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경영 일선 데뷔한 베일에 가린 후계자
영국 출생, 노무라증권-日 롯데 거쳐 韓 롯데行
아버지 신동빈 회장과 똑같은 코스
글로벌 협업 경험…“그룹 내에서도 기대 커”
바이오 사업으로 롯데 미래전략 그릴 수 있을까
큰아버지 신동주는 “경영 능력 입증되지 않았다”
군 면제 위한 늑장 귀화 논란, 아베 전 총리 관계 눈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이 1월 7일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6’에 참석해 롯데이노베이트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뉴스1

국적은 일본이지만 신 부사장은 아버지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뒤를 이어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을 전부 이끌 후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신 회장은 슬하 1남 2녀를 두었고, 신 부사장은 그의 장남이다. 신 부사장이 아버지인 신 회장 행보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점도 그가 후계자임을 잘 보여준다. 아버지처럼 신 부사장도 노무라증권에서 첫 회사 생활을 시작했고, 일본 롯데를 거쳐 한국 롯데그룹의 중책을 맡고 있다.
최근 신 부사장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건 롯데그룹이 어려운 시점에 경영 무대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은 업황 악화로 2022년 이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25년 11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기준 롯데케미칼의 2025년 3분기 기준 연간 누적 영업손실액은 5096억 원. 8분기 연속 적자다. 유통과 식품 역시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롯데쇼핑은 2025년 3분기 기준 연간 누적 매출 10조2165억 원, 영업이익은 3194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8%, 영업이익은 2% 감소한 수치다. 롯데의 종합식품회사인 롯데웰푸드의 2025년 3분기 누적 매출은 3조1962억 원. 전년 동기 대비 4%가량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2% 줄었다(1767억 원→ 1200억 원). 신 부사장이 위기의 롯데를 구하고 후계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재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아버지 전철 그대로 밟는 ‘롯데 황태자’
신 부사장은 아버지 신 회장이 노무라증권 영국지사에 근무하던 1986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이후 아버지를 따라 일본에서 자랐다. 신 부사장은 일본 도쿄의 아오야마가쿠인대 부속학교인 아오야마가쿠인 초·중·고교를 졸업했다. 이를 ‘일관제’라고 하는데, 통상 초·중·고교를 거치면 아오야마가쿠인대에 진학한다. 아버지는 물론 큰아버지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도 이 학제를 거쳐 아오야마가쿠인대를 졸업했다. 하지만 신 부사장은 게이오기주쿠대 상학부를 졸업했다. 할아버지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1921~2020)이 나온 와세다대와 함께 명문 사립대로 꼽힌다. 일본 입시 관계자는 “재단 내 학교에서 양호한 성적을 거두면 별도의 대학입시 없이 아오야마가쿠인대에 진학할 수 있는데도 굳이 게이오기주쿠대를 선택한 걸 보면 (신 부사의 학창 시절) 성적이 좋았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대학 졸업 후에는 아버지와 같은 미국 컬럼비아대 비즈니스스쿨(MBA)을 마쳤다. 신 부사장은 아버지를 따라 2008년 노무라증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첫 직장이 롯데 계열사가 아닌 건 롯데 창업주 일가의 전통 중 하나다. 신 명예회장은 “사회 공부가 필요하다”며 장남인 신동주 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회장의 첫 직장을 롯데그룹 밖에서 찾게 했다.
이는 신 부사장의 세대에도 대물림되고 있다. 신 부사장의 두 여동생인 신규미(37), 신승은(36) 씨도 롯데그룹 밖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미 씨는 일본의 광고회사에서 일했고, 승은 씨는 일본 민간기업을 다니다가 2017년 일본 방송사 TBS 아나운서인 아사이 도모히로(39)와 결혼했다.
신 부사장은 롯데 입사 이후에도 아버지 전철을 그대로 밟았다. 신 회장은 노무라증권을 그만두고 일본 롯데상사(현 일본 롯데)에 입사했고, 이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상무를 거쳐 한국 롯데그룹 부회장직을 맡았다. 신 부사장도 닮은꼴이다. 노무라증권 퇴사 후 2020년 일본 롯데에 부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고속 승진해 일본 롯데 영업본부장, 일본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도쿄지사 상무를 맡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신 부사장이 일본 롯데케미칼 상무를 맡을 때만 해도 롯데케미칼의 일본 현지 인지도는 높은 편이 아니었다”며 “성과를 낼 자리에 (신 부사장을) 보냈다기보다는 아버지와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인사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후 신 부사장은 2023년 한국으로 들어와 롯데지주 신사업발굴단 전무를 거쳐 2023년 12월에는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 겸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전략실장을 맡았다. 미래성장실은 그룹의 미래를 그리는 곳이다. 2025년 11월 롯데그룹이 헤드쿼터 체제를 폐지하며 그 역할은 더 커졌다. 헤드쿼터제는 호텔·유통·식품·화학 등 각 분야 사업부의 재무·전략·인사 조직을 한데 모은 일종의 산업군별 전략실이다. 그룹 전체를 담당하는 전략실 대신 산업 분야마다 다른 전략을 수립해 관리 효율성을 높이려고 선택한 제도였다. 하지만 2022년 롯데제과와 롯데웰푸드가 합병하며 헤드쿼터 조직은 조금씩 축소되다가 완전히 사라졌다.
대신 그룹 전체 전략을 담당할 전략 컨트롤 조직이 올해 신설될 예정이다. 공교롭게 헤드쿼터 조직이 사라진 2024년 11월 정기 인사에서 신 부사장은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만큼 신생 전략 컨트롤 조직에서 중책을 맡을 공산이 크다. 2004년 롯데그룹 정책본부 초대 본부장을 맡았던 신 회장이 겹쳐 보이는 지점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04년 5월 25일 청와대 재벌총수 간담회에 참석했다. 당시 신 회장은 롯데그룹 부회장으로 한국 롯데 경영을 총괄했다. 동아DB
일본에 정통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신 부사장은 노무라증권에서도 싱가포르 지사에서 일하는 등 글로벌 사업체 협업 경험이 있다”며 “(롯데그룹 내부에서도)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시작으로 그룹 계열사의 글로벌 진출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학구적이며 신중한 성격”
신 부사장의 개인사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2015년 노무라증권 근무 당시 만난 것으로 알려진 시게미쓰 아야(결혼 전 이름은 사토 아야) 씨와 결혼했고, 아들 한 명을 두고 있다는 정도다. 롯데에 입사한 뒤에도 한동안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일본 롯데에서의 승진 소식도 뒤늦게 국내에 알려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개인사는 물론 진급까지 제때 알려지지 않자 ‘베일 속 황태자’라는 별명까지 붙었다.신 부사장이 처음 베일을 젖히고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인 것은 2022년 8월 31일. 롯데케미칼 일본 도쿄지사 상무보를 맡았을 때다. 당시 신 부사장은 아버지인 신 회장을 비롯한 롯데 경영진과 함께 베트남 호찌민에서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국가주석과 만났다. 이 자리는 신 회장에게도 중요했다. 2019년 대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70억 원가량의 뇌물공여 혐의로 신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4년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4년이 채 지나기 전인 2022년 8월 15일 광복절 특사로 사면을 받았다. 사면 후 첫 공식 행사에 아들인 신 부사장을 대동한 것이다.
당시 베트남 현지 뉴스 화면에 비친 신 부사장은 말석에 앉아 신 회장을 응시할 뿐 별다른 이야기를 꺼내진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신 부사장은 학구적이며 신중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며 “(베트남 국가주석과 만나는 자리에서도) 겸손한 자세로 경영진과 푹 주석의 대담을 경청했다. 공식석상에서는 꼭 필요한 발언 외에는 말이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명실상부 롯데의 후계자인 신 부사장에게도 약점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회사 내 지분이다. 신 부사장은 롯데지주 지분을 3만4490주 가지고 있다. 지분 비율이 0.03%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지난해 6월부터 자비를 들여 지분을 대거 사들여 지금의 지분을 확보했다.
범(汎)롯데가 친척과 비교해도 지주사 지분이 적은 편이다.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외손녀인 장정안(53) 씨가 롯데지주 지분 7만7037주(0.07%)를 갖고 있다. 장 씨는 과거 롯데백화점에 잠깐 근무한 적이 있으나 지금은 롯데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다. 신 명예회장의 막내딸 신유미(43) 롯데호텔 고문도 4만2254주(0.04%)를 들고 있다. 신 고문의 어머니는 신 명예회장의 마지막 부인인 서미경 전 유원실업 감사다.
롯데지주의 최대주주는 신 회장이다. 신 회장의 지분을 상속·증여받는 것도 가능하나 세금이 부담이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 지분을 총 1368만3202주(13.04%) 보유하고 있다. 1월 13일 종가 기준 롯데지주 한 주의 가격은 2만6300원. 신 회장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3600억 원에 달한다. 현행법상 상속세나 증여세 최고세율은 50%. 신 회장이 아들인 신 부사장에게 지분을 상속 혹은 증여한다면 1800억 원 가까운 세금을 내야 한다. 여기에 주주할증과세를 적용하면 세율은 60%까지 오를 수 있다.
신동주 “신유열 경영 능력 입증되지 않아”
롯데지주 지분을 늘리지 않아도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방법도 있다. 일본 롯데 관계사의 지분을 모으는 방식이다. 롯데지주의 2대 주주는 호텔롯데로 1164만4662주(11.1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이외에도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롯데지주와 함께 한국 롯데 계열사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일본의 롯데홀딩스, 그리고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일본에 있는 광윤사다. 지배구조를 따져보자면 광윤사→ 롯데홀딩스→ 호텔롯데→ 롯데지주 및 한국 롯데 계열사로 이어진다.
롯데그룹 장자이자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맡았던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동아DB
신동주 회장은 2015년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 경영권을 두고 다툼을 벌이다 패배했지만 아직 롯데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았다. 2025년 6월에는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이사직 복귀를 시도했으나 해당 안건이 부결돼 실패했고, 다음 달인 7월에는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현재 롯데 경영진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을 일본법원에 제기했다. 일본 현지 보도에 따르면, 신동주 회장이 제출한 소장에는 “신동빈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유죄를 받아 회사 신용도가 하락하고 손해가 발생했다”고 적혀 있었다.
한국 국적과 일본 ‘황금 인맥’
2025년 8월에는 롯데지주의 보통주 약 1만5000주를 장내 매수로 사들였다. 전체 발행 주식의 1만분의 1 수준이다. 국내 상법상 1만분의 1 이상의 주식을 6개월간 보유하면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SDJ코퍼레이션 측은 “이번 주식 매입은 단순한 투자가 아니라 기업의 공정성과 주주권 보호를 위한 전략적 행보”라며 주주대표 소송 가능성을 시사했다.한편 재계 관계자는 “신동주 회장이 한국 롯데 경영 및 인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극히 적다”며 “신동빈 회장이 광윤사 최대주주가 아니면서도 경영권을 지킬 수 있던 이유는 롯데홀딩스 전체 지분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임원 및 계열사, 기타 주주들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또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2015년 초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됐기 때문에 신동주 회장의 의견이 롯데 그룹의 경영에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없어보인다”며 “신동주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로 복귀하기 위해 10년 동안 11번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한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부연했다.
신 부사장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은 국적이다. 앞서 설명했듯 신 부사장 국적은 일본이다. 롯데 측 설명에 따르면 신 부사장은 한일 복수국적이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양권 국가들은 주로 속인주의를 채택하는데, 부모 중 한 명이 한국 국적이면 자녀는 한국 국적을 갖게 된다. 하지만 남성의 경우 만 18세가 되면 병역 중 입영 의무가 있으므로 국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한국 국적을 선택할 경우 군대에 가야 한다는 의미다.
신 부사장은 어느 시점에 한국 국적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병역법 71조에 따르면 군 혹은 대체복무로 입영할 의무는 만 36세부터 면제된다. 반면 국적을 잃었던 사람이 국적 회복 허가를 받는 경우 만 38세부터 면제된다. 따라서 만 39세인 신 부사장은 국적을 회복해도 입영 의무가 없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신 부사장이 병역을 피하기 위해 한국 국적 회복을 미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 부사장이 한국 롯데 경영 일선에 나선 것은 2023년인데, 당시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면 군에 입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신 부사장은 한국 국적을 회복하지 않았다. 2025년 3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25) 씨가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해군 장교로 임관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신 부사장의 일본 ‘황금 인맥’도 주목받고 있다. 신 부사장의 외할아버지는 고(故) 오고 요시마사(1924~2017)로 전 다이세이 건설 회장이다. 신 부사장이 일본 재계와도 관계가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신격호 명예회장 대부터 내려온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일가와의 관계도 끈끈하다. 신 명예회장은 아베 전 총리의 부친인 아베 신타로 전 일본 외무상과 1950년대부터 활발히 교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신 부사장까지도 아베 전 총리 일가와 관계가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아베 전 총리가 신 부사장 결혼식에 직접 참석했고, 신 부사장 역시 2022년 아베 전 총리의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일본 정·재계와 탄탄한 인맥이 있다는 것은 장점”이라면서도 “신 부사장의 병역 회피 논란은 한국에서 롯데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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