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저성장 시대 살아가기

불신과 분열이 성장 막는다

브렉시트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

  • 김용기 |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seriykim@ajou.ac.kr

불신과 분열이 성장 막는다

2/2

첫째, 국민투표 결과를 무시한다. 대의정치하에서 국민투표는 참고 사항일 뿐이다. 오직 의회만이 중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론적으로 가능한 시나리오다.

둘째, 국민투표를 다시 한다. 이미 재투표 청원자 수가 늘고 있다. 향후 경기침체가 가속화하면 여론은 더욱 들끓을 것이다. 이때 재투표를 통해 결정을 번복한다는 시나리오다. 덴마크와 아일랜드가 국민투표를 통해 자국의 EU 가입을 거부했다가 이후 협상을 통해 유리한 조건을 확보한 후 재투표 거쳐 EU에 가입한 전례가 있다.

셋째, 현 정부가 시간을 끌면서 이민에 관한 EU 개혁을 기다린다. 영국과 EU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 영국에서 조기 총선을 실시한다. 새롭게 선출된 정부는 이전 보수당 정부에서 행해진 국민투표를 ‘실수’라고 선언하고 영국의 EU 멤버십을 유지한다고 발표한다. 이코노미스트는 현 단계에서는 이런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영국이 리스본 조약 50조에 의해 EU와 탈퇴 협상을 개시한다고 EU에 통보해야 브렉시트 절차가 정식으로 개시된다. 그 후 2년이 지나면 EU와 적절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과 관계없이 탈퇴가 완료된다. EU 회원국 전부의 동의를 얻으면 2년의 협상 기한은 연장할 수 있다. 아무튼 영국이 지금의 EU와의 관계에서 멀어지면 영국과 세계의 교역, 그리고 영국으로 유입되는 해외직접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는  크게 감소할 것이다.





‘Take Back Control’

영국으로 유입되는 FDI는 대개 EU 시장을 겨냥한다. 최근 국제무역과 해외직접투자의 정점에는 다국적 기업이 있다. 이들은 생산과 부품 조달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추구하는데, 가령 애플은 아이폰의 핵심 부품을 한국, 일본, 대만으로부터 조달해 중국에서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 최종 제품을 조립한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다국적 기업은 부품 조달과 생산, 그리고 최종재 완성 과정에서 EU와 관세·비관세 장벽이 쳐질 영국과의 교역이나 영국에서의 생산을 최소화할 것이다. 이에 따라 영국에 대한 신규 FDI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의 투자 또한 상당 부분 회수될 것이다.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 결정 이후 현재 20%인 법인세율을 15%로 인하하겠다는 고육지책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과 교역, 그리고 해외직접투자 축소에 따라 브렉시트 이후 영국 경제가 위축되는 것은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특히 EU의 불안정성은 EU와의 교역 규모가 큰 중국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향후 중국 경제를 포함한 세계경제 성장의 둔화 요인이 될 것이다. 라가르드 IMF 총재는 7월 4일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2019년까지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1.5〜4.5%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렉시트는 EU 개혁 논의에도 불을 지폈다. 브렉시트를 계기로 분출된 영국민의 관심 사항을 파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이다. 영국 독립당이 주도한 ‘통제권을 돌려달라(Take Back Control)’는 캠페인에 따라 민족주의나 인종주의, 혹은  대영제국에 대한 향수가 브렉시트 찬성투표로 이어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브렉시트 지지자 상당수는 영국독립당의 선동과 관계없이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이 복지국가의 재정을 궁핍하게 하고 노동조건을 악화시킨 데 항의해 투표했다. EU 집행부가 각 주권국가의 선호도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획일적인 규제를 하고 있다는 비판,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EU 관료들이 국민이 선출한 각국 정부를 옥죄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

EU 집행부에 대한 이러한 비판적 정서가 EU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포퓰리스트 정당의 부상(浮上), 기성 정당에 대한 불신, 기존 정부에 반발해 빈번한 정권 교체를 야기해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유로존의 위기와 난민 문제는 테러리즘 확산과 관련이 있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EU에 대한 영국민의 불신이 이번 투표에서 표출된 것이다.



남의 나라 얘기 아니다

미국 보스턴대 비비언 슈미트 교수는 EU가 시민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정책의 결정권을 “각국 정부와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한다. 대신 EU는 EU 공통의 문제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난민 문제는 EU 내부의 협력이 부족한 데서 초래됐다. 반면 유로존 위기는 EU 차원의 과도한 개입이 낳은 결과다. EU는 각국의 재정적자 한도를 너무 엄격하게 정하고(3%) 각국 은행에 대한 정부의 공적자금 지원을 막았다. 이에 따라 포르투갈, 스페인, 그리스 등 단일 통화 체제하에서 경쟁력이 취약한 유럽 내 주변 국가들은 확장적 재정정책 및 은행 부실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능력을 잃었다.

이탈리아 은행들도 유로존 위기로 야기된 자산 부실화로 자본 확충이 필요한 형편이다. 그러나 EU는 이탈리아 정부의 지원을 금한다. 단일 통화를 사용하는 유로존은 경쟁력이 강한 독일의 수출 제조업은 이익을 보지만 경쟁력이 취약한 남유럽 주변국의 수출은 둔화하고 수입이 증가하는 구조다. 이로 인해 남유럽 재정위기와 은행위기가 빈발한다. 이에 대응할 수 있는 EU 차원의 해결 메커니즘이 요구된다.

EU 시민의 자유로운 이동은 지금보다 EU 내 협력이 더 많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노동의 이동은 상품이나 자본의 이동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노동의 이동은 각국 노동시장과 복지국가 재정을 직접적으로 압박한다.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이 ‘완전한 통합’을 위해 밟아야 할 돌이킬 수 없는 정책이라면, 이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EU 차원의 장치가 필요하다. 예컨대 ‘EU 이동성 조정기금’을 통해 이민으로 야기되는 복지비용 등 사회 서비스 추가 부담, 그리고 이민자를 노동시장에 편입시키는 데 필요한 재교육 비용을 EU 차원에서 분담할 수 있어야 한다. EU 실업기금이나 EU 난민기금을 마련해 이민자 대처에 활용해야 한다.  

슈미트 교수는 그 재원은 단일 시장이나 단일 통화 도입을 통해 얻게 되는 수익에서 조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자본 이동에 대한 세금을 부과해 재원을 조성하는 게 수익자 부담 원칙에도 부합한다. 이렇듯 난민 문제와 유로존 위기에 대한 근본적 문제점을 보완하지 않는다면 남은 27개 EU 회원국 중 일부의 추가적인 이탈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통합이냐, 분열이냐

분열된 사회는 안정적 성장을 저해한다. 2010년 한 해 삼성경제연구소에서 필자 주도로 이뤄진 ‘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진로’ 연구에 따르면 분열된 사회는 성장하지 못한다. 갈등이 심한 사회일수록 1인당 GDP가 감소하고 GDP의 변동성(불안정성)은 증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을 대상으로 한 패널 분석 결과 소득불균형(지니계수)이 1% 증가할 때 1인당 GDP는 0.79% 감소하고, GDP 변동성(불안정성)은 0.69% 증가했다. 변동성의 증가는 가계소비와 기업투자를 위축시켜 저성장이라는 악순환을 형성한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1970년대 초 오일쇼크 이후 저조한 성장률을 경험한 국가들은 대부분 사회적으로 분열된 나라들이었다. 스페인은 바스크 민족주의와의 갈등에서 비롯된 지속적인 테러 사태를 경험한 반면, 네덜란드는 일자리 나누기를 위한 사회적 타협, 덴마크는 사회안전망과 적극적 노동시장의 결합을 통해 통합과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1998년 스웨덴의 연금 개혁은 높은 수준의 사회통합 덕분에 정치적 반대가 적어 성공할 수 있었다.

양극화가 심하고 갈등관리 능력이 부족한 사회는 구조개혁에 대한 합의도 어렵다. 브렉시트가 한국 사회에 주는 진정한 경고는 이것이 아닐까.

김 용 기

불신과 분열이 성장 막는다
● 1960년 강원 거진 출생
● 영국 런던정경대(LSE) 석사(경제학),
동 대학원 박사(국제정치경제학·금융)
●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 現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 저서 : ‘한국경제가 사라진다’,
‘한국경제 20년의 재조명’,
‘금융위기 이후를 논하다’ 등





신동아 2016년 8월호

2/2
김용기 |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seriykim@ajou.ac.kr
목록 닫기

불신과 분열이 성장 막는다

댓글 창 닫기

2019/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