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호

핵심 기술·시스템·설계…韓 참여하는 전략 구축부터

[정밀탐구 | 한국에 득인가 실인가…MASGA 실체] MASGA 핵심은 속도 아닌 방향!

  • 송학 한국방위산업학회 부회장, 前 방위사업청 국제계약부장

    입력2026-01-30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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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대형 전함·호위함 구성된 ‘황금함대’ 구상

    • 건조 시설·예산 부족으로 ‘전략적 아웃소싱’ 검토

    • 韓 건조능력 한계상황, 인력과 자원 유출되면…

    • 기술만 전수해준 STX-중국 협력이란 ‘악몽’

    • 조선소 인수 대신 핵심 부품 공급하는 日 벤치마킹

    • ‘일방 헌신’ 아닌 통제·협상력 유지, 점진적 접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2월 22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3만t급 대형 전함 등으로 구성된 ‘황금함대’ 건조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2월 22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3만t급 대형 전함 등으로 구성된 ‘황금함대’ 건조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AP/뉴시스

    2025년 12월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군력 강화를 목표로 한 대형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른바 ‘트럼프급(Trump Class)’ 대형 전함과 신형 호위함으로 구성된 ‘황금함대(Golden Fleet)’를 건조하겠다는 구상이다. 

    계획에 따르면 황금함대는 3만~4만t급 트럼프급 기함을 중심으로, 5000~6000t급 호위함과 무인함정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2028년까지 2척을 건조한 뒤 최단기간 10척을 확보하고, 최종 25척 규모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업 파트너로 한국의 한화를 직접 언급하며 ‘좋은 회사(Good Company)’라고 평가하자, 한화를 비롯해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는 물론 관련 하청·협력업체 전반에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핵심 개념으로 거론된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가 본격적으로 추진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으로는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정부의 해군력 강화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비판도 있다. 

    1만5000t급 구축함 개발도 11년 걸려

    트럼프 대통령의 ‘황금함대’ 건조 계획은 발표 직후부터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지난해 12월 23일 논평을 통해 “황금함대를 구성하는 함정 자체가 지나치게 비현실적일 뿐 아니라 미 해군의 최신 작전개념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천문학적 사업 비용과 비현실적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초도함이 진수되기도 전에 향후 행정부에서 사업이 취소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혹평했다. 

    군사·안보 전문 매체도 유사한 분석을 내놨다. ‘더 워존’은 보도를 통해 “설령 초도함 건조가 계획대로 진행된다하더라도 실제 착수 시점은 2030년대 초반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전체 함대가 일정한 전력 구조를 갖추는 시점은 요원하다”고 평가했다. ‘내셔널 시큐러티 저널’ 역시 “제시된 건조 일정이 극히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CNN은 “우크라이나의 드론보트가 초음속 미사일로 무장한 러시아 흑해함대를 무력화하는 시대에, 황금함대는 제2차 세계대전에나 어울릴 법한 전설적 유물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9000t급 구축함을 기준으로 함정의 t당 건조 비용을 약 30만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이를 적용할 경우 황금함대의 3만t급 기함 건조 비용은 척당 약 90억 달러(약 13조5000억 원)에 달한다. 단일 전함 가격으로는 가히 천문학적 수준이다. 미국의 2025회계연도 전체 무기체계 획득 예산이 약 1680억 달러(약 252조 원)임을 감안하면, 이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미국 조선산업의 군함 건조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2025년 6월, 미국 해군성 장관 존 펠란은 하원 청문회에서 미국 해군의 주요 조선 사업이 “사실상 엉망”인 상태라고 인정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승인된 7300t급 차기 호위함(FFG) 사업은 최대 30척 확보를 목표로 추진됐으나, 약 20억 달러(약 3조 원)를 투입하고도 단 2척만 건조하는 데 그쳤다. 반복되는 납기 지연과 당초 계획의 두 배를 넘는 예산 초과 문제를 끝내 해결하지 못하면서, 해당 사업은 최근 전면 취소됐다. 

    미 의회 산하 회계감사국(GAO)이 2024년 9월 제출한 보고서 역시 미국 군함 건조 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총 1300억 달러를 투입해 2만t급 핵추진잠수함 12척을 건조하는 사업은 초도함 인도가 이미 18개월 이상 지연된 상태다. 

    한국 해군 함정도 제때 납기 어려운 상황

    2024년 기준 미 해군이 운용 중인 함정은 295척으로, 역사상 최소 규모다. 중국 해군의 급격한 전력 증강에 위기감을 느낀 미 해군은 2025년 ‘함정건조 30개년 계획’을 수립. 2054년에는 515척 규모로 전력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노후화된 조선 설비와 숙련 기술 인력 부족 문제로 함정 건조는 쉽지 않다. 7800t(버지니아)급 핵추진 공격잠수함(SSN)도 연간 2척 건조를 목표했으나, 2019년 이후 완성 인도된 함정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미 해군은 군함 건조 역량 부족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아웃소싱 모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해군은 이를 ‘전략적 아웃소싱’이라고 한다. 

    2024년 12월 한화가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동아DB 

    2024년 12월 한화가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동아DB 

    전략적 아웃소싱은 크게 두 가지 방식이다. 하나는 미 해군이 한국에서 만든 함정 부품을 조달해 미국 내 조선소에 제공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에서 완성된 함선을 도입한 뒤 미국 조선소에서 무기체계나 추진체계 등 핵심 모듈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아웃소싱 전략에 대한 미국 내 반발도 적지 않다. 매슈 팩스턴 미국조선업체협의회(SCA) 회장은 “해군이 외국 조선소에 의존하려는 것은 단기적 처방에 불과하며, 결과적으로 미국인의 고용 기회를 감소시키고 조선업체의 투자 의지를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화가 인수한 필리조선소가 호위함뿐만 아니라 핵추진잠수함 건조 기지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톰 앤더슨 한화디펜스 USA 조선 부문 사장도 지난해 12월 22일 “필리조선소에서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기 위한 준비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화가 2024년 약 1억 달러(약 1380억 원)에 인수한 필리조선소는 정규 인력 500명 수준의 소규모 상선을 만들던 곳이다. 한화는 인수와 동시에 5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나 실질적으로는 기존 시설을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사실상 ‘신규 조선소’를 건설해야 하는 상황에 가깝다. 

    문제는 국내 여건도 한계상황이란 점이다. 2022년 이후 조선 수주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고급 설계 인력과 생산직 숙련 기능공 부족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력과 자원이 미국으로 대거 유출될 경우 국내 조선산업 전반, 특히 하청·협력업체에 미치는 충격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한국 해군의 함정 건조 사업 역시 현실적으로는 납기를 정상적으로 준수하는 사례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군함 건조는 일반 상선에 비해 기술 집약도와 공정 복잡성이 훨씬 높지만, 이를 뒷받침할 조선소의 설비 수준과 설계·공정·품질관리 역량이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가가 방위산업을 유지하는 본질적 목적은 수익 창출이 아니라 국가 방위 역량 확보에 있다. 모든 국가 정책에는 명확한 우선순위가 존재하며, MASGA가 어떤 형태로든 우리 해군 전력화 일정이나 대비 태세 유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MASGA 실행 과정에서는 일본의 전략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막대한 현금 투자가 수반되는 미국 현지 조선소 인수보다는 핵심 부품 공급자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선체는 미국에서 건조하더라도 일본 없이는 군함을 완성할 수 없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일본은 함정 건조에 직접 뛰어들기보다는 설계, 공정·품질관리 분야에서 영향력 확보에 주력하며, MRO 사업과 해군 함정 설계 참여를 통해 전략적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미국 해군의 주력 버지니아급(SSN) 핵추진 공격잠수함인 ‘USS 미주리함’. 미국 해군 홈페이지  

    미국 해군의 주력 버지니아급(SSN) 핵추진 공격잠수함인 ‘USS 미주리함’. 미국 해군 홈페이지  

    섣부른 미국 투자, 기술·인력 유출로 이어질 위험 커

    이미 한국 조선업은 대규모 해외투자에 실패한 전력도 있다. 2006년 STX그룹은 해외 진출을 목표로 중국과 합작으로 ‘STX다롄조선’을 설립했다. 수조 원 규모의 설비 투자와 함께 설계·생산·공정관리 기술을 중국으로 이전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중국 조선업의 경쟁력만 키워줬을 뿐, STX그룹은 몰락의 길을 걸었다. 중국은 이때 이전받은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1위 조선국으로 도약하며 오늘날 한국의 최대 경쟁국으로 부상했다. 미국의 산업 여건이 중국과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통제력 없는 합작, 성급한 해외 확장, 무차별적 기술이전이 실패로 귀결된다는 교훈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2022년 이후 급증한 방산 수출 역시 같은 맥락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현대로템이 2008년 약 4억 달러에 수출한 K2 전차 기술 패키지는 이후 튀르키예의 Altay 전차 개발로 이어져 현재는 K2의 직접적인 경쟁자가 됐다. 한화가 인도에 이전한 K9 자주포 기술 역시 현지형 K9 Vajra-T의 기반이 됐다. 결과적으로 경쟁자를 스스로 양산한 셈이다.

    한국 해군의 소요만으로는 국내 함정 건조 산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해외 수출시장 개척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러나 국내 조선업계가 일제히 MASGA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의 조선산업 복원·부흥 정책은 철저히 ‘미국 우선주의’ 관점에서 출발한 것으로, 미국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과 같은 조선 선진국의 자본·기술·인력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한국·일본·중국 조선산업의 비약적 성장은 미국 조선산업이 장기간 쇠퇴한 데 따른 반사이익의 성격을 지닌 측면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미국 조선산업이 정상 궤도로 복원될 경우 우리에게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문제는 손익의 시간 구조다. 기대되는 이익은 장기적이고 불확실한 반면, 감수해야 할 비용과 위험은 단기간 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판단을 그르칠 경우 미래세대의 산업 기반을 잠식하고, 오히려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대응의 핵심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선체와 조립은 미국에서 이뤄지더라도, 핵심 기술과 시스템, 설계 역량만큼은 한국 없이 완성할 수 없도록 만드는 전략을 단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무리한 확장이나 일방적 헌신이 아니라, 통제력과 협상력을 유지하는 신중하고 점진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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