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호

찐득하고 말랑한 잼 사이에서 아삭아삭 씹히는 양파 맛 [김민경 ‘맛 이야기’]

제철 식재료로 꾸미는 여름철 건강 밥상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입력2021-08-0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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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부터 제철음식은 보약으로 여겨졌다. 더위가 시작될 무렵 시장에 나오는 햇양파, 풋콩, 햇감자로 상을 차리면 마음부터 싱그러워진다. 무더위쯤 거뜬히 이겨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6월부터 출시되는 햇보리도 빼놓을 수 없는 여름 식재료다. 간단히 조리해도 풍성한 맛을 낸다.
    얇은 껍질에 싸인 탐스러운 양파. 양파는 어떻게 조리해도 맛있는 식재료다. [GettyImage]

    얇은 껍질에 싸인 탐스러운 양파. 양파는 어떻게 조리해도 맛있는 식재료다. [GettyImage]

    양파는 어떻게 조리해도, 날것 그대로 먹어도 맛있다. 아무리 가늘게 썰어도 아삭함이 살아 있고, 촉촉한 물기를 머금고 있으며, 매운맛에 톡 쏘는 향, 은은한 단맛까지 갖고 있다. 게다가 요리에 따라 주재료, 부재료, 양념, 향신료, 고명 등으로 변신을 거듭한다. 이러니 햇양파 욕심을 덜어낼 수가 없다.

    올해 양파를 또 주문해 놓고 머릿속으로 먹을 궁리를 해본다. 맨 먼저 알이 작은 것을 골라내 두 가지 맛 장아찌를 만들어야지. 하나는 물, 간장, 설탕, 식초를 섞어 한소끔 끓여 양파에 부어 만드는 간장 장아찌다. 여기에 마른 고추, 청양고추, 마늘종, 통마늘 등을 함께 넣기도 한다.

    다른 하나는 소금으로 맛을 내는 장아찌다. 물, 식초, 설탕을 2:1:1로 준비하고 설탕 분량의 1/3만큼 소금을 준비한다. 재료를 한데 섞고 설탕과 소금 입자가 녹을 만큼 충분히 저은 다음 깨끗하게 손질한 양파에 콸콸 부어 냉장실에 넣으면 끝이다. 통양파는 2주, 3~4등분한 양파는 사흘 정도 절인 뒤 먹는다. 양파가 절임물에 잠기도록 무거운 것으로 눌러둬야 맛이 잘 든다. 식품용 비닐봉지에 물을 담아 올리면 간편하다. 소금으로 맛을 낸 장아찌의 경우 매콤하고 알싸한 양파 맛이 한결 쨍하게 돋아난다. 반찬으로는 당연히 좋고, 구운 고기나 튀김 등과 곁들여도 아주 잘 어울린다.

    고기 요리에 소스처럼 곁들이는 양파잼

    양파를 약한 불에서 쉼 없이 저으며 오래오래 볶으면 달콤하고 감칠맛 넘치는 양파잼이 된다. [GettyIm age]

    양파를 약한 불에서 쉼 없이 저으며 오래오래 볶으면 달콤하고 감칠맛 넘치는 양파잼이 된다. [GettyIm age]

    양파로는 또 하나의 저장 음식인 잼도 만들 수 있다. 양파잼은 길고 단조로운 노동의 결과물이다. 과일 잼을 만들어본 사람은 알 테지만 과일 부피에 비해 잼 양이 매우 적다. 양파는 과일보다 더 줄어든다. 양파 2~3kg을 준비하면 500~600g의 잼이 나온다.

    커다란 냄비에 잘게 썬 양파를 넣고 약한 불에서 타지 않게 쉼 없이 저으며 오래오래 볶는다. 양파가 투명해지고 부드러워지면 설탕을 조금씩 넣어 단맛을 맞춘다. 양파는 익을수록 단맛이 진해지기 때문에 설탕은 나중에 넣거나, 안 넣어도 된다. 양파가 완전히 흐늘흐늘해지고 갈색(캐러멜색)이 나면 완성이다(이렇게 하려면 30분은 볶아야 한다). 마지막에 계핏가루, 레몬즙, 버터 한 조각, 발사믹 식초 등을 넣어 맛을 더하기도 한다.



    잼이라고 부르는 이 양파볶음은 오리고기, 돼지고기, 소시지, 햄, 베이컨 등을 먹을 때 소스처럼 곁들이면 맛있다. 여기에 핫소스, 다진 피클, 식초 등을 넣어 요리에 활용할 수도 있다. 여러 가지 빵, 과자, 토스트, 샌드위치 등에 올려 먹으면 좋다. 잼을 만들 때 양파를 기계로 갈면 좀 더 간편하지만, 그러면 찐득하고 말랑한 잼 사이에서 양파가 아삭아삭 기분 좋게 씹히는 맛은 포기해야 한다.

    설탕을 넣지 않은 양파잼은 카레의 부재료로 쓰기 좋다. 볶은 양파가 들어간 카레에서는 입에 착, 마음에 쏙 들어오는 감칠맛이 난다. 시간과 공을 들여 만드는 양파볶음은 넉넉히 해두면 여러 요리에 쓸 수 있고, 힘들인 만큼 풍성한 맛으로 돌아온다.

    홈메이드 양파링 레시피

    큼직한 양파로는 튀김을 해먹어도 좋다. 양파를 폭 2cm 정도 링 모양으로 썬 다음(결 반대 방향으로 썰어야 한다) 한 겹씩 살살 분리한다. 여기에 밀가루(카레 가루 조금 섞은), 달걀물, 튀김가루를 묻혀 기름에 튀긴다. 잘 튀긴 양파링이 한 김 식으면 다시 밀가루, 달걀물, 튀김가루를 묻혀 또 튀긴다. 양파링이 마음에 들 만큼 커질 때까지 반복한다. 세 번 정도가 적당하다. 다소 고생스럽겠지만 일단 만들면 신나게 나눠 먹기 좋다.

    초여름에 떠오르는 또 다른 식재료는 콩이다. 산뜻하고 생기가 넘치면서 동시에 봄을 지낸 완연함이 서려 있는 풋콩 맛은 초여름 그 자체다. 깍지째 쪄서 알알이 꺼내 먹으면 나른한 계절의 맛좋고 재미난 놀이로 그만이다. 이 무렵 전통시장에 가면 호랑이콩이 더미더미 쌓여 있다. 강낭콩의 일종으로, 흰 콩에 자주색 무늬가 얼룩덜룩 있는 콩이다. 알이 크고, 조리하면 아주 부드럽다. 맛도 둥글둥글 순하며 구수하다.

    호랑이콩은 생콩 그대로 밥을 지어 먹을 수 있고, 백태처럼 삶아 콩국물을 만들어도 좋다. 생콩을 팔팔 끓는 물에 소금과 함께 넣고 푹 끓인다. 콩이 부드럽게 익으면 삶은 물과 함께 믹서에 넣고 곱게 간다. 콩국물 완성이다! 이때 물이 부족해 되직하다 싶으면 생수를 넣어 농도를 맞추면 된다. 호랑이콩은 간장으로 간을 하고, 설탕을 조금만 넣고 조려서 반찬으로 먹어도 맛있다.

    요즘은 완두콩도 한창이다. 완두콩은 되도록 깍지에 든 것을 사서 손질해 먹어야 촉촉한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다. 나는 어릴 때 완두콩을 유난히 싫어했다. 입에 넣으면 풀 비린내 같은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여름 생완두콩은 달고 맛있기만 하다. 깍지째 소금을 흩뿌려서 푹 찌면 ‘단짠’ 감칠맛이 더 도드라진다.

    콩알을 발라 잘 데쳐 익혀놓으면 여기저기 쓸모도 많다. 여름 감자를 으깨 마요네즈 넣고 ‘사라다’를 만들 때 넣어도 된다. 데친 완두콩 물기를 빼고 치즈가루와 버무려 오븐에 바삭한 느낌이 나도록 구워내면 짭짤하고 고소한 것이 간식은 물론 안주로도 그만이다.

    고소한 콩과 아삭한 채소의 조화

    으깬 여름 감자와 삶은 완두콩을 섞어 마요네즈로 버무리면 맛있는 샐러드가 된다. [GettyImage]

    으깬 여름 감자와 삶은 완두콩을 섞어 마요네즈로 버무리면 맛있는 샐러드가 된다. [GettyImage]

    잘 익힌 콩은 근사한 샐러드 재료도 된다. 호랑이콩, 완두콩, 강낭콩, 병아리콩, 렌즈콩 등을 준비하자. 이 고소하고 부드러운 재료에는 아삭함이 필요하다. 파프리카, 양배추, 오이 등을 콩만 한 크기로 작고 도톰하게 썬다. 오이는 물이 쉽게 생기니 씨 부분을 도려내 사용하는 게 좋다. 이 재료에 지난겨울 먹고 남은 유자청이나 모과청, 향이 세지 않은 식초, 소금, 올리브유를 넣고 간을 맞춰 골고루 버무린다. 이때 양파랑 마늘을 약간씩 다져 넣으면 짜릿하게 입맛을 자극하는 여름 드레싱이 된다. 냉장실에 차갑게 뒀다가 꺼내 먹는다. 삶은 콩에 양파를 가늘게 채 쳐서 넣고 산뜻한 드레싱 무엇에든 버무려 먹어도 간단하면서 꽤 맛있다.

    콩으로는 더운 요리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시판용 파스타 소스, 그중에도 미트 소스에 삶은 콩을 넣고 푹 끓인다. 이때 마카로니나 펜네처럼 길이가 짧은 파스타를 삶아 곁들여도 좋다. 소스와 콩, 파스타가 어우러지게 끓인 다음 치즈가루를 듬뿍 얹거나, 향이 좋은 오일을 두르거나, 핫소스를 퐁퐁 뿌려 낸다. 삶은 콩을 되직하게 갈면 부침개가 되고, 생크림과 함께 갈면 수프도 만들 수 있다.

    요즘에는 깍지째 먹는 ‘스위트피’도 종종 보인다. 이름 그대로 달고 아삭한, 과일 같은 깍지 콩이다. 익숙한 요리에 여름 풋콩을 더하면 초여름 맛을 한껏 즐길 수 있는 때다.

    감자가 선사하는 구수 달콤 짭짜름한 맛

    감자를 보드랍게 으깨 우유나 생크림을 섞으면 매끈하고 걸쭉한 소스처럼 변한다. 구운 고기 요리와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GettyImage]

    감자를 보드랍게 으깨 우유나 생크림을 섞으면 매끈하고 걸쭉한 소스처럼 변한다. 구운 고기 요리와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GettyImage]

    이 계절에는 감자도 맛봐야 한다. 감자는 어떻게 조리해도 대체로 맛있다. 냄비에 감자를 꽉 담고 물을 감자 높이만큼 부어서 푹푹 끓이면 물이 줄어들면서 찐 감자처럼 된다. 감자가 익고 껍질이 툭툭 터지면 뜨거울 때 물을 따라내고 소금과 설탕 뿌려 냄비를 까불어 감자를 뒤흔든다. 그럼 껍질은 더 벗겨지고 포슬포슬한 감자 속살이 조금씩 뭉개지며 여기저기로 간이 밴다. 한 알씩 집어 들어 호호 불며 먹는 구수하고 짭조름하고 달콤한 맛을 누가 대신할 수 있을까 싶다.

    여기에 올리브유를 붓거나 버터를 넣어 녹이고, 로즈메리나 민트 같은 허브, 후추와 레몬즙을 더하면 즉시 바다를 건너온 듯 이국적인 요리가 된다. 이 감자를 대강 으깨 소시지, 양파, 당근, 오이 등과 버무리고 핫소스, 마요네즈 혹은 플레인 요거트와 다진 마늘 넣고 버무려 먹어도 맛있다. 감자를 완전히 보드랍게 으깨 우유나 생크림을 섞어 매끈하고 걸쭉한 소스처럼 만든다. 이를 구운 쇠고기, 돼지고기, 양갈비 등과 곁들여 먹어도 잘 어울린다.

    가늘게 채 썰거나, 둥근 모양대로 얇게 썬 감자를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빈틈없이 잘 펼쳐 담고 지글지글 부쳐 소금간만 해먹어도 맛있다. 여기에 하나씩 맛을 더해 보자. 달걀을 잘 풀어서 감자 위에 골고루 부어 익힌다. 그 위에 햄, 베이컨, 파프리카, 버섯 등을 잘게 썰어 올린다. 달걀이 익어 살짝 엉기면 과감하게 뒤집어 익힌다. 달걀 부분은 쉽게 탈 수 있으니 노릇하게 색만 나면 바로 뒤집어 바닥면이 되는 감자 부분을 바싹 익힌다. 먹을 때는 케첩, 핫소스, 토마토소스, 파프리카 파우더, 허브 오일 등 무엇을 곁들여도 잘 어울린다.

    잘 지은 보리밥에 된장찌개, 열무김치…

    6월부터는 햇보리를 맛볼 수 있다. 잘 지은 보리밥에 된장찌개, 잘게 썬 상추나 부추, 고추장과 참기름을 조금씩 넣고 비벼 먹으면 여름철 별미다. 땀 좀 빼고 싶다면 청양고추를 가위로 잘게 잘라 넣자. 마지막으로 아삭아삭한 열무김치까지 몇 줄기 썰어 넣는다. 이 비빔밥 한 공기를 말끔히 비우는 동안만큼은 세상에 더 부러울 게 없다.

    개인적으로는 애호박과 감자를 큼직하게 썰어 넣어 맵고 달게 끓인 고추장찌개를 보리밥에 얹어 빡빡하게 비벼 먹는 것도 좋아한다. 물기 없이 바싹 익힌 제육볶음이나 오징어볶음을 섞어 한입씩 크게 퍼먹어도 맛있다. 이때도 역시 시원한 열무김치가 필요하다. 보리가 한창일 때 열무 역시 풍성하다는 건 계절의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꽁보리밥은 끼니를 대신할 샐러드로 활용하기 좋다. 보리에 곁들일 샐러드 재료는 입맛대로 고른다. 파프리카, 양파, 오이, 셀러리 등 아삭한 채소를 작은 네모 크기로 썰고, 옥수수를 알알이 발라두면 보리와 잘 어울린다. 잎채소와 토마토, 올리브, 삶은 병아리콩 등을 곁들이면 다른 매력의 샐러드가 된다. 여러 가지 버섯, 애호박(또는 주키니호박), 가지 등을 구워 준비하는 방법도 있다. 입맛에 맞는 드레싱을 골라 보리와 함께 버무리면 끝이다.

    아삭채소 샐러드 드레싱은 새콤한 맛을 살려본다. 잎채소는 요거트나 마요네즈 드레싱과 잘 어울린다. 구운 채소에는 소금과 올리브유 약간, 식초만 더해도 맛있다. 또는 참깨나 간장으로 맛을 낸 고소하고 짭짤한 드레싱도 잘 어울린다. 익혀둔 보리에 드레싱을 뿌려 밑간을 살짝 하고 준비한 채소와 섞어 먹는다. 베이컨, 살라미, 닭고기, 쇠고기, 해산물 등을 익혀 넣고, 치즈까지 곁들이면 더욱 푸짐한 한 끼를 마련할 수 있다.

    #양파잼 #홈메이드양파링 #꽁보리밥샐러드 #샐러드드레싱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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