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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리뷰' 갑질은 왜 계속 일어나나

이용자 수 목매는 플랫폼 회사, 자영업자 잡는다

  • 오홍석 기자 lumiere@donga.com

'별점 리뷰' 갑질은 왜 계속 일어나나

  • ● 플랫폼 소극적 대처로 상처받는 자영업자
    ● ‘리뷰 평점=매출’…갑질 구조화 배경
    ● 플랫폼 회사는 성장 위해 소비자 우선
    ● 택시 배차는 ‘평균 별점’ ‘승객과의 거리’로 결정
    ● 고객 리뷰가 ‘권력’으로 인식되면서 ‘갑질’
    ● 전문가 “상호평가 통해 블랙컨슈머 퇴출해야”
6월 22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전국가맹점주협의회를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블랙컨슈머 양산하는 쿠팡이츠 등 배달앱 리뷰·별점 제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6월 22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전국가맹점주협의회를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블랙컨슈머 양산하는 쿠팡이츠 등 배달앱 리뷰·별점 제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요즘 코로나바이러스에 별점 스트레스까지 겹쳐 너무 힘들어요.”

10년차 택시 기사 황모(58) 씨는 ‘앉아 있는 것보다는 밖에 돌아다니는 일이 적성에 맞아’ 14년간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운전을 시작했다. 그는 승객을 목적지에 내려주고 서비스를 평가받는 ‘별점 리뷰’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며 한 달 전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별점 리뷰란 소비자가 플랫폼에서 서비스 이용 후 제공받은 서비스에 대해 별점으로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교통량이 몰리는 밤 10시, 황씨는 여느 때처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콜’을 받아 승객을 태웠다. 차에 올라탄 승객은 20m 떨어진 곳에 있는 1차선(U턴)과 좌회전 차선이 한데 있는 곳으로 가서 U턴을 요구했다. 왕복 8차선 도로에서 차선 세 개를 변경해야 하는 만큼 양씨는 “지금은 차가 많아 급차선 변경이 불가하니 다음 U턴 신호에서 차를 돌리겠다”고 설명했다. 승객은 “택시비를 더 받으려고 기사가 길을 돌아간다”고 주장하며 실랑이가 일었다. 도착지에 승객을 내려준 뒤 양씨는 5점이던 자신의 평균 별점이 떨어진 사실을 확인했다. 하차한 고객이 자신에게 낮은 별점을 준 것이다.

황씨처럼 플랫폼 내 서비스 평가 기준으로 쓰이는 별점 리뷰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업자가 늘고 있다. 정의당 ‘6411민생특별위원회’와 정의정책연구소가 6월 17일 발표한 ‘배달 앱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배달 앱 이용 자영업자 63.3%가 별점 테러나 악성 리뷰로 인한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자영업자가 별점에 목맬 수밖에 없는 이유

별점 리뷰로 인한 논란은 지난 6월 28일 서울 사당동에 있는 한 김밥집 50대 점주가 소비자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사망하면서 정점에 달했다. 고객은 구매하고 하루가 지난 새우튀김 3개 중 1개의 색이 이상하다며 환불을 종용했다. 점주가 하나만 환불해 주겠다고 제안하자 고객은 앱(쿠팡이츠)에 비방 리뷰를 남기고 전화를 해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그 와중에 ‘쿠팡이츠’ 고객센터는 “고객의 편의를 위해 서비스에 더 신경 써달라”는 취지의 메시지만을 전달했다. ‘블랙컨슈머’에 대한 플랫폼의 소극적인 대처가 최악의 사태로 치달았다고 볼 수 있다. 블랙컨슈머는 악성 민원을 통해 사업자를 괴롭히는 소비자를 뜻한다.



이러한 갑질에도 외식업체 점주나 택시 운전기사 등 플랫폼에서 서비스나 용역을 제공하는 사업자가 별점 리뷰에 목을 매는 이유는 별점 리뷰가 매출과 직결되는 데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택시 기사에게 배차를 지정할 때에는 ‘평균 별점’과 ‘승객과 기사의 거리’가 주요 고려 요소”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택시는 비슷한 거리에 택시 기사가 여러 명 있으면 별점이 높은 기사에게 승객을 우선 배정한다는 뜻이다.

택시 기사뿐만 아니라 배달 앱을 이용하는 외식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 BC카드와 종합숙박서비스 ‘여기어때컴퍼니’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 ‘식당 매출액과 리뷰·평점의 영향분석’에 따르면, 별점이 5점 만점일 때 4점대인 업체의 평균 매출은 1080만 원인 반면 2점대인 업체의 매출은 655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리뷰 수가 200건 이상 축적된 업체는 매출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뷰 수가 100~200건 사이인 식당의 평균 매출은 1147만 원일 때 200건 이상 식당의 평균 매출은 1897만 원으로 조사됐다. 조사는 2020년 7월 한 달간 서울 이태원과 한남동에 있는 업체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미국에서 진행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2016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마이클 루카 교수가 워싱턴주의 레스토랑 수익과 맛집 평가 앱인 ‘옐프(Yelp)’에 나타나는 별점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5점 만점 별점 리뷰에 별 하나당 식당 수익이 5~9%가량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는 식당을 선택할 때 신문이나 잡지 등 복수 매체의 평가를 참고하기 보다는 앱 내 정보에 의존해 식당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앱 내 평점이 소비자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강력하다는 근거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리뷰에 의한 매출 증대는 곧 별점과 리뷰 작성을 유도하기 위한 별점 거래와 출혈 경쟁으로 번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배달 플랫폼 내 외식업체의 ‘리뷰 이벤트’. 리뷰 이벤트는 외식업체가 고객이 긍정적인 리뷰를 남기는 대가로 사은품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서울 강남구에서 피자 배달업체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이 동네는 배달 경쟁이 치열한데 다른 가게에서 다 하니까 (리뷰 이벤트를)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손님들에게 치즈스틱이나 감자튀김을 서비스로 제공하더라도 좋은 리뷰가 쌓이면 매출로 이어지니 (리뷰 이벤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뷰 이벤트에 대해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플랫폼 내부에 리뷰 이벤트에 대한 별도의 지침은 없다”며 “저희들은 업주들이 자체적으로 하는 이벤트로 알고 있으며 이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권력이 돼버린 ‘별점 리뷰’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된 고객의 배달 요청. 해당 고객은 점주에게 “연어초밥 4조각을 더 주면 별점 다섯 개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된 고객의 배달 요청. 해당 고객은 점주에게 “연어초밥 4조각을 더 주면 별점 다섯 개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전문가들은 플랫폼 내 별점 리뷰의 영향력으로 인해 블랙컨슈머가 활개 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블랙컨슈머가 증가하게 된 배경에는 사업자에게 저자세를 권유하는 플랫폼업체 책임도 있다”며 “플랫폼의 가치는 곧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용자 수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사용자 수를 늘려야 하는 플랫폼은 사업자들보다는 소비자(사용자)의 편의에 더 신경 쓰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블랙컨슈머의 심리는 사업자를 괴롭힐 수 있는 별점 리뷰를 일종의 ‘권력’으로 인식하는 상태”라며 “이들은 자신의 평가가 오랜 시간,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돼 점주에게 영향이 있을 것을 알고 리뷰를 의도적으로 악용한다”고 말했다.

별점 리뷰가 사회적 논란이 되자 방송통신위원회는 7월 11일 근거 없는 별점 테러나 악성 리뷰로 피해를 보는 플랫폼 이용 사업자를 보호하고, 과장된 정보나 가짜 리뷰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남긴 리뷰가 과장되거나 기만성이 명백해 입점 업체들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될 경우 플랫폼 사업자들이 해당 정보의 유통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플랫폼들에 자율적으로 준수하도록 유도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 규정을 정비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플랫폼에서 서비스를 공급하는 사업자들은 가이드라인에 블랙컨슈머에 대응할 수 있는 방지책이 마련되길 기대하고 있다.

김종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이번 ‘쿠팡이츠’ 새우튀김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아직 온라인 거래를 통한 식품 환불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 명확한 환불 규정이 생겨 고객의 무리한 환불 요구에 대한 대응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임봉균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도 “기사들이 서비스에 대해 평가받아 승객들에게 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평가 제도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기사들은 앱이 안내하는 대로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승객은 길 반대편에 있다는 이유로 낮은 별점을 주기도 하는 억울한 사례가 종종 있다. 플랫폼 사업자가 별점 평가의 객관성을 확인하면서 기사들의 처지도 반영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플랫폼이 사업자 보호에 적극 나서야

구체적인 입법에 앞서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블랙컨슈머가 나오기 어려운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은희 교수는 “별 다섯 개만을 이용해 서비스를 평가하도록 하지 말고 다양한 평가 기준을 도입해야 서비스 평가라는 순기능도 발휘하고 블랙컨슈머 갑질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의 지적처럼, 앱 이용자와 집안 청소를 하는 클리너(청소용역 제공자)를 중계하는 홈서비스 플랫폼 ‘미소’의 경우, 서비스가 끝나면 고객이 클리너에게 별점을 매기지만 별점으로 클리너에게 불이익을 주지는 않는다. 고객의 서비스 만족도 지표를 조사할 때에는 ‘재사용률’을 핵심 지표로 사용한다.
미소의 한 관계자는 “별점 리뷰는 자칫 왜곡된 권력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해 주요 평가 지표로 사용하고 있지 않다”며 “별점으로만 클리너의 서비스를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재사용률 등 다양한 지표를 통해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별점 리뷰를 이용한 갑질을 막기 위해 앱을 이용하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고객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지속해서 사업자에게 갑질을 하는 고객은 플랫폼에서 퇴출하는 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플랫폼이 하는 일은 최종 소비자와 사업자를 중계해 주는 역할이다. 소비자도 고객이지만 사업자 또한 고객이다. 플랫폼이 소비자만큼 사업자 또한 적극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미국의 차량 호출업체 ‘우버’의 경우 기사도 승객을 평가한다. 계속해서 안 좋은 평가를 받는 고객은 플랫폼에서 퇴출한다. 한국에서도 굳이 법을 만들어 플랫폼을 규제하기보다는 소비자와 사업자 간 원활한 상호작용으로 자정작용이 일어나게 하는 것이 좋은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별점리뷰 #플랫폼서비스 #블랙컨슈머 #신동아



신동아 2021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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