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로 독트린, 불간섭·불개입 원칙의 방어적 성격
돈로 독트린, 무력으로 ‘세력권’ 편입하겠다는 공세 전략
‘단호한 결의 작전(OAB)’, 세력권 시대 귀환 알리는 신호탄
러-우 전쟁, ‘규칙 기반 질서→ 세력권 논리’ 대체 분기점
강대국 간 세력권, 팽창과 충돌 가능성

2026년 1월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먼로 독트린’은 나폴레옹전쟁 이후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식민 지배에서 갓 독립한 라틴아메리카 신생 공화국에 대해 유럽의 ‘신성동맹(Holy Alliance)’ 국가들이 재식민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던 시점에 나왔다. 당시 먼로 대통령은 유럽 열강이 아메리카 대륙에 더는 식민지를 건설하거나 기존 독립국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는 한편, 미국 역시 유럽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겟다는 상호 불간섭 원칙을 천명했다.
2025년 NSS는 서반구에 전략의 최우선순위를 부여하고, ‘트럼프 보충조항(Trump Corollary)’을 통해 “우리 세력권 내에서는 적대적 외세의 침투나 핵심 자산 장악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1월 3일 전격 단행된 ‘단호한 결의 작전(Operation Absolute Resolve·OAR)’으로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먼로 독트린은 대단한 것이지만 우리는 이미 그것을 훨씬 뛰어넘었다”며 이 원칙에 자신의 이름을 딴 ‘돈로 독트린’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19세기 먼로 독트린은 불간섭·불개입 원칙에 입각한 방어적 성격이었지만 21세기 ‘돈로 독트린’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미국이 서반구 전체를 자국의 ‘세력권(sphere of influence)’, 즉 경제적·군사적·정치적으로 압도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리적 범위로 공식 선언하고, 이를 무력으로 관철하겠다는 공세적 패권 전략으로 전환함을 의미한다.
베네수엘라 다음은 어디인가?
1월 6일자 이코노미스트는 OAR의 전술적 성공이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군사개입 충동을 자극하며, 라틴아메리카 전반에 “다음 차례는 누구인가?”라는 공포를 확산시키고 있음을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콜롬비아 군사작전 가능성에 대해 “좋은 생각 같다”고, 멕시코 마약 카르텔 소탕에 대해서도 “뭔가를 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쿠바 정권 붕괴 전망에 대한 물음에는 “무너지기 직전”이라고 했고, 그린란드 장악에 대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추가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한편 라틴아메리카는 양분된 상태다. 아르헨티나·엘살바도르·파나마 등 우파 정부는 마두로 축출을 환영하지만, 브라질·멕시코·콜롬비아 등 좌파 정부는 미국의 일방주의를 강력히 규탄한다. 특히 콜롬비아의 페트로 대통령이 이번 작전을 스페인 내전 당시의 ‘게르니카 폭격(Bombing of Guernica)’에 비유하며 격렬히 반발하자, 트럼프는 콜롬비아 내 마약 시설 공습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강압적 외교가 단기적 성과를 거둘 수 있으나, 민주주의보다 석유에 더 관심이 많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오히려 역내 국가들을 중국 쪽으로 밀어내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그린란드는 베네수엘라와 질적으로 다른 ‘세력권 정치의 최종 관문’이다. 베네수엘라에서 벌인 OAR이 고립된 권위주의 정권을 상대로 한 무력행사였다면, 그린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인 덴마크의 영토를 미국이 강제로 획득하려는 시도로서 유럽 안보 질서 전체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그린란드는 단순한 영토가 아니다. 북극 항로의 관문이자, 대서양 해상 통제의 핵심인 GIUK 갭(Greenland-Iceland-UK Gap), 미사일 조기 경보 및 우주 방어 자산, 그리고 희토류를 비롯한 전략 광물이 집중된 지정학적 요충지다. 미국 내 일각에서는 ‘협력의 공간’으로 간주되던 그린란드를, 자신들이 직접 통제하지 않으면 중국과 러시아가 즉각 차지할 수 있는 ‘전략적 공백’으로 인식한다. 이에 따라 미국은 영토 매입, 현금 보상, 자유연합협정(CFA·Compact of Free Association), 심지어 군사 옵션까지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주권 자체를 거래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
주목할 점은 트럼프 행정부가 그린란드 획득을 강력히 추진하면서도, 정작 러시아·중국의 북극 진출에 대응하기 위해 2022년 설립된 펜타곤의 ‘북극 및 글로벌 회복력 정책실’을 조용히 폐쇄했다는 사실이다. 북극 업무는 본토 방위 관련 부서로 이관돼 베네수엘라·파나마·멕시코만과 함께 관리되며, 그린란드 자체도 유럽사령부에서 북부사령부(북미 담당)로 소속이 변경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이 단독으로는 북극에서 가장 강한 세력이 아니다. 패권국처럼 행동해서 얻는 것보다 동맹과 협력해서 얻는 것이 더 많다”고 지적한다.
이는 19세기식 ‘영토 매입’의 단순한 부활을 넘어, 21세기 동맹 체제 내부에서 주권의 국제법적 보호를 무력화하고 ‘거래 대상’으로 바꾸려는 강압적 시도에 가깝다. 덴마크와 그린란드가 강력히 반발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만일 트럼프 행정부가 덴마크의 주권을 침해하며 그린란드를 강제 병합할 경우, 이는 NATO에 회복 불가능한 치명타가 될 것이다. 원래 NATO는 외부의 위협에 대응하는 집단방위 기구로 설계되었기에, 회원국 간의 영토 침탈이라는 내부 위협에 대해서는 제도적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
‘세력권’ 시대 귀환의 전략적 함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덴마크령 그린란드 획득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케이티 밀러 X
“베네수엘라 다음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의 해답은 지리적 목록보다는 국제질서의 방향에서 찾아야 한다. 캐나다·멕시코·콜롬비아에 대해서는 압박의 수위와 방식이 조절될 수 있지만, 그린란드는 다시는 되돌아올 수 없는 ‘귀환불능지점(point of no return)’이 될 것이다. 만일 미국이 그린란드에서 자제력을 발휘한다면, 베네수엘라에서 나타난 ‘돈로 독트린’은 지역적 일탈에 그칠 수 있다. 기어코 그린란드를 강탈한다면, 그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 세계를 지탱해 온 ‘규칙 기반 국제질서’의 공식적인 사망선고가 될 것이다. 이로써 미국은 스스로가 ‘자유세계의 수호자’에서 ‘가장 위험한 포식자’로 돌변했음을 전 세계에 알리는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일본과 중국의 대결 구도에서 ‘세력권 시대’의 귀환은 동맹의 조건부 성격을 분명히 보여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이 서반구 중심 전략으로 이동하며, 지역 안보의 1차 책임을 동맹국에 전가하고 있음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 그래서 일본을 상대로 대만 문제를 ‘핑계’ 삼아 경제적·외교적·군사적 강압 전략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특히 다카이치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일본의 역할을 언급하자, 중국은 즉각 수출 통제와 군사적 무력시위를 병행하며 ‘다카이치 길들이기’에 나선 형국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공개적이고 단호한 경고 신호를 보내지 않은 점이 결정적이다. 이는 베이징에 ‘동맹국 방어’보다 ‘강대국 간 거래’를 더 중요시한다는 인식을 주었다. 세력권 정치의 관점에서 일본은 더는 절대적으로 보호되는 전초기지가 아니라 ‘비용-편익’ 계산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 결과 동아시아에서는 동맹 기반 질서가 점차 세력권 경쟁 논리에 잠식되는 구조적 변혁이 진행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대립하는 구도에서 ‘세력권 시대의 귀환’은 전쟁 종결 방식 자체를 왜곡시키고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의 역사적 ‘세력권 회복’으로 규정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거래적 평화 구상은 이러한 인식을 사실상 용인하는 방향으로 기울어 있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자결권은 강대국 간 협상의 부차적 변수로 전락한다. 이는 전쟁 종결보다 ‘침략 보상’을 제도화할 위험을 내포한다.
젤렌스키 정부(유럽 포함)의 극렬한 반발은 전술적 저항의 차원을 넘어, 국제 규범 붕괴에 대한 경고다. 세력권 정치의 논리에서 이러한 합의는 러시아에 위험한 선례를 제공하며, 발트해와 동유럽에서 회색지대 도발을 확대하려는 유인을 강화한다. 요컨대 우크라이나 전쟁은 규칙 기반 질서가 세력권 논리로 대체되는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얄타 1.0’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승전국(미국·영국·소련 등)들이 전후 혼란을 관리하고 세계대전 재발을 방지한다는 명분 아래, 세력권 분할을 통해 국제질서를 재구성하려 했던 체제다. ‘얄타 2.0’은 평시의 강대국들이 이미 존재하는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활용하다가, 불리해지는 순간 이를 스스로 파기하며 세력권을 거래와 집행의 대상으로 삼는 질서 해체에 나선다는 점에서 ‘얄타 1.0’과 다르다. ‘얄타 2.0’의 핵심 특징은 강대국이 스스로 설계 및 주도해 온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공개적으로 훼손하면서도 그 권위와 물리적 힘은 그대로 유지하려 한다는 점이다.
‘얄타 2.0 시대’의 ‘불량 강대국’들의 등장
이 같은 배경에서 ‘뉴스테이츠먼(New Statesman)’은 1월 6일자 칼럼에서 OAR과 마두로 체포가 미국이 러시아·중국과 함께 세계를 세력권으로 재편하려는 ‘불량 강대국(Rogue Superpower)’의 대열에 공식 합류했음을 알리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공격을 통해 국제법과 유엔 헌장의 정당성을 무시하고, 서반구를 미국의 배타적 지배 공간으로 규정하는 ‘트럼프 보충 조항’을 실전에 적용했다. 이는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역사적 세력권으로, 시진핑이 대만과 남중국해를 중국의 고유한 세력권으로 주장하는 논리와 판박이다. 그 결과 미국은 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이나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군사적 압박을 비판할 수 있는 도덕적 지위를 상실했다.이제 남은 것은 “힘이 곧 정의(might makes right)”라는 정글의 논리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하는 강대국 간 세력권 상호 존중은 글로벌 안정은 고사하고, 반대로 경쟁적 팽창과 충돌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요컨대 베네수엘라는 규칙 기반 국제질서가 무너지고 ‘얄타 2.0’ 식의 강대국 간 ‘천하 삼분지계(三分之計)’가 현실로 나타나는 출발점이 됐다. 베네수엘라에서 시작된 지정학적 ‘나비효과’가 그린란드를 거쳐 한반도에 도달할 무렵이면 대한민국의 생존을 뿌리째 뒤흔드는 거대한 지정학적 쓰나미가 돼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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