로 연결된다. 북서항로는 베링해협에서 동쪽으로 이동해 캐나다 북쪽 북극해를 지나 미국 동부의 대서양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동서’는 태평양이 아닌 유럽이 기준이다. 

    문제는 북동항로와 북서항로 모두 크고 작은 섬과 얕고 좁은 해협이 널려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북동항로는 최저 수심 6.7m에 폭 60㎞인 드미트리랍테프 해협 등 좁고 항해가 어려운 바다를 통과해야 한다. 북서항로도 캐나다 북부에서 최저 수심 13.3m에 길이 161㎞, 폭 32~64㎞의 좁고 얕은 해협을 거쳐야 대서양 방면으로 나가 미국이나 유럽에 닿을 수 있다.  

    북극을 관통하는 항로는 좁은 해협을 지날 필요 없이 북극의 넓은 바다로 항해할 수 있다. 다만 아직은 단단히 결빙돼 있어 시간이 필요하다. 북극 인근 바다까지 녹을 정도로 지구온난화가 진행된다면 인류는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운 기후 재앙을 겪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북극 관통 항로는 개념으로만 존재할 뿐, 실제 개척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12월 23일 부산 동구 수정동 해양수산부 임시청사에서 열린 개청식을 마치고 북극항로 추진본부를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12월 23일 부산 동구 수정동 해양수산부 임시청사에서 열린 개청식을 마치고 북극항로 추진본부를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렇다면 이러한 북극항로의 이점은 무엇일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 한국 최대 무역항 부산에서 유럽 최대 항구인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가는 바닷길을 살펴보자. 가장 눈에 띄는 이점은 항해 거리 단축이다. 수에즈운하를 경유할 경우 거리가 1만1000해리(약 2만400㎞)이며, 20노트(시속 약 37㎞)로 항해할 경우 22.6일이 소요된다.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으로 우회해야 할 경우 거리가 수에즈운하를 경유할 때보다 4000해리(약 7400㎞) 긴 1만5000해리(약 2만7780㎞)가 된다. 이 경우 20노트로 항해하면 로테르담까지 가는 데 31.3일이 걸린다. 

    부산-로테르담 구간을 북극항로를 이용해 항해하면 어떻게 될까. 거리에선 확실히 이점이 있다. 7000해리(약 1만2970㎞)만 항해하면 된다. 수에즈 경유 항로보다 4000해리(약 7400㎞), 희망봉 경유 항로보다는 8000해리(약 1만4800㎞)가 단축된다. 

    문제는 북극권이 여전히 얼음투성이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얼음이 녹는 여름철이라도 유빙 등을 조심하면서 쇄빙선의 안내를 받아 항해해야 한다. 그게 다 비용인 것은 물론이고, 20노트의 속도를 내기도 쉽지 않다. 만일 속도를 평시 항해 때의 절반인 10노트로 잡으면 북극항로 통과에 21일 정도 걸린다. 수에즈 경유 항로보다 1.6일, 희망봉 경유 항로보다 10.3일 정도 단축할 수 있다. 

    러·중 견제 위해 북극 개발 나선 트럼프

    게다가 북극항로에는 수많은 제한점이 널려 있다. 첫째는 안전이다. 북극항로에는 선박의 안전 운항을 위한 인프라를 찾기가 쉽지 않다. 중대형 선박의 구난이나 정박을 위한 시설을 갖춘 항만이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8년 북극항로 활성화를 위해 2035년까지 북극권에 안전 항해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프라 구축은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다. 

    둘째는 해운사에 거리와 시간 못지않게 중요한 환적 잠재력이다. 북극항로에는 선박이 환적으로 수수료를 벌 수 있는 중간 기항지가 전혀 없다. 이 때문에 정기선인 컨테이너선은 채산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아시아에서 수에즈 경유 노선을 지나 유럽으로 가는 컨테이너 정기선의 대부분은 물류 수요가 많은 중국 남부나 홍콩·가오슝·싱가포르를 거쳐 스리랑카의 콜롬보, 방글라데시의 차토그람(치타공) 등에 기항하며 화물을 내리고 싣는다. 해운사는 이 과정에서 수익을 낼 수 있다. 북극항로에는 컨테이너선이 기항할 항구도, 올리고 내릴 화물도 없다. 정기선 취항 가능성이 확 떨어지는 이유다.  

    셋째는 본질적 문제다. 북극항로는 아직 연중 운항이 불가능하다. 언제쯤 가능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현재는 3월 말부터 10월 말 사이에 일부 운항이 가능한 상황이다. 북극해가 얼어붙는 그 외의 기간에는 일반 선박의 운항이 쉽지 않다. 적재 화물도 혹한에 영향을 받지 않는 물품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넷째는 러시아라는 변수다. 특히 북동항로는 러시아 영토에 가까운 북극권의 러시아 영해를 항해하는 항로다. 이 때문에 항로 개척이나 운항에 러시아의 허가나 양해가 필수적이다. 특히 정기항로를 개설하려면 러시아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관계 개선이 바탕이 돼야 한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하고 있는 서방이 북극항로만 콕 집어서 제재를 풀고 협력으로 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다. 전쟁이 끝난다고 러시아와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는 보장도 없다. 

    러시아와 관계가 좋은 중국이 서방 화물을 위탁받아 이 항로로 운송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이를 통해 북극권에 진출하면서 자원 개발 같은 부수적 이익과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는 ‘북극 굴기(屈起·몸을 일으킴)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언뜻 보면 뚱딴지같기도 한 트럼프 대통령의 그란란드 인수 야심이 이러한 중국을 견제하고 북극항로나 북극권 개발의 이익을 선점하려는 의도일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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