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호

김종인 “尹과 국힘 후보 단일화, 吳·安 방식 적용이 공평”

[인터뷰] 대선 ‘키맨’ 김종인 前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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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1-07-19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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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입당 말고 11월에 여론조사로 단일화

    • 尹, X파일에 초연히 대처…탈원전 행보, 나쁠 게 없어

    • 입당 늦어지면 1초마다 손해? 그건 이준석 입장

    • 尹 장모 구속? 장모 출마하는 것도 아닌데 뭐…

    • 尹 정치 선언 후 보수 색채? 그런 구분 동의 안 해

    • 보수의 적자(嫡子)만 돼서 대통령 될 수 없어

    • ‘검사가 바로 대통령 된 적 없다’? “尹과 관계없는 얘기라고”

    • 원희룡, 다른 사람에 비해 대통령직 손색없는 인물

    • 이재명, 극성 친문 환심 사려 ‘점령군’ 발언

    • 李 비판한 尹, 옳고 그름 분명하게 얘기

    • 이준석식 ‘능력주의’대로라면 약자 생존 불가능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월 7일 서울 광화문 대한발전전략연구원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형우 기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월 7일 서울 광화문 대한발전전략연구원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형우 기자]

    지금도 여의도는 그가 말을 꺼낼 때마다 들썩거린다. 김종인(81)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또 이슈몰이를 하고 있다. 7월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대한발전전략연구원에서 그를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윤 전 총장이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다면 (무소속인) 지금 상태로 가는 수밖에 없다”며 “(윤 전 총장이) 굳이 지금 당에 들어가 다른 후보들과 옥신각신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입당이 늦어질수록 윤 전 총장에게는 1초마다 손해”라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생각과는 배치된다.

    또 “11월에 야권 단일후보를 선출하면 된다”며, 단일후보 선출 방식으로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오세훈·안철수 후보가 단일화했던 형태를 (대선에서도) 취하는 게 공평하다”고 했다. 100% 무선전화 여론조사를 통해 대선 본선에 나설 야권 후보를 선출하자는 뜻이다. 김 전 위원장이 단일화에 대한 구체적 설계도를 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동아’가 7월 8일 인터뷰 내용 일부를 온라인상에 보도한 뒤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관련기사: [단독] 김종인 “윤석열, 입당 말고 11월에 여론조사로 단일화”) 같은 날 이준석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의 구상에 대해 “서울시장 단일화와 대선 단일화는 판의 크기가 다르다”며 “김 전 위원장과 그 부분에 있어선 뜻을 달리한다”고 말했다. 야권 대선 정국의 핵인 두 사람 사이에 또렷한 균열선이 드러난 셈이다.

    지난 4월 8일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을 떠나면서 “자연인의 한 사람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그랬던 그가 석 달여가 지난 뒤 여의도 정치의 한복판으로 다시 걸어 들어갔다. 그것도 ‘11월 단일화’라는 집권 플랜까지 손에 쥐고 말이다. 또 그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발언으로 촉발된 ‘점령군’ 논쟁의 불구덩이에도 뛰어들었다. 이준석 대표의 브랜드가 된 ‘능력주의’에 대해서도 비판적 견해를 드러냈다. 이렇듯 이 인터뷰 기사는 ‘전략가 김종인’이 지금 어떤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지 오롯이 이해할 수 있는 텍스트다. 전반적으로 윤 전 총장에 대한 그간의 부정적 정서가 누그러진 기류도 읽힌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국민의힘 안과 밖에서 노력하다 보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월 6일 대전 유성구에서 열린 ‘만민토론회: 문재인 정권 탈원전 4년의 역설’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월 6일 대전 유성구에서 열린 ‘만민토론회: 문재인 정권 탈원전 4년의 역설’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 오늘(7월 7일) 오전 원희룡 제주지사 지지 모임 출범식에 참석해 원 지사를 두고 “대통령으로서 갖출 자질은 다 갖췄다”고 말했더군요.

    “제주도 갈 기회가 있으면 빼놓지 않고 원 지사를 만났어요. 뜻을 잃지 말고 꾸준히 준비하라고 격려했고, 중앙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입장 표명을 하라고 해왔어요. 원 지사가 경제문제도 윤곽은 아는 것 같고, 국제사회의 변화에 대한 감각도 있고. 또 인품이나 성향을 놓고 봤을 적에 실패하는 대통령은 되지 않을 거란 생각도 들어요. 현재 지지도로 봐서 어느 정도 두각을 나타낼지는 미지의 상황이지만, 다른 사람에 비해 손색없는 인물 아닌가 생각해요.”

    -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커져서 야권의 누가 나가도 본선에서 이길 상황이면 밖에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보다는 유승민 전 의원, 원 지사 같은 당내 주자가 유리하지 않겠습니까.

    “당 바깥과 당 내부 양쪽에서 노력하다 보면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국민의 여망이 한곳으로 모일 수 있을 거라고 봐요.”

    - 어제, 오늘(7월 6·7일) 윤석열 전 총장과 만난다는 보도가 많이 나왔습니다.

    “괜히 하는 소리지 뭐.”

    - 윤 전 총장과 소통이 있다는 것 자체가 오보인가요.

    “(손을 저으며) 그동안 아무 소통도 없었어요.”

    - 앞으로 윤 전 총장이 만나자고 하면 만날 의향은 있나요.

    “사람 만나는 데 내가 무슨 대단한 고자세를 취하는 사람이 아니야. 만나자고 하면 만나서 통상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거지.”

    - 오늘(7월 7일) 윤 전 총장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만났는데요. 두 사람의 합(合)이 좀 맞아 보입니까.

    “특별히 합이 맞느냐 안 맞느냐를 떠나서, 윤 전 총장이 이 사람도 만나고 저 사람도 만나면서 매일매일 활동해야 하니까 그런 차원에서 만났다고 봐요.”

    - 윤 전 총장 측은 ‘빅 플레이트(큰 접시)’론을 얘기하면서 중도와 진보까지 담아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대통령선거는 후보로서 가장 적합한 사람 중심으로 힘이 모이게 돼 있어요. 무슨 큰 접시를 만드는 양 인위적으로는 안 돼요.”

    - 윤 전 총장이 ‘민심 투어’를 하고 있습니다. 일전에 윤 전 총장의 민심 투어를 두고 “국민 짜증만 나게 하는 것”이라 말씀하신 적이 있잖습니까.

    “대통령 출마를 결심한 사람은 대한민국 상황이 어떻다는 걸 다 파악해야 하는데, 지금 와서 뭘 파악해요?”

    - 민심 투어 실효성이 없으리라 보나요.

    “내가 보기에 (윤 전 총장이) 지금 민심 투어하는 것 같지 않던데? 어제 대전 가서 탈원전 문제에 대해 얘기했던데, 그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잖아요. 그걸 민심 투어라고 볼 수는 없지.”

    여기서 김 전 위원장이 “민심 투어하는 것 같지 않던데”라고 말한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6월 17일 KBS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의 민심 투어 계획에 대해 “인위적으로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행동은 안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평한 바 있다. 여의도에서는 흔히 정치인들이 저잣거리에 가서 애로사항을 듣고 사진 찍는 걸 민심 투어라고 한다. 당시 김 전 위원장의 발언은 이런 이벤트는 삼가는 게 좋다는 취지로 읽혔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은 KAIST(한국과학기술원) 원자력양자공학과 학생들을 만나는 등 민심 투어의 키워드를 ‘탈원전’으로 삼았다. 7월 6일에는 대전 유성구에서 열린 ‘만민토론회: 문재인 정권 탈원전 4년의 역설’ 행사에 참석했다.

    - 윤 전 총장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탈원전으로 한전(한국전력공사)이 적자에 빠졌어요. (정부가) 탄소제로를 목표한다는 데 풍력·태양력 등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에너지 생산이 우리나라 여건에서 가능하냐는 것도 생각해야 해요.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탈원전 정책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봐요. 근래 국제적으로 원자력발전의 르네상스 시대가 왔다는 얘기가 나와요. 큰 원자력발전소가 사고 위험이 있다면, 최근에는 스몰 사이즈 형태로 (원자력발전소를) 설치하는 과정에 있잖아요. 원자력발전에 대한 위험을 극소화할 기술을 우리나라가 다 갖고 있는데, 이걸 방치해 버리니 경제적으로 손실이지. 그러니 탈원전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죠.”

    - 그러면 윤 전 총장이 탈원전 비판 행보를 하는 데 대해 긍정적이라고 보겠네요.

    “탈원전 비판 세력과 포럼(만민토론회) 같은 데 참여하는 건 그 자체로는 나쁠 게 없지.”

    “장모가 출마하는 것도 아닌데…”

    - 윤 전 총장이 정치 선언을 하고 보수 색채를 띠고 있다는 평가가 있는데요.

    “그런 식의 구분에 별로 동의하지 않아요.”

    - 윤 전 총장이 정치 선언에서 “전직 대통령의 장기 구금에 대해서 안타까워하는 국민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저 역시도 그런 국민들의 생각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거야 윤 전 총장 개인의 생각이지. 사면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고 대통령이 (여권에) 가장 유리하다고 생각할 때 (사면 여부를) 스스로 판단할 것 아니에요?”

    - 윤 전 총장은 자신에게 씌워진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한 사람’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게 아닌가 싶은데요.

    “법률에 입각해 한 것이니 크게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죠.”

    - 야권 지지자들도 그런 문제에는 개의치 않고 윤 전 총장을 지지할까요.

    “대통령선거에서 특별한 영향을 끼치리라 보지 않아요.”

    - 윤 전 총장 장모가 요양급여 부정수급 관련 혐의로 7월 2일 ‘징역 3년’의 1심 선고를 받고 법정구속됐습니다. 윤 전 총장의 대권가도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요.

    “장모가 출마하는 것도 아닌데 영향을 끼칠 일이 뭐가 있겠어.”

    - ‘윤석열 X파일’ 문제는 대선 국면에 아무 영향이 없으리라 봅니까.

    “윤 전 총장이 그 문제에 대해서는 초연한 입장에서 대처하고 있고, 사실 거기(X파일)에 해당돼 있는 장모나 이런 사람이 선거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김 전 위원장은 한 달여 전 윤 전 총장을 두고 “확신이 없는 사람에 대해 이렇고 저렇고 이야기하지 않는다”(6월 10일, 광주MBC 라디오)고 했다. 이와 비교하면 또렷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좀 더 구체적인 질문을 해볼 시점이다.

    - 동서고금에 검사가 바로 대통령이 된 적이 없다 하셨는데, 윤 전 총장을 겨냥한 말 아닌가요.

    “검사 출신이 지도자가 되는 예가 거의 없다시피 하니 그런 이야기를 한 건데, 윤 전 총장과는 관련 없는 얘기라고.”

    -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해 대선 경선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윤 전 총장이 정치인으로서 국민의 지지를 받았던 건 아니잖아요. 지난해 내내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과 갈등하는 상황에서, 과거의 다른 총장과 달리 곧은 의지를 유지하니 (국민적) 지지가 커졌던 것 아니에요? 그러니까 정당에 속해 있어 지지율이 올라간 게 아니라는 거지. 그 지지율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게 대선 고지에 오를 가장 효과적인 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죠. 그런 입장에 있는 사람이 굳이 지금 당에 들어가서 다른 후보들과 옥신각신하는 상황을 만들려고 하지는 않겠지. 요즘 민주당 대선 경선을 보면 서로 극렬하게 상대방 약점을 잡고 가는데, 그런 과정을 안 거쳐도 지지율을 유지하고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무소속인) 지금 상태로 가는 수밖에 없지.”

    - 정당에 들어가야 할 이유로 대선 자금 문제를 얘기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까.

    “당에 들어간다고 갑작스럽게 누가 돈을 주나. 당의 물적 환경도 후보가 된 뒤에 쓰는 거지, 후보 되는 과정에서는 쓸 수 없는 것 아니에요?”

    - 그러면 캠프 중심으로 대선 행보를 해도 큰 문제는 없다고 보시는 거네요.

    “내가 보기에는 큰 문제가 없어요.”

    -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국민의힘에 빨리 들어오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단일후보를 원하면 당에 들어와서 경선을 거쳐 단일후보가 돼보라’ 얘기한 거지. 나는 그 사람보고 빨리 들어오라고 얘기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 윤 전 총장은 다른 경우라고 보나요.

    “그때와는 다른 형태죠.”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윤 전 총장이 입당을 미룰수록 1초마다 손해라고 말했는데요.

    “하하. 1초마다 손해 보는 건 이 대표의 입장인 거고. 일방적으로 (이 대표의 입장에) 따라갈 수는 없는 것 아니에요?”

    11월 9일 전후가 단일화 마지노선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다면 (무소속인) 지금 상태로 가는 수밖에 없다”며 ‘11월 단일화론’을 제기했다. [김형우 기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다면 (무소속인) 지금 상태로 가는 수밖에 없다”며 ‘11월 단일화론’을 제기했다. [김형우 기자]

    - 국민의힘 대선 경선 룰이 당원 투표 50%와 일반인 여론조사 50%로 이뤄져 있습니다. 윤 전 총장에게는 상당히 불리한 룰로 보이던데요.

    “(윤 전 총장이) 그런 것 저런 것 다 생각하고 있겠죠.”

    - 그래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경선 룰을 바꾼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그건 국민의힘 내부 문제이기 때문에 뭐라 얘기할 수 없어요. (다만) 경선 룰은 나중에 후보 단일화 국면으로 가면 당의 몫은 사라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에요?”

    - 단일화는 여론조사를 통해 할 테니 말인가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단일화했던 형태를 (대선후보 야권 단일화 과정에) 취하는 게 공평하다고 생각해요(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100% 무선전화만을 대상으로 경쟁력과 적합도를 조사해 합산하는 여론조사 단일화 규칙에 합의했다).”

    - 야권 단일화를 한다면 언제가 마지노선이라고 보나요.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결정 시기가 11월 9일이라고 하잖아요. 그 전후가 되겠지.”

    - 내년 3월이 대선인데 조금 급하지 않겠습니까.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정몽준 후보는 선거 등록 바로 직전에 단일화를 했잖아요.”

    - 시기는 변수가 아니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지.”

    -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출마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해진 것 아닙니까.

    “모르겠어요. 최근 아무 소식이 없는 것 보니 뭐라고 얘기할 수가 없어.”

    - 민주당은 경선이 시작됐으니 못 갈 상황이고, 김 전 부총리 본인이 또 야권과는 거리를 두는 모양새인데요. 제3지대를 노리는 걸까요.

    “제3지대를 노리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본인이 아마 결심을 못한 것 같아요. 대통령이 되고 싶은 사람은 의사가 굉장히 투철해야 해요. 확신이 있으면 신속하게 결정하고 적극적이어야 하는 거지, 아무렇게나 희망 사항만 가진다고 (대통령이) 될 수가 없어요.”

    -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오늘(7월 7일) 정치 참여를 공식화했습니다.

    “최 전 원장이 정치에 참여할 생각이 없으면 사표를 내지 않았겠지. 오늘 얘기한 건 특이하다고 보지는 않아요.”

    - 정치 참여라고 했지, 대선 출마라고는 안 했더라고요.

    “대선 출마를 선언하려면 출마 선언에 담길 내용도 여러 가지 참고해야겠죠. 그러니까 현재로서는 일단 시간을 좀 더 갖겠다는 얘기지.”

    - 최 전 원장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요.

    “출마 선언을 공식적으로 한 뒤 여론의 추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봐야 알지.”

    - 홍준표 의원이 국민의힘에 복당하면서 CBS 라디오에 나와 김 전 위원장과 황교안 전 대표 때문에 총선 뒤에도 복당이 안 됐다고 주장했더라고요.

    “그 사람이 복당 신청한 적도 없으니까 그 문제에 대해서는 뭐라고 얘기할 필요도 없는 것 아니에요?”

    - 홍 의원은 본인이 보수의 적자라고 주장합니다.

    “보수의 적자만 돼가지고서 대통령이 될 수는 없어요. 지난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보니까 (보수층은) 한 20%밖에 안 돼요.”

    - 보수라는 단어를 안 쓰는 게 더 좋다고 봅니까.

    “대통령선거에서 ‘나는 보수요’ ‘나는 진보요’ 말하는 것은 정치에 대한 감각이 굉장히 우둔한 사람이 하는 짓이라고.”

    尹, 의사표시 안 하면 비겁한 것

    대선 때마다 마치 공식처럼 ‘역사 전쟁’이 벌어진다. 여권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7월 1일 경북 안동시 이육사문화관에서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의 정부수립 단계와 달라서 친일 청산을 못 하고 친일 세력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서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이 지사는 변신에 아주 능해서 지금 무슨 소리를 해야 유리할 지 생각하고서 얘기하는 사람”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소위 극성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자신을 경원시하는 것 같으니 환심을 사기 위해 그 사람들이 늘 주장하는 것을 얘기해야겠다 싶어 그런 발언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 “친일 세력이 미 점령군과 합작했다”는 내용 자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한반도에 있는 일본군을 항복시키기 위해 (미군이) 점령했다는 사실 자체만 놓고 보면 점령군이라는 얘기를 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미군과 친일파가 마치 합작해서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 것처럼 (이 지사가) 얘기하는데,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한 거예요. 잘못된 판단을 하는 거지.”

    - 야권을 향해 친일 세력이라는 낙인을 찍고 싶은 것 아니겠습니까.

    “대한민국 초대 내각에 친일파가 하나도 없어요. 내 책(‘김종인, 대화’)에도 써놨지만 초대 내각, 초대 3부 요인을 다 헤아려봐도 친일파라고 말할 사람이 없어요. (이 지사가) 역사 공부를 제대로 못한 거지. 1980년대 소위 말하는 주사파가 얘기하는 식으로 대한민국 정부는 마치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는 식의 왜곡된 역사관을 슬쩍 인용해 본 거지.”

    - 이 지사는 7월 4일 페이스북에 “점령군으로 진주했던 미군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철수했다가 6·25전쟁 당시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한 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지금까지 주둔하고 있다. 같은 미군이라도 시기에 따라 점령군과 주둔군으로서 법적 지위가 다르다”면서 “해방 직후 미군과 한국전 후 미군을 동일시한 것은 명백한 오류”라고 했습니다.

    “궁색해지니까 그렇게 얘기할 수밖에 없지. 머리가 영민한 사람이 모르고 (그런 발언을) 했으리라 생각하지 않아요. 정치적 목적을 위해 무슨 얘기를 하는 게 유리하고 불리한지를 알고서 얘기한 건데, 반응이 별로 좋지 않아 보이니 슬쩍 또 바꿔서 얘기하는 거죠.”

    그가 쓴 ‘김종인, 대화’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이승만은 다른 건 몰라도 이념과 외교, 국제관계에서는 탁월한 현실감각을 지닌 사람이에요. 이것이 회피할 수 없는 미래라는 사실을 명확히 알았던 겁니다. 그래서 ‘통일정부’ 같은 이상주의(혹은 좌익의 논리)에 휩쓸리지 않고 빨리 단독정부를 수립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 이 지사는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상당히 부정적이더라고요.

    “이 전 대통령은 3선 개헌 전까지는 대한민국에 기여한 바가 훨씬 많은 사람이에요.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기여했고, 6·25 전쟁 이후 발생한 상황을 정리하고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해 대한민국이 번영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든 대통령임은 틀림이 없어요. 그걸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그런데 권력에 대한 욕심이 너무 많아 스스로 몰락하고 말았죠. 장·단점을 식별해 이야기해야지, 맹목적으로 (앞선 대통령이) 잘못한 것만 갖고 매도하는 정치인은 대통령이 되도 똑같은 짓을 반복할 염려가 있어요.”

    - 윤 전 총장이 7월 4일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역사의 단편만을 부각해 맥락을 무시하는 세력은 국민들의 성취에 기생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며 이 지사를 비판했는데요.

    “그 말은 맞는 말이지.”

    - 일각에는 윤 전 총장이 굳이 역사 논쟁에 왜 뛰어들었느냐 비판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역사 논쟁에 뛰어든 게 아니라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얘기한 것이죠. 정상적인 방법이지.”

    - 윤 전 총장이 의사표시를 안 했다면 그것이 더 문제라고 봅니까.

    “의사표시를 안 하면 비겁한 거지.”

    - 민주당 경선에서 다른 후보들이 단일화를 통해 이 지사를 역전할 가능성은 있어 보입니까.

    “얘기하는 걸 들어보면 (후보 간에) 별로 차별화도 없던데 뭐. 신선하게 보이는 인물이 박용진 의원 한 사람밖에 없어요. 단일화한다고 (다른 후보들이) 이 지사를 이기기 힘들 거야.”

    ‘바지 내릴까요’는 이재명의 돌출 행동

    - 정세균 전 총리가 토론에서 이 지사에게 여배우 스캔들에 관해 질문하자 이 지사가 ‘바지 한 번 더 내릴까요’라고 발언했는데, 알고 계십니까.

    “(헛웃음) 답답하니까 그런 소리를 했겠지. 하도 공격이 심하니까 즉흥적으로 답변했을 거예요.”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주간동아’ 주최로 열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의 대담에서 이 지사를 두고 “그 사람이 돌출적인 행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어느 측면에서는 어필할 수 있는 점도 있지만, 냉정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과연 저런 성격 갖고 대통령이 될 수 있겠느냐 염려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 이 지사에 대해 돌출적이라고 말씀하신 바 있잖습니까.

    “돌출적인 행동이, ‘바지를 내리겠다’거나 ‘점령군이 친일파와 합작했다’ 같은 발언을 하는 것이지. 국민한테 먹히리라 생각하겠지만, 그런 발언을 국민이 수용하지 않아요.”

    - 이준석 대표 체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합니까.

    “지금까지 비교적 순항하고 있다고 봐요.”

    - 대변인을 토론 배틀로 뽑는 것은 정당 사상 초유의 일인데요.

    “이 대표가 자기 나름대로 특성을 발휘해 본 것인데 과연 그 사람들이 대변인 역할을 실질적으로 잘할 수 있느냐는 두고 봐야 알지. 당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는 어느 정도 긍정적 기여를 했다고 봐요.”

    - 이 대표의 책 제목이 ‘공정한 경쟁’입니다. 공정이 시대정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이 대표가 하버드대를 다닐 당시 미국 경제학의 추세는 완전히 신자유주의 경제에 빠져 있을 때라고. 이 대표의 최근 발언을 보면 시장에 맡기면 다 되는 것처럼 생각하고 능력주의를 말하는데, 능력주의만 따라가면 자본주의 사회가 안정되지 않아요. 이 대표가 아직까지 자본주의 사회의 발전 과정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하는 소리이기 때문에 앞으로 정당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터득하면 다른 얘기를 할 수 있을 거예요.”

    - 이 대표에게 그런 조언도 해줍니까.

    “내가 가끔 전화도 하고, 또 조심해야 할 사항이 있으면 얘기해 줄 수 있는데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어요.”

    - 그럼 김 전 위원장께서 생각하는 공정의 요체는 무엇입니까.

    “사람이 부모님에게서 태어난 대로 살게 내버려두는 게 사실은 공정한 거요. 그러나 그렇게 살면 사회가 조화를 이루지 못해요. 태어날 적에 능력이 많은 사람도 있고 적은 사람도 있잖아요. 능력대로 평가받는 게 시장경제 아니요? 그러면 능력 있는 사람만 남고 능력 없는 사람은 도태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사회는 능력 있는 사람만으로 구성될 수 없어요. 노인, 어린이, 병자, 실업자들을 내버려두면 생존이 불가능할 것 아니에요? 능력대로 내버려두자고 하면 정치가 존재할 이유가 없어요. 이 대표는 경쟁하면서 대표까지 올랐고, 토론 배틀 같은 경쟁으로 대변인을 뽑으면 가장 효과적이고 공정하다고 생각하는데, 공정한 것과 효과적인 것은 또 별개의 문제라고. 정당에서는 아무리 공정하다 해도 효과가 나쁘면 아무 의미가 없어요.”

    외곽서 대통령 되려면 마크롱 본보기 삼아야

    2016년 8월 15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극장에서 당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왼쪽)와 이재명 성남시장(가운데), 박용진 민주당 의원(오른쪽)이 함께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2016년 8월 15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극장에서 당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왼쪽)와 이재명 성남시장(가운데), 박용진 민주당 의원(오른쪽)이 함께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무엇을 물어도 즉답이 돌아온다. 각 이슈에 대해 평소에도 계속 생각하고 나름의 판단을 내린다는 방증이다. 그런 그가 전 생애를 걸쳐 가장 오랫동안 고민해 온 문제는 ‘대통령론’일 것이다. 그를 잘 아는 야권 인사는 “김 전 위원장은 늘 대통령감을 찾아다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 ‘김종인, 대화’ 말미에 “우리나라 정치판에는 추종자는 많은데 주체적 설계자는 없다는 점이에요”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대권에 출사표를 던진 사람 중, 주체적 설계자가 보입니까.

    “스스로 개척하려는 사람이 별로 안 보여요. 코로나바이러스를 겪으면서 일부 제조업과 수출업체는 호황을 누리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침체된 상황이에요. 이 상황을 타개하려는 복안을 제시해야 해요. 또 선진국에 맞는 사회 및 경제구조를 어떻게 짜야 할지, 4차 산업으로 가는 데 정부와 민간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있어야 해요. 그렇지 않고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자기 양심을 속이는 거라고. 그러니 막연한 얘기만 하지 말고 좀 확실하게 얘기하라 이거야.”

    - 이재명 지사는 기본소득을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그 사람은 정부가 하위 80%에게 재난지원금 25만 원씩 준다고 하니 전 국민에게 20만 원씩 나눠주자 하던데, 이해가 안 돼요. 나는 80%에게 준다는 것도 납득이 안 가요. 무분별하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했기 때문에 효과도 없고 재정만 낭비하는 꼴 아니에요? 그러면서 또 재난지원금을 준다는데, 그렇게 한다고 국민이 정부를 지지한다고 착각하면 안 돼요. 집권당이 서울에서 이렇게 완패한 사례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처음이에요. 나는 내년에 야권이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70%가 넘는다고 보는데, 근거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찾는다고.”

    - 국민들이 참고 있다가 심판한다는 얘기인가요.

    “내년 대선에서는 심판론이 별 의미가 없어요. 이제는 새로운 정부를 만드는 사람을 뽑는 거지. 대권후보가 거의 확정되면 문재인 정부는 상대할 필요가 없어요. 자연적 현상이니 청와대도 거기에 신경 쓸 필요가 없고.”

    - 그러면 여당에도 기회가 있겠네요.

    “그럴 만한 사람이 없어요. 밤낮 옛날에 치우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새로운 걸 내놓을 게 없지. 그러니 기껏해야 이재명 지사식으로 ‘점령군’ 발언이나 하는 거지. 국민은 선거에서 자기 생활과 직접 관련 있는 것에 관심을 갖게 돼 있어요. 건강보험과 연금 문제는 어떻게 해야 제대로 작동할 것이며, 코로나바이러스에서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은 사람들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냐 같은 거지. 더군다나 MZ세대가 희망이 없다는 것 아니에요? 지금 주식시장에 들어가 있는 MZ세대가 315만 쯤 돼요. 전체 주식시장에서 34% 정도 차지한다고. 코인 투자에 참여한 비율도 MZ세대가 전체에서 45%가 넘어요. 젊은 세대가 희망을 갖는 나라를 만들 방안을 갖춘 지도자가 나와야 해요.”

    그는 기회가 될 때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언급한다. 마크롱은 2017년 프랑스 대선에 출마해 거대 양당 기득권 체제를 비판하면서 중도신당 ‘앙 마르슈’를 플랫폼 삼아 대통령에 당선됐다.

    - 내년 대선에서 마크롱 혁명 같은 게 일어날 가능성은 없겠습니까.

    “나는 우리나라에서도 (기존 정당 체제의) 외곽에서 대통령 후보가 되겠다고 하는 사람은 마크롱을 본보기로 삼으라고 얘기했어요. 그러면 여야를 다 흡인할 수 있는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 거야.”

    정당의 존재가치가 뭐요?

    - 그렇게 말씀하시면 국민의힘이 서운하지 않겠습니까.

    “국민의힘은 그런 걸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당의 역량을 확대하라는 얘기예요. 밤낮 외부나 기웃거리지 말고. 지나갔으니 하는 얘기인데,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우리 당 후보 네 사람이 TV 토론에 나와서 전부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시장이 될 수 없다고 말하는 거야. 나는 그거 보고 대단히 실망했어요. 정당의 존재가치가 뭐요?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 아니요? 그럼 정당의 힘으로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어야 해요. 자꾸 외부하고 어떻게 할 생각이라면 대권후보를 생각하지 말라 이거야.”

    #김종인 #윤석열 #이재명 #대선 #11월단일화 #신동아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1986년 제주 출생. 학부에서 역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하반기에 상아탑 바깥으로 나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통, 전자, 미디어업계와 재계를 취재하며 경제기자의 문법을 익혔습니다. 2018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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